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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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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 체류 7년 차.

전대 용신 실종 사건은 미궁 속에 빠졌다.

사실, 행방불명된 지 백 년이 훌쩍 넘은 이 시점까지 전대 용신이 생존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명탐정 이인조는 끝내 자신들의 패배를 선언했다.

용궁 체류 8년 차.

심해인 탓에 계절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던 가을, 인형인형 시리즈가 완결났다.

마침내 평화와 행복을 손에 넣은 소년과 소녀.

특별할 것 없는 결말이었지만 30년 동안이나 두 사람을 응원했던 서대륙 독자들은 대만족했다.

용궁 체류 9년 차.

서란은 오영근 조화를 목전에 둔 상태였다.

이르면 여름, 아무리 늦어도 겨울이었다.

이제부터는 슬슬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아직은 용궁에 남아 있어야 했다.


담청은 난데없이 종족 투표를 실시했다.

정확히는 대지모신과 이대 용신을 따라서 선계로 비승하고 싶은지에 관한 찬반 투표였다.

서란과 등 진군이 말려 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대망의 찬반 투표날.

어인족은 질서 정연한 움직임으로 신분 확인을 하고 용지를 받아서 기표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투표장을 나오면서 출구조사에 응했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찬성 비율은 당연히 100%였다.

어인족의 단합력은 과연 대단했다.

곁눈질로 결과지를 들여다본 서란이 말했다.

“굳이 개표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 아직 모르는 법이다.”

“글쎄요...”

홍린어를 위시한 어인교단 일등 신도들 덕분에 개표 절차는 빠르게 진행됐다.

투표율은 무려 98%에 육박했다.

이 정도면 사실상 투표권자 중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병자 외에는 모두 참여한 셈이었다.

얼마 뒤에 개표 결과가 나왔다.

찬성표가 7할, 나머지는 전부 무효표였다.

투표가 뭔지 이해를 못한 어인족이 3할씩이나 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큰 이변은 없었다.

담청은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안도했다.

“휴, 다행이로구나. 혹여나 인계에 남아서 전대 용신의 귀환을 기다리고 싶다는 의견이 많으면 어쩌나 걱정했건만.”

해수면 위에서 봄이 막 지나가고 있을 무렵, 담청과 어인족의 동반 승천이 확정됐다.

그리고 서란은 용궁을 떠나 육지로 올라왔다.

선거 관리 위원회의 업무 때문에 바쁘다가 이제서야 돌아다닐 시간이 생긴 것이었다.

제일 먼저 갈 곳은 동대륙 대수림이었다.


서란은 오랜만에 동대륙 땅을 밟았다.

전송진 이용 수속을 마치고 고대 유적 외부로 나오자 여름 특유의 녹음이 서란을 반겼다.

대균열이 닫힌 지 30년이 넘었건만 심층부는 여전히 명계에 의해 침식된 상태였다.

서란은 태본곡까지 전력질주했다.

오행인면목 친구들과의 해후가 기다려졌다.

요괴 무리를 분쇄하며 살인전차처럼 내달린 서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태본곡은 이전에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서 전혀 달라진 점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행인면목과 수도자들에게 이삼십 년 정도는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었으니까.

서란은 눈을 감고 의식으로 도시 전체를 감쌌다.

강사 생활을 했던 배움의 거리, 미목대회를 준비하며 다녔던 장소, 자주 방문했던 음식점.

좋은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리움에 잠겨 있던 서란은 눈을 떴다.

찾고 있던 대상을 발견한 탓이었다.

곧은 줄기와 불타는 가지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서란은 잽싸게 두 나무에게로 향했다.

“곧은 줄기! 불타는 가지! 둘 다 오랜만이야!”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두 오행인면목이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곧은 줄기가 서란을 먼저 발견했다.

“서란, 폐관수련은 끝난 건가요?”

“그런 셈이지. 얼굴 좀 보려고 왔어.”

“이렇게 다시 보니 정말 좋네요.”

불타는 가지도 뒤늦게 서란을 발견했다.

“아, 거기 있었군요. 오랜만이에요.”

“오행인면목한테 이십여 년쯤은 잠깐 아니야?”

“그만큼 반갑다는 의미죠.”

수도자 한 명과 나무 두 그루는 한적하고 볕 잘 드는 장소에서 한동안 담소를 나눴다.

이만 떠나려는 서란에게, 곧은 줄기가 물었다.

“또 폐관수련인가요?”

“뭐, 그치.”

“정말 부지런하시네요. 다음에는 언제 나오시나요?”

서란은 조만간 비승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기밀 사항이었으니까.

그래서 서란은 어물거리며 웃어 넘겼다.

“이번에는 약간 오래 걸릴 것 같아.”

불타는 가지가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층부를 잠식한 명계의 기운도 수백 년 뒤에는 완전히 정화될 거래요.”

“정말이야?”

“예, 정말입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가 서란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죠. 자주 찾아가서 귀찮게 굴 겁니다.”

세 친구는 웃으면서 헤어졌다.

서란은 심층부 고대 유적으로 돌아왔다.

