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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표 잉어 축제는 조촐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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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인형탈을 쓴 채로 중정 연못에서 잉어 떼와 물놀이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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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지치면 정원으로 올라와서 음식을 집어 먹거나 장의자에 몸을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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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축제지 거의 소풍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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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신난 건 역시 주최자와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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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 실내 수영장의 모닝 돌핀, 류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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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기 경력의 수생동물, 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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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의 유체역학적 유리함은 서로 동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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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은 유려한 수영 실력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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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접전은 축제 내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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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참가자들은 이미 지쳐서 퍼진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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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멍하니 연못 건너편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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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혜문과 이아금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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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갑내기처럼 허물없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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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빚어진 인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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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금영영도 저들처럼 인연의 테두리 안에 있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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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의 공백은 너무나 많은 걸 바꿔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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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금영영에게만은 그렇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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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세월이 흘러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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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물론이고 행동과 말투, 사소한 습관마저 기억하던 것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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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건 금영영의 마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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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금영영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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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라도 연못 건너편으로 넘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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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말이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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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편지에 쓰고 싶었던 푸념도, 평범한 안부 인사도, 그리움이 담긴 진솔한 고백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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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이 알던 호혜문과 이아금이라면, 분명 밝은 미소와 함께 맞이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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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아담한 연못 하나만 건너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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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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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홀로 장의자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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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그리워하던 편안함 속에서 영문 모를 고독함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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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누군가 접시를 하나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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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화려한 인형탈을 뒤집어 쓴 장선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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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수사님, 꼬치 좀 드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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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얼떨결에 접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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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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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정말 맛있어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를 초벌로 제각기 조리한 다음에 꼬치에 끼워서 양념을 바르고 한 번 더 구웠대요. 이러니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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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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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접시 위의 고기투성이 꼬치를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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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네 종류의 고기와 먹음직스러운 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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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가 하나도 없는 게 딱 서란의 취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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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베어 무니 꽤나 인상적인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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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는 옆에 있는 장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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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부족하시면 제 접시에 있는 것도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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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의 접시에는 꼬치가 산더미처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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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저마다의 속도로 꼬치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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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는 금영영보다 대여섯 배는 빠른 속도로 접시를 비우면서도 이런저런 얘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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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태어난 애완 토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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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와 비슷한 시기에 축기기 수사가 된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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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이름이 헷갈릴 정도로 늘어난 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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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의 표정도 점차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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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의 부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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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아이는 부적 공방에 가둬 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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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끙거리던 금영영은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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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독방도, 천장까지 쌓인 법기 재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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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이래로 매일매일 꾼 악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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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넋이 나가 천장을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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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에 겪었던 일들은 순식간에 휘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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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략적인 내용 만큼은 선명히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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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 공방에 재입사하는 끔찍한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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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멍하니 있던 금영영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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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수행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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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흐느적흐느적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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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나서자 축제로 어질러진 중정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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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부러진 장의자와 알록달록한 인형탈, 텅 빈 접시, 부러진 나무 꼬챙이 등으로 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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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인지라 움직이는 물체라곤 연못의 잉어 떼와 처마밑 종이 장식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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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면 하녀들 손에 사라질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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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잉어 모양의 종이 장식들은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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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너무 마음에 들어 해서 당분간 유지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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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축제가 끝난 자리를 가만히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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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의 짙푸른 하늘과 덩달아 물든 세상, 서늘한 초봄의 바람, 연신 팔랑거리는 잉어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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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호수에 잠긴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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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의 상념을 깬 건 낯익은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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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일찍 일어났네? 잘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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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리자 서란의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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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복장과 촉촉한 피부를 보아하니 방금 전까지 법보 한증막을 즐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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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부지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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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짐짓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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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잘 잤지. 서란, 너도 잘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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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는 이제 잠 안 자. 원영기 수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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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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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잠시 한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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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헤어지려는 찰나,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세상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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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오목눈이가 저택 내부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일조권을 침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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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식산대붕을 향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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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붕아, 나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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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산대붕의 동그란 눈이 서란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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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눈맞춤이 오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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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오목눈이는 쿵쿵거리며 다시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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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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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른 시간에 저택은 왜 들여다 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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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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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담청 님이 저택에 있나 없나 확인하는 거야. 자기 혼자 잘 놀다가도 중간중간 저래. 그래서 요즘 진짜 골치 아파. 만약에 둘 다 안 보이면 아주 그냥 난리를 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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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를 쳐?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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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 본산이 떠나가라 울어, 세상 서럽게. 하여튼 하는 짓이 완전 애기라니까. 덩치는 산 만한 녀석이 말이야. 자아가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애가 자립심이 부족해서 고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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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친구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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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려서 그러겠지. 