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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의 생일 잔치가 끝나고 며칠 뒤, 손달은 서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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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법관님, 혹시 휴가 좀 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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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언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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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뒤 하루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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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흔쾌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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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되죠. 그런데 별일이네요. 손 호법이 휴가를 다 쓰시고. 여태까지는 전부 돈으로 받으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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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번에 친구가 결혼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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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 친구도 용족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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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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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맞습니다. 사진 보여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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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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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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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단말기의 사진첩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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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몇 장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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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정말 친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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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뒤, 손달은 오랜만에 평상복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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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구성원들과 인사한 뒤, 대문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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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곧장 올빼미 인형이 하나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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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인형이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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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 발견, 조회 실시. 신원 확인. 손달 님, 행선지를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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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광 제도 밖으로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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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선지 확인. 안내를 시작합니다. 경고, 위험할 수 있으니 함부로 경로를 벗어나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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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인형이 선도 비행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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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뒤따라 비행하면서 재차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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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죽문은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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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숨기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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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비밀 하나 없는 수도문파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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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죽문은 도가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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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금죽문 곳곳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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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광 제도는 5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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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명칭은 범인 구역, 수도자 구역, 어인족 구역, 외부인 구역, 그리고 특별 구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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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구역에는 범인만, 수도자 구역에는 금죽문 소속 수도자만, 어인족 구역에는 어인족만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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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출입 허가를 받고 방문한 외부인들은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는 즉시 추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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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는 손달을 비롯한 수행원단과 사유경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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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이들만이 특별 구역에 출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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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중요 인물 취급을 받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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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의 관계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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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올빼미 인형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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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도착. 안내를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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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마친 올빼미 인형은 극광 제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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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극광 제도의 전경을 용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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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올빼미 인형 군단에 의해 뒤덮였고, 바다에는 어인족 순찰대가 바글바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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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편집증적인 보안 체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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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전송진을 통해 도원향 총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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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향은 선계 최대, 최고의 조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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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거대문파조차 감히 맞먹을 수 없는 규모의 역사, 시설,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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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선계의 일곱 지선 중 다섯이 도원향 소속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도원향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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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도원향 오대 기관 중 하나인 기록보관소 소속의 정보 요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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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기관들의 명칭은 최고재판소, 윤회전생청, 천기연구소, 천간관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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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지선이 각 기관의 수장을 담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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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기록보관소의 수장은 영세 필경사, 첨천답층진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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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전송진 관리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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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미관을 혼자서 다 망치는 새까맣고 거대한 정사각뿔 형태의 건물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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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향 총타, 흑단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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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단궁에 들어선 손달은 곧장 승강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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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승강기는 아니고 제한 구역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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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는 승강기 안내원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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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안내원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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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층으로 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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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432층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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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 외의 구역에 출입을 시도하실 경우, 경고 없이 사살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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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이 동의하자 승강기가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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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에 표시된 층수가 빠른 속도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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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승강기 내부는 미약하게 흔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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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안내원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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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432층,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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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살짝 목례한 뒤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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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일자 복도를 따라 쭉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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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한 발 나아갈 때마다 주시하는 눈길 또한 점차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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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끝에 도착하자 문이 하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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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근처에는 사무원 둘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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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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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원 한 명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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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기 앞에 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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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순순히 검사기 앞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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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된 위치에 서자, 검사기가 빛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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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검사 과정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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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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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 오류, 기기 고장, 혹은 그 밖에 어떤 이유든 간에 검사 결과가 반대로 나온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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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해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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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방식으로 죽으면 좀 웃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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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결과가 나오고, 손달은 문 너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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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단궁 지하 432층, 균열 대책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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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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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란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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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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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공부하고, 수행하고. 모범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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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쁜 와중에 수행도 해? 향상심이 대단한 모양이지? 인성은 좀 어떤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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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자질을 고려하면 준법정신이 굉장히 뛰어난 편에 속합니다. 기본적으로 선량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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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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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아주 좋아. 결격 사항은 달리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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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이 좀 불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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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뭐 때문에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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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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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좀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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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세상에 비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 비밀 같은 건 나도 많아. 지금 우리가 하는 이 짓거리도 다 비밀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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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수상해서 그런데, 혹시 기밀 문건 좀 열람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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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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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구나... 