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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국수의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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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란, 어떤 나라에서 장기나 바둑을 가장 잘 두는 실력자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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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위지목은 자연스럽게 바둑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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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때 처음으로 바둑돌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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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섯 살부터 신동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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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뒤, 위지목은 바둑 기사조차 이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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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바둑 기사는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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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바쳐 쌓아올린 스스로의 기력에 대한 믿음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린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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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 위, 흑백의 돌 사이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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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국수인 아버지 이외에는 상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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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저도 승리하기까지 일 년이 채 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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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비공식적으로 유나라의 국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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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국수, 아버지는 이런 충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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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란 정신 수양의 방법이다. 바둑 기사에게 기력 못지않게 중요한 건 바로 인성이지. 이 아비의 말을 명심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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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공손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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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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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의 바른 건 말씨와 표정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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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대국에서 패배하고는 저런 소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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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수였던 기사가 보일 모습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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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 위에 존재하는 건 흑돌과 백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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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 위지목은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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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 앞에 앉아서 홀로 바둑만 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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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열 살이 되어 삼환문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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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스무 살에 축기기 수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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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도 결단 과정을 가르칠 스승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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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인지, 스승도 바둑을 둘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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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오랜만에 패배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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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바둑으로 진 건 얼추 십 년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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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위지목에게 바둑과 수선을 전부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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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육십, 위지목은 결단기 수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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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지 상승도 빨랐지만, 금단의 크기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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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의 재능은 바둑에만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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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간 마지막 대국이 끝나고 스승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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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하십시오, 위 수사. 선인이 되기에 앞서 사람부터 되어야만 합니다. 제 마지막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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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 바둑을 둘 때마다 항상 하던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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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그때마다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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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은 압도적인 집 차이로 위지목이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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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세, 위지목은 원영기 목전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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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화신기까지 640년 정도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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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낌새가 약간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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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일부러 자신의 경지를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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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세, 삼환문이 내전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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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기 노괴 둘이 본격적으로 다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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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인 이유는 수행 자원 분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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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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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문파 비승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아니라, 진영 논리와 권력, 이권을 위해서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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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위지목이 같은 원영기 수사였다면, 상대적으로 약한 그부터 죽였을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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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두 노괴를 보며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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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추악한 괴물들도 원영기 수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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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이 되기에 앞서 사람부터 되라는 수선계 금언 따위는 공허한 외침과 다를 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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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이길 것 같은 쪽에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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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스승은 중립을 지키다가 가장 먼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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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무려 20년이나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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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삼환문을 완전히 결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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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살아남은 원영기 수사는 산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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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물자도 멀쩡한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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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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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위지목의 친구가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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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기 수행마저 포기한 채 문파에 헌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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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위지목에게 자주 이렇게 말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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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목,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내전만 아니었다면 너는 벌써 원영기 수사가 됐겠지. 분명히 너 같은 사람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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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고, 위지목은 미소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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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를 친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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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에 녹아들기 위한 교두보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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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가 휘청거린 탓에 원영 의식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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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조용히 기회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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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그마치 50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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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바라 마지않던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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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의식 불명의 원영기 노괴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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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노괴를 호위하던 친구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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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환문은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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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지목은 원영 의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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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환문에서 가져온 자원만으로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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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수많은 수도자들을 학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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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주의를 했지만, 꼬리가 길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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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용의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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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고를 때는 이득보다는 위험을 우선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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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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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장소 역시 신중하게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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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19년이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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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륙 수도문파들은 그 많은 결단기 수사가 한 사람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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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 대요괴를 만났거나, 적대 문파 구성원에게 죽었겠거니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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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드러난 건 고작 반 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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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위지목은 끝까지 실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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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잡힌 계기는 순전히 우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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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쌍둥이 수도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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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수사는 특수한 공법을 익혔는데, 서로의 영혼을 공명시키는 게 그 효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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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쌍둥이, 영혼의 형질도 굉장히 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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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라는 특성과 딱 맞는 희귀 공법 덕분에 그들은 빠르게 경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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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동생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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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결속된 영혼을 통해서 동생을 죽인 살인자의 얼굴을 똑똑히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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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문파들은 즉각 합동 추격대를 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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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이 결단기로 이루어진 호화로운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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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추격대는 마침내 위지목과 조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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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처참하게 도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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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백 년 전에 원영기 직전까지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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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그 동안 수도자들을 죽이면서 전투 경험은 물론이고, 무수한 법기까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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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장 위력적인 건 삼환문의 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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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팔에 감긴 삼환목령에게 법력을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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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 끝에 달린 세 열매 중 하나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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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털 달린 씨앗은 바람을 타고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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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닿은 씨앗은 즉시 발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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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뿌리를 통해서 희생자의 법력을 흡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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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죽음의 꽃이 곳곳에서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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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꽃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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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삽시간에 피안개로 뒤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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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추격대 절반이 방금 공격으로 전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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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격차 속에서 죽어가던 이들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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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 하늘이 네 놈을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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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천벌을 부르짖는 패배자들을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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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심판이니, 천벌이니 하는 가소로운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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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겹게도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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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계의 금언들은 대부분 헛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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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이 되기에 앞서 사람부터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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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리를 비틀면 대가가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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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을 꿈꾸는 자, 은원관계를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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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쓸만한 건 은원과 관련된 얘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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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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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게는 의지 같은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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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란 그저 우연히 흩뿌려진 만물의 충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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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벌이니, 천겁이니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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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밀집된 천지영기에서 비롯된 드문 현상일 뿐, 특정한 자격을 증명하는 시련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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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천겁에게 의지가 있다면, 간악하고 멍청했던 삼환문의 두 노괴는 결단기로 죽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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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저런 저주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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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 위에 존재하는 건 흑돌과 백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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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실력을 겨루는 반상에 제삼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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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도 바둑과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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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패배자의 넋두리를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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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가 합동 추격대는 전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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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 두 번째, 세 번째 추격대가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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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황급히 현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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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리에 많은 시간을 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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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사소한 실수를 하나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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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의 여파로 강에 빠진 하반신을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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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울적한 마음으로 강변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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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관련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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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괜히 돌멩이나 강에 던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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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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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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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무릎에 고개를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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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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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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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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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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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다시 고개를 무릎에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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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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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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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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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은 서란이 정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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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법력의 파동이 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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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까 들은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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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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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수도자가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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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곧장 영안술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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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저 멀리 뭔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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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따라서 사람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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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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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결단기 수사의 육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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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인형들에게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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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저 사람을 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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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못하는 인형 사 자매가 강에 뛰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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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강물에 떠내려갔고, 둘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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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조자는 하반신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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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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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절반은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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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하반신이 법력 파동을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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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금단 안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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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영안으로 하반신을 유심히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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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전에 있는 콩알만 한 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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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 어떤 영혼이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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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정체는 위지목에게 죽은 추격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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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꽃이 폭발하기 직전에 자기 영혼을 금단으로 피신시킨 순발력의 대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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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몸만 죽고 영혼과 금단을 온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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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 생존자가 필사적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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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님,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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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애써 침착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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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뭘 도와달라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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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 생존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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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륙이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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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의 운명이 서란과 얽히게 된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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