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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일단 조각 난 석판부터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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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송 문양을 빈 종이에 고대로 베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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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다른 것과 착각하지 않기 위해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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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가 완벽하게 끝나자 서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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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들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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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서란과 인형 오 자매는 대수림 심층부를 샅샅이 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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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심을 늦추는 일 없이, 차근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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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경계와 은폐 엄폐를 착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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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나깨나 요괴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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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성은 정확히 사흘 동안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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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부터는 그냥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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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들이 너무 나약해서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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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서란과 인형 오 자매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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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림 심층부는 고위계 수사들에게도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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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비행이 불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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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수도자들의 전투 방식은 공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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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법기를 타고 하늘을 날며, 공격 법술이나 공격 법기를 사용하는 게 정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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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 아니라, 그게 가장 효율적이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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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수도자들은 지상전에 취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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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력을 상실한 탓에 제 실력의 반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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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전투기가 땅에서 전차와 싸우는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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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거에는 사정이 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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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이라는 학문이 없던 시절, 큰 뜻을 품고 무수한 영걸들이 난세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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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위용에 경도된 추종자들은 영걸들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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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들판으로 모여들어 무술을 단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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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수도문파의 탄생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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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수선은 근본적으로 무도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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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탄생한 공법 역시 자연스레 신체를 강건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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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의 신체를 한계까지 단련하기에 연체공법, 당시에는 그냥 공법이라고만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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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당시의 주류 무술은 권각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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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문파는 존재했지만, 법술이나 법기는 아직 발명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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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의 야장이 만든 병장기 따위는 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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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불침의 육체를 부술 수 있는 수단은 오직 비슷한 경지에 도달한 수도자의 육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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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 변화로 연체공법이 거의 사장된 현대 수선계에도 과거의 영향은 짙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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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예시로는 연기기 과정의 무술 수행이나 오죽문 비전 신체 단련법 등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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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과거에 주류였던 연체공법의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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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법술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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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 속성에 대한 이론이 정립된 뒤, 속성 공법과 법술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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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공격 법술을 발사하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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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기에 가장 위력적인 공법은 토속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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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정말 놀랍지만 그때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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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땅을 밟고 싸우던 시절, 토속성 공격 법술 한 방이면 군대고 나발이고 줄초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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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쓸모없다고 구박했던 지진 법술에 얼마나 많은 요괴와 수도자가 목숨을 잃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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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토속성 공법의 영광도 오래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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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꼬움을 참지 못한 누군가가 비행 법기라는 신기방기한 물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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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현대 수선계의 공중전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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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 속성은 공격 법술, 목금토 속성은 공격 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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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없다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가장 효율적인 전투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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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발상만 전환하면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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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땅을 밟고 싸운다는 가정만 있다면, 지금도 토속성 공법은 최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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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어려운 조건이지만, 드넓은 인계에는 그런 독특한 장소가 딱 하나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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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명계에 침식된 대수림 심층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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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산요지선공을 대성한 자, 서란에게 이곳은 놀이터나 다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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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요괴는 겁에 질려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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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약한 요괴나 잡아죽이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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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종족이라서 뭘 먹을 필요는 없었지만, 그냥 남을 괴롭히는 게 재미있어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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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요괴들은 태생부터 가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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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어떤 무리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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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인간 하나, 그리고 큰 인형 다섯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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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요괴들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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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도 모르는 신참이 울부짖는 소리가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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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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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에서 숨죽이던 기습조가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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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로 깔아뭉개고 사지를 뜯어낼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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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작은 머리통이 점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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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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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울음소리가 원숭이 요괴의 유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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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로 된 작살이 땅에서 치솟아 공중에 있던 원숭이 요괴의 몸통에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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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살 반대편에 달린 사슬이 빠른 속도로 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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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조 전원이 땅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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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제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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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바닥을 통해서 법력이 대지로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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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과 함께 지진 법술이 발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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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일정 반경 안에 있던 거목들이 산산조각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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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된 탓에 충격파를 정통으로 얻어맞았을 기습조의 최후도 눈에 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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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나무에 매달려 있던 원숭이 요괴들 역시 일격에 절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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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덕분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공포에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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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참상을 만든 장본인과 눈이 마주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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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발끈해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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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원숭이들! 너희 아주 잘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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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장소에 떨어진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혔던 그 원한, 서란은 잊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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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한시도 쉬지 않고 물량 공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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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이 패배하자, 나중에는 작전을 바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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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요괴들은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서 서란의 신경을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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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가져왔는지도 모를 오물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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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요괴들 유인해서 서란과 싸움 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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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고막을 때리는 소음 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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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원숭이 요괴들과 함께 하면서, 서란은 정말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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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가면 흩어져서 잽싸게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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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깐 있다가 돌아와서 괴롭힘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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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추격한다면 못 잡을 건 없겠지만, 서란은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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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을 벗어나서 사람 사는 곳까지 가는 게 최우선 목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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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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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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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흩어져서 추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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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을 받은 인형 오 자매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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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오 자매는 토속성 법술을 사용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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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주인과 너무 멀리 떨어지는 것만 아니면, 법력을 무선으로 공급받는 것도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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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오 자매가 지진 법술을 난사하며 원숭이 요괴의 서식지를 갈아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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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반복되는 추적과 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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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인형 오 자매, 그리고 원숭이 요괴들의 숨막히는 추격전은 장장 열흘이 넘도록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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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란의 근성이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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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생존자가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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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끼끼! 우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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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요괴의 애절한 최후 변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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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심판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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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원숭이 언어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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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자비 없는 심판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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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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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지진 법술이 발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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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요괴는 지면과 함께 폭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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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개체수를 자랑하던 요괴 종족은 과거의 은원 문제로 열흘만에 멸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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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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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탐험가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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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따사로운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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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돌의자에 앉아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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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나 과즙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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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인형, 오호가 과즙 음료를 돌잔에 따라 돌탁자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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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잔을 들어 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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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과즙 냄새가 코를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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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혀를 즐겁게 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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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손가락을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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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소리는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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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능한 부하들은 무음 핑거 스냅에도 불구하고 주인의 뜻을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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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인형, 사호가 즉시 내장된 녹음기를 작동시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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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니야. 다음 거. 다음. 그래, 바로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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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롭게 음악을 고르던 서란이 만족한 얼굴로 감귤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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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후한 속세의 맛, 정말로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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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잔이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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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음미하던 서란이 잔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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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만 더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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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손에 든 잔의 무게는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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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설마 오류인가 싶어서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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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인지 다행인지 오류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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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가 텅 빈 나무통을 보란 듯이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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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벌써 다 먹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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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건과일이 든 자루에 손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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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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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확인했을 때는 분명 잔뜩 있었건만,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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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자루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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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구멍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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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루 밖으로 머리를 뺀 서란이 주변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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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건포도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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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발자국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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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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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영안술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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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여태 보이지 않던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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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한 마리가 건과일을 입안에 잔뜩 욱여넣은 채 도망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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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술로 모습을 감추고 도둑질을 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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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토끼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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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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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흠칫 몸을 떨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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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눈, 그리고 이마에도 추가로 눈이 하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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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안묘의 눈동자 세 개가 격렬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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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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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사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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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직전, 삼안묘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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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시만요! 제가 전부 설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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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안에 있던 건과일이 우르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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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햇볕은 여전히 따사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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