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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이란 무엇인가.
단순하게는 법력을 응축시켜서 하단전에 금단을 형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면 수선의 근본적인 목적, 초월을 향한 과정이다.
근래에는 다소 변질되었지만, 본래 수선이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로부터 시작되었다.
단독으로 정예병 수백을 물리친 맹장이 있었다.
천리마를 오로지 두 다리로 추월한 전령이 있었다.
식인 괴조를 쏘아 떨어뜨린 명궁이 있었다.
요괴와 전란으로 천하는 혼란스러웠고, 무수한 영걸이 제각기 목적을 위해서 세상을 떠돌았다.
범인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비범함을 선망한 추종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들은 영걸에게 가르침을 구하고 제자가 되어 수행을 시작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지식이 축적됐다.
영근의 존재가 밝혀졌다.
비범한 능력을 선보이던 영걸들은 하나같이 영근보유자였었다.
영근이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근원이었다.
영기의 존재가 밝혀졌다.
영근보유자만이 영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내 영근마다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탁기의 존재가 밝혀졌다.
범인이 많은 대도시는 수행을 하기에 적절한 장소가 아니었다.
많은 수행자들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어느 시대에나 인재는 있다.
무수한 천재들이 태어나고 죽었다.
그들이 수행에 바친 삶은 그대로 토양이 되었다.
경지 체계와 수행 방법 등이 정립됐다.
모여든 수행자 집단은 수도문파가 되었다.
희생으로 쌓인 지식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마침내 승천이라는 천고의 비밀에 도달했다.
수선이란 단순히 장생을 위한 비방이 아니다.
비범함에 대한 열망에서 태어난 학문이었다.
수도자란 곧 수선에 일생을 바친 학자였다.
고로 결단이란 단순히 금단을 형성하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수선이란 곧 초월이다.
그리고 초월은 보충에 있다.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보충이다.
결단이란 즉 육신의 한계를 초월하는 과정이다.
눈이 녹고 새순이 돋는 봄이 되었다.
오죽문은 결단 의식을 위해서 총력을 동원했다.
촉박한 일정에 부차적 업무가 대부분 중단됐다.
예정된 시기는 당장 내년 여름이었다.
서란도 결단을 준비하느라 굉장히 바빴다.
마주 앉은 소용녀가 말했다.
“용의 여의주와 인간 수도자의 금단은 형성하는 과정에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얼마나 방대한 법력을, 얼마나 수월하게 통제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지.”
“나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가요?”
서란의 물음에 소용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결국 둘 다 내단이니까. 네가 나에게 배울 것 역시 법력을 다루는 방법이다.”
“저 솔직히 그건 자신 있어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은 서란이 토신력으로 만든 돌구슬에 법력을 불어넣었다.
예전에 개발한 특제 암석폭탄이었다.
위력은 출중하지만 취급이 까다로워서 방치한 기술이었다.
이걸 보면 깜짝 놀라겠지?
서란의 생각과 달리 소용녀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뭐, 인간 수도자치고는 그럭저럭 괜찮군.”
“예? 고작 그럭저럭이라고요?”
서란으로서는 굉장히 낯선 반응이었다.
오죽문 식구들은 뭐 하나 보여줄 때마다 매번 천고의 기재라며 찬양했었기 때문이다.
의구심을 갖는 서란에게 소용녀가 시범을 보여줬다.
소용녀가 손가락을 휙 휘둘렀다.
그러자 돌구슬 안에 압축되어 있던 법력이 고스란히 빠져나와 허공에 둥글게 뭉쳤다.
속성도 다른 타인의 법력을 순식간에 탈취해서 내 것처럼 제어하는 신기였다.
서란은 엄청난 격차를 실감했다.
소용녀가 만든 법력 구슬은 서란이 만든 것보다 훨씬 작은 크기였다.
심지어 물체에 의지하지도 않고 압축했다.
절로 박수가 나왔다.
법력 구슬을 흩어버린 소용녀가 말했다.
“확실히 너에게는 재능이 있다. 아마도 결단기 수도자 중에서도 너처럼 법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은 드물거다. 하지만 여의주를 통제하기에는 아직 한참 모자라.”
소용녀의 목적은 여의주를 돌려받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서란의 실력을 향상시켜야 했다.
여의주 소유권을 돌려받는 건 그 다음이다.
소용녀가 재차 강조했다.
“물론 지금 네 상태로도 결단은 손쉽게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해라. 어설픈 성공은 필요 없다. 너는 반드시 최고의 금단을 형성해야만 한다.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여의주를 통제할 수 있다.”
서란이 물었다.
“최고의 금단은 기준이 뭐죠? 빛깔?”
“크기, 기준은 바로 크기다. 기억해라, 내단은 무조건 커야 한다. 요단, 금단, 여의주. 아무튼 내단이라고 불리는 건 어떤 이유에서든지 커다랄수록 좋다.”
소용녀가 열변을 토했다.
내단이란 자기 법력을 통제하고 천지 영기를 끌어당기는 구심점이다.
당연히 내단이 클수록 법력과 영기에 작용하는 인력도 강해진다.
내단의 크기는 중대 사항이었다.
모범생 서란이 질문했다.
“용녀님, 그러면 흑린역류혈사의 요단은 뭔가요? 그게 여의주보다 훨씬 커다랗던데요.”
흑린역류혈사의 요단은 어지간한 바위 크기였다.
