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0 KiB
서란이 동대륙으로 떠난 지도 벌써 몇 년.
느릿느릿 진행되던 발굴 작업은 거의 끝났다.
깊은 지하에 묻혀 있던 탑도 세상에 드러났다.
탑 최하층, 전송실 바로 옆방.
당직자 두 사람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형세는 압도적인 집 차이로 백돌이 유리했다.
흑을 잡은 수사가 말했다.
“한 수만 물러 주면 안되겠나?”
백을 잡은 수사가 수락했다.
“그러게나.”
하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애초에 초반부터 격차가 벌어진 상태였다.
이미 승패는 결정된 지 오래였다.
결국 흑을 잡은 수사가 항복했다.
“내가 졌네. 한 판만 더 두지?”
“그러세, 이번에는 몇 점 깔고 하겠나?”
“하나만 더 깔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바둑판 위에 흑돌이 여섯 개 깔렸다.
이걸로 열다섯 번째 대국이었다.
흑을 잡은 수사는 벌써부터 장고에 들어갔다.
그때 전송실 문이 열리며 서란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바둑을 두던 수사들이 경악했다.
“아니, 류 수사!”
“분명히 칩거 중이라고 들었건만!”
류서란, 등장.
당직자들은 이 사실을 수뇌부에게 전했다.
그리고 즉시 호송대가 파견됐다.
서란은 그들을 따라서 비밀리에 복귀했다.
긴급 소집된 수뇌부 회의, 서란은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홀로 떠돌던 동대륙 모험기.
바닷길을 가로막은 독안룡.
대수림 수색 끝에 복구한 전송진.
짧게 축약된 구연동화가 끝났다.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만남, 정말로 대사건이었다.
수뇌부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쉽게 볼 문제가 아니었기에 시간이 필요했다.
수뇌부 중 하나가 서란에게 말했다.
“류 수사, 일단 들어가서 푹 쉬게나. 몇 년이나 타지에서 고생한 사람을 이렇게 붙잡아 두는 것도 도리는 아니겠지. 여독부터 전부 풀고, 자세한 정보는 보고서로 제출해 주게.”
서란은 우선 자기 저택으로 갔다.
몇 년만이었다.
집에 돌아온 서란을 반겨준 건 담청이었다.
“서란, 드디어 돌아왔구나!”
“담청 님, 보고 싶었습니다!”
둘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체온을 공유했다.
감격의 재회 이후에는 집 구경부터 했다.
서란의 저택은 많이 변해 있었다.
우선 중정에 있던 연못이 증축됐다.
비단잉어만이 바글거리는 못 한가운데에는 아담한 정자가 하나 들어서 있었다.
담청의 취향이 반영된 모양이었다.
둘은 정자에서 정답게 얘기를 나눴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무슨 일이라, 듣고 놀라지 마시죠. 흠흠.”
서란은 목을 한 번 가다듬더니 말했다.
“우선, 저는 전송진을 밟고 동대륙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참으로 불행한 사고였죠. 그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허름한 유적 밑에 아직도 작동 중인 전송진이 존재했다니...”
“오오...”
담청은 기대감에 눈을 빛냈다.
적극적인 청자의 리액션에 서란도 신이 났다.
그래서 진실을 아주 약간 각색했다.
“낯선 밀림, 그리고 사방에서 울부짖는 요괴들! 아아, 그야말로 지옥의 풍경이 이러했을까요? 전송진이 망가진 탓에 저는 퇴로마저 잃은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오로지 나아갈 뿐! 그렇습니다, 저는 용감히 미지의 땅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요괴들 사이로!”
“어, 어떤 요괴들이냐!”
긴장감 고조를 위해 잠깐 침묵하던 서란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요괴의 정체, 그건 바로 원숭이 요괴들이었습니다. 개체수가 대수림에 있는 모든 잎사귀를 합친 것보다도 많았죠. 그들이 곧 달려들었습니다. 저는 살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만 했죠! 하지만, 사흘이 지나도 공격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담청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
서란은 거인살법의 자세를 취하며 말을 이었다.
“저는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치열하게 겨룬 공방, 고작 한 호흡으로 갈리던 생과 사! 그야말로 인세의 지옥! 하지만 저는 끝내 살아남았습니다! 마침내 원숭이 군단의 우두머리마저 저의 자비없는 권각술에 목숨을 잃었죠.”
“원숭이 요괴들의 우두머리라니, 듣기만 해도 정말 강해 보이는구나!”
“그렇습니다, 상대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습니다. 저는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나 극복한 끝에 적을 해치울 수 있었죠. 후후, 아직도 그 날의 혈투가 선명하게 떠오르는군요.”
그 이후에도 서란의 수다는 계속됐다.
대수림을 벗어나자 펼쳐진 동대륙.
태본곡에서 펼친 계몽 활동.
욕심 많은 거대문파들의 연합.
오행인면목과 쌓은 아름다운 추억.
길 잃은 소소와 심해거인 가족.
바닷길을 가로막은 미치광이 독안룡.
다시 돌아온 대수림.
