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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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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서둘러 오죽문으로 돌아갔다.

오늘따라 석연화가 더 느린 것 같았다.

아무래도 마음이 급해서 그리 느끼는 듯했다.

대결계를 통과한 뒤, 바로 이아금의 거처로 갔다.

어린 영근보유자가 오죽문에 처음 입문하면 기본적으로 숙소에서 단체 생활을 한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거나, 축기에 성공하거나, 혼인을 하면 적당한 거처를 마련해 준다.

이아금도 축기기 수사가 되자마자 독립했다.

서란은 집 앞에서 오도카니 선 채 망설였다.

문고리를 잡았다가 다시 놓기를 반복했다.

같이 밥 먹자고 약속한 뒤, 삼 개월 동안 잠적했다가 돌아온 상황이었다.

도대체 뭐라고 사과해야 할지 의문이었다.

서란은 머리를 싸맨 채 고민하기 시작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고민은 금방 끝났다.

서란의 등뒤에서 이아금이 물었다.

“언니, 여기서 뭐 해?”

생각에 잠겨 있던 서란이 화들짝 놀랐다.

“아, 아금아!”

“왜 그렇게 놀라?”

“그게...”

“그게?”

서란은 한참을 우물거리다가 간신히 말했다.

“저번에 같이 식사하자고 약속 해 놓고 까먹어서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아금은 흔쾌히 서란을 용서해줬다.

“알았어, 한 번 봐 줄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서란이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화 안 내?”

“그때는 화가 좀 났었는데, 괜찮아졌어. 언니가 워낙 바빠야지. 나도 약당 업무로 바쁠 때는 약속 같은 거 가끔씩 까먹고 그래. 사람이 정신 없으면 그럴 수도 있지. 언니가 나 골려 주려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그치?”

“응, 맞아. 진짜 미안해.”

“그러니까 그렇게 눈치 보면서 전전긍긍할 필요 없어. 춥다, 들어가자. 내가 전골 만들어 줄게.”

“이잉, 아금아 고마웡!”

이아금은 서란의 필살 애교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그리고 재빨리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눈밭에 홀로 남겨진 서란은 쓸쓸함을 곱씹었다.

상처받은 마음이 너무나 시렸다.

그래도 전골 요리는 따듯했다.

서란의 무릎을 베고 누운 채로 이아금이 물었다.

“언니, 그런데 뭐 하다 온 거야?”

“금작파에 가서 원영기 공법을 배우고 왔어.”

“그러면 이제부터는 집에서 수련만 하면 돼?”

“아니, 다시 나갈 거야. 필요한 게 있거든.”

“이번에는 어디 가는데?”

서란이 귤을 까며 대답했다.

“지저 세계, 인형 재료 좀 구하려고.”

이아금이 까준 귤을 받아먹으며 또 물었다.

“바로 가?”

“아니, 내년 봄에 출발할 거야. 어인교단에 얼굴도 비추고, 소설도 출판해야 하니까.”

“봄이란 말이지?”

“응, 그런데 그게 왜 궁금해?”

이아금이 말했다.

“뭐, 나도 한번 가 볼까 싶어서...”

서란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지저 세계에? 약당 업무는 어쩌고?”

“나 휴가 많아. 이참에 다 쓰지 뭐.”

그렇게 이아금이 일행으로 합류했다.

갑작스럽게 결성된 단체 여행.

아쉽게도 담청과 호혜문은 참가하지 못했다.

담청은 용신답게 순례객을 응대해야 했고, 호혜문도 신학기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서란은 문득 친구 금영영을 떠올렸다.

바쁘다고는 들었는데, 당최 뭘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윽고 봄이 찾아왔다.

서란과 이아금은 단 둘이서 오죽문을 나섰다.

대결계를 벗어난 두 사람은 동쪽으로 향했다.

이아금은 나룻배, 서란은 석연화에 탄 상태였다.

도중에 이아금이 물었다.

“언니, 그 석연화... 조금 느려진 것 같지 않아?”

“난 잘 모르겠는데?”

“아니야, 뭔가 이상해. 저 혼자 막 덜덜거리잖아.”

서란은 딱히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가? 나중에 점검하지 뭐.”

이아금은 괜히 불안해서 권유했다.

“그러지 말고, 내 나룻배 같이 타고 가자.”

