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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봄의 끝 무렵, 서란은 묘나라에 도착했다.

불침함이 굼벵이처럼 날아서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여태 움직인다는 점에서 이름값을 했다.

서란은 익숙한 장소에 착륙했다.

목적지까지 도착한 불침함이 곧장 뻗어 버렸다.

반파된 범선에서 내린 서란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비행 법기를 팔았던 접객원이었다.

“아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풀옵션 비행 범선이 못 본 사이에 유령선이 됐다.

“많은 일이 있었죠. 수리가 가능할까요?”

“당연히 불가능하죠.”

“역시, 그럴 것 같더라니...”

한 번 탄 신형 범선은 그대로 폐선 처리됐다.

화물을 전부 주거래 은행(묘나라 지부)에 맡긴 서란은 천년토영목만 챙겨서 태본곡으로 돌아갔다.

그대로 곧은 줄기를 만나러 갔다.

“안녕...”

곧은 줄기는 당황했다.

“아니, 류 수사님!”

요즘 부쩍 친해진 불타는 가지도 함께였다.

“오, 이 분이 그 유명한?”

서란은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잠시 침묵하던 곧은 줄기가 손뼉을 쳤다.

“이제 알겠습니다. 제가 의미를 잘못 이해했었군요. 먼 미래라는 말을 저희 종족 관점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렇죠, 인간들에게는 몇 개월도 충분히 긴 시간이죠.”

“어...”

“제 말이 맞죠, 류 수사님?”

서란은 그냥 웃었다.

“응, 그치 그치.”

“그러면 정원사 영업도 재개하시나요?”

“그러려고.”

귀찮다고 영업장 안 팔고 갔던 게 신의 한 수였다.

그렇게 화제의 정원사가 복귀했다.

아직 식지 않은 미목대회의 열기 덕분에 가지치기하러 오는 오행인면목들이 많았다.

서란은 순식간에 백년오행목을 잔뜩 얻었다.

이대로 동대륙에 정착하려는 건 결코 아니었다.

칠전팔기 오뚜기, 회복 탄력성의 괴물, 근성가이 류서란은 용이라는 장애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바닷길이라는 가장 빠른 방법은 포기했다.

오 년 먼저 가려고 서두르다가 오백 년 먼저 갈 수는 없으니까.

서란은 플랜B를 진행시켰다.

작전명은 ‘대수림 대탐험’이었다.

파손된 거 말고, 다른 전송진을 찾을 생각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대륙 간 전송진을 하나만 달랑 만들어 놓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한쪽 전송진이 파손되면 도대체 어쩌려고.

정말 희박한 확률이지만, 망가진 쪽에 보수 인력이나 재료가 없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몇 년짜리 장거리 항해로 인력과 재료를 수송하는 개고생을 해야만 했다.

서란이 생각하기에, 심층부 어딘가에 예비 전송진도 준비되어 있을 게 분명했다.

결국 처음 날아왔던 곳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대수림 탐험은 물론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대수림 심층부 따위가 위험해 봤자, 여의주를 가진 용(미치광이)보다는 안전했다.

서란이 가지치기를 한 것도 탐험을 위해서 였다.

덕분에 필요한 재료는 충분히 손에 넣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결행 시기는 여름이었다.


탐험대라는 독특한 산업은 대수림 심층부와 동대륙 수선계의 특수성에 기인해 등장했다.

대수림 심층부의 특징은 크게 다음과 같다.

화신기 수사 이외에는 비행 불가.

사흉이 돌아다니는 위험한 환경.

저위계 수사는 한 발짝만 들어가도 즉사.

그 외에도 오행인면목 같은 덩치 큰 종족은 들어갈 수 없다는 점, 명계의 인력이 작용한다는 점, 최심부에 명계로 통하는 대균열이 있다는 점 등 자잘한 특징이 많았다.

아무튼, 심층부의 여러 특징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도대체 누가 탐험대 구성원이 되는가.

