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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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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일단 조각 난 석판부터 맞췄다.

그리고 전송 문양을 빈 종이에 고대로 베꼈다.

혹시라도 다른 것과 착각하지 않기 위해서 였다.

모사가 완벽하게 끝나자 서란이 말했다.

“자, 다들 나가자.”

그 뒤, 서란과 인형 오 자매는 대수림 심층부를 샅샅이 수색했다.

경계심을 늦추는 일 없이, 차근차근.

사주 경계와 은폐 엄폐를 착실히.

자나깨나 요괴 조심.

조심성은 정확히 사흘 동안 지속됐다.

그 다음부터는 그냥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요괴들이 너무 나약해서 어쩔 수 없었다.

아무도 서란과 인형 오 자매를 막지 못했다.


대수림 심층부는 고위계 수사들에게도 위험했다.

왜냐하면 비행이 불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현대 수도자들의 전투 방식은 공중전이었다.

비행 법기를 타고 하늘을 날며, 공격 법술이나 공격 법기를 사용하는 게 정석이었다.

다른 게 아니라, 그게 가장 효율적이라서 그렇다.

그래서 수도자들은 지상전에 취약했다.

기동력을 상실한 탓에 제 실력의 반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마치 전투기가 땅에서 전차와 싸우는 격이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사정이 좀 달랐다.

수선이라는 학문이 없던 시절, 큰 뜻을 품고 무수한 영걸들이 난세에 뛰어들었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위용에 경도된 추종자들은 영걸들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산으로, 들판으로 모여들어 무술을 단련했다.

누구나 아는 수도문파의 탄생 과정이었다.

한마디로 수선은 근본적으로 무도에서 비롯됐다.

최초로 탄생한 공법 역시 자연스레 신체를 강건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았다.

수행자의 신체를 한계까지 단련하기에 연체공법, 당시에는 그냥 공법이라고만 불렸다.

놀랍게도 당시의 주류 무술은 권각술이었다.

수도문파는 존재했지만, 법술이나 법기는 아직 발명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속세의 야장이 만든 병장기 따위는 무용했다.

도검불침의 육체를 부술 수 있는 수단은 오직 비슷한 경지에 도달한 수도자의 육체뿐이었다.

패러다임 변화로 연체공법이 거의 사장된 현대 수선계에도 과거의 영향은 짙게 남아 있었다.

그 예시로는 연기기 과정의 무술 수행이나 오죽문 비전 신체 단련법 등이 있겠다.

전부 과거에 주류였던 연체공법의 흔적이었다.

시간이 흘러, 법술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오행 속성에 대한 이론이 정립된 뒤, 속성 공법과 법술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너도나도 공격 법술을 발사하는 시대가 왔다.

그 시기에 가장 위력적인 공법은 토속성이었다.

지금 보면 정말 놀랍지만 그때는 그랬다.

모두가 땅을 밟고 싸우던 시절, 토속성 공격 법술 한 방이면 군대고 나발이고 줄초상이었다.

서란이 쓸모없다고 구박했던 지진 법술에 얼마나 많은 요괴와 수도자가 목숨을 잃었는지 모른다.

물론 토속성 공법의 영광도 오래 가지 못했다.

아니꼬움을 참지 못한 누군가가 비행 법기라는 신기방기한 물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현대 수선계의 공중전이 탄생했다.

화수 속성은 공격 법술, 목금토 속성은 공격 법기.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없다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가장 효율적인 전투 방식이었다.

하지만 발상만 전환하면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모두가 땅을 밟고 싸운다는 가정만 있다면, 지금도 토속성 공법은 최강이었다.

말도 안되는 어려운 조건이지만, 드넓은 인계에는 그런 독특한 장소가 딱 하나 존재했다.

바로 명계에 침식된 대수림 심층부였다.

거산요지선공을 대성한 자, 서란에게 이곳은 놀이터나 다름 없었다.


원숭이 요괴는 겁에 질려 도망쳤다.

평소처럼 약한 요괴나 잡아죽이던 하루였다.

요괴 종족이라서 뭘 먹을 필요는 없었지만, 그냥 남을 괴롭히는 게 재미있어서 그랬다.

원숭이 요괴들은 태생부터 가학적이었다.

그러다가 어떤 무리를 발견했다.

작은 인간 하나, 그리고 큰 인형 다섯이었다.

원숭이 요괴들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뭣도 모르는 신참이 울부짖는 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나무 위에서 숨죽이던 기습조가 뛰어내렸다.

덩치로 깔아뭉개고 사지를 뜯어낼 작정이었다.

인간의 작은 머리통이 점점 가까워졌다.

“우끼끼!”

그 울음소리가 원숭이 요괴의 유언이 됐다.

바위로 된 작살이 땅에서 치솟아 공중에 있던 원숭이 요괴의 몸통에 박혔다.

작살 반대편에 달린 사슬이 빠른 속도로 당겨졌다.

