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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서둘러 오죽문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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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석연화가 더 느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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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마음이 급해서 그리 느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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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계를 통과한 뒤, 바로 이아금의 거처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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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영근보유자가 오죽문에 처음 입문하면 기본적으로 숙소에서 단체 생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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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나이가 들거나, 축기에 성공하거나, 혼인을 하면 적당한 거처를 마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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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도 축기기 수사가 되자마자 독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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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집 앞에서 오도카니 선 채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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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를 잡았다가 다시 놓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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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밥 먹자고 약속한 뒤, 삼 개월 동안 잠적했다가 돌아온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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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라고 사과해야 할지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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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머리를 싸맨 채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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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인지 다행인지, 고민은 금방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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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등뒤에서 이아금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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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여기서 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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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잠겨 있던 서란이 화들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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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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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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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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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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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한참을 우물거리다가 간신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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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같이 식사하자고 약속 해 놓고 까먹어서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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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흔쾌히 서란을 용서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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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한 번 봐 줄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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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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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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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화가 좀 났었는데, 괜찮아졌어. 언니가 워낙 바빠야지. 나도 약당 업무로 바쁠 때는 약속 같은 거 가끔씩 까먹고 그래. 사람이 정신 없으면 그럴 수도 있지. 언니가 나 골려 주려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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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맞아. 진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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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렇게 눈치 보면서 전전긍긍할 필요 없어. 춥다, 들어가자. 내가 전골 만들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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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잉, 아금아 고마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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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서란의 필살 애교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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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재빨리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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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에 홀로 남겨진 서란은 쓸쓸함을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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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마음이 너무나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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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골 요리는 따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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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무릎을 베고 누운 채로 이아금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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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그런데 뭐 하다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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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작파에 가서 원영기 공법을 배우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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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부터는 집에서 수련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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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다시 나갈 거야. 필요한 게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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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어디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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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귤을 까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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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 세계, 인형 재료 좀 구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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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까준 귤을 받아먹으며 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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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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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년 봄에 출발할 거야. 어인교단에 얼굴도 비추고, 소설도 출판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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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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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런데 그게 왜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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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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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나도 한번 가 볼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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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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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 세계에? 약당 업무는 어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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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휴가 많아. 이참에 다 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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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아금이 일행으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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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결성된 단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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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담청과 호혜문은 참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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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용신답게 순례객을 응대해야 했고, 호혜문도 신학기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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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문득 친구 금영영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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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고는 들었는데, 당최 뭘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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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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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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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이아금은 단 둘이서 오죽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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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계를 벗어난 두 사람은 동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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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나룻배, 서란은 석연화에 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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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 이아금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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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그 석연화... 조금 느려진 것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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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잘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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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뭔가 이상해. 저 혼자 막 덜덜거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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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딱히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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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나중에 점검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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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괜히 불안해서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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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말고, 내 나룻배 같이 타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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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타면 느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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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것보다는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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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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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안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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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확히 일각(15분) 뒤에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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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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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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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시무룩한 얼굴로 나룻배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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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으로 망가진 석연화를 꼭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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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언니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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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언니. 비행 법기는 또 구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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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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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화신기 수사가 되면 비행 법기 없이도 날아다닐 수 있잖아. 그만 기분 풀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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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애써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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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맞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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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쭈굴쭈굴한 표정은 펴질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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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망가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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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번에 천겁 맞은 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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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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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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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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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아진 석연화를 품 속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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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회복 탄력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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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애써 밝은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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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랜만에 친구 얼굴 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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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지저 세계 입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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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걷고 있자니, 이아금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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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그런데 요괴랑 요수는 뭐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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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몰라? 