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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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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식산대붕이 씩씩하게 기상했다.

서란은 통신 설비를 통해 독안룡전에서 승리했다는 전문을 서대륙으로 전송했다.

그리고 다시금 3개월을 비행했다.

복귀 도중에 해저도시를 잠깐 경유했다.

전대 용신 실종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들은 어인족은 마음의 눈물을 금치 못했다.

신은 자신들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최후의 순간까지 그들을 지키고자 했었다.

어인족 신도들은 창고를 뒤져 고이 포장해 두었던 전대 용신의 신상을 꺼냈다.

웃고 있는지조차 긴가민가한 표정의 신상이 상대적으로 작은 두 신상 곁에 놓였다.

그 날부터 어인족은 신을 셋이나 모시게 됐다.

그리고 늦봄, 서란 일행은 오죽문에 도착했다.


하늘을 비행하던 서란과 담청은 저택의 대문 앞에 착륙했다.

담장 안쪽에서는 걸어서 이동할 것, 이 집의 몇 안되는 규칙 중 하나였다.

대붕이가 처마 부숴먹은 다음부터 생겼다.

반 년만에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중정을 가로질러 등 진군의 방으로 향했다.

담청은 부러진 한쪽 뿔을 오른손에 쥔 채 붕붕 휘둘렀다.

애꿎은 화초들이 봉변을 당했다.

서란이 말했다.

“담청 님, 풀 그만 괴롭히고 빨리 오세요.”

“아차, 나도 모르게...”

“이것 좀 보세요. 뿔에 풀물 들었잖아요.”

서란은 뿔을 건네받아 손수건으로 문질렀다.

열심히 닦으니까 지워지기는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이윽고 등 진군의 거처에 당도했다.

마침 방 주인이 내부에 있었다.

허가를 받은 서란과 담청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밑동부터 깔끔하게 부러진 담청의 뿔을 본 등 진군은 한동안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더니 의원이 문진을 하듯 담청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잠시 후, 진찰 결과가 나왔다.

등 진군이 똑똑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잠력을 격발한 것 치고는 굉장히 운이 좋았습니다. 한쪽 뿔이 부러진 탓에 천기를 읽는 능력은 잃었지만, 추가적인 증상은 보이지 않아요. 부러진 뿔은... 뭐, 선계에 가면 방법이 있을 겁니다.”

담청이 물었다.

“그게 정말이더냐?”

“예, 그렇습니다. 영구적인 손상을 복구하는 수단 정도는 널리고 널렸죠. 영과를 먹는다거나, 독특한 공법을 수행한다거나, 아니면 진선경 수도자가 되는 방법도 있겠네요. 등선 의식을 마치면 환골탈태를 거쳐 새로운 육체를 손에 넣으니까요.”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는구나.”

등 진군은 용족 보양용 탕약의 처방전을 작성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담청은 콧노래를 부르며 부러진 뿔의 단면을 손톱으로 갉작거리고 있었다.

서란은 진선경 수도자가 되면 환골탈태한다는 사실을 뇌내 기억장치에 소중히 저장했다.

그러다 문뜩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나름 전문적인 분위기를 풍기기는 하는데, 과연 등 진군의 판단을 신뢰해도 되나?

애초에 뭘 알고 처방하긴 한 거야?

자기 이름도 까먹은 사람이?

그냥 돌팔이 아닌가?

이게 맞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등 진군은 첫 만남부터 줄곧 나쁜 방향으로 자신의 판단력을 입증해 왔다.

봉인이 해제된 직후, 원영만 남은 상태로 서란과 담청에게 덤볐다가 제압됐다.

둘이면 독안룡 정도는 낙승일 거라더니 까딱하면 몰살될 뻔했다.

등 진군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했을 때, 내일 당장 남은 오른쪽 뿔마저 뚝 부러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등 진군이 돌아왔다.

처방전은 또 그럴 듯하게 써 왔다.

서란은 한 번만 더 믿어 보기로 했다.

산만하게 구는 담청을 데리고 등 진군의 방을 나선 서란은 통신기를 꺼내 연락을 돌렸다.


소식을 들은 수선 동아리 회원들은 한달음에 담청의 병문안을 왔다.

사실, 다른 일영근자 두 명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니 손님은 호혜문과 이아금 둘뿐이었다.

역설적이게도 문파 전체가 비승 준비로 바쁜 탓에 글방과 약당은 한가해졌다.

호혜문은 오늘도 털이 북실북실한 산양을 타고 나타났다.

그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 이아금의 나룻배에는 갖은 약재가 실려 있었다.

담청에게 막 완성한 탕약을 먹이기 위함이었다.

몇 상자나 되는 약재를 바라보던 서란이 물었다.

“아금아, 이거 약당 창고에서 꺼내온 거 아니야? 이렇게 마음대로 사용해도 돼?”

“어차피 인계에 두고 갈 물자야.”

“그래?”

여태까지 수많은 비행선을 건조했지만 그 안에 사람을 태우기에도 벅찬 상황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죽문과 금작파는 엄청난 분량의 물자를 파기하거나 양도하는 중이었다.

필요한 건 선계에 가서 구하겠다는 심산이었다.

담청의 방이 사람의 온기로 가득찼다.