기습조 전원이 땅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서란이 제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두 발바닥을 통해서 법력이 대지로 전달됐다.

굉음과 함께 지진 법술이 발동됐다.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일정 반경 안에 있던 거목들이 산산조각 났다.

매장된 탓에 충격파를 정통으로 얻어맞았을 기습조의 최후도 눈에 훤했다.

가까운 나무에 매달려 있던 원숭이 요괴들 역시 일격에 절명했다.

거리 덕분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공포에 질렸다.

이 참상을 만든 장본인과 눈이 마주친 탓이었다.

서란이 발끈해서 외쳤다.

“그때 그 원숭이들! 너희 아주 잘 만났다!”

낯선 장소에 떨어진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혔던 그 원한, 서란은 잊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시도 쉬지 않고 물량 공세를 펼쳤다.

번번이 패배하자, 나중에는 작전을 바꾸기도 했다.

원숭이 요괴들은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서 서란의 신경을 긁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도 모를 오물 투척.

주변 요괴들 유인해서 서란과 싸움 붙이기.

온종일 고막을 때리는 소음 공해.

며칠 동안 원숭이 요괴들과 함께 하면서, 서란은 정말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쫓아가면 흩어져서 잽싸게 도망.

그리고 잠깐 있다가 돌아와서 괴롭힘 재개.

작정하고 추격한다면 못 잡을 건 없겠지만, 서란은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정글을 벗어나서 사람 사는 곳까지 가는 게 최우선 목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서란이 외쳤다.

“다들 흩어져서 추격해!”

명령을 받은 인형 오 자매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인형 오 자매는 토속성 법술을 사용할 줄 안다.

게다가 주인과 너무 멀리 떨어지는 것만 아니면, 법력을 무선으로 공급받는 것도 가능했다.

인형 오 자매가 지진 법술을 난사하며 원숭이 요괴의 서식지를 갈아엎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추적과 말살.

서란과 인형 오 자매, 그리고 원숭이 요괴들의 숨막히는 추격전은 장장 열흘이 넘도록 지속됐다.

결국 서란의 근성이 승리했다.

유일한 생존자가 울부짖었다.

“우끼끼! 우끼!”

원숭이 요괴의 애절한 최후 변론 시간.

하지만 심판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애초에 원숭이 언어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서란이 자비 없는 심판을 내렸다.

“사형!”

곧장 지진 법술이 발동됐다.

원숭이 요괴는 지면과 함께 폭사했다.

압도적인 개체수를 자랑하던 요괴 종족은 과거의 은원 문제로 열흘만에 멸망했다.

서란은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탐험가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햇볕이 따사로운 오후.

서란이 돌의자에 앉아서 말했다.

“오호, 나 과즙 음료.”

귀여운 인형, 오호가 과즙 음료를 돌잔에 따라 돌탁자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서란은 잔을 들어 향을 맡았다.

감미로운 과즙 냄새가 코를 즐겁게 했다.

이제는 혀를 즐겁게 할 차례였다.

서란이 손가락을 튕겼다.

당연히 소리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유능한 부하들은 무음 핑거 스냅에도 불구하고 주인의 뜻을 알아들었다.

차분한 인형, 사호가 즉시 내장된 녹음기를 작동시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음, 아니야. 다음 거. 다음. 그래, 바로 이거야.”

까다롭게 음악을 고르던 서란이 만족한 얼굴로 감귤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농후한 속세의 맛, 정말로 달콤했다.

금세 잔이 비었다.

눈을 감고 음미하던 서란이 잔을 내밀었다.

“한 잔만 더 줘.”

하지만 손에 든 잔의 무게는 변하지 않았다.

서란은 설마 오류인가 싶어서 눈을 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오류는 아니었다.

오호가 텅 빈 나무통을 보란 듯이 흔들었다.

“아니, 벌써 다 먹었다고?”

서란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건과일이 든 자루에 손을 넣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어제 확인했을 때는 분명 잔뜩 있었건만,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서란은 자루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뭐지? 구멍은 없는데...”

자루 밖으로 머리를 뺀 서란이 주변을 둘러봤다.

저 멀리, 건포도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동물 발자국도 있었다.

“아, 설마...”

서란이 영안술을 사용했다.

그러자 여태 보이지 않던 게 보였다.

토끼 한 마리가 건과일을 입안에 잔뜩 욱여넣은 채 도망가고 있었다.

환술로 모습을 감추고 도둑질을 한 모양이었다.

서란이 토끼를 불렀다.

“야, 토끼.”

토끼는 흠칫 몸을 떨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양쪽 눈, 그리고 이마에도 추가로 눈이 하나 더.

삼안묘의 눈동자 세 개가 격렬하게 떨렸다.

서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사혀...”

선고 직전, 삼안묘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자, 잠시만요! 제가 전부 설명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안에 있던 건과일이 우르르 쏟아졌다.

오후의 햇볕은 여전히 따사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