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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식산대붕이 씩씩하게 기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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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통신 설비를 통해 독안룡전에서 승리했다는 전문을 서대륙으로 전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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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금 3개월을 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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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도중에 해저도시를 잠깐 경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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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용신 실종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들은 어인족은 마음의 눈물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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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자신들을 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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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최후의 순간까지 그들을 지키고자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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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족 신도들은 창고를 뒤져 고이 포장해 두었던 전대 용신의 신상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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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는지조차 긴가민가한 표정의 신상이 상대적으로 작은 두 신상 곁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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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부터 어인족은 신을 셋이나 모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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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늦봄, 서란 일행은 오죽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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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비행하던 서란과 담청은 저택의 대문 앞에 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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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안쪽에서는 걸어서 이동할 것, 이 집의 몇 안되는 규칙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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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붕이가 처마 부숴먹은 다음부터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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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년만에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중정을 가로질러 등 진군의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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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부러진 한쪽 뿔을 오른손에 쥔 채 붕붕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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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화초들이 봉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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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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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풀 그만 괴롭히고 빨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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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나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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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보세요. 뿔에 풀물 들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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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뿔을 건네받아 손수건으로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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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닦으니까 지워지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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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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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등 진군의 거처에 당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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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방 주인이 내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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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를 받은 서란과 담청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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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동부터 깔끔하게 부러진 담청의 뿔을 본 등 진군은 한동안 골똘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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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의원이 문진을 하듯 담청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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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진찰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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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진군이 똑똑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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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력을 격발한 것 치고는 굉장히 운이 좋았습니다. 한쪽 뿔이 부러진 탓에 천기를 읽는 능력은 잃었지만, 추가적인 증상은 보이지 않아요. 부러진 뿔은... 뭐, 선계에 가면 방법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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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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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정말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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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습니다. 영구적인 손상을 복구하는 수단 정도는 널리고 널렸죠. 영과를 먹는다거나, 독특한 공법을 수행한다거나, 아니면 진선경 수도자가 되는 방법도 있겠네요. 등선 의식을 마치면 환골탈태를 거쳐 새로운 육체를 손에 넣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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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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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진군은 용족 보양용 탕약의 처방전을 작성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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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콧노래를 부르며 부러진 뿔의 단면을 손톱으로 갉작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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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진선경 수도자가 되면 환골탈태한다는 사실을 뇌내 기억장치에 소중히 저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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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뜩 이런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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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전문적인 분위기를 풍기기는 하는데, 과연 등 진군의 판단을 신뢰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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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뭘 알고 처방하긴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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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이름도 까먹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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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돌팔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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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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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 보니 등 진군은 첫 만남부터 줄곧 나쁜 방향으로 자신의 판단력을 입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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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이 해제된 직후, 원영만 남은 상태로 서란과 담청에게 덤볐다가 제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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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면 독안룡 정도는 낙승일 거라더니 까딱하면 몰살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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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진군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했을 때, 내일 당장 남은 오른쪽 뿔마저 뚝 부러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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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에 등 진군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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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은 또 그럴 듯하게 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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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한 번만 더 믿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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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하게 구는 담청을 데리고 등 진군의 방을 나선 서란은 통신기를 꺼내 연락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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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들은 수선 동아리 회원들은 한달음에 담청의 병문안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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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른 일영근자 두 명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니 손님은 호혜문과 이아금 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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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문파 전체가 비승 준비로 바쁜 탓에 글방과 약당은 한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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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혜문은 오늘도 털이 북실북실한 산양을 타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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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 이아금의 나룻배에는 갖은 약재가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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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에게 막 완성한 탕약을 먹이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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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상자나 되는 약재를 바라보던 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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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금아, 이거 약당 창고에서 꺼내온 거 아니야? 이렇게 마음대로 사용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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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인계에 두고 갈 물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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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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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수많은 비행선을 건조했지만 그 안에 사람을 태우기에도 벅찬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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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오죽문과 금작파는 엄청난 분량의 물자를 파기하거나 양도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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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건 선계에 가서 구하겠다는 심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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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의 방이 사람의 온기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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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방 한쪽으로 가서 조제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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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대화를 나누면서도 탕약 달이는 과정에 관심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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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타 준 꿀차를 연신 들이키는 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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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뿔을 살펴보는 금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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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제자 장선화와 얘기하는 호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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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용 솥과 씨름하는 이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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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서 훈수하는 등 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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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가 차려 온 주전부리를 흡입하는 분신 식산대붕과 천재 인면조 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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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들 틈바구니에서 과일을 집어 먹는 삼안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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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기 한마디씩만 해도 열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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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꿀 더 넣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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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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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원리로 뿔이 천기를 읽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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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며칠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요. 