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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2 KiB

몰래 온 손님이 동대륙을 염탐하고 있을 때.

서란은 맹약에 따라서 연구를 하는 중이었다.

바로 학습 인형에 관한 연구였다.

연구서는 목각인형 내부에 봉인되어 있었다.

비록 반으로 갈라진 탓에 작동을 멈췄지만, 목각인형은 아직도 그 쓸모를 다하지 않았다.

연구서 서문에는 목각인형의 잔해를 교보재로 활용하라는 전언이 남아 있었다.

으슥한 심야, 서란은 창고에 고이 잠들어 있던 목각인형의 우반신과 좌반신을 꺼냈다.

수술대 위에 나란히 놓인 잔해.

그리고 연구서에 적힌 절차대로 착실하게 목각인형을 해체 및 분석하기 시작했다.

절로 감탄이 나오는 설계였다.

“오오, 오오옷!”

철저하게 조율된 복잡한 내부 기관들.

아름다울 만치 효율적인 법력 회로.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한 논리 구조와 최적화 방식.

동대륙 인형술과는 출발선부터 천지 차이였다.

홀로 고뇌했기에 비로소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

그야말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었다.

서란은 밤새 목각인형을 분해했다.

결합된 부품이 보다 작은 조각으로 나눠질수록, 서란의 인형술 역시 한계를 모르고 발전했다.

엽관보는 자신이 일생 동안 쌓아올린 성취를 계승자에게 고스란히 전수하는데 성공했다.

서란의 역설계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이제는 필요가 없어진 변형 법기, 변신괴뢰선을 고작 열흘만에 조각조각 분석할 정도가 됐다.

가을과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올해로 서란의 나이는 딱 서른 살.

처음 엽관보의 연구서를 발견한 그 날로부터 어언 십오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서란은 이제 준비가 됐다.

즉시 신규 인형 개발 위원회가 소집됐다.

글방 신학기 때문에 바쁜 호혜문을 대신해서, 세 번째 자문 위원이 합류했다.

오죽문 죽순이 겸 백조, 금영영 선생님이었다.

동대륙 유학파 인형술사, 류서란.

비인간적인 심미관 보유자, 담청.

오로지 효율만 추구하는 자, 금영영.

나잇값 못하는 삼인방이 다탁에 둘러앉았다.

목표는 산업용 학습인형이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비숙련 노동 분야에서 사람을 모조리 대체할 수 있는 인형이 만들고 싶었다.

자칭 서대륙 최고의 인형술사는 자신 있었다.

자기도 나름 경력자라고, 담청이 물었다.

“학습인형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형이라는 게 보통 성능과 비용이 비례하지 않더냐. 개발비가 아무리 많아도 얼마 못 만들 것 같은데, 단순한 일꾼 치고는 너무 값비싼 인형이 아닌지 모르겠구나.”

서란은 청산유수로 답변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학습능력을 탑재한 인형은 굉장히 비싸죠. 하지만 모든 인형이 제각기 학습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용 문제도 문제지만,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식이니까요. 인형끼리 연결할 수단만 있다면, 뇌는 딱 하나만 존재해도 충분합니다.”

담청이 경악하며 물었다.

“아니, 서로서로 연결된 인형이라니! 그런 방법이 있단 말이냐!?”

“물론이죠, 제가 누굽니까.”

해답은 바로 전심술에 있었다.

전심술이란 특정 정보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법술.

서란은 전심술을 응용해서 인형끼리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법술 연결망 구조를 탄생시켰다.

이름하야 전심망, 인형들만의 네트워크였다.

뇌가 전기 신호를 보내면 팔이 움직이는 것처럼.

장군이 짠 작전을 병사들이 수행하는 것처럼.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단말기처럼.

서란이 떠올린 구상은 간단했다.

바로, 생각과 행동의 분리.

이 방법을 통해서 비용 문제를 돌파해 냈다.

금영영이 물었다.

“학습과 통제를 담당할 핵심 인형에만 고급 재료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그냥 저렴하게 만든다고?”

서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러면 동력원은 또 어쩌려고? 저렴한 재료만 사용하면 한번에 저장할 수 있는 법력의 양이 얼마 안 될 텐데. 축기기 수사가 온종일 따라다니면서 인형 멈출 때마다 충전해 줄 수는 없잖아.”

“동력원은 법력 원격 공급 법술로 해결할 거야.”

금영영과 서란은 이후에도 문답을 주고 받았다.

“학습과 통제를 담당하는, 그런데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지? 핵심 인형? 아무튼 핵심 인형이 나머지 인형들에게 법력을 공급해 주는 방식이겠지?”

“아주 정확해. 핵심 인형의 정식 명칭은 법뇌야. 법력으로 작동하는 두뇌라는 뜻이지.”

“그 법뇌는 법력을 어디서 공급받는데?”

“자가충전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야.”

“그런 기능은 보통 효율이 끔찍하게 나쁘던데, 수많은 인형에게 공급할 정도의 법력이 모일까?”

“일반적인 경우에는 그렇지만, 소형화를 포기하면 효율 문제는 걱정할 필요 없어. 그 외에도 용맥과 연동해서 영기를 끌어올 생각이야. 법력 수급은 이 정도로도 충분해.”

“법력을 원격으로 공급할 경우에 발생하는 한계 거리와 법력 손실률 문제는?”

“한계 거리 문제는 산맥 곳곳에 중계기를 설치하면 돼. 중계기 숫자가 늘어날수록 법력 손실률도 점차 낮아지지, 단거리 전송만 반복할 테니까.”

금영영이 감탄하며 말했다.

“믿겠다, 너는 서대륙 최고의 인형술사가 맞군.”

담청도 옆에서 서란의 이름을 연호했다.

“류서란! 류서란! 류서란!”