시간이 지나면 분명 괜찮아질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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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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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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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한층 밝은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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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 줘서 고마워. 이따가 아침 먹을 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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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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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깐 서재에서 책 좀 읽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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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휭하니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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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금영영이 떠드는 사이에 해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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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들의 바쁜 발걸음이 적막함을 몰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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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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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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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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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시간이 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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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속되는 악몽 또한 마찬가지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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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굳이 토로해서 걱정시킬 필요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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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갱생영애 금영영의 수선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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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여섯 시진(12시간), 감사의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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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잔업 지옥 속에서 금영영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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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만 하던 시절이 제일 행복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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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담청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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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혹시 이 책 읽어 봤느냐? 미궁언서라는 두더지 요수들이 쓴 추리 소설인데 정말 재밌더구나. 괜찮다면 너에게도 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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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용녀님. 요즘 제가 수행하느라 바빠서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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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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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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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기간 다독왕 금영영이 소설을 거절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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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평생토록 하지도 않던 수행을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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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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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걱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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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 괜찮은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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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산뜻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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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이보다 좋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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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연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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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금영영에게는 이 정도 연기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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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그렇게 믿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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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명탐정의 눈을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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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괜찮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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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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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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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의 탐정안이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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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지엄한 용안의 권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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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판독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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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빅, 거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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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이것저것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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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잠은 잘 자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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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푹 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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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문제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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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나 근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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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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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아주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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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은 좀 어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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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먹어서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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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별로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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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렇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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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녀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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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아니다. 아, 혹시나 해서 알려주는 건데 내 방은 저쪽 방향에 있다. 항상 열려 있으니 상담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 오거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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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자애로운 미소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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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자연스럽게 현장을 이탈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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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잽싸게 서란의 방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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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특급 비상사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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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방문을 벌컥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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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 큰일났다! 영영의 상태가 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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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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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언도 없이 외출했을 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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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은 요즘 교대로 저택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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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산대붕의 대성통곡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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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필요한 건 명탐정의 예리한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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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란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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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은 안 했을 테니 저택 내부에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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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아니니 법보 한증막도 후보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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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남은 장소는 서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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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서란과 담청은 거기서 살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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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용신의 장서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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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서둘러 서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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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복도에서 서란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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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손에 든 채 내달리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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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서로를 발견하고 동시에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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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좋은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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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 나쁜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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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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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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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먼저 말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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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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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좋은 소식부터 듣는 게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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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잔뜩 흥분해서 손에 든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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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거 좀 보세요. 전대 용신이 남긴 연구일지예요. 정확히는 어인족과 함께하는 동반 승천에 관한 내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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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동반 승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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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아직 놀라시기에는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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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머쓱한지 뒤통수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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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계속 말해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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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전대 용신은 동반 승천을 위해서 실험을 반복하던 도중, 믿기지 않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바로 법보에 담긴 비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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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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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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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법보에는 시공간을 다루는 권능이 깃들어 있었던 겁니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말이죠. 법보란 신선이 만든 보물, 그렇다면 자연스레 이런 유추도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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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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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신선은 시공간을 다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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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충실한 리액션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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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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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깜짝 놀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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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다루는 힘이라니, 정말 충격적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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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만족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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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담청 님 차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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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지. 나쁜 소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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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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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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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이가 심마에 걸린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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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리액션은 세 배 이상 역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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