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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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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표 잉어 축제는 조촐한 편이었다.

참가자들은 인형탈을 쓴 채로 중정 연못에서 잉어 떼와 물놀이를 즐겼다.

그러다가 지치면 정원으로 올라와서 음식을 집어 먹거나 장의자에 몸을 뉘었다.

이름만 축제지 거의 소풍 분위기였다.

가장 신난 건 역시 주최자와 주인공이었다.

시립 실내 수영장의 모닝 돌핀, 류서란.

10세기 경력의 수생동물, 담청.

신체의 유체역학적 유리함은 서로 동등했다.

서란과 담청은 유려한 수영 실력을 선보였다.

치열한 접전은 축제 내내 계속됐다.

다른 참가자들은 이미 지쳐서 퍼진 지 오래였다.

금영영은 멍하니 연못 건너편을 바라봤다.

호혜문과 이아금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열 살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갑내기처럼 허물없는 모습이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빚어진 인연이었다.

예전에는 금영영도 저들처럼 인연의 테두리 안에 있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12년의 공백은 너무나 많은 걸 바꿔 놨다.

적어도 금영영에게만은 그렇게 느껴졌다.

친구들은 세월이 흘러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외모는 물론이고 행동과 말투, 사소한 습관마저 기억하던 것과 똑같았다.

달라진 건 금영영의 마음뿐이었다.

사실 금영영도 알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연못 건너편으로 넘어가면 된다.

그리고 아무 말이나 하는 것이다.

여태 편지에 쓰고 싶었던 푸념도, 평범한 안부 인사도, 그리움이 담긴 진솔한 고백도 괜찮다.

금영영이 알던 호혜문과 이아금이라면, 분명 밝은 미소와 함께 맞이해 주리라.

그저 아담한 연못 하나만 건너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금영영은 홀로 장의자에 몸을 기댔다.

줄곧 그리워하던 편안함 속에서 영문 모를 고독함을 느끼면서.

그때, 누군가 접시를 하나 내밀었다.

유독 화려한 인형탈을 뒤집어 쓴 장선화였다.

“금 수사님, 꼬치 좀 드셔 보세요.”

금영영은 얼떨결에 접시를 받았다.

“꼬치?”

“예, 정말 맛있어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를 초벌로 제각기 조리한 다음에 꼬치에 끼워서 양념을 바르고 한 번 더 구웠대요. 이러니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죠.”

“그래?”

금영영은 접시 위의 고기투성이 꼬치를 집었다.

잘 익은 네 종류의 고기와 먹음직스러운 양념.

채소가 하나도 없는 게 딱 서란의 취향이었다.

한 입 베어 무니 꽤나 인상적인 맛이 났다.

장선화는 옆에 있는 장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혹시 부족하시면 제 접시에 있는 것도 드세요.”

장선화의 접시에는 꼬치가 산더미처럼 있었다.

두 사람은 저마다의 속도로 꼬치를 먹었다.

장선화는 금영영보다 대여섯 배는 빠른 속도로 접시를 비우면서도 이런저런 얘기를 꺼냈다.

새로 태어난 애완 토끼의 이야기.

자기와 비슷한 시기에 축기기 수사가 된 부모님.

슬슬 이름이 헷갈릴 정도로 늘어난 동생들.

금영영의 표정도 점차 편안해졌다.


금영영의 부모가 말했다.

‘나쁜 아이는 부적 공방에 가둬 버려야지.

끙끙거리던 금영영은 잠에서 깼다.

좁은 독방도, 천장까지 쌓인 법기 재료도 없었다.

퇴사 이래로 매일매일 꾼 악몽이었다.

금영영은 넋이 나가 천장을 올려다봤다.

몽중에 겪었던 일들은 순식간에 휘발됐다.

하지만 개략적인 내용 만큼은 선명히 기억났다.

부적 공방에 재입사하는 끔찍한 꿈이었다.

한동안 멍하니 있던 금영영이 중얼거렸다.