이아금은 방 한쪽으로 가서 조제를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대화를 나누면서도 탕약 달이는 과정에 관심을 기울였다.

서란이 타 준 꿀차를 연신 들이키는 담청.

부러진 뿔을 살펴보는 금영영.

옛 제자 장선화와 얘기하는 호혜문.

연단용 솥과 씨름하는 이아금.

그 옆에서 훈수하는 등 진군.

하녀가 차려 온 주전부리를 흡입하는 분신 식산대붕과 천재 인면조 홍순.

조류들 틈바구니에서 과일을 집어 먹는 삼안묘.

제각기 한마디씩만 해도 열 마디였다.

“담청 님, 꿀 더 넣을까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구나.”

“도대체 무슨 원리로 뿔이 천기를 읽는 거지?”

“선생님, 며칠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요. 공법 수행 도중에...”

“아, 그 부분이 어려웠구나. 그럴 때는...”

“목주괴오초? 처음 듣는 이름인데 이건 뭐죠?”

“저기 놓여 있는 갈색 약재입니다. 하계에서는 다른 명칭으로 부르는 모양이군요.”

“진짜 맛있다.”

“이것도 먹어 봐, 대붕아.”

“그 과일 안 먹을 거면 이리 주거라.”

복작복작한 분위기는 얼마 안 가 잦아들었다.

따듯한 방 안에 잔뜩 모여 있으니 꽤나 노곤했다.

그러는 사이에 탕약이 완성됐다.

이아금은 탕약을 담청에게 내밀며 말했다.

“뜨거울 때 드세요, 용녀님.”

그릇을 받은 담청이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수많은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병문안을 온 이들이었다.

그 시선, 시선마다 호의와 애정이 흘러넘쳤다.

담청은 충동적으로 말을 꺼냈다.

“나를 이름으로 불러다오.”

가장 가까이 있던 이아금이 되물었다.

“예? 이름으로요?”

“그래, 앞으로는 용녀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담청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좋겠구나.”

“어...”

긴장한 모두가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식산대붕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담청, 담청!”

옆에 있던 홍순이 잽싸게 식산대붕의 부리를 막았다.

좌중의 시선이 바쁘게 움직였다.

더없이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담청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음, 그래도 존칭은 붙여줬으면 싶구나.”

긴장이 풀린 다른 사람들도 따라 웃었다.

홍순은 붙잡고 있던 식산대붕의 부리를 놔주었다.

식산대붕은 신나서 담청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아금이 다시 말했다.

“식기 전에 드세요, 담청 님. 이러면 될까요?”

담청이 대답했다.

“한결 낫구나.”

그리고는 탕약을 쭉 들이켰다.

용족 보양용 탕약이 꼴깍꼴깍 목구멍을 넘어갔다.

담청은 곧장 죽상을 지었다.

“으엑...!”

결국 이아금이 포도맛 탕약으로 교체해 줬다.


서란은 화신기 수사가 되며 천기를 읽는 영안, 관천안을 얻었다.

하늘을 유심히 관찰해 본 바, 다음에 승천문이 열리는 시기는 올해 겨울이었다.

반 년도 넘게 남았지만 비행 선단의 이동 속도를 고려하면 하루빨리 출발할 필요가 있었다.

왕 수사는 멍하니 승선 행렬을 바라봤다.

그는 공녀 신세가 된 서란을 이아금과 함께 오죽문으로 데려온 장본인이었다.

그 공로 하나로 지금까지 수뇌부에게 몇 차례나 포상을 받았는지 모른다.

한 쌍의 젊은 부부가 아이의 손을 잡은 채 배에 오르고 있었다.

“엄마, 아빠. 우리 어디 가요?”

“선계로 가는 거란다.”

“그래, 몇 밤만 자면 금방 도착할 거야.”

그 밖에도 수많은 사람이 선단에 몸을 실었다.

부푼 희망을 가슴에 안은 여인.

긴장되는 모양인지 두리번거리는 사내.

상념에 잠긴 채 비행 선단을 올려다보는 이들.

연락용 인면조 무리는 새장째 옮겨지고 있었다.

짐을 들고 바삐 오가는 도자기 인형들도 보였다.

얼핏 듣기로는 동물농장의 핵심부인 법뇌만 선계로 챙겨 갈 예정이라고 했다.

왕 수사는 마지막으로 오죽문의 전경을 둘러봤다.

잦은 외부 활동 탓에 본산의 경치는 어쩐지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다른 수도자들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이 산맥은 마음의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노인의 눈앞에 펼쳐진 건 하늘에 닿을 듯 솟아있는 산맥이었다.

산봉우리마다 사람이 지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웅장한 전각들이 세워져 있었다.

산맥 틈새로 구름이 강처럼 흐르는 광경은 그야말로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광경을 내려다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왕 수사는 한숨으로 그 모든 걸 털어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배정된 선박에 승선했다.

이튿날, 문파가 설립된 시절부터 산맥을 지켜 온 대결계가 걷혔다.

생뚱맞게 서 있는 초대형 선인장만 제외하면 그야말로 신선이 살 법한 절경이었다.

드넓은 산맥 곳곳에서 비행 선단이 날아올랐다.

모든 수도문파가 염원하는 문파비승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