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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재료를 구하려고 지저 세계에 방문했다가 졸지에 두더지 연애 상담사가 된 서란과 이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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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무사히 오죽문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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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석연화는 안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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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기를 살피던 법기 장인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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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고장이 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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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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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겁을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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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기 장인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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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좀 이상하군요. 석연화는 벼락 맞은 기암괴석을 통째로 깎아서 만든 법기입니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뇌영기에 대한 저항력으로는 따라올 물건이 없다는 뜻이죠. 아무리 천겁을 맞았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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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많이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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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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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법기 장인은 절반쯤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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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못할 뿐이지, 분명히 뭔 짓을 저질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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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법기를 고장 낸 이들은 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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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기라는 건 기본적으로 수백 년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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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삼십 년 쓴 석연화가 천겁 좀 얻어맞았다고 망가지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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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안 되는 행위를 했거나, 해야할 관리를 안 했거나 둘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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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서란은 두 경우 모두 해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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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비행 법기를 담수와 염수에 푹 담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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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고사하고, 자동차한테도 이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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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차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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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을급 법기 석연화는 견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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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나중에는 심해에 처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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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타려고 만든 선박도 이 정도 깊이에 들어갔다 나오면 사실상 침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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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 관광 이후에도 석연화는 멀쩡히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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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가 살아 있었다면 굉장히 보람찼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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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튼튼한 법기를 내가 만들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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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마침내 법기로써 수명이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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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주인 곁에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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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했던 석연화의 여정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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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현실은 법기 장인의 상상을 초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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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껏해야 관리 부실을 떠올릴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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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술사의 상식에서는 그 정도가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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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기 장인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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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수리가 힘들 것 같습니다. 외부만 멀쩡하고, 내부는 엉망이군요. 게다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법기의 핵까지 찌그러져 있습니다. 핵만 멀쩡했다면 금방 복구할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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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핵을 찌그러트린 범인도 서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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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수리를 해 봤는데, 생각처럼 잘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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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토전해경은 만능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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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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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고치면 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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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석연화는 기념품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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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기능이 응답 없음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축소 기능은 멀쩡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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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상자를 닫은 뒤, 미련 없이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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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인형을 제작하려던 차였는데 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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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법기가 없으면 인형을 타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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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인형술사에게는 손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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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들 인형의 테마는 ‘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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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을 제작하기에 앞서 필요한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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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자문 위원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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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을 나누는 건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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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였다면 떠올리지 못했을 참신한 발상도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가능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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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친구끼리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인형을 만들면 심심할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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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머릿속 친구 명단을 뒤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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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 휴가 다 쓰고 일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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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혜문, 여름 방학 시작하려면 한참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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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 도대체 어디서 뭘 하는지 소식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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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인간 친구가 바닥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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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으로 협소한 사회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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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친구는 이종족 친구도 있으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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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서, 지저 세계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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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암서, 마찬가지로 지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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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 줄기, 동대륙 대수림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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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매우 높은 확률로 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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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즉시 중정 연못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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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같이 인형 만드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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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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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연못 안쪽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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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통통하게 오른 잉어들만이 헤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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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하도 먹이를 많이 줘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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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하녀가 지나가기에 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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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담청 님 어디 가셨는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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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가 공손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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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용녀님이요? 대연무장으로 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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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연무장? 거기는 갑자기 왜 가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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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공놀이 하러 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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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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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갑자기 웬 공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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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꼬마들이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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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잉어 떼랑 노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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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궁금해서 안 가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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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곧장 대연무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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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급 법기 석연화는 이제 없지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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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대신 튼튼한 두 다리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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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한줄기의 바람처럼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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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형 결계를 둘러 공기의 저항도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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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지법이 별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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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까지는 금방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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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연무장 담장 너머에서 애들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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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담벼락 위로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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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채 두 개를 골대랍시고 세워 놓은 채, 열 살 정도 된 아이들이 뛰노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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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종이로 만든 종이공이 연신 하늘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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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사슴뿔이 삐쭉 솟은 소녀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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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정말로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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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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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담청에게 패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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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의 깔끔한 가슴 트래핑과 현란한 드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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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장 골대를 향해서 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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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종이공이 웬만한 어른 머리보다도 높이 위치한 잠자리채 그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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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을 발로 차서 농구 골대에 넣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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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공놀이 치고는 다소 어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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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 자녀들이라 그런지 운동 신경들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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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아이들을 보며, 서란은 크게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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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그 담청이 제 발로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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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혼자 걷는 것도 영 서툴러서 누가 옆에서 손을 잡아 줘야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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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는 공놀이도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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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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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성장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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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보니까 격렬한 몸싸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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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꼬마애 하나를 못 이길 리는 없으니, 공 차느라 바쁜 와중에도 힘조절을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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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위틈에 뿔 끼우던 그 담청이 맞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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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대견함을 느끼고 있을 때, 또 다시 담청에게 패스가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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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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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맡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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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헤딩을 하기 위해서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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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뿔이 그대로 종이공을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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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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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도 방금 담청에게 내린 평가를 재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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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히도, 한 아이가 이렇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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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녀님, 걱정하지 마세요! 공 하나 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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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대연무장에 웃음꽃이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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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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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토록 즐거워하는 담청을 방해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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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음 한 켠이 허전한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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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하늘을 바라보며 속으로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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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인형을 탐미할 자, 어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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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개를 내리다, 한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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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낯익은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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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보다 소녀가 먼저 상대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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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류 수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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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들었더니 서란도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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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글방에서 만났던 인형술 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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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인형술 꿈나무, 장선화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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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맞아요! 저번에는 미처 말씀 못 드렸는데, 제 이름은 장선화라고 해요! 어, 그리고... 책 요즘에도 잘 보고 있어요! 사랑은 잘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또... 아, 저 영근이 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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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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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 영안술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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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근을 살필 때, 허접들은 진맥이 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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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원영기쯤 되면 눈으로만 봐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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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영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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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도 신이 나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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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목영근이에요! 근데 목영근자도 인형술 할 수 있어요? 입문서는 안 적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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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최대한 침착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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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혹시. 혹시 나랑 같이 인형 만들러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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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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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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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인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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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는 일단 대연무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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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큰 소리로 동생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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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딸 딸 딸 아들 아들 딸 중 차녀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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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 왜 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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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네 점심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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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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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가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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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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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하지 말고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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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는 동생을 한 대 쥐어박고는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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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나라, 서란의 인형 공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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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장선화를 업은 채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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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는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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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관점에 따라서는 비행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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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목적지까지 일직선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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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낭떠러지를 만나면 힘차게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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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비상하는 매처럼 하늘로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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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날개가 없던 둘은 쏜살같이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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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지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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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란은 다 계획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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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정토법력에 대지가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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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는 부드럽게 두 사람을 받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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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의 충격은 장선화에게까지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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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을 흡수하면서 속도가 죽었지만 문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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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대지가 두 사람을 힘껏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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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한 번으로 산봉우리를 뛰어넘는 신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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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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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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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 특유의 맑은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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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속도를 낼수록 장선화는 더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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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 내부가 아이 웃는 소리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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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저택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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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하녀를 시켜서 장선화의 집에 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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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라진 딸 때문에 걱정하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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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인형 공방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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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더미처럼 쌓인 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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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지저 세계에서 주문한 인형 재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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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비를 왕창 냈더니 순식간에 배송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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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가 몽롱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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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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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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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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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공방의 문이 굳게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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