사악한 원숭이 요괴들을 멸종시킨 일화.
대균열의 진정한 정체.
동대륙 수선계를 구원한 놀라운 업적.
협공해 온 사흉을 멋지게 물리친 나.
전송진을 복구한 뒤, 서대륙으로 귀환.
몇 년 동안 경험한 대서사시가 드디어 끝났다.
그리고 외출 중이었던 금영영이 돌아왔다.
서란은 다시 한 번 동대륙 모험기를 들려줬다.
셋은 늦은 시간까지 수다를 떨었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 호혜문이 찾아왔다.
여름 방학 기간이라서 글방 업무가 없었다.
서란은 이번에도 동대륙 모험기를 들려줬다.
벌써 세 번이나 반복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나니, 이아금도 찾아왔다.
서란은 능숙하게 목을 풀며,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이아금은 어느새 축기기 수사가 되어 있었다.
“아니, 아금아! 이게 무슨 일이야!”
“아, 이거? 그냥 그렇게 됐어.”
작년 이맘때, 삼영근자 이아금은 스물다섯이라는 젊은 나이로 축기에 성공했다.
삼영근 보유자의 평균적인 축기 성공 연령이 대략 오십 살이니, 정말 기적적인 성취였다.
물론, 이아금이 천고의 기재였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아니었다.
이아금의 경지 상승 요인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 요인은 굉장히 풍족한 영석이었다.
십 년 전, 친선대회 예선전 결과를 두고 인간 경마가 열린 적이 있었다.
이아금은 우리 언니 마음 상하지 말라고 영석 하나를 서란에게 걸었다.
그런데 서란이 예선 6위를 차지해 버렸다.
결국 이아금은 영석 한 상자를 통째로 받았다.
그때부터 수행 목적으로 열심히 소모했지만, 아직도 상자 내용물은 절반 가까이 남아 있었다.
두 번째 요인은 서란 대신에 먹은 단약이었다.
서란이 심마에 빠져서 약 먹기를 거부했을 때도, 전송진 밟고 사라진 탓에 칩거라고 둘러댔을 때도.
매일매일 서란 몫으로 조제된 단약을 먹어야 했던 건 이아금이었다.
서란처럼 단약을 장복한 일영근자들은 경지가 올라갈수록 점점 약성에 대한 내성이 증가한다.
결국, 서란의 입에 들어간 단약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려면 약효가 보통 강해서는 안된다.
이아금의 신체에는 약발이 지나치게 잘 들었다.
세 번째 요인은 담청의 향로 법보였다.
향로가 하루에 내뿜는 신비한 연기는 한증막으로 즐겼을 경우, 대략 이 인분 정도였다.
서란이 사라졌다고 그냥 버리기는 너무 아까웠다.
결국 이아금은 담청의 강권에 못 이겨 수건 한 장 두른 채 꾸준히 흰 연기를 흡수했다.
심지어 이건 신선이 만든 보물이었다.
향로 법보의 신묘한 효능이 이아금의 영혼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힘껏 잡아끌었다.
연기기 수행의 목적은 심신을 갈고닦는데 있다.
영석과 단약, 법보가 이아금을 위해 힘을 합쳤다.
선계에서도 이런 호사는 쉽게 누릴 수 없었다.
그렇게 이아금은 반강제로 축기기 수사가 됐다.
설명을 다 듣고나서 서란이 물었다.
“그러면 속성도 선택했겠네?”
이아금이 대답했다.
“화속성 공법을 익혔어.”
“맞다, 너 연단술 훈련도 받았었지?”
“응, 이제는 어엿한 연단술사지.”
“와...”
서란은 감탄사를 끝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오랜만에 보니 더 어른스러워져서 낯설었다.
말문이 막힌 서란 대신, 이아금이 입을 열었다.
“언니는 정말 하나도 안 변했네.”
“아니, 뭐. 외모는 축기기 때부터 그대로였지.”
이아금이 고개를 저었다.
“외모가 아니라 성격을 말하는 거야.”
“성격?”
이아금은 살짝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응, 낯선 곳에서 혼자 외롭고 힘들었을 텐데... 언니는 여전히 밝고... 여전히...”
이아금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당황한 서란이 저보다 키가 큰 동생을 달랬다.
“아금아, 왜 울어... 울지 마...”
“언니...”
이아금이 허리를 숙인 채 서란을 끌어 안았다.
서란도 말없이 동생 등을 두드려줬다.
두 사람 다 어렸던 옛날처럼.
잠시 후, 진정이 됐는지 이아금은 울음을 멈췄다.
“언니, 아무튼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정말 보고 싶었어. 내가 언니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서란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응, 알지 알지. 나도 아금이 많이 보고 싶었어.”
소매로 눈가를 닦은 이아금이 장난스레 물었다.
“정말로?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하늘 만큼 땅 만큼?”
진부한 표현에 이아금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게 뭐야.”
서란은 멍하니 이아금의 미소를 바라봤다.
키도 크고 부쩍 성숙해졌지만, 어린 시절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서란도 그만 웃어 버렸다.
이제야 집으로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