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이아금은 당장 방부터 환기시켰다.

매캐한 검은 연기가 봄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이아금은 곧장 서란에게 질문했다.

“언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법보는 또 왜 저러고? 원래 흰 연기 내뿜는 향로 아니었어?”

서란이 떠듬떠듬 대답했다.

“아니, 그, 뭐냐... 실험을 하다가 약간 착오가 있었어. 별일 아니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이아금은 물러서지 않았다.

“무슨 실험인데?”

“연료를 좀 넣어 볼까해서...”

“뭘 넣었는데?”

“어...”

이아금은 곧장 눈을 감고 후각에 집중했다.

몇 년 간 전문적인 훈련을 마친 이아금의 후각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지 오래였다.

이제는 눈 감고 미후각만으로 약재의 이름은 무엇인지, 어떤 환경에서 길렀는지도 맞춘다.

결국 숨길 수 없었다.

블라인드 테스트 그랜드 마스터가 말했다.

“가장 많이 들어간 건 장작이네. 그리고 이건, 차 냄새? 아하, 찻잎이구나. 음, 꽃 향기랑 기름 냄새라... 내가 사준 향초잖아? 선물 받은 향초는 도대체 왜 넣은 거야?”

“그건 담청 님이...”

“이 법보는 향로야, 난방용 화로가 아니라. 이렇게 아무거나 집어 넣으면 안 돼. 장난치다가 혹시라도 망가지면 어쩌려고.”

“장난이 아니라 탐구심...”

이아금은 들은 척도 않고 말을 이었다.

“애초에 언니 나이가 몇 살인데 애들처럼 불장난을 해? 이제 스물세 살이잖아. 슬슬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야지.”

옆에 있던 스물여섯 살 금영영이 움찔했다.

“내 친구들 중에는 결혼하는 애도 있는데...”

그때 서란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뭐? 아금이 네 친구가 벌써 결혼을 해? 무슨 결혼을 그렇게 빨리하지?”

이아금이 황당하다는 듯 대꾸했다.

“대부분 스무 살인데 뭐가 빨라? 속세였으면 애도 둘은 있을 나이잖아.”

“어라?”

서란은 망각하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당연하겠지만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주변에 안 늙는 사람만 득실거려서 깜빡했다.

“아금아, 네가 나보다 세 살 어리던가?”

“응, 맞아.”

서란은 공포에 질렸다.

아금이가 올해로 스무 살이라고?

나 따라다니면서 언니 언니 하던 그 꼬마가?

이제는 더 이상 아기가 아니라고?

서란이 외쳤다.

“징그러워! 너는 누구냐, 나는 너를 모른다!”

이아금은 서란의 헛소리를 깔끔하게 무시했다.

“영영 언니, 요즘 우리 문파 사람 중에서 금작파 쪽이랑 중매 결혼하는 경우가 이상할 정도로 많던데 뭐 아는 거 있으세요?”

금영영이 대답했다.

“결혼? 당연히 알지.”

“뭐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오죽문이랑 금작파, 반쯤 합병하잖아.”

폭탄이 터졌다.


화신기 수사의 비승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세상의 중심으로 간다.

비승 압력을 버틸 결계를 몸에 두른다.

그대로 하늘에 뚫린 구멍을 통과한다.

무사히 선계에 도착하면 비승 성공이다.

용이 승천하는 과정도 대동소이했다.

아주 가끔씩 천겁 맞고 비승 실패하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과정 자체는 쉽다.

하지만 화신기 수사 혼자서 비승하는 게 아니라면 계산이 상당히 복잡해진다.

수도문파와 동반 승천하는 경우, 화신기 수사는 홀로 엄청난 부담을 감당해야만 했다.

함께하는 사람과 물자가 많을수록 비승이 실패할 확률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문파 비승에는 크든 작든 위험성이 존재한다.

물론 지금까지 뒷바라지해 준 은혜는 나 몰라라 하고 얌체처럼 본인만 승천해도 된다.

함께라면 어렵지만, 혼자라면 손쉬우니까.

하지만 혼자 승천해서 뭘 어쩌겠는가.

인계 출신 화신기 수사는 전부 일영근자다.

일영근 보유자답게 한평생 자기 손으로 뭘 직접해본 경험이 없는 백수, 백조들이었다.

절대 다수가 혼자서는 제 앞가림도 못한다.

수도문파가 비승을 위해서 화신기 수사에게 의존하는 만큼, 화신기 수사 역시 수도문파의 도움이 필요했다.