그래서 직접 들고 오지 못하고 물류 중심지를 거쳐서 가져올 계획이었었다.
옮기기 위해서는 범선형 법기가 필수였다.
실제로 축기기 강도단 중 요단을 챙긴 일당이 가장 먼저 잡혔다.
범선이 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소용녀가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런 건 내단이 아니야!”
격렬한 반응 이후 추가 설명이 튀어나왔다.
흑린역류혈사의 요단은 편의상 요단이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웅담이나 녹용 같은 부속물일 뿐이다.
애초에 결단기 수사 몇 명에게 멸종 당한 나약한 요괴에게 내단이 있다는 것부터가 웃긴 얘기다.
호구 같은 미궁언서나 신나게 괴롭혔지, 축기기 수사가 몇 명만 모여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직접 사냥해 본 서란도 금방 납득했다.
“그러면 기회는 오직 한 번뿐이겠군요.”
“그래, 내년 여름까지 기량을 갈고닦아서 최대한 큰 내단을 만들어야 한다. 평균적인 결단기 수도자의 금단이 콩알만 하다고 하니까... 최소한 호두알보다는 커야할 것 같구나. 내 여의주와 비슷한 수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참고로 소용녀의 여의주는 주먹 크기다.
비록 지금은 여의주가 없어서 결단기 수도자 정도로 약해졌지만, 본래는 승천 직전까지 갔던 용이다.
전력을 발휘할 요건만 갖춰지면 원영기 수사도 소용녀의 상대가 아니었다.
서란과 소용녀는 수행을 시작했다.
목표는 호두알이었다.
결단 의식 때문에 문파 전체가 시끄러웠다.
의식 장소에 진법을 설치하기 위해서.
적합한 보조 인력을 선발하기 위해서.
엉망이 된 일정표를 이리저리 조립하기 위해서.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시끄러운 곳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의식용 단약을 조제하는 약당이었다.
여기는 절반쯤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바로 단약의 주재료인 요단 때문이었다.
공식적으로 흑린역류혈사는 수백 년 전에 멸종했다.
한마디로 오죽문 연단술사들은 전원 흑린역류혈사 요단으로 단약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었다.
오로지 수백 년 전에 기록된 약방에만 의지해서 단약을 조제해야 했다.
이 정도면 사실 연단술이 아니라 고고학의 영역에 가까웠다.
연단술사들은 고문서를 뒤지며 고통스러워했다.
참신한 표기법에 연신 몸을 뒤틀던 사내가 외쳤다.
“기록된 분량이 왜 이 모양이야! 적당히 넣는 게 도대체 어느 정도냐고! 어떤 연단술사가 매번 직감에 의존해서 연단술을 해! 도량형에 맞게 적으라고!”
이걸 신호로 여기저기서 쌍욕이 튀어나왔다.
“이런 개같은! 이런 미개한 도량형을 왜 사용한 거야! 도량형 통일한 지가 벌써 수천 년이 지났다고! 이딴 원시 도량형 쓰는 인간들은 전부 죽여야 해!”
“약재 이름이 모조리 사어잖아! 남들이 안 쓰는 용어 혼자서 쓰니까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지기라도 했냐?! 제발 남들도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를 해라!”
그때 연구실 문이 슬쩍 열렸다.
잔뜩 예민해져 있던 연단술사들이 일제히 출입문을 노려봤다.
심부름 때문에 고문서를 잔뜩 들고 온 이아금만 활화산 같은 분위기에 당황했다.
다행히 연단술사들은 금방 평정을 되찾았다.
오랜 수행으로 정신을 수양한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나름 지식인들 모임이라고 차분하게 연구를 하자 조금씩 일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누가 기가 막힌 해결책을 제시했다.
차라리 완제품에서부터 조제 과정을 역순으로 밟아서 부재료와 각각의 함유량, 처리 공정들을 유추하자는 의견이었다.
역시 집단은 뭉칠수록 강했다.
연단술사들은 밤낮없는 노력 끝에 조제법을 성공적으로 복구해냈다.
정말 역사에 남을 대장정이었다.
감격에 겨운 연단술사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눴다.
그때 한 사람이 걱정을 표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어쩌죠? 지금 우리가 복구한 건 대부분 추정에 근거한 근삿값이잖아요. 미세한 오차를 보정할 필요가 있는데...”
“그거야 뭐... 시행착오를 통해서 어떻게 좀...”
“부재료는 그렇다고 쳐도, 주재료인 흑린역류혈사 요단은 어쩌죠? 다시 구할 방법도 없어서 연구에 사용할 양이 터무니없이 부족해요.”
연단술사들이 일제히 침묵했다.
오차는 반드시 수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실험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적은 횟수로 정확한 함유량을 계산할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혹시 극소량으로 실험하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횟수를 늘려도 주재료 소모량은 크지 않을 텐데.”
“비율만 맞추면 되니까 크게 상관은 없는데... 그렇게 적은 양으로 결과를 어떻게 확인하죠? 맛을 볼 때 제대로 느껴지기나 할까요?”
“미각과 후각만 예민하면 되는 거 아닌가?”
“아무리 수도자라고 해도 감각이 그렇게 예민한 사람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예민한 미후각, 마침 약당에 있는 수도자.
연단술사들은 모두 한 소녀를 떠올렸다.
약재와 탕약 냄새가 죽도록 싫은 약당 소속 이아금 수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