“맞다, 수행해야지...”

금영영은 흐느적흐느적 몸을 일으켰다.

방을 나서자 축제로 어질러진 중정이 보였다.

널부러진 장의자와 알록달록한 인형탈, 텅 빈 접시, 부러진 나무 꼬챙이 등으로 엉망이었다.

이른 새벽인지라 움직이는 물체라곤 연못의 잉어 떼와 처마밑 종이 장식뿐이었다.

잠시 후면 하녀들 손에 사라질 풍경이었다.

다만 잉어 모양의 종이 장식들은 예외였다.

담청이 너무 마음에 들어 해서 당분간 유지할 예정이라고 했다.

금영영은 축제가 끝난 자리를 가만히 응시했다.

새벽녘의 짙푸른 하늘과 덩달아 물든 세상, 서늘한 초봄의 바람, 연신 팔랑거리는 잉어 장식.

마치 호수에 잠긴 듯 했다.

금영영의 상념을 깬 건 낯익은 목소리였다.

“영영, 일찍 일어났네? 잘 잤어?”

고개를 돌리자 서란의 얼굴이 보였다.

얇은 복장과 촉촉한 피부를 보아하니 방금 전까지 법보 한증막을 즐긴 모양이었다.

여전히 부지런했다.

금영영은 짐짓 웃으며 대답했다.

“응, 잘 잤지. 서란, 너도 잘 잤어?”

“나? 나는 이제 잠 안 자. 원영기 수사잖아.”

“아참, 그랬지...”

두 사람은 잠시 한담을 나눴다.

막 헤어지려는 찰나,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세상이 어두워졌다.

거대 오목눈이가 저택 내부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일조권을 침해하고 있었다.

서란이 식산대붕을 향해 외쳤다.

“대붕아, 나 여기 있어!”

식산대붕의 동그란 눈이 서란을 향했다.

짧은 눈맞춤이 오고 갔다.

거대 오목눈이는 쿵쿵거리며 다시 멀어져 갔다.

금영영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 이른 시간에 저택은 왜 들여다 본 거야?”

서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랑 담청 님이 저택에 있나 없나 확인하는 거야. 자기 혼자 잘 놀다가도 중간중간 저래. 그래서 요즘 진짜 골치 아파. 만약에 둘 다 안 보이면 아주 그냥 난리를 치거든.”

“난리를 쳐? 어떻게?”

“오죽문 본산이 떠나가라 울어, 세상 서럽게. 하여튼 하는 짓이 완전 애기라니까. 덩치는 산 만한 녀석이 말이야. 자아가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애가 자립심이 부족해서 고민이야.”

금영영은 친구를 위로했다.

“아직 어려서 그러겠지. 시간이 지나면 분명 괜찮아질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정말 그럴까?”

“응, 그럴 거야.”

서란은 한층 밝은 얼굴로 말했다.

“위로해 줘서 고마워. 이따가 아침 먹을 때 보자.”

“어디 가?”

“아, 잠깐 서재에서 책 좀 읽으려고.”

그러고는 휭하니 사라져 버렸다.

서란과 금영영이 떠드는 사이에 해가 떴다.

하녀들의 바쁜 발걸음이 적막함을 몰아냈다.

온 세상이 깨어나고 있었다.

금영영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래,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옛말에 시간이 약이라고 했다.

이 계속되는 악몽 또한 마찬가지일 터였다.

그러니 굳이 토로해서 걱정시킬 필요는 없으리라.

그때부터 갱생영애 금영영의 수선기가 시작됐다.

하루 여섯 시진(12시간), 감사의 수행.

끝없는 잔업 지옥 속에서 금영영은 깨달았다.

수행만 하던 시절이 제일 행복했다는 것을.

며칠 뒤, 담청이 말했다.

“영영, 혹시 이 책 읽어 봤느냐? 미궁언서라는 두더지 요수들이 쓴 추리 소설인데 정말 재밌더구나. 괜찮다면 너에게도 빌려주마.”