개발 과정은 급물살을 탔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마침내 단풍이 산맥을 물들이는 가을.

지난 반년 간, 삼인방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류서란.

새벽에 일어나서 한증막.

아침 먹고 어인교단 순례자 접객.

점심 먹고 원영기를 향한 수행.

저녁 먹고 인형 개발 회의 참석.

담청.

새벽에 일어나서 한증막.

아침 먹고 연못에서 잉어와 함께 수영.

점심 먹고 어인교단 순례자 접객.

저녁 먹고 인형 개발 회의 참석.

금영영.

느지막이 일어나서 점심 먹기.

열심히 놀다가 질리면 깔짝깔짝 수행.

저녁 먹고 인형 개발 회의 참석.

누구보다 일찍 잠들기.

그 동안 개발 회의는 막힘없이 진행됐다.

어떤 문제 제기도 없었다는 증거였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를 망조가 들었다고 한다.

망조의 짐승들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인계에 도래한 지옥의 군단이었다.

서란과 담청, 금영영이 차례대로 말했다.

“정말 완벽해!”

“흠잡을 곳이 없구나!”

“앞으로도 쭉 이대로만 갑시다!”

물론 이대로 가지 못했다.

인형을 완성하기 위해서 초빙한 외부 협력자, 이아금이 폭주기관차를 전력으로 막아섰다.

“언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서란이 당황해서 물었다.

“아금아, 갑자기 왜 그래?”

“왜 그러냐고? 저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이아금은 삼인방이 탄생시킨 흉물을 가리켰다.

집채만 한 거대 두뇌와 무수한 해골 군단.

두뇌는 역겹고, 해골들은 머리조차 없었다.

이아금이 상식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대체 왜 뇌 모양으로 만든 거야?”

서란과 담청, 금영영이 순차적으로 대답했다.

“저 인형의 이름은 법뇌야. 그래서 뇌 모양이지.”

“거대한 크기를 봐라. 참으로 강해보이지 않느냐.”

“학습 및 통제 기능을 담당하지. 인형이나 중계기까지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이아금이 해골 군단의 문제도 지적했다.

“이 해골들은 뭐야? 머리통은 또 어디 갔고?”

삼인방은 이번에도 친절하게 대답했다.

“법뇌의 통제를 받는 단말기 인형들이야.”

“머리가 없으니, 약점도 없는 셈이지.”

“연비 향상과 원가 절감을 위한 형태지. 최적화를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를 거야.”

인형 설계는 이미 끝마쳤다.

이제 화속성 수사의 불타는 숨결로 점토를 도자기로 바꾸면 거대 두뇌와 해골 군단이 완성된다.

갑자기 이아금을 불러온 이유였다.

물론 이아금은 결사반대했다.

“저런 악귀들을 오죽문에 풀어놓을 수는 없어.”

서란이 동생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금아, 이게 뭐가 악귀 같다는 거야? 이 정도면 그렇게 독창적인 것도 아닌데... 저번에 만든 금강야차는 너도 좋아했잖아.”

이아금이 감추어 왔던 진실을 털어놨다.

“그때는 말 못했는데... 솔직히 언니 미의식 조금 이상한 것 같아. 언니가 만든 인형들, 혹시라도 애들이 보면 경기를 일으킬 거야.”

충격받은 서란이 말을 더듬었다.

“내, 내 인형이 그렇게 이상하다고?”

“응.”

“왜왜왜, 왜 그때는 그렇게 말 안했던 거야?”

이아금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예전에는 언니가 조각에 재능이 없는 줄 알았어. 그래서 그냥 거짓말한 거야, 상처 주기 싫어서. 그런데 언니가 만든 인형 사 자매를 보고 깨달았어.”

“뭘?”

“언니는 조각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단지 심미안이 뒤틀려서 그랬던 거지. 그러니까 이런 이상한 인형 만들지 말고 평범한 거 만들면 안 돼?”

“하지만 이건 내 미학이야. 이걸 포기하라고?”

“머리 없는 해골이 미학이야?”

“자유 의지와 철학적 사유를 포기한 인간 군상에게 날리는 나의 통렬한 일침이 안 느껴져? 이 뼈대만 남은 집단 내면에 담긴 파격적인 예술성이?”

이아금이 대답했다.

“모르겠는데?”

서란이 작게 중얼거렸다.

“예술 알지도 못하면서...”

결국 이아금은 최후의 수단을 꺼냈다.

“그러면 사람들한테 물어보자.”

서란도 물러서지 않았다.

“좋아.”

결국 대규모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거대 두뇌와 머리 없는 해골 군단.

그 상대는...

우화에 나올 법한 귀여운 동물 친구들.

동물 친구들은 이아금의 의견이었다.

사람 몸에 동물 머리를 올린 단순한 형태였다.

서란이 의욕 없이 대충대충 만들었다.

설문 대상은 폐관 수련 중인 원영기 수사는 제외, 열 살 이상의 수도자라면 누구나 가능했다.

다양한 성별과 출신, 연령대가 참여했다.

연령 범위만 얼추 오백 년, 정말 광범위했다.

장서각 여러분의 협조로 결과는 금방 나왔다.

서란은 전 성별, 전 연령대에서 패배했다.

딱 한 집단만이 서란의 편을 들었다.

십대 남성 청소년 집단, 오직 그들만 서란의 거대 두뇌와 머리 없는 해골 군단에 호의적이었다.

서란은 어쩔 수 없이 결과에 승복했다.

하지만 추하게 꿍얼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도 내 미학은 틀리지 않았어.

여기가 동대륙이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걸?

원래 진실된 미학이란 패배하지 않는 법!

그렇게 서란이 새로 발명한, 도자기 인형 군체의 정식 명칭은 ‘동물농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