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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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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갔다.

국경에서 멀어질수록 모래는 점차 감소하고 바위와 자갈 등으로 이루어진 암석 사막이 나타났다.

광활한 선인장밭 사이로 마을이 하나 보였다.

서란이 말했다.

“마을이 있네요. 우회할까요?”

담청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막거인 몇몇이 우리를 인식했다. 이제 와서 부자연스럽게 굴어 봐야 득이 없을 터, 그냥 이대로 마을 위를 통과하자꾸나.”

“알겠습니다.”

식산대붕은 엄청난 속도로 마을을 지나쳤다.

서란은 그 와중에도 시야 공유 법술을 사용해서 지상을 관찰했다.

어른들은 농사를 짓고, 아이들은 뛰놀았다.

뭐든 거대하다는 점만 제외하면, 사막거인의 삶이라고 딱히 인간보다 특별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나마 눈에 띄는 건 초대형 농작물들이었다.

식용으로 보이는 선인장은 물론이고 직물의 원료나 약재로 추정되는 식물도 보였다.

하나같이 처음 보는 작물이었다.

서란은 문득 종자 욕심이 생겼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구해 볼 작정이었다.

지금 당장은 좀 바쁘니까.

얼마 뒤, 식산대붕은 무사히 이상현상의 근원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관천망기 연구소의 예측은 정확했다.

이상현상의 근원지는 화산이 맞았다.

다만 상상하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화산 지대를 전역에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

용솟음치는 용암 분수와 거대한 용암 호수.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사막거인 가족들.

서란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온천?”

온천수 대신 용암에 몸을 담근다는 점만 제외하면 전형적인 온천 휴양지의 광경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담청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 화산이 이상현상의 근원지 같구나.”

담청의 고사리손이 지목한 건 인근 건물들 중에서 특히나 규모가 웅장한 대욕탕이었다.

거대한 분화구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 건물이었다.

유명한 곳인지 방문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란은 확인차 연구소장에게 물었다.

“해석기관은 뭐래요? 저기가 맞대요?”

연구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분화구 아래쪽이 근원지라는군요.”

선임 연구원이 걱정스러운 심경을 토로했다.

“그런데 이제 어쩌죠? 이상현상을 해결하려면 분화구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웬 목욕탕이 떡하니 틀어막고 있잖아요.”

담청이 낙관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냥 거대인형에 탄 상태로 당당하게 들어가면 안되는 것이냐? 국경을 넘었을 때처럼 말이다. 여기까지 오면서 사막거인들이 한 번이라도 우리를 가로막은 적이 있더냐?”

과연, 연못에서 잉어 떼랑 헤엄치길 즐기시는 분답게 발상부터가 파격적이기 그지없었다.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살필 뿐 말을 아꼈다.

뭘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막막한 탓이었다.

서란이 어색한 분위기를 정리했다.

“일단 담청 님 말씀대로 해 보죠? 실패한다고 딱히 손해 보는 것도 아니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기대는 없었다.

어린애 만한 새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거랑 목욕탕에 드나드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사막거인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막을 게 분명했다.

식산대붕은 날개를 접고 지상에 착지했다.

그리고 뻔뻔한 걸음걸이로 대욕탕 입구로 향했다.

당연히 통하지 않았다.

입구를 쓸던 사막거인이 빗자루를 휘둘렀다.

“무슨 놈의 새가 이렇게 커? 훠이, 저리 가거라.”

식산대붕은 놀란 척 짹짹거리며 도망쳤다.

담청은 굉장히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저 사막거인은 유별나게 경계심이 강하구나. 내부까지만 들어갔다면 다 된 일이었는데...”

서란은 적당히 호응했다.

“그러게요, 안타깝네요.”

그러고는 대욕탕 안으로 몰래 들어갈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건물 자체는 천장 없이 벽으로만 이루어져 있었지만, 열기를 막기 위함인지 결계가 쳐져 있었다.

무조건 정문으로만 출입할 수 있는 구조였다.

관천망기 연구소 사람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이상현상을 해결할 방법은 여기까지 오는 길에 벌써 대여섯 개는 구상해 놓았다.

그런데 고작 용암 목욕탕 하나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다들 머리를 싸맨 채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잠입을 해도 걸리고, 결계를 뚫어도 걸린다.

담청은 오늘따라 유독 열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혼자서 열댓 개가 넘는 방안을 제언했다.

애석하게도 큰 도움은 안 됐다.

결국, 정오가 되자 서란이 말했다.

“잠깐 숨 좀 돌리죠? 점심 먹고 다시 모입시다.”

사람들은 오늘 점심에 뭐 나오는지 얘기하며 끼리끼리 식당으로 향했다.

참고로 오향장육이었다.

돼지고기 냄새에 벌써부터 침이 고였다.

서란은 멍하니 회의장에 앉아 있었다.

딱히 뭘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서 그랬다.

그래서 그냥 휴양지의 풍경이나 구경했다.

온천 가운처럼 생긴 간소한 복장의 사막거인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행복하게 웃는 어린아이.

500살 미만은 입장료가 공짜라는 문구.

번뜩이는 영감이 서란의 뇌리를 선명하게 핥았다.


서란은 당당하게 대욕탕 입구로 다가갔다.

아까부터 비질을 하고 있던 사막거인이 물었다.

“얘야,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동생 달래요! 저보고 먼저 목욕하래요!”