일단, 심층부에서 비행이 가능한 화신기 수사는 비승 준비로 바빠서 대수림을 탐험할 시간이 없다.

최심부까지 진입해서 대균열을 조사한 화신기 수사는 굉장히 별난 사람이었다.

심지어 명계에 끌려가서 죽을 뻔하기도 했다.

원영기 수사라면 날 수는 없어도, 심층부에서 자기 몸을 지킬 능력이 충분했다.

하지만 원영기 수사는 전부 거대문파 소속이다.

그래서 대수림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결단기 수사 중에는 산수 출신도 간혹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위험한 대수림 탐험보다는 편하고 안전한 일을 선호했다.

대형 금단처럼 강사 생활을 하거나, 거대문파에 입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탐험 도중 아귀에게 잡아먹혀 백골이 된 결단기 수사는 별종 중 별종이었다.

고위계 수사를 전부 제외하면, 연기기 수사와 축기기 수사가 남는다.

하지만 저위계 수사는 심층부에 들어가는 즉시 영혼이 뽑혀 죽는다.

일부는 안 들어가고, 나머지는 못 들어간다.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뿐.

바로 탐사용 원격 조종 인형이었다.

그래서 탐험대는 사람이 아니라 인형으로 구성된다.

인형을 조종하는 건 보통 축기기 수사였다.

다섯 명 정도 모여서 탐험대를 결성하고, 각자 인형을 하나씩 조종해서 심층부로 돌입한다.

이게 대수림 탐험대의 실체였다.

요괴나 사흉을 만나 탐험대가 전멸하면 실패.

딱히 큰 소득은 없지만, 무사히 돌아오면 다행.

운 좋게 비싼 보물을 발견하면 대성공.

이 정보를 처음 들었을 때, 서란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 상품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싸고 좋은 인형은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

탐사가 덜 된 곳이니 보물이 많아서, 하이 리턴.

하지만 그만큼 복귀율이 낮아서, 하이 리스크.

실패하는 즉시 탐험대와 투자자는 손실을 본다.

혹여나 파산이라도 했다간, 수행 진척까지 멈춘다.

경제적인 죽음과 동시에 미래도 사라진다.

물론, 산수들이 죄다 도박 중독자라서 이런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뛰어드는 건 아니었다.

수행 자원, 강의 수강료, 결단 의식 비용 등 산수에게는 돈 들어갈 구석이 너무 많았다.

탐험이나 투자 성공으로 단번에 목돈을 만들지 못하면 이번 생은 어차피 가망이 없었다.

결국 원하는 걸 쟁취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있었다.

집에 가고 싶은 서란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서란도 무작정 쳐들어가지는 않았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 무모한 건 다르다.

최소한의 대비책은 필수였다.

서란은 탐사용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재료는 가지치기로 얻은 백년토영목이었다.

기본적인 용도는 위험 확인용 정찰병이다.

하지만 유사시에는 방패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높은 시야를 위해서 키는 크게.

서란을 사방에서 보호할 수 있게 숫자는 다섯.

잠깐 쓰고 버릴 물건이니까, 조형은 적당히.

그렇게 구체 관절 인형 오 자매가 완성됐다.

길쭉한 신장과 풍만한 몸매.

서로 묘하게 닮았지만, 다채로운 매력.

그야말로 경국지색 시스터즈였다.

자기 취향이 듬뿍 들어간 작품을 바라보며, 서란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음... 괜찮군, 정말 괜찮아.”

어쩐지 환골탈태가 하고 싶어지는 날이었다.


대수림 심층부, 침식지대에 진입했다.

곧바로 명계의 인력이 감지됐다.

서란과 경국지색 시스터즈가 달리기 시작했다.

울창하게 자란 나무 사이로 방치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거대 구조물이 보였다.

이 폐허는 수백 년 전까지만 해도 오행인면목들이 사용하던 거주지였다.