비단 실생활뿐 아니라 수선도 마찬가지였다.

기껏 문파를 버리고 혼자 승천해 봤자 필요한 자원이 없어서는 다음 경지까지 도달할 수도 없었다.

결국 문파 비승 자체는 상수였다.

변수는 사람과 물자를 얼마나 가지고 갈 것인가.

즉, 선계로 옮기는 인적 물적 자원의 총합과 누적된 부담으로 증가하는 실패 확률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계산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수많은 선발대 덕분이었다.

결국 수선계는 적정값 산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 결괏값이 곧 수도문파 규모의 실질적 상한선이 되었다.

이것보다 규모가 더 크면 비승은 실패한다.

아니면 구성원 일부가 인계에 버려지거나.

수도문파는 일영근자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다른 수도자들은 문파 비승을 위해서 헌신한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가 유지될 수 있는 건 모두가 이익을 공유하기 때문이었다.

만일 ‘우리 모두’가 아니라 ‘너와 내’가 되면 수도문파는 필연적으로 분열된다.

닫힌 사회에서 서로 반목하면 집단은 끝난다.

대륙 전체를 지배하는 수도문파, 이런 초대형 집단은 근본적으로 탄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범부들의 이야기다.

서란에게는 여의주 뺨치는 거대 금단이 있었다.

복잡한 계산 끝에 두 문파는 결론을 내렸다.

오죽문과 금작파는 함께 승천할 수 있다.


서대륙 중서부, 사악한 음모자들이 모였다.

하나같이 오죽문과 적대적인 문파들이었다.

결단 의식 제발 실패하라고 저주하던 그들이 맞다.

구성원들끼리 서로 적대 관계인 경우도 많았지만, 미증유의 위기가 다가오자 똘똘 뭉쳤다.

오죽문에서 화신기 수사가 등장한다.

인계에 도래한 절대자가 얌전히 선계로 떠난다?

수선계 역사에 그런 경우는 없었다.

오죽문과 금작파는 수천 년 전에 탄생했다.

그때는 양나라와 교나라에 수도문파가 없었다.

왜 없었는지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전대 화신기 수사가 비승하기 전에 적대적인 문파를 모조리 멸문 시켜버린 탓이었다.

수천 년 간 균형을 유지하던 세력 구도를 폭풍처럼 쓸어버리고 서대륙 수선계 전체를 초기화시켰다.

한순간에 서대륙 대부분이 무주공산이 된 것이다.

수많은 문파가 새로 생겨났다.

오죽문과 적대 관계인 문파들은 공포에 질렸다.

수백 년 후로 예정된 죽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멈출 수 없는 파멸이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가 아우성쳤다.

“차라리 먼저 선수를 치죠.”

“맞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습니다.”

“우리는 일곱이고, 저기는 고작 넷입니다.”

선제 공격을 주장하는 자.

오죽문, 금작파, 약목파, 그리고 해선문까지.

아예 사 개국 동맹을 쓸어버리자는 의견이었다.

“전면전은 너무 위험합니다.”

“그 어린 년도 아직은 결단기입니다.”

“일단 암살만 하면 상대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암살 작전을 주장하는 자.

화신기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원영기 수사들의 인적 사항이 수도문파 최고 기밀인 이유였다.

다만 류서란의 경우는 성대한 결단 의식 때문에 서대륙 전체에서 모르는 이가 없었다.

“중립인 수도문파들도 끌어들이죠.”

“그들도 분명 두려워하고 있을 겁니다.”

“피해가 적으려면 압도적인 격차가 필요합니다.”

동맹 확대를 주장하는 자.

전면전을 하든, 암살을 하든 보복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쪽부터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었다.

중립 문파들까지 포섭하면 오죽문과 그 동맹, 그리고 류서란까지 확실하게 죽일 수 있었다.

평화롭던 서대륙에 거대한 전운이 감돌았다.

그리고 전령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긴급 속보입니다! 오죽문과 금작파가 초대형 동맹을 결성했습니다! 구성 문파는 약목파와 해선문, 그리고 중립을 유지하던 수도문파 십여 곳입니다!”

전쟁을 준비하던 일곱 문파는 경악했다.

유리하던 형세가 완전히 역전됐다.

이제는 중립 문파들도 합류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들은 한번 싸워 보기도 전에 패배했다.

서대륙 전체를 뒤덮으려던 대전쟁은 사라졌다.