동대륙에 파견된 첩보 조직 요원들이 바삐 움직이며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고고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서란은 첩보 요원들에게 뱅크런 작전 이후의 동대륙 정세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십대문파 두 곳은 내분으로 해체됐다.

나머지 여덟 곳도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우후죽순 등장한 신흥 문파들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재 및 기술 빼먹기에 나선 탓이었다.

서란은 유출된 십대문파의 비전 인형술 서적 몇 권을 속독으로 대충 훑어보았다.

예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딱히 배울 게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에서부터 독과점 기업이 R&D 열심히 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었다.

서란은 다 읽은 십대문파의 비전을 짐수레 위에 대충 던져 놓았다.

수레에 실린 화물은 대부분 고대 유물이거나 고고학자들이 작성한 연구 자료들이었다.

아쉽게도 성과는 다소 미진했다.

전송진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대균열을 만든 건 도대체 누군지.

어째서 고대 문명은 한순간에 멸망해 버렸는지.

밝혀내지 못한 의문이 많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오죽문과 금작파의 비승에 앞서, 동서 대륙을 연결하던 전송 시설은 잠정 폐쇄될 예정이었다.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대륙 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서란은 전송진을 통해 서대륙으로 돌아왔다.


서란의 다음 행선지는 지저세계였다.

편지에 적힌 주소를 물어물어 찾아갔다.

그러자 꽤 괜찮아 보이는 건물에 도착했다.

결혼 12년 차 부부, 토토서와 지암서의 러브러브 하우스였다.

문을 두드리자 지암서가 나왔다.

“서란, 정말 반가워요!”

오고 가는 T포즈.

“나도 반가워, 지암서. 그 동안 잘 지냈어?”

“애들 키우느라 정신 없어 지냈어요.”

서란은 최근 받았던 편지의 내용을 떠올렸다.

“얼마 전에 일곱째 낳았다며?”

“예, 그래서 남편도 저도 육아 휴직 내고 집에서 애 보고 있어요.”

“힘들지? 나도 육아 비슷한 거 해 봐서 알아.”

당연히 식산대붕 얘기였다.

항상 의문문으로 지저귀던 오목눈이는 어느덧 글방을 졸업하고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마치 금영영처럼.

서란과 지암서는 러브러브 하우스로 입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어른 두더지 한 마리와 어린 두더지 일곱 마리가 보였다.

지암서는 능숙한 솜씨로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넷째, 다섯째, 여섯째를 업었다.

토토서는 우는 아기를 달래며 말했다.

“오랜만이야, 서란. 보다시피 인사를 할 만한 여건이 안되네. 이해 좀 해 줘.”

“괜찮아, 괜찮아. 얘가 막내지? 장군감이네.”

“딸이야.”

종족이 달라서 그런지 구분이 좀 힘들었다.

비교적 나이가 많은 첫째와 둘째, 셋째는 용돈을 받아서 자기들끼리 놀러 나갔다.

넷째,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는 지암서의 동화책 읽는 소리를 듣다가 서서히 잠들었다.

지상으로 몰래 나가면 거대 괴조에게 잡아 먹힌다는 교훈적인 내용이 담긴 동화였다.

아이들을 모두 재운 토토서가 말했다.

“지상을 떠나서 하늘로 간다며?”

“응, 맞아.”

지암서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서란, 정말 보고 싶을 거예요.”

“나도 보고 싶을 거야, 지암서.”

셋은 진심으로 서로의 앞날을 축복해 줬다.

서란은 아홉이나 되는 미궁언서 가족들 틈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즐겼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지저 세계를 떠났다.

오죽문과 지저 세계가 맺은 무역 협정은 동부 해안 동맹이 승계받을 예정이었다.

지상과의 문호 개방을 요구하는 미궁언서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최근에는 수직 갱도파와 수평 갱도파 이외에도 아예 지상으로 나가자는 제삼세력도 등장했을 정도였다.

지상과 지저 세계 간의 교류는 이미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나 마찬가지였다.


낙엽이 지는 가을, 서란은 오죽문에 있었다.

인공위성 금죽화의 유지 보수 메뉴얼을 작성하는 중이었다.

서란이 비승한 이후, 인계에 남겨질 금죽화는 동부 해안 동맹이 공동 관리하기로 했다.

그 밖에도 사전에 약정했던 대로 유나라, 양나라, 교나라 삼국의 영토를 비롯해서 분배해야 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서란은 저택에서 메뉴얼 작성과 수행을 병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영근을 조화시켰다.

소문은 삽시간에 서대륙 전역으로 확산됐다.

얼마 뒤, 적대문파들이 항복 선언을 했다.

서란은 별다른 요구 없이 항복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화신기 수사가 된 이후에 적대문파들을 일소해 버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서란은 삼환문이 망하고 유나라에 닥친 혼란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자신을 가르친 여무진이 어릴 적 난세로 가족을 잃고 세상을 저주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서란은 대륙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 불씨가 되길 자청할 마음이 없었다.

그 해 겨울, 우화 의식의 준비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