조금씩 넓어지는 침식지대 때문에 오행인면목의 서식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줄어들고 있었다.

보름 정도 달리자 공터가 하나 보였다.

몇 년 전, 서란이 아귀를 죽인 장소였다.

세월이 지난 탓에 어린 나무와 풀로 무성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무덤이 나온다.

거기부터는 남겨진 흔적만 따라가면 된다.

그러면 손쉽게 전송진이 숨겨진 궁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란과 무표정한 인형, 활발한 인형, 음침한 인형, 차분한 인형, 귀여운 인형은 열심히 달렸다.

닷새 정도 뒤, 마침내 경사면에 지어진 거대한 석재 궁전에 도착했다.

전송진을 밟고 처음 도착한 곳이기도 했다.

서란은 기억을 되짚어 궁전 구석으로 향했다.

“여기였던가?”

여기저기 눌러보던 중 한쪽 벽면이 빙글 회전했다.

빛 한 점 없는 깜깜한 비밀 통로가 보인다.

이대로 쭉 따라가면 망가진 전송진이 나온다.

“일호, 조명 좀 비춰 봐.”

무표정한 인형의 눈에서 밝은 빛줄기가 나왔다.

비밀 통로 내부는 먼지로 가득했다.

서란이 손을 비비며 말했다.

“좋아, 출발해 볼까?”

예전에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하지만 서란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동대륙 인형술의 정수를 담아 제작한 경국지색 오 자매가 주인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었다.

서란은 바닥과 벽면, 천장을 샅샅이 조사했다.

혹시 숨겨진 통로가 있을지도 모른다.

탐험가의 피가 끓어올랐다.

그리고 정확히 통로 중간쯤에서 식어 버렸다.

“아, 당최 뭐가 없네...”

서란은 점점 귀찮아졌다.

비밀 통로는 봐도 봐도 똑같았다.

그래서 그냥 전송진이 있는 방까지 직행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박살이 난 전송진이었다.

“오 자매, 조명 좀 사방으로 비춰 봐.”

서란이 명령하자 인형 오 자매가 눈에 불을 켜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전송진 근처에 서 있던 서란은 벽에 어떤 막대기가 달려 있는 걸 발견했다.

꼭 레버처럼 보였다.

“흠...”

서란은 아래로 내려간 레버를 위로 올렸다.

올라간 레버는 잠시 후 딸깍하고 저절로 내려갔다.

뭔가 굉장히 친숙한 장치였다.

곰곰이 생각하던 서란은 이내 깨달았다.

“이런 걸 뭐라고 부르더라? 누전 차단기였나? 아니면, 두꺼비집? 아, 분명히 알았는데...”

서란의 예상이 맞다면, 특정 조건만 충족되면 레버가 올라가서 다시 내려오지 않을 게 분명했다.

머리를 싸매고 방 안을 빙빙 돌던 서란은 실수로 돌조각을 하나 걷어찼다.

깨진 전송진 파편이었다.

서란은 파편을 들어서 가만히 살펴봤다.

한쪽은 맨들맨들했고, 반대쪽은 울퉁불퉁했다.

전송 문양이 새겨진 면과 아닌 면의 차이였다.

흥미를 잃은 서란이 파편을 휙 집어 던졌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한참을 끙끙거리던 중,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문양을 바닥이 아니라 석판에 새겼다는 점이었다.

서란은 황급히 전송진 파편을 치웠다.

그러자 네모반듯하게 들어간 바닥이 보였다.

마치 여기에 넙적한 석판을 끼우라는 듯.

“혹시?”

서란은 생각했다.

전송 문양을 석판에 새겼다는 건...

혹시라도 고장나면 석판만 교체하는 방식인가?

고깃집에서 불판 갈아주는 것처럼?

이 추측이 맞다면 어디로 날아갈 지도 모르는 새로운 전송진은 찾을 필요조차 전혀 없었다.

그냥 석판 하나만 찾으면 집에 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