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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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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안 보이지만 수도문파의 수뇌부는 바쁘다.

광활한 산맥 전체를 다스리는 일이다.

넓은 부지와 빼곡한 건물, 셀 수 없는 구성원, 그 모든 구성 요소들을 유지 및 관리하기 위해서 폭증하는 업무까지.

모든 결정 사항은 결국 수뇌부가 결재해야 한다.

글방 학생들에게 어떤 간식을 제공할지는 글방 선생 호혜문이 결정할 수 있다.

사소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살부터 글방에 다닐 것인가, 몇 살까지 글방에 다닐 것인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등등은 모조리 수뇌부가 결정해야만 한다.

최근 무주공산이 된 유나라를 금작파와 공동 통치할 경우, 그곳에서 발견한 영근보유자와 영초 등은 어떤 방식으로 분배할 것인가.

지저 세계를 양분한 수직 갱도파와 수평 갱도파 사이에 형성된 정치 지형은 어떻고, 만약 오죽문에게 불리한 상황이 닥치면 개입할 것인가.

친선 관계인 금작파와 제휴한 인재 및 기술 교류 협정은 차후 두 문파 사이에 존재하는 역학 관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가.

아무리 처리해도 업무는 항상 포화 상태였다.

게다가 수뇌부는 기나긴 정책 회의를 마치고 각자 자기 수행 시간까지 챙겨야 했다.

공적 업무와 사적 수련의 양립을 달성한 초인들이 바로 수도문파 수뇌부였다.

속세의 사정에 지극히 어둡다는 부분만 제외하면 팔방미인들이었다.

오늘의 열세 번째 의제는 ‘류서란에게 언제부터 결단기 준비 과정을 교육시킬 것인가.’였다.

회의장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한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라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반대쪽의 의견은 ‘아직은 너무 이르다.’였다.

어떤 결단기 수사가 말했다.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지만, 이제부터라도 빨리 결단기에 도달하기 위한 수행을 시작할 필요가 있어요.”

서란이 여태 자유롭게 지냈던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오죽문은 새로운 결단기 수도자를 배출할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축기기에 도달한 탓이었다.

결단기 수사 한 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원과 인력이 필요하다.

무수한 고급 단약, 초대형 토기영석, 속성에 맞는 특수한 진법과 진법을 설치하기에 알맞은 명당까지 문파 전체가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결단에 도전하기 몇 년 전부터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보통이었다.

게다가 일영근자 류서란은 오죽문 수뇌부가 가장 애지중지하는 천고의 기재였다.

단약, 영석, 진법, 명당, 인력, 공법, 시기 등 제반 사항을 가능한 완벽하게 갖추기를 원했다.

천운이 따라준 덕분인지 최근에서야 모든 준비가 갖춰졌다.

최고급 단약은 준비됐다.

토속성 뱀요괴인 흑린역류혈사의 요단과 여러가지 부재료로 조제할 예정이었다.

오죽문은 연단술이라면 서대륙 제일이다.

대형 토기영석은 금작파에게 구입했다.

마침 그쪽 최연소 일영근자인 금영영이 금속성 일영근이라서 구할 수 있었다.

만약 토속성이었다면 절대 팔지 않았을 것이다.

필요한 진법은 이미 보유 중이었다.

풍수지리적으로 알맞은 명당은 지저 세계다.

보조 인력도 충분하다.

심지어 결단기 공법조차 새로 구했다.

원래 오죽문에 있던 토속성 공법도 충분히 쓸만했지만 수뇌부는 오로지 최고만을 추구했다.

결국 금작파에 문의해서 화속성 결단기 공법과 맞교환까지 했다.

시기는 서란이 스무 살이 되는 해.

근 수백 년 중에서 가장 천지에 토영기가 풍부한 시기였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번 기회는 최소한 백오십 년 뒤에나 찾아온다.

준비는 전부 끝났다.

이제 수뇌부의 결정만이 남았다.

오죽문의 앞날을 수백 년, 어쩌면 영원히 좌지우지할 중대한 회의였다.

조기 교육 찬성파가 발언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이런 최적의 순간에 류 수사 같은 어린 천재가 오죽문에 몸담고 있다니, 두 번 다시는 이런 기회가 안 올 거예요. 이건 천운입니다.”

다른 사람도 많이 찬동했다.

“맞습니다. 기한이 촉박하기는 하지만, 류 수사라면 충분히 시기를 맞출 수 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화신기 수사가 탄생할 수도 있어요.”

“그야말로 온 세상이 도와주는 격입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천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문파 비승은 불가능합니다. 당장 서대륙에서 수천 년 동안 선계로 떠난 수도문파가 하나라도 있던가요?”

문파 비승을 위해서는 화신기 수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오직 일영근자만이 미약하게라도 화신기에 도달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수명의 한계 때문이다.

영근은 열 살이 되면 활성화된다.

