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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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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에서 멀어질수록 모래는 점차 감소하고 바위와 자갈 등으로 이루어진 암석 사막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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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선인장밭 사이로 마을이 하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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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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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있네요. 우회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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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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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거인 몇몇이 우리를 인식했다. 이제 와서 부자연스럽게 굴어 봐야 득이 없을 터, 그냥 이대로 마을 위를 통과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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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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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산대붕은 엄청난 속도로 마을을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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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그 와중에도 시야 공유 법술을 사용해서 지상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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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농사를 짓고, 아이들은 뛰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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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거대하다는 점만 제외하면, 사막거인의 삶이라고 딱히 인간보다 특별한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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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눈에 띄는 건 초대형 농작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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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으로 보이는 선인장은 물론이고 직물의 원료나 약재로 추정되는 식물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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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처음 보는 작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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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문득 종자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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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기회가 되면 구해 볼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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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은 좀 바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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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식산대붕은 무사히 이상현상의 근원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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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천망기 연구소의 예측은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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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상의 근원지는 화산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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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상상하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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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지대를 전역에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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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솟음치는 용암 분수와 거대한 용암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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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사막거인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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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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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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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수 대신 용암에 몸을 담근다는 점만 제외하면 전형적인 온천 휴양지의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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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던 담청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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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화산이 이상현상의 근원지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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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의 고사리손이 지목한 건 인근 건물들 중에서 특히나 규모가 웅장한 대욕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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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분화구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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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곳인지 방문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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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확인차 연구소장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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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기관은 뭐래요? 저기가 맞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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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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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분화구 아래쪽이 근원지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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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연구원이 걱정스러운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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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 어쩌죠? 이상현상을 해결하려면 분화구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웬 목욕탕이 떡하니 틀어막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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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낙관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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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거대인형에 탄 상태로 당당하게 들어가면 안되는 것이냐? 국경을 넘었을 때처럼 말이다. 여기까지 오면서 사막거인들이 한 번이라도 우리를 가로막은 적이 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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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연못에서 잉어 떼랑 헤엄치길 즐기시는 분답게 발상부터가 파격적이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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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살필 뿐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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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막막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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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어색한 분위기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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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담청 님 말씀대로 해 보죠? 실패한다고 딱히 손해 보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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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기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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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 만한 새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거랑 목욕탕에 드나드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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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거인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막을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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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산대붕은 날개를 접고 지상에 착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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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뻔뻔한 걸음걸이로 대욕탕 입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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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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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쓸던 사막거인이 빗자루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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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놈의 새가 이렇게 커? 훠이, 저리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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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산대붕은 놀란 척 짹짹거리며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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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굉장히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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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막거인은 유별나게 경계심이 강하구나. 내부까지만 들어갔다면 다 된 일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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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적당히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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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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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대욕탕 안으로 몰래 들어갈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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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자체는 천장 없이 벽으로만 이루어져 있었지만, 열기를 막기 위함인지 결계가 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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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정문으로만 출입할 수 있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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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천망기 연구소 사람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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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상을 해결할 방법은 여기까지 오는 길에 벌써 대여섯 개는 구상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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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작 용암 목욕탕 하나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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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머리를 싸맨 채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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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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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을 해도 걸리고, 결계를 뚫어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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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오늘따라 유독 열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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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열댓 개가 넘는 방안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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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큰 도움은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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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오가 되자 서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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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숨 좀 돌리죠? 점심 먹고 다시 모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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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오늘 점심에 뭐 나오는지 얘기하며 끼리끼리 식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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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오향장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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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냄새에 벌써부터 침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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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멍하니 회의장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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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뭘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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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냥 휴양지의 풍경이나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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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가운처럼 생긴 간소한 복장의 사막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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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손을 잡고 행복하게 웃는 어린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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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살 미만은 입장료가 공짜라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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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뜩이는 영감이 서란의 뇌리를 선명하게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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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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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당당하게 대욕탕 입구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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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비질을 하고 있던 사막거인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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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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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달래요! 