“아, 동생이 울고 있어서 달래고 계시는구나? 그래서 너는 먼저 목욕을 하러 왔고?”

“맞아요!”

“그래, 씩씩하구나. 어서 들어가 보렴.”

“네!”

서란은 거대한 보폭으로 대욕탕에 입장했다.

계산대에 도착할 때까지 수많은 사막거인들과 마주쳤지만, 아무도 서란을 제지하지 않았다.

사막거인 어린이가 용암 목욕을 즐기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서란은 생장술을 통해 거인으로 변장한 상태였다.

생장술, 미궁언서들에게 배운 거대화 법술이었다.

하도 오래전에 배우기도 했고, 원체 쓸모가 없었던 탓에 여태까지 잊고 있었다.

현재 서란의 키는 400m가 살짝 넘었다.

참고로 원래 신장은 137cm였다.

높이로만 따져도 약 300배, 부피로는 자그마치 2천7백만 배 증가한 수준이었다.

거대화 법술을 유지하기 위해 매 순간 천문학적인 법력이 소모되는 중이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서란에게는 여의주보다 거대한 금단이 있으니까.

계산대에 도착한 서란이 말했다.

“어린이 한 명이요!”

사막거인 남성이 말했다.

“나이가 몇 살이니?”

서란은 뻔뻔하게 10배 부풀려서 대답했다.

“450살이에요!”

근처에 앉아 있던 노인이 경악했다.

“뭐라고?! 사백오십? 저 조그만한 아이가?”

계산대를 보던 사내가 말했다.

“아버지,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세요. 요즘 애들 치고 이 정도면 큰 편이에요.”

노인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흘러가는 구름조차 내려다보던 사막거인족이 어찌 이리도 쇠락했단 말이냐... 다 우리 탓이야... 우리 늙은이들이 선조를 뵐 면목이 없어...”

“아버지, 그게 왜 아버지 탓이에요.”

노인은 확실히 거인 중의 거인이었다.

바닥에 앉은 상태로도 서란이 봤던 국경 수비대 병사들보다 한참이나 머리가 높았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사막거인족의 평균 신장이 세대를 거칠수록 점차 줄어드는 건 사실 같았다.

아버지를 위로하던 사내가 서란에게 말했다.

“아, 그래! 나이가 사백오십이라고? 오백 살 미만은 입장료가 무료란다. 출입명부에 이름만 적으면 된단다. 이름이 뭐니?”

“저는 소소라고 해요!”

“소소, 좋은 이름이지.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여자 탈의실이란다. 옷은 바구니 안에 넣으렴.”

“네!”

서란은 탈의실에 들어가서 훌렁훌렁 옷을 벗었다.

참고로 옷은 식산대붕을 조종해서 잠깐 빌렸다.

나중에 도로 가져다 놓을 테니 훔친 건 아니었다.

탈의실을 벗어나자 곧바로 여탕이 나왔다.

곳곳에서 시뻘건 용암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정말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한쪽 발을 조심스레 용암에 담궜다.

원영기 수사라서 그런지 별로 안 뜨거웠다.

서란은 안심하고 탕에 들어갔다.

휘적휘적 돌아다니며 발바닥에 신경을 집중했다.

바닥을 여기저기 디디던 중, 원하는 걸 찾아냈다.

바로 용암 분출구였다.

서란은 여태 꼭 쥐고 있던 왼 주먹을 폈다.

주먹 안에는 쌀알 크기의 흰색 물체가 있었다.

정확히는 불쥐의 털옷으로 싼 보따리였다.

불쥐의 털옷, 혹은 화완포라고도 부르는 이 의복은 화산에 산다는 불쥐의 가죽을 벗겨서 만들었다.

불쥐가 지닌 신묘함 덕분인지 화완포만 입고 있으면 범인조차 불 속을 자유로이 누빌 수 있다고 한다.

꽤나 귀한 물건인지라 오죽문에도 몇 벌 없었다.

그런 보물이 갑자기 어디서 튀어 나왔느냐고 묻는다면 서란의 옷장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축기에 성공한 기념으로 맞춤 제작한 옷이었다.

정작 소유자인 서란은 재질이 부드러운 탓에 여태 잠옷으로만 알고 있었다.

편하게 입던 잠옷이 실은 보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동대륙에 재방문할 때였다.

목선과 때문에 뱅크런 일으켰던 그때가 맞다.

옷장에서 옷을 골라주던 이아금이 이건 잠옷이 아니라 불쥐의 털옷이라고 알려준 덕분이었다.

어째서 불쥐의 털옷이 빨간색이 아니고 흰색이냐는 서란의 항변은 의미가 없었다.

원재료인 불쥐 자체가 흰색이라는데 어쩌겠는가.

만화에서는 안 그랬다는 소리를 할 수도 없고.

서란은 분출구 위에 선 채 눈치를 살폈다.

지켜보는 시선이 없자, 조용히 잠수했다.

그리고 거대화 법술을 풀었다.

거대한 육체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러다 이내 원래 신장까지 돌아왔다.

서란은 자기 몸집의 두 배는 족히 될 법한 크기의 보따리 안에서 소검을 한 자루 꺼냈다.

금작파의 원영기 수사, 금교월이 선물해 줬던 흑요석 소검이었다.

법용술을 사용하자 비검 법기의 일종인 흑요석 소검이 저절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손잡이를 붙잡고 있던 서란도 딸려 갔다.

서란은 거대한 용암 분출구 안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