“둘이 타면 느리잖아.”

“위험한 것보다는 낫지.”

서란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괜찮아, 안 죽어.”

그리고 정확히 일각(15분) 뒤에 추락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서란은 시무룩한 얼굴로 나룻배에서 내렸다.

두 손으로 망가진 석연화를 꼭 쥐고 있었다.

이아금이 언니를 위로했다.

“괜찮아, 언니. 비행 법기는 또 구하면 되지.”

“이거 을급...”

“어차피 화신기 수사가 되면 비행 법기 없이도 날아다닐 수 있잖아. 그만 기분 풀어, 응?”

서란은 애써 대답했다.

“그래, 맞는 말이야...”

하지만 쭈굴쭈굴한 표정은 펴질 줄을 몰랐다.

도대체 왜 망가진 거지?

혹시 저번에 천겁 맞은 거 때문에?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일리가 있었다.

서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작아진 석연화를 품 속에 넣었다.

놀라운 회복 탄력성이었다.

서란은 애써 밝은 얼굴로 말했다.

“자, 오랜만에 친구 얼굴 좀 볼까?”

두 사람은 지저 세계 입구로 향했다.

묵묵히 걷고 있자니, 이아금이 물었다.

“언니, 그런데 요괴랑 요수는 뭐가 달라?”

“정말로 몰라? 외출증 발급 시험에 나오잖아.”

“그 부분은 출제율 낮아서 안 봤어.”

서란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좋아, 만점으로 통과한 이 몸이 알려 주지.”

영성을 지닌 생물은 크게 세 종류로 분류된다.

영초, 영목과 함께 영물에 속하는 영수.

미궁언서나 어인족 같은 요수.

마지막으로 요괴.

하지만 분류 기준은 그다지 엄격하지 않았다.

좁은 의미의 요괴란, 요기 및 사기 등에서 자연발생한 생식 능력이 없는 존재를 말한다.

반면에 넓은 의미의 요괴란,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사악한 존재를 모두 일컫는 말이다.

결국 뚜렷한 정답은 없었다.

미궁언서들의 천적인 흑린역류혈사는 요기나 사기에서 자연발생하지 않았고, 생식 능력도 있었다.

그렇기에 협의의 관점에서는 요수에 속한다.

하지만 광의의 관점에서는 엄연히 요괴였다.

살려두면 다른 종족을 몽땅 잡아먹기 때문이다.

마도공법 익힌 수도자가 사람들을 학살하고 다녀도 당연히 요괴로 분류된다.

속세를 어지럽히는 도적떼도 반쯤 요괴로 친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중심을 틀어막은 채 난동을 부리는 독안룡 역시 영물이 아니라 요괴였다.

이게 수선계가 합의한 요괴의 정의였다.

요수와 영수의 구분은 더 간단했다.

뭔가 있어 보이면 영수고, 나머지는 전부 요수다.

그게 바로 용족인 담청은 영물이라고 칭하면서, 미궁언서나 어인족은 요수라고 부르는 이유였다.

서란이 강의를 마치자 이아금이 말했다.

“자기들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모조리 요괴야?”

“아름다운 사회적 합의라고 표현해 줄래?”

“미궁언서나 어인족이 뭐라고 불평 안 해? 자기들도 영물로 분류해 달라거나.”

“딱히 불만 없던데? 어차피 수도자도 비슷하고.”

이아금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수도자도 요수로 분류된다고?”

“굳이 따지자면 그렇지. 사람도 동물이니까.”

이아금이 한창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미궁언서 한 마리가 다가왔다.

토토서가 양팔을 벌리며 반갑게 인사했다.

“류 수사, 오랜만이야!”

서란도 같은 자세로 인사했다.

“나도 만나서 반가워! 인사해, 이쪽은 내 동생 이아금! 아금아, 이 미궁언서는 토토서야!”

이아금은 주춤주춤 양팔을 벌렸다.

“바, 반갑습니다...”

“그래, 나도 반갑네. 편지에 적힌 대로 딱 맞춰서 왔군. 아무튼, 따라오게. 내가 동굴 버섯 만찬을 예약해 놨다네.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곳이야.”

오죽문을 떠나기 전, 서란은 인면조 우편국을 통해서 빠른 등기를 하나 보냈다.