진짜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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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시국이니 어쩔 수 없죠. 그러라고 있는 균열 대책 본부고, 그러라고 있는 초법적 권한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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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나 때는 이런 거 말도 안되는 일이었는데... 알겠어, 류서란 관련 기록이면 충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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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은 구역관리원 쪽으로 협조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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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본부장의 탁상용 단말기로 류서란 관련 기밀 문건들이 전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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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자 등록 문서, 무주지 점유 신고서, 선골 검사 결과지 등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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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은 자료를 차례차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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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자, 무주지 점유 신고서는 별 거 없고. 승천자 등록 문서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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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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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란, 비승 연령 650세,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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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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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이십니까. 류서란은 반인반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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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분명히 인간이라고 적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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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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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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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어쩌면 비승 당시에는 진짜 인간이었을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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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에 와서 반인반룡이 됐다고요? 아예 용족이 되는 거면 몰라도, 후천적으로 반인반룡이 되는 게 가능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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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반인반룡인데 용족의 피가 비교적 옅었던 거 아닐까? 그래서 용족의 특성이 발현되지 않았던 거지. 심지어 하계는 영기가 굉장히 희박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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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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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연구소에 문의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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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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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은 협조 공문을 하나 더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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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논문 한 편이 전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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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기 밀도와 영물의 생육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두꺼운 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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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은 논문을 대충 훑어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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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불가능한 건 아닌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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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생명의 신비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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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수상하다는 비밀, 이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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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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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비밀이기는 한데... 굳이 편집증적으로 굴면서까지 숨길 정도인가 싶네요. 고민 좀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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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고민 실컷 하게. 나는 기밀 문건이나 마저 살펴 보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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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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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고민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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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란, 금죽문이 숨기고 있는 비밀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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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6년 간의 기억을 차분히 되짚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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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에 거의 도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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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본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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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골이라고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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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렁쩌렁한 고함이 손달의 고막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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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손 안에 들어왔던 해답도 도망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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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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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말씨도 곱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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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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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은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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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단말기 화면을 손달 쪽으로 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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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란의 선골 검사 결과지를 열람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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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이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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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얼마나 대단한 선골이길래... 범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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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란은 선골 보유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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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더없이 명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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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지금에서야 금죽문이 보여준 편집증적이기 그지없는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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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세 미만 태성기 수사가 사실은 범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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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숨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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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면 감당이 안되는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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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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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맞아? 비밀이 이게 맞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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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이거라면 납득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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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 류서란은 문제 없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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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이 확신에 찬 얼굴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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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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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어, 영입 후보에 올려 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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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전에 처리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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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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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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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라지망에서 류서란 나이와 관련된 얘기가 자꾸 나오더라고요. 법관 고시 합격했을 때부터 그러기는 했는데, 요즘은 들어서 유독 심해진 것 같습니다. 극광 제도 주변에 기자들도 좀 돌아다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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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슨 소린지 알겠어. 나이 조사하다가 범골이라는 게 드러날까 봐 걱정하는 거지? 내가 해결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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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은 최고재판소에 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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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저예요. 류서란이라고 아시죠? 왜, 그 법관 고시 수석. 예, 예. 언론 쪽에 얘기 좀 전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니, 무슨 보도 관제예요. 그런 거 아닙니다. 그냥 선백파흑진군께서 어린 법관 나이 가지고 어쩌니 저쩌니 하는 거 좀 언짢아하시는 것 같더라, 그런 얘기만 좀 전해주세요. 괜찮죠? 예, 감사합니다. 예, 예. 아, 그럼요. 언제 밥 한 번 먹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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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천기연구소에 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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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뭐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아, 천라지망 관련된 거예요. 그 검색 노출 빈도인가? 그거 좀 조절해 주셨으면 해서요. 류 법관이라고 아시죠? 저희 쪽에서 신경 쓰고 있는데 천라지망에 나이 얘기가 자꾸 나와서 골치 아프네요. 아, 삭제하실 필요까지는 없고, 그냥 자연스럽게 치워만 주세요. 눈에 잘 안 띄게.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럼요, 알죠. 예,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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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가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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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죽문 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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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한 명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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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주요 언론이 올렸던 폭로 기사가 갑자기 삭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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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정정 보도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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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라지망 교류회 전역에서 류 수사님 나이에 관한 관심도가 대폭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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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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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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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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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어안이 벙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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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돈에 눈이 먼 머저리가 류서란의 나이에 관한 정보를 언론사에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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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금영영은 이아금 생일 잔치에도 참석 못하고 부장실에 처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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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를 확보한 언론사는 집요하게 금죽문을 찔러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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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정오, 기어이 폭로 기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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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기절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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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벼랑 끝까지 내몰린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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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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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기사가 내려가더니 정정 보도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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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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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부 직원들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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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금 부장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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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될 거라고 예측하셨던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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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침착하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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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믿음이 부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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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측 같은 거 한 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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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한 게 아니라 그냥 포기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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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금영영한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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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금영영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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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로다,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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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각해 보니까 운도 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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