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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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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목은 국수의 아들이었다.

국수란, 어떤 나라에서 장기나 바둑을 가장 잘 두는 실력자를 의미한다.

덕분에 위지목은 자연스럽게 바둑을 배웠다.

다섯 살 때 처음으로 바둑돌을 잡았다.

그리고 여섯 살부터 신동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일 년 뒤, 위지목은 바둑 기사조차 이기게 됐다.

어떤 바둑 기사는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일생을 바쳐 쌓아올린 스스로의 기력에 대한 믿음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린 탓이었다.

반상 위, 흑백의 돌 사이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여덟 살, 국수인 아버지 이외에는 상대가 없었다.

그마저도 승리하기까지 일 년이 채 안 걸렸다.

위지목은 비공식적으로 유나라의 국수가 됐다.

전대 국수, 아버지는 이런 충고를 했다.

‘바둑이란 정신 수양의 방법이다. 바둑 기사에게 기력 못지않게 중요한 건 바로 인성이지. 이 아비의 말을 명심하거라.

위지목은 공손히 대답했다.

‘예, 아버지.

하지만 예의 바른 건 말씨와 표정뿐이었다.

아들과의 대국에서 패배하고는 저런 소리라니.

한때 국수였던 기사가 보일 모습이 아니었다.

반상 위에 존재하는 건 흑돌과 백돌뿐이다.

이후로 위지목은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바둑판 앞에 앉아서 홀로 바둑만 뒀을 뿐이다.

그러다가 열 살이 되어 삼환문에 입문했다.

위지목은 스무 살에 축기기 수사가 됐다.

그에게도 결단 과정을 가르칠 스승이 생겼다.

우연의 일치인지, 스승도 바둑을 둘 줄 알았다.

위지목은 오랜만에 패배를 경험했다.

남에게 바둑으로 진 건 얼추 십 년만이었다.

스승은 위지목에게 바둑과 수선을 전부 가르쳤다.

나이 육십, 위지목은 결단기 수사가 됐다.

경지 상승도 빨랐지만, 금단의 크기도 컸다.

위지목의 재능은 바둑에만 있지 않았다.

사제 간 마지막 대국이 끝나고 스승이 말했다.

‘명심하십시오, 위 수사. 선인이 되기에 앞서 사람부터 되어야만 합니다. 제 마지막 가르침입니다.

스승이 바둑을 둘 때마다 항상 하던 소리였다.

위지목은 그때마다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

대국은 압도적인 집 차이로 위지목이 승리했다.

220세, 위지목은 원영기 목전에 도달했다.

이대로라면 화신기까지 640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낌새가 약간 이상했다.

위지목은 일부러 자신의 경지를 숨겼다.

230세, 삼환문이 내전에 휩싸였다.

원영기 노괴 둘이 본격적으로 다투기 시작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수행 자원 분배 문제였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들은 문파 비승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아니라, 진영 논리와 권력, 이권을 위해서 싸우고 있었다.

만일 위지목이 같은 원영기 수사였다면, 상대적으로 약한 그부터 죽였을 게 분명했다.

위지목은 두 노괴를 보며 확신했다.

저런 추악한 괴물들도 원영기 수사가 됐다.

선인이 되기에 앞서 사람부터 되라는 수선계 금언 따위는 공허한 외침과 다를 바가 없었다.

위지목은 이길 것 같은 쪽에 붙었다.

그의 스승은 중립을 지키다가 가장 먼저 죽었다.

전쟁은 무려 20년이나 계속됐다.

내전은 삼환문을 완전히 결딴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원영기 수사는 산송장.

사람도, 물자도 멀쩡한 게 없었다.

문파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위지목의 친구가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 수행마저 포기한 채 문파에 헌신했다.

친구는 위지목에게 자주 이렇게 말하곤 했다.

‘지목,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내전만 아니었다면 너는 벌써 원영기 수사가 됐겠지. 분명히 너 같은 사람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야.

그 말을 듣고, 위지목은 미소로 화답했다.

하지만 그를 친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진영에 녹아들기 위한 교두보였을 뿐이다.

문파가 휘청거린 탓에 원영 의식은 불가능했다.

위지목은 조용히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자그마치 50년이 흘렀다.

결국 바라 마지않던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 날, 의식 불명의 원영기 노괴를 죽였다.

그리고 노괴를 호위하던 친구도 죽였다.

삼환문은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현재, 위지목은 원영 의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삼환문에서 가져온 자원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수많은 수도자들을 학살했다.

나름 주의를 했지만, 꼬리가 길었던 모양이다.


위지목은 용의주도했다.

목표를 고를 때는 이득보다는 위험을 우선시했다.

뒤처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장소 역시 신중하게 선택했다.

덕분에 19년이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서대륙 수도문파들은 그 많은 결단기 수사가 한 사람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불행하게 대요괴를 만났거나, 적대 문파 구성원에게 죽었겠거니 생각했었다.

진실이 드러난 건 고작 반 년 전이었다.

물론, 위지목은 끝까지 실수하지 않았다.

꼬리가 잡힌 계기는 순전히 우연이었다.

어떤 쌍둥이 수도자가 있었다.