“죄송합니다, 용녀님. 요즘 제가 수행하느라 바빠서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뭣!?”

담청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최장 기간 다독왕 금영영이 소설을 거절하다니.

그것도 평생토록 하지도 않던 수행을 이유로.

담청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연스레 걱정이 됐다.

“괘, 괜찮은 것이냐?”

금영영은 산뜻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이보다 좋을 수 없습니다.”

결코 연기가 아니었다.

애초에 금영영에게는 이 정도 연기력이 없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명탐정의 눈을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니까 괜찮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흠...”

담청의 탐정안이 번뜩였다.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지엄한 용안의 권능.

과연 판독 결과는?

삐빅, 거짓입니다!

담청은 이것저것 질문했다.

“요즘 잠은 잘 자고 있느냐?”

“예, 푹 자고 있습니다.”

수면, 문제 있음.

“걱정이나 근심은?”

“전혀요?”

고민, 아주 많음.

“식욕은 좀 어떻고?”

“너무 잘 먹어서 문제죠.”

입맛, 별로 없음.

“흠, 그렇단 말이지...”

“용녀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별일 아니다. 아, 혹시나 해서 알려주는 건데 내 방은 저쪽 방향에 있다. 항상 열려 있으니 상담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 오거라. 알겠지?”

담청은 자애로운 미소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담청은 자연스럽게 현장을 이탈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잽싸게 서란의 방으로 달려갔다.

초특급 비상사태였다.

담청은 방문을 벌컥 열었다.

“서란, 큰일났다! 영영의 상태가 좀 이상하다!”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전언도 없이 외출했을 리는 없었다.

서란과 담청은 요즘 교대로 저택을 지켰다.

식산대붕의 대성통곡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여기서 필요한 건 명탐정의 예리한 추리.

현재, 서란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외출은 안 했을 테니 저택 내부에 있을 터.

새벽이 아니니 법보 한증막도 후보에서 제외된다.

그렇다면 남은 장소는 서재뿐이었다.

요새 서란과 담청은 거기서 살다시피 했다.

전대 용신의 장서 때문이었다.

담청은 서둘러 서재로 향했다.

그러다가 복도에서 서란과 만났다.

책 한 권을 손에 든 채 내달리는 중이었다.

둘은 서로를 발견하고 동시에 방향을 틀었다.

“담청 님, 좋은 소식입니다!”

“서란, 나쁜 소식이다!”

짧은 침묵.

담청이 말했다.

“네가 먼저 말하거라.”

“그럴까요?”

“그래, 좋은 소식부터 듣는 게 낫겠지.”

서란은 잔뜩 흥분해서 손에 든 책을 펼쳤다.

“이거, 이거 좀 보세요. 전대 용신이 남긴 연구일지예요. 정확히는 어인족과 함께하는 동반 승천에 관한 내용인데...”

“뭐라고, 동반 승천!”

“잠깐, 아직 놀라시기에는 이릅니다.”

담청은 머쓱한지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렇구나, 계속 말해 보거라.”

“알겠습니다. 전대 용신은 동반 승천을 위해서 실험을 반복하던 도중, 믿기지 않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바로 법보에 담긴 비밀이죠.”

“법보의 비밀?”

서란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든 법보에는 시공간을 다루는 권능이 깃들어 있었던 겁니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말이죠. 법보란 신선이 만든 보물, 그렇다면 자연스레 이런 유추도 가능하죠.”

“서, 설마?”

“그렇습니다, 신선은 시공간을 다룰 수 있습니다.”

담청은 충실한 리액션을 선보였다.

“허억!”

“어때요, 깜짝 놀라셨죠?”

“시공간을 다루는 힘이라니, 정말 충격적이구나.”

서란은 만족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 담청 님 차례예요.”

“아, 그렇지. 나쁜 소식이 있다.”

“무슨 일인가요?”

담청이 말했다.

“영영이가 심마에 걸린 게 틀림없다.”

서란의 리액션은 세 배 이상 역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