제아무리 빠르게 수선에 입문해도 열 살이다.

연기기 수사의 수명은 125년 정도다.

일영근자는 평균적으로 십 년 정도 수행하면 축기에 성공한다.

그리고 축기기 수사는 250년을 산다.

나이는 스무 살, 남은 수명은 230년이다.

다음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전 단계에서 수행한 시간보다 다섯 배 정도가 더 필요하다.

일영근자는 오십 년을 더 수행해야만 결단기 수도자가 될 수 있다.

참고로 결단기 수도자의 수명은 축기기 때보다 두 배 증가한 500년이다.

나이는 일흔, 남은 수명은 430년이다.

이제 대망의 원영기다.

일영근자는 250년이라는 오랜 수행 끝에 원영기에 도달한다.

원영기 수도자의 수명은 천 년.

나이는 삼백이십, 남은 수명은 680년.

타고난 재능과 수도문파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원영기까지 승승장구해온 일영근자는 이쯤에서 처음으로 벽을 직면한다.

지금까지 경험한 귀납적인 추론에 따르면 화신기에 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추정 수행 기간은 약 1250년이다.

하지만 남은 수명은 칠백 년이 채 안 된다.

수명이 너무나 부족했다.

필요한 수행 기간은 다섯 배로 증가하는데 수명은 고작 두 배씩 늘어나기 때문이다.

원영기 수사가 맞이한 벽은 수명이다.

수많은 다영근자들을 절망으로 몰아 넣은 세월의 흐름이 마침내 일영근자에게도 당도한 것이다.

원영기가 천재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유였다.

조기 교육 찬성파는 절박했다.

화신기는 정말로 하늘이 내려주는 경지다.

아직 어린 류서란과 지금 이 순간뿐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없다.

조기 교육 반대파도 할 말은 있었다.

“너무 무모한 계획입니다. 애초에 류 수사는 나이가 너무 어려요. 눈이 녹고 봄이 와봐야 고작 열아홉 살이란 말입니다. 결단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반대파가 일제히 찬동했다.

“일단 시기에 목매지 말고 차분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후년을 놓친다고 류 수사가 영원히 결단에 실패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조금 아쉬울 뿐이지요. 류 수사는 충분히 재능이 있어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류 수사가 경지를 돌파하는 속도는 이미 이례적인 수준입니다. 확률 낮은 도박을 시도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화신기에 도달할 가능성이 큽니다. 오히려 조급한 마음으로 결단을 시도하다가 류 수사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오죽문은 완전히 끝장이에요.”

조기 교육 찬성파와 반대파는 한참을 토론했다.

천운을 놓치는 것이 아쉬운 찬성파와 위험한 도박을 꺼리는 반대파가 설전을 벌였다.

잠도 안 자고 떠든 끝에 결론이 나왔다.

사회자가 투표 용지를 정리하며 말했다.

“그러면 최종 결론입니다. 후년에 찾아오는 최적의 결단 시기는 아쉽지만 포기합니다. 양측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을 펼쳤지만, 결과에 승복해주시길 바랍니다. 만일 중대한 변수가 발생하면 재투표도 가능하니 참고해 주세요.”

찬반 투표 결과, 반대파가 근소하게 많았다.

반대 측이 최후에 주장했던 내용이 유효했다.

애초에 일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류서란에게 결단에 필요한 지식을 온전히 전수할 교육자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입에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이라도 데려오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종 투표가 끝나고 결단기 수사들이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각자 수행하러 갈 시간이었다.

회의장 문이 열렸다.

문밖에 류서란이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전히 어깨 위에 소용녀를 목말 태운 상태였다.

수뇌부는 일제히 소용녀의 머리에 달린 사슴뿔을 바라봤다.

어라, 용이잖아?

오래 산 결단기 수사는 아는 게 많다.

단숨에 소용녀의 정체를 파악했다.

그리고 용이 물고 있는 물건도 함께 알아봤다.

저건, 여의주?

누군가 나서서 서란에게 물었다.

“류 수사, 무슨 이유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나?”

서란은 논리정연하게 사정을 설명했다.

우연히 줍게 된 여의주.

찾아온 소용녀와 뒤바뀐 주인.

여의주를 돌려주기 위한 선결 과제.

결론은 하나였다.

“여의주를 돌려주기 위해서는 우선 결단기 수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용녀님이 제 결단을 돕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장기간 체류할 예정이라서 미리 말씀드리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질문을 했던 수사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잘 알겠네.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돌아가 보게나.”

“예, 감사합니다!”

공손히 인사한 서란이 저멀리 달려갔다.

회의장 문이 다시 닫혔다.

“중대한 변수가 발생했으므로 재투표를 진행하겠습니다.”

사회자가 회의를 재개하며 말했다.

반대파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자리를 이동했다.

결과는 볼 필요도 없었다.

오죽문과 류서란, 소용녀는 각자의 목적을 위해서 임시 동맹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