두 수사는 특수한 공법을 익혔는데, 서로의 영혼을 공명시키는 게 그 효능이었다.

그들은 쌍둥이, 영혼의 형질도 굉장히 유사했다.

쌍둥이라는 특성과 딱 맞는 희귀 공법 덕분에 그들은 빠르게 경지를 올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동생이 죽었다.

형은 결속된 영혼을 통해서 동생을 죽인 살인자의 얼굴을 똑똑히 목격했다.

수도문파들은 즉각 합동 추격대를 결성했다.

전원이 결단기로 이루어진 호화로운 구성.

합동 추격대는 마침내 위지목과 조우했다.

그리고 처참하게 도살됐다.

위지목은 백 년 전에 원영기 직전까지 도달했다.

게다가 그 동안 수도자들을 죽이면서 전투 경험은 물론이고, 무수한 법기까지 얻었다.

하지만 가장 위력적인 건 삼환문의 보물이었다.

위지목은 팔에 감긴 삼환목령에게 법력을 먹였다.

넝쿨 끝에 달린 세 열매 중 하나가 터졌다.

갓털 달린 씨앗은 바람을 타고 날았다.

피부에 닿은 씨앗은 즉시 발아했다.

그리고 뿌리를 통해서 희생자의 법력을 흡수했다.

아름다운 죽음의 꽃이 곳곳에서 피어났다.

만개한 꽃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현장은 삽시간에 피안개로 뒤덮였다.

합동 추격대 절반이 방금 공격으로 전사했다.

압도적인 격차 속에서 죽어가던 이들이 외쳤다.

“위지목! 하늘이 네 놈을 심판할 것이다!”

위지목은 천벌을 부르짖는 패배자들을 비웃었다.

하늘의 심판이니, 천벌이니 하는 가소로운 말들.

삼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겹게도 들어왔다.

수선계의 금언들은 대부분 헛소리였다.

선인이 되기에 앞서 사람부터 되어라.

순리를 비틀면 대가가 따라온다.

영생을 꿈꾸는 자, 은원관계를 조심하라.

그나마 쓸만한 건 은원과 관련된 얘기뿐이었다.

위지목은 확신했다.

하늘에게는 의지 같은 게 없었다.

세상사란 그저 우연히 흩뿌려진 만물의 충돌이다.

천벌이니, 천겁이니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밀집된 천지영기에서 비롯된 드문 현상일 뿐, 특정한 자격을 증명하는 시련이 아니었다.

만일 천겁에게 의지가 있다면, 간악하고 멍청했던 삼환문의 두 노괴는 결단기로 죽었을 터였다.

그러니 저런 저주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바둑판 위에 존재하는 건 흑돌과 백돌뿐이다.

너와 내가 실력을 겨루는 반상에 제삼자는 없다.

세상사도 바둑과 마찬가지였다.

위지목은 패배자의 넋두리를 무시했다.

얼마 안 가 합동 추격대는 전멸했다.

하지만 곧 두 번째, 세 번째 추격대가 도착한다.

위지목은 황급히 현장을 떠났다.

뒤처리에 많은 시간을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사소한 실수를 하나 저질렀다.

폭발의 여파로 강에 빠진 하반신을 못 봤다.


서란은 울적한 마음으로 강변에 앉아 있었다.

가족과 관련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그래서 괜히 돌멩이나 강에 던지는 중이었다.

오늘만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

“하...”

서란은 무릎에 고개를 묻었다.

-도와주세요!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서란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서란이 다시 고개를 무릎에 묻었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서란이 벌떡 일어났다.

“분명히 들었어.”

눈을 감은 서란이 정신을 집중했다.

잠시 후, 법력의 파동이 몸을 두드렸다.

그리고 아까 들은 목소리가 들렸다.

-도와주세요!

어떤 수도자가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서란은 곧장 영안술을 사용했다.

그러자 저 멀리 뭔가가 보였다.

강물을 따라서 사람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저건 결단기 수사의 육체였다.

서란이 인형들에게 명령했다.

“당장 저 사람을 건져!”

날지 못하는 인형 사 자매가 강에 뛰어 들었다.

둘은 강물에 떠내려갔고, 둘은 돌아왔다.

요구조자는 하반신만 남아 있었다.

서란이 경악했다.

“나머지 절반은 어디 있어?!”

그때 하반신이 법력 파동을 내뿜었다.

-저는 금단 안에 있어요!

서란이 영안으로 하반신을 유심히 관찰했다.

하단전에 있는 콩알만 한 금단.

그 안에 어떤 영혼이 들어가 있었다.

그의 정체는 위지목에게 죽은 추격대원.

정확히는 꽃이 폭발하기 직전에 자기 영혼을 금단으로 피신시킨 순발력의 대가였다.

덕분에 몸만 죽고 영혼과 금단을 온존했다.

금단 생존자가 필사적으로 외쳤다.

-수사님,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서란은 애써 침착하게 물었다.

“뭐, 뭘 도와달라는 겁니까?”

금단 생존자가 말했다.

-서대륙이 위험합니다!

위지목의 운명이 서란과 얽히게 된 까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