공법 수행 도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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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부분이 어려웠구나. 그럴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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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주괴오초? 처음 듣는 이름인데 이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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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놓여 있는 갈색 약재입니다. 하계에서는 다른 명칭으로 부르는 모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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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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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먹어 봐, 대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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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일 안 먹을 거면 이리 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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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작복작한 분위기는 얼마 안 가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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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방 안에 잔뜩 모여 있으니 꽤나 노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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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에 탕약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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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탕약을 담청에게 내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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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울 때 드세요, 용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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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받은 담청이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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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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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병문안을 온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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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선, 시선마다 호의와 애정이 흘러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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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충동적으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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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름으로 불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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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이 있던 이아금이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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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이름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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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앞으로는 용녀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담청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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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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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한 모두가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식산대붕이 큰 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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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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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던 홍순이 잽싸게 식산대붕의 부리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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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중의 시선이 바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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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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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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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래도 존칭은 붙여줬으면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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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이 풀린 다른 사람들도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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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은 붙잡고 있던 식산대붕의 부리를 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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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산대붕은 신나서 담청의 이름을 연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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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다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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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 전에 드세요, 담청 님. 이러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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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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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낫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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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탕약을 쭉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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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족 보양용 탕약이 꼴깍꼴깍 목구멍을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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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곧장 죽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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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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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아금이 포도맛 탕약으로 교체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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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화신기 수사가 되며 천기를 읽는 영안, 관천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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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유심히 관찰해 본 바, 다음에 승천문이 열리는 시기는 올해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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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년도 넘게 남았지만 비행 선단의 이동 속도를 고려하면 하루빨리 출발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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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수사는 멍하니 승선 행렬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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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녀 신세가 된 서란을 이아금과 함께 오죽문으로 데려온 장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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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로 하나로 지금까지 수뇌부에게 몇 차례나 포상을 받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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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쌍의 젊은 부부가 아이의 손을 잡은 채 배에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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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우리 어디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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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로 가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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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몇 밤만 자면 금방 도착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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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수많은 사람이 선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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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희망을 가슴에 안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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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되는 모양인지 두리번거리는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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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에 잠긴 채 비행 선단을 올려다보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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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용 인면조 무리는 새장째 옮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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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들고 바삐 오가는 도자기 인형들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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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듣기로는 동물농장의 핵심부인 법뇌만 선계로 챙겨 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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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수사는 마지막으로 오죽문의 전경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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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외부 활동 탓에 본산의 경치는 어쩐지 낯설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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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수도자들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이 산맥은 마음의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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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눈앞에 펼쳐진 건 하늘에 닿을 듯 솟아있는 산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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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봉우리마다 사람이 지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웅장한 전각들이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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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 틈새로 구름이 강처럼 흐르는 광경은 그야말로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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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광경을 내려다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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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왕 수사는 한숨으로 그 모든 걸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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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자신에게 배정된 선박에 승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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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문파가 설립된 시절부터 산맥을 지켜 온 대결계가 걷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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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게 서 있는 초대형 선인장만 제외하면 그야말로 신선이 살 법한 절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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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산맥 곳곳에서 비행 선단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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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수도문파가 염원하는 문파비승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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