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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안 보이지만 수도문파의 수뇌부는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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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산맥 전체를 다스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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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부지와 빼곡한 건물, 셀 수 없는 구성원, 그 모든 구성 요소들을 유지 및 관리하기 위해서 폭증하는 업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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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결정 사항은 결국 수뇌부가 결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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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 학생들에게 어떤 간식을 제공할지는 글방 선생 호혜문이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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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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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몇 살부터 글방에 다닐 것인가, 몇 살까지 글방에 다닐 것인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등등은 모조리 수뇌부가 결정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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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주공산이 된 유나라를 금작파와 공동 통치할 경우, 그곳에서 발견한 영근보유자와 영초 등은 어떤 방식으로 분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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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 세계를 양분한 수직 갱도파와 수평 갱도파 사이에 형성된 정치 지형은 어떻고, 만약 오죽문에게 불리한 상황이 닥치면 개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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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선 관계인 금작파와 제휴한 인재 및 기술 교류 협정은 차후 두 문파 사이에 존재하는 역학 관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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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처리해도 업무는 항상 포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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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수뇌부는 기나긴 정책 회의를 마치고 각자 자기 수행 시간까지 챙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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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업무와 사적 수련의 양립을 달성한 초인들이 바로 수도문파 수뇌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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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의 사정에 지극히 어둡다는 부분만 제외하면 팔방미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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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열세 번째 의제는 ‘류서란에게 언제부터 결단기 준비 과정을 교육시킬 것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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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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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라는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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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반대쪽의 의견은 ‘아직은 너무 이르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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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단기 수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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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지만, 이제부터라도 빨리 결단기에 도달하기 위한 수행을 시작할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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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여태 자유롭게 지냈던 이유는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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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오죽문은 새로운 결단기 수도자를 배출할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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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나이에 축기기에 도달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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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기 수사 한 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원과 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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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고급 단약, 초대형 토기영석, 속성에 맞는 특수한 진법과 진법을 설치하기에 알맞은 명당까지 문파 전체가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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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단에 도전하기 몇 년 전부터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보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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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일영근자 류서란은 오죽문 수뇌부가 가장 애지중지하는 천고의 기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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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약, 영석, 진법, 명당, 인력, 공법, 시기 등 제반 사항을 가능한 완벽하게 갖추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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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이 따라준 덕분인지 최근에서야 모든 준비가 갖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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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단약은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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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성 뱀요괴인 흑린역류혈사의 요단과 여러가지 부재료로 조제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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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은 연단술이라면 서대륙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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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토기영석은 금작파에게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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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그쪽 최연소 일영근자인 금영영이 금속성 일영근이라서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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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토속성이었다면 절대 팔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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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진법은 이미 보유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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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적으로 알맞은 명당은 지저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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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 인력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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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결단기 공법조차 새로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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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죽문에 있던 토속성 공법도 충분히 쓸만했지만 수뇌부는 오로지 최고만을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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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금작파에 문의해서 화속성 결단기 공법과 맞교환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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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는 서란이 스무 살이 되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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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수백 년 중에서 가장 천지에 토영기가 풍부한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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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번 기회는 최소한 백오십 년 뒤에나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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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전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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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뇌부의 결정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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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의 앞날을 수백 년, 어쩌면 영원히 좌지우지할 중대한 회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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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교육 찬성파가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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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이런 최적의 순간에 류 수사 같은 어린 천재가 오죽문에 몸담고 있다니, 두 번 다시는 이런 기회가 안 올 거예요. 이건 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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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도 많이 찬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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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기한이 촉박하기는 하지만, 류 수사라면 충분히 시기를 맞출 수 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화신기 수사가 탄생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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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온 세상이 도와주는 격입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천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문파 비승은 불가능합니다. 당장 서대륙에서 수천 년 동안 선계로 떠난 수도문파가 하나라도 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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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 비승을 위해서는 화신기 수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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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직 일영근자만이 미약하게라도 화신기에 도달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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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수명의 한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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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근은 열 살이 되면 활성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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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빠르게 수선에 입문해도 열 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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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기 수사의 수명은 125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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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영근자는 평균적으로 십 년 정도 수행하면 축기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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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축기기 수사는 250년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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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스무 살, 남은 수명은 23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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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전 단계에서 수행한 시간보다 다섯 배 