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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은 이름난 해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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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인 돈 받아드리는 그런 부류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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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문 분야는 문파 이적 중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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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가 난잡한 책상을 정리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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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사님, 이번 의뢰 대상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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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유명한 사람이야. 자네도 알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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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하다면... 혹시 반인반룡 류 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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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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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맞아. 거대문파 측에서 의뢰가 들어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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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문파에서요?! 그러면 완전 특급 의뢰잖아요! 제가 지금 당장 이적 제안서 작성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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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됐어. 이적 제안서 같은 건 무의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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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경력 3개월)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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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제안서 안 써요? 여태까지 항상 그렇게 일하셨잖아요. 단말기 번호 알아내고, 이적 제안서 보내고, 만나서 협상하고, 계약서에 도장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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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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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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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이 탁상용 단말기를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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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법관이 지금 좀 유명해? 모르긴 몰라도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이적 제안서가 백 개씩 불어날 테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보낸 이적 제안서가 눈에 띄기나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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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듣고 보니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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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류 법관 단말기로 이적 제안서 보내는 녀석들은 죄다 얼치기야. 중개 경력이 짧아서 거물과 접촉하는 절차를 모르는 거지. 아니면 그냥 사기꾼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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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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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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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상대가 어수룩하길 바라는 거지. 평생 법관 고시만 준비한 어린애잖아. 발송자 명의만 변경한 이적 제안서를 무더기로 보내고 하나만 걸려라 하는 거지. 상대가 운 좋게 관심을 보이면 말로 잘 구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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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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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이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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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말도 안되는 조건을 들이밀고는 어디 가서 이런 대우 못 받는다며 계속 어르는 거지. 거기에 속아서 도장 찍으면 곧장 인생 꼬이는 거야. 나중에 가서 눈탱이 맞았다는 걸 깨달아도, 뭐 어쩌겠어. 중개인은 이미 수수료 챙겨서 사라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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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법관한테 사기를 친다고요? 목숨을 뭐 다섯 개 정도 들고 다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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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조건이 어떻든 최종 결정은 결국 본인이 한 거잖아. 도의적인 문제가 있을지언정 법률적인 문제는 하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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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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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본때를 보여 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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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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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사기죄로 고소한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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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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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고소할래? 말도 안되는 계약 조건을 내건 의뢰인? 아니면 그 조건을 그대로 제시한 중개인? 하나 골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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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중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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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중개인. 기망 행위는 어떻게 입증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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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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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났어요! 어디 가서 이런 대우 절대로 못 받는다고 했던 그 부분! 바로 그 부분을 지적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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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그런 소리를 했으니까 기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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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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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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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 가지고는 거의 불가능해. 거래상 유리함을 위한 협상 전략으로 볼 여지가 있거든. 만약 그 정도로 기망 행위가 성립한다면 선계에 범죄자가 아닌 사람은 없을 걸? 이거 밑지고 파는 거라 말하는 상인들도 몽땅 잡아 넣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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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열받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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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장 함부로 찍지 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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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는 자기 자리에 앉은 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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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가상의 사기꾼을 감옥에 집어넣을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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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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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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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사님, 그런데 법관들이 어떻게 사기를 당해요? 대화 몇 마디면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바로 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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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적 제안서를 단말기로 보내는 거야.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얼버무릴 걸? 어차피 손해 볼 것도 없으니까. 속으면 좋고 아니면 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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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기가 막히네요. 하늘은 대체 뭐 하나, 사기꾼들 안 잡아가고? 그런데 오 수사님, 아까부터 계속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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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이 여상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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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법관 인적 사항 조사하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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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는 급격한 흥미를 느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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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조사요? 그, 그거 불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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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날 소리를... 이거 합법적인 조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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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요? 그러면 어떻게 하는 건지 저도 좀 알려 주시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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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은 한숨을 푹 쉬며 옆으로 살짝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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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는 잽싸게 자기 의자를 가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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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통 둘이 나란히 탁상형 단말기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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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이 열람 중인 문서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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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법관 고시 합격자 정보야. 합격자 이름, 연령, 최종 성적 및 등수, 소속 문파 같은 정보들이 기재되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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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요. 류서란, 682세... 저랑 몇 살 차이도 안 나는데 벌써 태성기 수사예요. 저는 아직도 원영기 수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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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야. 쓸데없이 남과 비교할 필요 없어.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소속 문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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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가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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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죽문이라... 난생처음 듣는 이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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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류 법관 승천자 출신이잖아. 기사 같은 것도 좀 찾아 읽고 그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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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반인반룡이라는 건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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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은 정말 장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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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류 법관은 선계 태생이 아니라서 세간에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어. 이럴 때는 소속 문파에 관한 정보부터 모으는 게 효과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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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그런데 금죽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조사하실 건가요? 