추가 요금을 지불한 대가로 바람처럼 날아간 인면조는 무사히 토토서에게 편지를 전달했다.

덕분에 미리미리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서란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맛있겠다. 빨리 가자, 아금아.”

두 명의 수도자와 한 마리의 미궁언서.

일행은 곧장 지저 세계로 입장했다.

그리고 기자 무리에게 둘러싸였다.

기자들이 너도나도 외쳤다.

“반장님, 수직갱도파와 수평갱도파 중 어느 파벌을 지지하십니까?!”

“현재 지저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수직갱도파의 독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마디만 해주세요!”

“평소 수평갱도파에게 호의적인 발언을 종종 하셨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수평갱도파를 지지할 생각이십니까?”

“야, 임마! 너 누구야! 제보는 무슨, 제보!”

“아무튼 제보가 들어왔다고!”

“그러면 제보자 이름 말해 봐!”

“알려 줄 수 없다! 나는 기자로서 제보자의 신변을 비밀로 할 의무가 있어!”

“맞아, 익명의 제보자는 제보자도 아니냐?!”

“익명의 제보자 같은 소리! 분명히 날조겠지!”

“뭐 해, 말려!”

“이거, 놔! 자신 있으면 쳐 보던가!”

“토토서 수사 반장! 해명해 주세요!”

“지저 세계의 영웅이 그렇게 편파적인 발언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 공인이잖아요!”

“너 얼굴 봤어!”

“혹시 해명을 위한 자리가 필요하십니까?!”

“침묵한다는 건 의혹을 인정하겠다는 뜻입니까?!”

“수도자, 수사 반장 옆에 수도자들이 있다!”

“지상의 수도자들과 어울린다니! 수직갱도파를 향한 지지 선언과 다를 바 없지! 조수, 빨리 적어!”

“그 수도자들과는 무슨 관계이십니까!”

“아, 저 사람! 류서란이다!”

“뭐, 류서란?! 흑린역류혈사를 퇴치한 영웅이자, 명예 미궁언서인 그 류서란?!”

“특종이다! 빨리 호외를 뿌려!”

“조수, 어서 인쇄소로 뛰어라! 제목은 ‘다시 뭉친 지저 세계의 영웅들, 의도는 수직갱도파를 위한 지원 사격?’이다!”

“알겠습니다!”

“너희가 그러고도 기자냐!”

“왜곡 없는 진실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

“잡아, 저 놈 잡으라고!”

“지금 나 쳤냐?!”

“으악, 내 발! 누구야!”

토토서와 서란을 향해 시끄럽게 소리치던 기자들이 자기들끼리 다투기 시작했다.

일행은 혼란을 틈타서 재빨리 도망쳤다.

그리고 시끌벅적한 추격전 끝에 요정에 도착했다.

다행히 기자들도 안쪽까지 따라오지는 못했다.

서란이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가쁜 숨을 몰아쉬던 토토서가 대답했다.

“아, 요즘이 마침 선거철이라 그렇다네. 그나저나 나한테까지 기자들이 붙다니, 공직자 윤리를 뭘로 아는 건지. 나한테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킬 의무가 있는데 말이야.”

“선거철만 되면 이래?”

“이 정도면 조용한 편이지. 우리가 영웅이 된 이십 년 전에는 더 치열했다네. 자네는 지상에 있어서 몰랐겠지만 말이야. 뭐, 선거라는 게 다 그런 법이지. 싸우고 떠들다 보면 뭐라도 결과가 나오거든.”

서란은 기가 막혔다.

“여기서 더 치열하다고?”

“일상이지, 일상. 후우우, 이제 좀 살겠군. 간만에 뛰었더니 배고프네, 이만 동굴 버섯을 먹으러 가지. 이 건물 삼층이야. 그러고 보니, 최상급 석재와 금속을 찾고 있다고 했었지?”

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금속과 석재. 하마터면 잊을 뻔했네.”

토토서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운이 좋아, 나는 채굴 본부에 친구들이 많거든.”

“정말?”

“그래, 나만 믿어.”

서란이 박장대소했다.

“역시 토토서야!”

토토서도 마찬가지였다.

“하하하, 뭘 이 정도로!”

이아금은 감탄사를 참지 못했다.

“어지럽네...”

그래도 동굴 버섯 풀코스는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