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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예복을 차려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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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윗도리와 바지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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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추가로 긴 치마도 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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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장포를 걸치고 허리를 묶으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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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오죽문의 고위계 수사 예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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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감을 풍족하게 사용한 호화로운 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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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렁치렁한 소매와 옷자락만 봐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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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옷은 절대로 혼자 못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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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시중드는 사람도 몇 명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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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위계 질서가 철저한 종속 관계는 아니고, 영석을 대가로 하는 고용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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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그 일당을 문파 재정으로 지원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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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옷차림으로 낯선 공간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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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 위치한 정원, 그걸 둘러싼 갖가지 건물들, 넓은 부지와 사람 키보다 큰 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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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하지만 저택이라고 부를 정도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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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근대 귀족 입장에서나 그렇고, 서란에게는 난감할 정도로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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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손님만을 위한 건물도 따로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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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녀 담청과 유학생 금영영이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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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식사도 셋이 같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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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금영영은 곧장 수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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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담청은 글방을 견학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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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를 읽어서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인간의 삶이 궁금해진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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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도 일정 때문에 나가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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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은 결단 의식에 미래를 걸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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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수도문파 본부가 위치한 산맥의 방어를 절반쯤 포기하는 초강수까지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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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세력이라도 이번 의식을 방해하면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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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수도문파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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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선 관계를 맺은 문파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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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적대 관계인 문파들만 연일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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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스무 살? 결단은 소꿉놀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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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간절해도 그렇지, 이런 무리수를 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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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손실을 복구하는데 수백 년도 더 걸리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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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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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실패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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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성공하면 우리 진짜 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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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신명이시여, 이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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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당일, 짧은 문구가 서대륙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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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에 결단기 수사 탄생, 나이는 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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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나라 인근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인접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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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륙 끝에 위치한 군소 수도문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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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바다 건너 다른 대륙에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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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했다면 무리수가 아니라 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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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죽음을 무릅쓴 도약은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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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린 결과, 천운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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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은 반드시 승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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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도문파의 비승이란 천지개벽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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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륙은 필연적으로 혼란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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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문파의 수뇌부들은 고민이 부쩍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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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금작파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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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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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죽문과 금작파는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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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비전 공법서까지 바꿔 읽는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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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기 수사 금중패는 토속성 공법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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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수련에만 몰두하는 원영기 수사들과 달리 그는 한평생 남을 가르치는 학자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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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재 및 기술 교류의 일환으로 서란에게 금작파의 공법을 전수하기 위해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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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개인 교습 이전에 잠시 한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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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수사는 잘 지내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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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씨가 같길래 혹시나 싶었던 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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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두 분은 서로 어떤 관계이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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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는 증손녀뻘이 되는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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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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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끄덕이던 서란이 문뜩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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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온 사절단 총책임자도 친척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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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증손녀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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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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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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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친목을 다지고 수업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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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기란 육체의 초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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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은 크게 세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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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형성, 불괴지체, 만독불침이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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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전에 형성된 금단은 중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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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이란 막대한 영기를 끌어당겨 정순한 법력으로 바꾸는 인력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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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결단기 수사는 본인의 재량이 허락하는 한 마르지 않는 법력을 휘두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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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괴지체란 강인한 생명력에 대한 비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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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기 수사는 영혼과 금단만 무사하면 불사신에 가까운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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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재생되고, 호흡과 식사, 수면조차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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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서란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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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팔다리가 잘려도 다시 자라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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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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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조금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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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특징은 바로 만독불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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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한 소우주에는 삿된 기운이 침범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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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 마기, 사기 및 저주에 내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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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다시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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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요괴나 마도공법을 익힌 수도자, 사악한 귀신, 저주술사는 도대체 뭘 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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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중패가 여상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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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죽어야지요. 아니면 열심히 도망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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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진도는 빠르게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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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배울 공법의 이름은 ‘거산요지선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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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산을 들고 땅을 뒤흔든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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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공법을 대성하면 법력 한 줌으로 엄청난 위력을 낼 수 있다고 명성만 자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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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만 자자한 이유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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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대성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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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은 정말 쉽지만 대성은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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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산요지선공을 익힌 결단기 수사 대부분은 끝내 공법을 대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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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들어보면 하자 있는 공법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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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괜히 금작파의 비전 공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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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거산요지선공은 경지 상승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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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빠른지 공법 대성보다 먼저 원영기에 도달한 수도자가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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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 숙련도가 경지 상승을 못 따라가서 생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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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대성하지 못해도 충분히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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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은 건 후반부 학습 난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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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입문하면 중반부까지는 금방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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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입문, 빠른 성장, 압도적인 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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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별다른 부작용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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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마도공법을 불쏘시개로 만드는 이기적인 공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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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세상 모든 수도자를 거북이로 만드는 서란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공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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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서란은 다시 예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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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배운 거산요지선공에도 꽤나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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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금중패는 확실히 우수한 교육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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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파의 미래인 류서란을 온전히 외부인에게만 맡기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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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죽문에서도 따로 선생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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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문파에 네 명뿐인 원영기 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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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공법 속성은 다르지만 원영기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도움을 제공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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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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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부터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작은 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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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벌써 도착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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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건너편에서 어떤 사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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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류서란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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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공손하게 인사하자 금방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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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주 잘 알지. 솔직히 오죽문에 자네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일단 거기 앉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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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그렇게 말한 뒤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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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앉아서 기다리자 서책을 잔뜩 품에 안은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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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더미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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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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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 목소리를 듣고 뭐 떠오르는 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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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가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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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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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곰곰이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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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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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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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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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하긴 내 목소리가 특색 없기는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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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책더미를 탁자에 툭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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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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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오래된 기억이 수면 위로 튀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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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여 수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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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여 수사라고 부르라던 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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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축기기 문턱에서 깨달음 문제로 고생하고 있을 때, 홀연히 나타나서 조언을 건넨 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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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의자에서 튕기듯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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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허리를 직각으로 접어서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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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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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무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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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잊어버리진 않았나 보군. 그러고 보니 그게 도대체 언제였지? 사 년? 오 년? 대충 그 정도 됐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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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기기에 도달한 이후 서란은 여무진을 찾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노력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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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성원 명부를 아무리 뒤져봐도 여무진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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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방문객이었나 싶어서 인상착의와 함께 수소문을 해봤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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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랜 시간이 흐르고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어버리고 있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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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못 찾는 것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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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원영기 수사의 인적 사항은 극비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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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서란에게 여무진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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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그때 준 죽순은 잘 먹었나? 설마 냅다 버리지는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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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즉시 기억을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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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죽순을 먹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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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밥으로? 아니면 다른 요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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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버리지는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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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먹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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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튀는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여무진은 장난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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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습니다? 정말로 먹은 게 확실한가? 까마득한 어른 앞에서 거짓말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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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못한 상황에서 은인을 만나 바짝 긴장한 서란이 정신을 차린 건 한참이 지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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