외출증 발급 시험에 나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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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은 출제율 낮아서 안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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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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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만점으로 통과한 이 몸이 알려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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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을 지닌 생물은 크게 세 종류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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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 영목과 함께 영물에 속하는 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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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언서나 어인족 같은 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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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요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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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류 기준은 그다지 엄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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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의미의 요괴란, 요기 및 사기 등에서 자연발생한 생식 능력이 없는 존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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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넓은 의미의 요괴란,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사악한 존재를 모두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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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뚜렷한 정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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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언서들의 천적인 흑린역류혈사는 요기나 사기에서 자연발생하지 않았고, 생식 능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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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협의의 관점에서는 요수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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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광의의 관점에서는 엄연히 요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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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두면 다른 종족을 몽땅 잡아먹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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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공법 익힌 수도자가 사람들을 학살하고 다녀도 당연히 요괴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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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를 어지럽히는 도적떼도 반쯤 요괴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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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중심을 틀어막은 채 난동을 부리는 독안룡 역시 영물이 아니라 요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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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수선계가 합의한 요괴의 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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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수와 영수의 구분은 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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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있어 보이면 영수고, 나머지는 전부 요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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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바로 용족인 담청은 영물이라고 칭하면서, 미궁언서나 어인족은 요수라고 부르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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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강의를 마치자 이아금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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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모조리 요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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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회적 합의라고 표현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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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언서나 어인족이 뭐라고 불평 안 해? 자기들도 영물로 분류해 달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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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불만 없던데? 어차피 수도자도 비슷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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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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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도 요수로 분류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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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따지자면 그렇지. 사람도 동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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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한창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미궁언서 한 마리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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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서가 양팔을 벌리며 반갑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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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수사,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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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도 같은 자세로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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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만나서 반가워! 인사해, 이쪽은 내 동생 이아금! 아금아, 이 미궁언서는 토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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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주춤주춤 양팔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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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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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도 반갑네. 편지에 적힌 대로 딱 맞춰서 왔군. 아무튼, 따라오게. 내가 동굴 버섯 만찬을 예약해 놨다네.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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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을 떠나기 전, 서란은 인면조 우편국을 통해서 빠른 등기를 하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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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요금을 지불한 대가로 바람처럼 날아간 인면조는 무사히 토토서에게 편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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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미리미리 예약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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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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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겠다. 빨리 가자, 아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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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수도자와 한 마리의 미궁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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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곧장 지저 세계로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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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자 무리에게 둘러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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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너도나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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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님, 수직갱도파와 수평갱도파 중 어느 파벌을 지지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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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저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수직갱도파의 독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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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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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수평갱도파에게 호의적인 발언을 종종 하셨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수평갱도파를 지지할 생각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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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임마! 너 누구야! 제보는 무슨,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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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제보가 들어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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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제보자 이름 말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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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 줄 수 없다! 나는 기자로서 제보자의 신변을 비밀로 할 의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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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익명의 제보자는 제보자도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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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제보자 같은 소리! 분명히 날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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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해,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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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놔! 자신 있으면 쳐 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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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서 수사 반장! 해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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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 세계의 영웅이 그렇게 편파적인 발언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 공인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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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얼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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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해명을 위한 자리가 필요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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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한다는 건 의혹을 인정하겠다는 뜻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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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 수사 반장 옆에 수도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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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수도자들과 어울린다니! 수직갱도파를 향한 지지 선언과 다를 바 없지! 조수, 빨리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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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수도자들과는 무슨 관계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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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사람! 류서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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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류서란?! 흑린역류혈사를 퇴치한 영웅이자, 명예 미궁언서인 그 류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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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이다! 빨리 호외를 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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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 어서 인쇄소로 뛰어라! 제목은 ‘다시 뭉친 지저 세계의 영웅들, 의도는 수직갱도파를 위한 지원 사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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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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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그러고도 기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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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 없는 진실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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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 저 놈 잡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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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 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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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내 발!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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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서와 서란을 향해 시끄럽게 소리치던 기자들이 자기들끼리 다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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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혼란을 틈타서 재빨리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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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끌벅적한 추격전 끝에 요정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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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기자들도 안쪽까지 따라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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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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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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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쁜 숨을 몰아쉬던 토토서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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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즘이 마침 선거철이라 그렇다네. 그나저나 나한테까지 기자들이 붙다니, 공직자 윤리를 뭘로 아는 건지. 나한테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킬 의무가 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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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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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조용한 편이지. 우리가 영웅이 된 이십 년 전에는 더 치열했다네. 자네는 지상에 있어서 몰랐겠지만 말이야. 뭐, 선거라는 게 다 그런 법이지. 싸우고 떠들다 보면 뭐라도 결과가 나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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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기가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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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더 치열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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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지, 일상. 후우우, 이제 좀 살겠군. 간만에 뛰었더니 배고프네, 이만 동굴 버섯을 먹으러 가지. 이 건물 삼층이야. 그러고 보니, 최상급 석재와 금속을 찾고 있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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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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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금속과 석재. 하마터면 잊을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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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서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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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아, 나는 채굴 본부에 친구들이 많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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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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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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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박장대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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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토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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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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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뭘 이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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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감탄사를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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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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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동굴 버섯 풀코스는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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