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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 체류 7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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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용신 실종 사건은 미궁 속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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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행방불명된 지 백 년이 훌쩍 넘은 이 시점까지 전대 용신이 생존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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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이인조는 끝내 자신들의 패배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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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 체류 8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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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인 탓에 계절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던 가을, 인형인형 시리즈가 완결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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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평화와 행복을 손에 넣은 소년과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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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결말이었지만 30년 동안이나 두 사람을 응원했던 서대륙 독자들은 대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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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 체류 9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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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오영근 조화를 목전에 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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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여름, 아무리 늦어도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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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슬슬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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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은 용궁에 남아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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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난데없이 종족 투표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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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대지모신과 이대 용신을 따라서 선계로 비승하고 싶은지에 관한 찬반 투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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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등 진군이 말려 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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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찬반 투표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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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족은 질서 정연한 움직임으로 신분 확인을 하고 용지를 받아서 기표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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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투표장을 나오면서 출구조사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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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가 끝나자마자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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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비율은 당연히 10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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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족의 단합력은 과연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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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눈질로 결과지를 들여다본 서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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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개표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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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직 모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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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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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린어를 위시한 어인교단 일등 신도들 덕분에 개표 절차는 빠르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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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은 무려 98%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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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사실상 투표권자 중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병자 외에는 모두 참여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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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에 개표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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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표가 7할, 나머지는 전부 무효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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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가 뭔지 이해를 못한 어인족이 3할씩이나 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큰 이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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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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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다행이로구나. 혹여나 인계에 남아서 전대 용신의 귀환을 기다리고 싶다는 의견이 많으면 어쩌나 걱정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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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위에서 봄이 막 지나가고 있을 무렵, 담청과 어인족의 동반 승천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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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란은 용궁을 떠나 육지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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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관리 위원회의 업무 때문에 바쁘다가 이제서야 돌아다닐 시간이 생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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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갈 곳은 동대륙 대수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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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오랜만에 동대륙 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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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진 이용 수속을 마치고 고대 유적 외부로 나오자 여름 특유의 녹음이 서란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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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균열이 닫힌 지 30년이 넘었건만 심층부는 여전히 명계에 의해 침식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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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태본곡까지 전력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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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인면목 친구들과의 해후가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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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무리를 분쇄하며 살인전차처럼 내달린 서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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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본곡은 이전에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서 전혀 달라진 점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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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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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인면목과 수도자들에게 이삼십 년 정도는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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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눈을 감고 의식으로 도시 전체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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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생활을 했던 배움의 거리, 미목대회를 준비하며 다녔던 장소, 자주 방문했던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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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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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잠겨 있던 서란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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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고 있던 대상을 발견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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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 줄기와 불타는 가지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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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잽싸게 두 나무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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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 줄기! 불타는 가지! 둘 다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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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두 오행인면목이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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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 줄기가 서란을 먼저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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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 폐관수련은 끝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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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셈이지. 얼굴 좀 보려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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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시 보니 정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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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가지도 뒤늦게 서란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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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거기 있었군요. 오랜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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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인면목한테 이십여 년쯤은 잠깐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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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반갑다는 의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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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 한 명과 나무 두 그루는 한적하고 볕 잘 드는 장소에서 한동안 담소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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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떠나려는 서란에게, 곧은 줄기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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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폐관수련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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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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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부지런하시네요. 다음에는 언제 나오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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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조만간 비승을 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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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이곧대로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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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 사항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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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란은 어물거리며 웃어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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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약간 오래 걸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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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가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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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층부를 잠식한 명계의 기운도 수백 년 뒤에는 완전히 정화될 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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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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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정말입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가 서란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죠. 자주 찾아가서 귀찮게 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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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는 웃으면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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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심층부 고대 유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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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륙에 파견된 첩보 조직 요원들이 바삐 움직이며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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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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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첩보 요원들에게 뱅크런 작전 이후의 동대륙 정세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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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문파 두 곳은 내분으로 해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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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여덟 곳도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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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등장한 신흥 문파들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재 및 기술 빼먹기에 나선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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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유출된 십대문파의 비전 인형술 서적 몇 권을 속독으로 대충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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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딱히 배울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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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지구에서부터 독과점 기업이 R&D 열심히 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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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다 읽은 십대문파의 비전을 짐수레 위에 대충 던져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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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에 실린 화물은 대부분 고대 유물이거나 고고학자들이 작성한 연구 자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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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성과는 다소 미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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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진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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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균열을 만든 건 도대체 누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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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고대 문명은 한순간에 멸망해 버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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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혀내지 못한 의문이 많았지만 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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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과 금작파의 비승에 앞서, 동서 대륙을 연결하던 전송 시설은 잠정 폐쇄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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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대륙 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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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전송진을 통해 서대륙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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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다음 행선지는 지저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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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 적힌 주소를 물어물어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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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꽤 괜찮아 보이는 건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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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2년 차 부부, 토토서와 지암서의 러브러브 하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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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두드리자 지암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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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 정말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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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가는 T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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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반가워, 지암서. 그 동안 잘 지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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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키우느라 정신 없어 지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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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최근 받았던 편지의 내용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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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일곱째 낳았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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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래서 남편도 저도 육아 휴직 내고 집에서 애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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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 나도 육아 비슷한 거 해 봐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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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식산대붕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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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의문문으로 지저귀던 오목눈이는 어느덧 글방을 졸업하고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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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금영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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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지암서는 러브러브 하우스로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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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서자 어른 두더지 한 마리와 어린 두더지 일곱 마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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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암서는 능숙한 솜씨로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넷째, 다섯째, 여섯째를 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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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서는 우는 아기를 달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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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야, 서란. 보다시피 인사를 할 만한 여건이 안되네. 이해 좀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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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얘가 막내지? 장군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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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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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이 달라서 그런지 구분이 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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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나이가 많은 첫째와 둘째, 셋째는 용돈을 받아서 자기들끼리 놀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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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는 지암서의 동화책 읽는 소리를 듣다가 서서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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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으로 몰래 나가면 거대 괴조에게 잡아 먹힌다는 교훈적인 내용이 담긴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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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모두 재운 토토서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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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을 떠나서 하늘로 간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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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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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암서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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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 정말 보고 싶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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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보고 싶을 거야, 지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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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은 진심으로 서로의 앞날을 축복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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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아홉이나 되는 미궁언서 가족들 틈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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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아침 지저 세계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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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과 지저 세계가 맺은 무역 협정은 동부 해안 동맹이 승계받을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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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과의 문호 개방을 요구하는 미궁언서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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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수직 갱도파와 수평 갱도파 이외에도 아예 지상으로 나가자는 제삼세력도 등장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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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과 지저 세계 간의 교류는 이미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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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지는 가을, 서란은 오죽문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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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금죽화의 유지 보수 메뉴얼을 작성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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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비승한 이후, 인계에 남겨질 금죽화는 동부 해안 동맹이 공동 관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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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사전에 약정했던 대로 유나라, 양나라, 교나라 삼국의 영토를 비롯해서 분배해야 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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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저택에서 메뉴얼 작성과 수행을 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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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오영근을 조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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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삽시간에 서대륙 전역으로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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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적대문파들이 항복 선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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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별다른 요구 없이 항복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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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화신기 수사가 된 이후에 적대문파들을 일소해 버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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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삼환문이 망하고 유나라에 닥친 혼란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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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가르친 여무진이 어릴 적 난세로 가족을 잃고 세상을 저주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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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대륙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 불씨가 되길 자청할 마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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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 우화 의식의 준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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