전쟁이란 원래 외교 허접들이나 하는 헛짓거리였다.

일곱 문파는 황급히 해산했다.

오늘 오고 간 흉계는 영원히 함구하기로 약조했다.


금중패는 토속성 공법 전문가다.

하지만 공법 연구는 어디까지 학술적 취미였다.

그의 진짜 전문성은 외교에 있었다.

금작파 수석 외교관 금중패가 말했다.

“오호, 그들이 그런 흉계를 꾸몄단 말이지요?”

밀고자가 비굴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금 수사.”

금중패는 미소를 짓더니 보좌관에게 명령했다.

“약속한 대가를 드려라.”

보좌관이 밀고자에게 옥함을 내밀었다.

다급히 옥함 안을 본 결단기 수사는 내용물을 확인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탐욕에 휘둘리던 그는 간신히 진정하고 물었다.

“금 수사, 혹시라도 우리 문파가 그 모임에 참석했다고 오해를 하지는 않으시겠지요?”

“그럼요, 전부 첩보 활동이 아닙니까. 그 정도로 훌륭한 정보원을 의심하다니요. 염려 마십시오.”

밀고자가 황급히 떠난 뒤, 보좌관이 물었다.

“금 수사님, 저 거짓말을 믿지는 않으시겠지요?”

“당연한 것 아니냐. 우리를 배신하고 저쪽에 붙었다가 상황이 바뀌니까 다시 꼬리를 흔드는 게지.”

보좌관이 화를 참지 못하고 토로했다.

“저런 박쥐 같은 녀석! 금 수사님,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아무리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신뢰라지만, 저런 소인배에게까지 약속을 지킬 이유가 있나요? 저 놈이 먼저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습니까. 배신한 대가를 치르게 해줘도 세상에 욕할 사람이 없을 겁니다.”

금중패가 차분하게 말했다.

“세상은 욕하지 않아도 저 소인배는 분명히 앙심을 품겠지. 물론 그의 문파도 그럴 테고.”

“제까짓게 감히요? 그리고 저런 약소 문파 정도는 적으로 돌려도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제 놈들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금중패는 보좌관을 질책하지 않았다.

그에게도 옛날에는 저런 시절이 있었으니까.

모르는 것은 시간을 들여서 배우면 된다.

“사람은 산맥이 아니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우리에게 사소한 일이라면 그냥 웃어 넘겨라. 자비란 본래 강자의 특권이니까.”

보좌관이 재차 질문했다.

“사소하지 않다면요?”

금중패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계속 웃어라.”

보좌관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예?”

아직도 어릴 적 모습이 남아 있는 손녀를 보며 금중패가 자상하게 말했다.

“미소를 지우는 건 상대를 찌른 뒤에도 족하니까.”

손녀가 생각에 잠기자 금중패는 자리를 떠났다.

오늘은 그에게 정말로 특별한 날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대규모 합동 결혼식이 열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의도가 담겨 있다.

수천 년 전, 약소 문파였던 금작파는 오로지 외교력 하나로 지금의 영광을 쟁취했다.

서대륙 오대 세력에 속하는 거대 문파.

금중패는 상념에 잠긴 채 걸음을 옮겼다.

그는 어릴 적 들었던 금언을 잊지 않았다.

항상 정직하게 행동해라.

이익을 기꺼이 나눠라.

호의를 사는데 망설이지 마라.

네 이웃을 사랑하라.

금중패의 피에 흐르는 금작파의 정신이다.

마침내 광장에 도착했다.

초대형 동맹에 참가한 중립 문파들이 보인다.

펄럭이는 무수한 깃발들은 하나하나가 금작파가 쌓아올린 외교 관계와 신뢰를 상징한다.

금작파는 오죽문과 승천한다.

필연적으로 양나라, 유나라, 교나라 삼국과 무수한 자원들이 지상에 남겨진다.

금작파는 삼국의 영토와 잉여 물자를 무기로 중립 문파들과 지지부진한 협상을 계속했다.

결과는 지금 눈앞에 놓여 있었다.

새로운 부부들이 사랑으로 탄생했다.

동맹 구성원들이 그들을 진심으로 축복했다.

어째선지 하객으로 참석한 어인족도 환호했다.

금작파가 고수한 원칙이 만든 광경이었다.

외교관으로서 정말 감개무량한 순간이었다.

금중패는 눈시울을 붉혔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

금작파는 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