우리가 아는 거라곤 이름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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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방법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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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은 새로운 문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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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회 신규 법관 발령 공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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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란의 근무지는 임6 구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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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가 잔뜩 흥분한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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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네요! 이미 소속된 문파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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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합격자가 선계 중심지도 아니고 저런 변방을 선택할 이유는 달리 없지. 그런데 특이한 점이 하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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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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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이 문서 어딘가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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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봐. 합격자 담청, 근무지는 임6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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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법관이랑 같은 곳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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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소속 문파 이름도 똑같아. 이 넓은 선계에 금죽문이라는 이름의 문파가 하나는 아닐 테지만, 뭔가 굉장히 공교롭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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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는 명탐정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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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수상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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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 봐도 둘 다 같은 문파 소속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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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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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은 또다시 새 문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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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임6 구역 천라지망 민원 창구에 접속해서 등기 장부 열람 신청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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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찾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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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지, 여기를 한 번 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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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는 시키는 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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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죽문... 금죽문... 아, 여기 있네요. 극광제도라는 곳에 정착했군요. 무주지 점유 신고를 한 건 삼십여 년 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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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수기에 적혀 있던 그대로야. 그리고 다음, 임6 구역의 기상 관측 기록 최근 30년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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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여파 감지, 태성기 수준으로 추정. 7년 전? 이건 진짜 최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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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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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는 이게 류 법관의 여의주 의식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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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여의주 의식이면 비승은 어떻게 한 거예요? 용족은 여의주를 완성해야지만 승천할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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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하계에서는 인간 수도자의 방식으로 경지를 올린 거 아닐까 싶네. 자질이 비슷하다는 가정하에 고위계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인간 수도자 방식이 훨씬 짧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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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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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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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모르지, 반인반룡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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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인간 수도자로서 승천하고, 용족 수도자로서 태성기에 도달했다는 건가요? 여의주 의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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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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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 생각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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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그 추측이 맞다면, 왜 굳이 익숙한 방식을 버리고 용족 방식으로 갈아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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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운무기 공법을 살 돈이 없었나? 용족은 태성기에 도달할 때까지 공법이 필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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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가 예리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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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용족 태성기 공법이 필요해져서 법관 고시에 응시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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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면 앞뒤가 딱 맞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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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사님, 혹시 천재 아니에요? 이런 정보는 어떻게 다 아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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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을 들은 오대랑은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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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예전에 관원 생활을 좀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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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원영기 수사일 때 말씀하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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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맞아. 나는 사영근자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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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영근자, 오영근자는 평범한 수행으로는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운무기에 도달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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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부분 관직에 종사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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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쌓은 공헌도를 수행을 증진시켜 줄 보물과 교환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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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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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관리 생활을 통해 운무기에 도달하신 거예요? 와, 공헌도 모으기 엄청 힘들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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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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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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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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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헌도 쌓이는 꼴을 보아하니 일하다가 늙어 죽겠더라고. 그래서 관직 때려치우고 해결사가 됐어. 어차피 원영기로 죽을 거 돈이나 벌자는 심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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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운무기는 어떻게 되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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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일이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았거든. 이적 중개 수수료 모아서 단약을 왕창 사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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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는 갑자기 이 바닥에 뼈를 묻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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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또한 사영근자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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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가 힘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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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의뢰를 해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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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천라지망에서 류 법관 관련 기사 좀 찾아 줄래? 나는 합격 수기에 적혀 있던 영백도에 대해서 좀 알아 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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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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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각자의 단말기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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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사무실이 침묵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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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조수가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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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란 오대랑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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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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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법관 진짜 나이가 682살이 아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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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도 보여 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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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가 허둥지둥 단말기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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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라는 기사는 안 찾아보고 수선 교류회 법관 고시 게시판 같은 걸 들여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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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대랑은 잔소리할 겨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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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류서란이랑 같은 문파 소속인데, 류서란 진짜 나이 682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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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눌러 볼 수가 없는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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