저보고 먼저 목욕하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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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동생이 울고 있어서 달래고 계시는구나? 그래서 너는 먼저 목욕을 하러 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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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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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씩씩하구나. 어서 들어가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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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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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거대한 보폭으로 대욕탕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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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에 도착할 때까지 수많은 사막거인들과 마주쳤지만, 아무도 서란을 제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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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거인 어린이가 용암 목욕을 즐기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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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생장술을 통해 거인으로 변장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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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장술, 미궁언서들에게 배운 거대화 법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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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오래전에 배우기도 했고, 원체 쓸모가 없었던 탓에 여태까지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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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란의 키는 400m가 살짝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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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원래 신장은 137c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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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로만 따져도 약 300배, 부피로는 자그마치 2천7백만 배 증가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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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화 법술을 유지하기 위해 매 순간 천문학적인 법력이 소모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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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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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에게는 여의주보다 거대한 금단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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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에 도착한 서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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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한 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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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거인 남성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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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몇 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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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뻔뻔하게 10배 부풀려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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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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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앉아 있던 노인이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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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사백오십? 저 조그만한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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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를 보던 사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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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세요. 요즘 애들 치고 이 정도면 큰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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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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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구름조차 내려다보던 사막거인족이 어찌 이리도 쇠락했단 말이냐... 다 우리 탓이야... 우리 늙은이들이 선조를 뵐 면목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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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게 왜 아버지 탓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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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확실히 거인 중의 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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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앉은 상태로도 서란이 봤던 국경 수비대 병사들보다 한참이나 머리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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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사막거인족의 평균 신장이 세대를 거칠수록 점차 줄어드는 건 사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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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위로하던 사내가 서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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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나이가 사백오십이라고? 오백 살 미만은 입장료가 무료란다. 출입명부에 이름만 적으면 된단다. 이름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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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소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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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좋은 이름이지.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여자 탈의실이란다. 옷은 바구니 안에 넣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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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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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탈의실에 들어가서 훌렁훌렁 옷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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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옷은 식산대붕을 조종해서 잠깐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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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도로 가져다 놓을 테니 훔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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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의실을 벗어나자 곧바로 여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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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시뻘건 용암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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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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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발을 조심스레 용암에 담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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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기 수사라서 그런지 별로 안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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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안심하고 탕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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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적휘적 돌아다니며 발바닥에 신경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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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여기저기 디디던 중, 원하는 걸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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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용암 분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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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여태 꼭 쥐고 있던 왼 주먹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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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안에는 쌀알 크기의 흰색 물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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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불쥐의 털옷으로 싼 보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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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쥐의 털옷, 혹은 화완포라고도 부르는 이 의복은 화산에 산다는 불쥐의 가죽을 벗겨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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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쥐가 지닌 신묘함 덕분인지 화완포만 입고 있으면 범인조차 불 속을 자유로이 누빌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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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귀한 물건인지라 오죽문에도 몇 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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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보물이 갑자기 어디서 튀어 나왔느냐고 묻는다면 서란의 옷장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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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기에 성공한 기념으로 맞춤 제작한 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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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소유자인 서란은 재질이 부드러운 탓에 여태 잠옷으로만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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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입던 잠옷이 실은 보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동대륙에 재방문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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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선과 때문에 뱅크런 일으켰던 그때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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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에서 옷을 골라주던 이아금이 이건 잠옷이 아니라 불쥐의 털옷이라고 알려준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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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불쥐의 털옷이 빨간색이 아니고 흰색이냐는 서란의 항변은 의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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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인 불쥐 자체가 흰색이라는데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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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서는 안 그랬다는 소리를 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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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분출구 위에 선 채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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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는 시선이 없자, 조용히 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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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대화 법술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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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육체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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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이내 원래 신장까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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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자기 몸집의 두 배는 족히 될 법한 크기의 보따리 안에서 소검을 한 자루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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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작파의 원영기 수사, 금교월이 선물해 줬던 흑요석 소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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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용술을 사용하자 비검 법기의 일종인 흑요석 소검이 저절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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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손잡이를 붙잡고 있던 서란도 딸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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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거대한 용암 분출구 안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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