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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동대륙으로 떠난 지도 벌써 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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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진행되던 발굴 작업은 거의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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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지하에 묻혀 있던 탑도 세상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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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최하층, 전송실 바로 옆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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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자 두 사람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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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세는 압도적인 집 차이로 백돌이 유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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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을 잡은 수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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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만 물러 주면 안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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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을 잡은 수사가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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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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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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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초반부터 격차가 벌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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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승패는 결정된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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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흑을 잡은 수사가 항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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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졌네. 한 판만 더 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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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세, 이번에는 몇 점 깔고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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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더 깔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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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 위에 흑돌이 여섯 개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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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열다섯 번째 대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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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을 잡은 수사는 벌써부터 장고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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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전송실 문이 열리며 서란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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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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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두던 수사들이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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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류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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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칩거 중이라고 들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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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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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자들은 이 사실을 수뇌부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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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즉시 호송대가 파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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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그들을 따라서 비밀리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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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소집된 수뇌부 회의, 서란은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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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떠돌던 동대륙 모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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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을 가로막은 독안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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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림 수색 끝에 복구한 전송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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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축약된 구연동화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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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두 세계의 만남, 정말로 대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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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뇌부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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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볼 문제가 아니었기에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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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뇌부 중 하나가 서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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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수사, 일단 들어가서 푹 쉬게나. 몇 년이나 타지에서 고생한 사람을 이렇게 붙잡아 두는 것도 도리는 아니겠지. 여독부터 전부 풀고, 자세한 정보는 보고서로 제출해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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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우선 자기 저택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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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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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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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서란을 반겨준 건 담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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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 드디어 돌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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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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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체온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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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의 재회 이후에는 집 구경부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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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저택은 많이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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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중정에 있던 연못이 증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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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잉어만이 바글거리는 못 한가운데에는 아담한 정자가 하나 들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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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의 취향이 반영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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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정자에서 정답게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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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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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라, 듣고 놀라지 마시죠.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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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목을 한 번 가다듬더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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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전송진을 밟고 동대륙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참으로 불행한 사고였죠. 그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허름한 유적 밑에 아직도 작동 중인 전송진이 존재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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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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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기대감에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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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청자의 리액션에 서란도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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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진실을 아주 약간 각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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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밀림, 그리고 사방에서 울부짖는 요괴들! 아아, 그야말로 지옥의 풍경이 이러했을까요? 전송진이 망가진 탓에 저는 퇴로마저 잃은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오로지 나아갈 뿐! 그렇습니다, 저는 용감히 미지의 땅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요괴들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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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떤 요괴들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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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고조를 위해 잠깐 침묵하던 서란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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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의 정체, 그건 바로 원숭이 요괴들이었습니다. 개체수가 대수림에 있는 모든 잎사귀를 합친 것보다도 많았죠. 그들이 곧 달려들었습니다. 저는 살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만 했죠! 하지만, 사흘이 지나도 공격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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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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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됐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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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거인살법의 자세를 취하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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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치열하게 겨룬 공방, 고작 한 호흡으로 갈리던 생과 사! 그야말로 인세의 지옥! 하지만 저는 끝내 살아남았습니다! 마침내 원숭이 군단의 우두머리마저 저의 자비없는 권각술에 목숨을 잃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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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요괴들의 우두머리라니, 듣기만 해도 정말 강해 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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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상대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습니다. 저는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나 극복한 끝에 적을 해치울 수 있었죠. 후후, 아직도 그 날의 혈투가 선명하게 떠오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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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도 서란의 수다는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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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림을 벗어나자 펼쳐진 동대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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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본곡에서 펼친 계몽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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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많은 거대문파들의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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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인면목과 쌓은 아름다운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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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소소와 심해거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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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을 가로막은 미치광이 독안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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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대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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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원숭이 요괴들을 멸종시킨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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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균열의 진정한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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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륙 수선계를 구원한 놀라운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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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공해 온 사흉을 멋지게 물리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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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진을 복구한 뒤, 서대륙으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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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경험한 대서사시가 드디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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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외출 중이었던 금영영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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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다시 한 번 동대륙 모험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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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은 늦은 시간까지 수다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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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자고 일어난 아침, 호혜문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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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 기간이라서 글방 업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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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이번에도 동대륙 모험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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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 번이나 반복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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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니, 이아금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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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능숙하게 목을 풀며, 방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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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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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어느새 축기기 수사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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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금아! 이게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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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그냥 그렇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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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삼영근자 이아금은 스물다섯이라는 젊은 나이로 축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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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영근 보유자의 평균적인 축기 성공 연령이 대략 오십 살이니, 정말 기적적인 성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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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아금이 천고의 기재였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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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의 경지 상승 요인은 크게 세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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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요인은 굉장히 풍족한 영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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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 친선대회 예선전 결과를 두고 인간 경마가 열린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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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우리 언니 마음 상하지 말라고 영석 하나를 서란에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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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란이 예선 6위를 차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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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아금은 영석 한 상자를 통째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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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수행 목적으로 열심히 소모했지만, 아직도 상자 내용물은 절반 가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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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요인은 서란 대신에 먹은 단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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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심마에 빠져서 약 먹기를 거부했을 때도, 전송진 밟고 사라진 탓에 칩거라고 둘러댔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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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서란 몫으로 조제된 단약을 먹어야 했던 건 이아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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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처럼 단약을 장복한 일영근자들은 경지가 올라갈수록 점점 약성에 대한 내성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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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란의 입에 들어간 단약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려면 약효가 보통 강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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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의 신체에는 약발이 지나치게 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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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요인은 담청의 향로 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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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가 하루에 내뿜는 신비한 연기는 한증막으로 즐겼을 경우, 대략 이 인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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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사라졌다고 그냥 버리기는 너무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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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아금은 담청의 강권에 못 이겨 수건 한 장 두른 채 꾸준히 흰 연기를 흡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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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건 신선이 만든 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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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 법보의 신묘한 효능이 이아금의 영혼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힘껏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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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기 수행의 목적은 심신을 갈고닦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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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석과 단약, 법보가 이아금을 위해 힘을 합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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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에서도 이런 호사는 쉽게 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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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아금은 반강제로 축기기 수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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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다 듣고나서 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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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속성도 선택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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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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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속성 공법을 익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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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너 연단술 훈련도 받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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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제는 어엿한 연단술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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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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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감탄사를 끝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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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니 더 어른스러워져서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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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이 막힌 서란 대신, 이아금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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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정말 하나도 안 변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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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외모는 축기기 때부터 그대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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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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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아니라 성격을 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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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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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살짝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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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낯선 곳에서 혼자 외롭고 힘들었을 텐데... 언니는 여전히 밝고...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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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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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서란이 저보다 키가 큰 동생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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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금아, 왜 울어... 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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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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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허리를 숙인 채 서란을 끌어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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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도 말없이 동생 등을 두드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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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다 어렸던 옛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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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진정이 됐는지 이아금은 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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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아무튼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정말 보고 싶었어. 내가 언니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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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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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알지 알지. 나도 아금이 많이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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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로 눈가를 닦은 이아금이 장난스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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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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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만큼 땅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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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표현에 이아금이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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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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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멍하니 이아금의 미소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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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도 크고 부쩍 성숙해졌지만, 어린 시절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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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귀여워서 서란도 그만 웃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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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집으로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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