정도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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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영근자는 오십 년을 더 수행해야만 결단기 수도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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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결단기 수도자의 수명은 축기기 때보다 두 배 증가한 50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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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일흔, 남은 수명은 43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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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망의 원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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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영근자는 250년이라는 오랜 수행 끝에 원영기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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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기 수도자의 수명은 천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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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삼백이십, 남은 수명은 68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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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재능과 수도문파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원영기까지 승승장구해온 일영근자는 이쯤에서 처음으로 벽을 직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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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험한 귀납적인 추론에 따르면 화신기에 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추정 수행 기간은 약 125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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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은 수명은 칠백 년이 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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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너무나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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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수행 기간은 다섯 배로 증가하는데 수명은 고작 두 배씩 늘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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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기 수사가 맞이한 벽은 수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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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다영근자들을 절망으로 몰아 넣은 세월의 흐름이 마침내 일영근자에게도 당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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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기가 천재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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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교육 찬성파는 절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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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신기는 정말로 하늘이 내려주는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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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린 류서란과 지금 이 순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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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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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교육 반대파도 할 말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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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모한 계획입니다. 애초에 류 수사는 나이가 너무 어려요. 눈이 녹고 봄이 와봐야 고작 열아홉 살이란 말입니다. 결단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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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파가 일제히 찬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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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기에 목매지 말고 차분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후년을 놓친다고 류 수사가 영원히 결단에 실패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조금 아쉬울 뿐이지요. 류 수사는 충분히 재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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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류 수사가 경지를 돌파하는 속도는 이미 이례적인 수준입니다. 확률 낮은 도박을 시도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화신기에 도달할 가능성이 큽니다. 오히려 조급한 마음으로 결단을 시도하다가 류 수사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오죽문은 완전히 끝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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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교육 찬성파와 반대파는 한참을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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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을 놓치는 것이 아쉬운 찬성파와 위험한 도박을 꺼리는 반대파가 설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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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도 안 자고 떠든 끝에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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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가 투표 용지를 정리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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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최종 결론입니다. 후년에 찾아오는 최적의 결단 시기는 아쉽지만 포기합니다. 양측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을 펼쳤지만, 결과에 승복해주시길 바랍니다. 만일 중대한 변수가 발생하면 재투표도 가능하니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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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투표 결과, 반대파가 근소하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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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측이 최후에 주장했던 내용이 유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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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일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류서란에게 결단에 필요한 지식을 온전히 전수할 교육자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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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이라도 데려오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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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투표가 끝나고 결단기 수사들이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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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각자 수행하러 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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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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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에 류서란이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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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어깨 위에 소용녀를 목말 태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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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뇌부는 일제히 소용녀의 머리에 달린 사슴뿔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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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용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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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산 결단기 수사는 아는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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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소용녀의 정체를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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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용이 물고 있는 물건도 함께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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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여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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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서서 서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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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수사, 무슨 이유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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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논리정연하게 사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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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줍게 된 여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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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온 소용녀와 뒤바뀐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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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주를 돌려주기 위한 선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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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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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주를 돌려주기 위해서는 우선 결단기 수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용녀님이 제 결단을 돕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장기간 체류할 예정이라서 미리 말씀드리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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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했던 수사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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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겠네.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돌아가 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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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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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히 인사한 서란이 저멀리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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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 문이 다시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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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한 변수가 발생했으므로 재투표를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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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가 회의를 재개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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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파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자리를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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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볼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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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과 류서란, 소용녀는 각자의 목적을 위해서 임시 동맹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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