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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도시, 캄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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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브리아로 향하는 마차 내에서 나진은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봤다. 나른하게 내리쬐는 햇살. 가을이 지나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라 그런지 각양각색으로 물든 낙엽이 거리에는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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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낙엽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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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게 무슨···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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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중얼거림. 그 뜻을 뒤늦게 이해한 멀린은 말끝을 흐렸다. 지하도시 아트만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나진이 가을을 경험했을 리가 없으며, 낙엽을 본 적이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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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말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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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새로운 것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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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익숙해졌노라 생각하면 또 새로운 것이 튀어나온다. 푸른 하늘도, 들판의 푸르름도, 알록달록한 낙엽들도··· 지하 도시에선 보지 못했던 색(色)으로 지상은 물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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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했고 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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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풍경에 소년의 눈동자가 물들기를 잠시, 나진의 눈동자에 차가운 노을이 담겼다. 노을빛으로 물든 눈동자는 가늘어졌다. 확실히, 바깥세상을 노 다니는 게 즐겁기는 한 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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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방심할 만큼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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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만과의 전투. 그가 자신을 급습하던 상황을 나진은 떠올렸다. 조금이라도 실수했다간 그 자리에서 자신은 죽었을 것이다. 허나, 동시에 나진은 생각했다. 자신이 너무 풀어져 있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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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추격자가 있다는 사실을, 언제 어디에서 노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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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들에 익숙해지느라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이반이 지켜보고 있었다면 분명 혀를 찼을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됐는데. 애당초 경계를 풀어선 안 됐다. 지하도시를 처음 나왔을 때 가지고 있던 경계심이 크게 희석됐음을 나진은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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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운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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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쓰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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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소드 마스터는커녕, 시커도 달성하지 못한 주제에 숨을 돌리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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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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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 목소리는 나진에게 닿지 않았다. 나진의 머릿속에선 카프만의 화살에 꿰뚫리던 모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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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엘 라지안. 교단의 처형인이 검을 들던 모습이 강하게 박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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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엘 라지안이 살기를 흩뿌렸을 때 나진은 자신의 목이 잘려 나가는 환상을 보았다. 한계까지 곤두선 감각이 미래를 보여준 것이다. 그 미래를 보고서도, 대응할 방법은 당연하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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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너무나도 간단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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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만과의 전투, 유엘과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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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은 나진이 잊고 있던 것들을 일깨워주기엔 충분했다. 그러니까, 언제 어디에서든 제 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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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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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길게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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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휘 교단에도 등대지기라는, 소드 마스터급의 강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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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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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가 저를 죽이러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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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건 불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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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은 딱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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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는 움직이지 못해. 그자는 특별한 존재라서 움직이는 순간 별들이 주목하거든. 등대지기가 움직이는 순간 온 세상이 너와 그자를 바라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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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면, 하고 멀린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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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서 네가 엑스칼리버를 꺼내기라도 하는 순간 모든 게 뒤집혀. 성휘 교단이 엑스칼리버의 보유자를 죽이려 든다. 그 하나의 문장이 가지는 의미를 성휘의 주신이 모를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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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는 성휘 교단의 주인인 등대의 사도와 같은 존재다. 교단의 주신인 등대가, 제 사도를 움직여 엑스칼리버 소유자를 짓밟으려 들었단 사실이 발각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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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에게 개입할 명분이 주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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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의 강림은 꽤 조건이 복잡한데, 이 경우에는 내륙에 별이 내려올 조건이 충족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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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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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을 적으로 돌린단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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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네게도, 성휘 교단에게도 좋지 않은 이야기지. 그 자리가 곧 별들의 전장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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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의 후계를 죽이려 하는 별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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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의 후계를 지키고자 하는 별들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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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쟁에선 승자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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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고, 별을 가지게 된다면 또 몰라도··· 지금 상황에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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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도 나진도 나란히 파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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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먼저 파멸하는 건 교단 쪽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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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건 나진의 파멸보다 교단의 파멸이 빠르다는 것. 자신이 쌓아온 전부를 잃는 일. 그런 길을 등대가 고를 리가 없다고 멀린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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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이 상황이 썩 이해가 가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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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놈들의 독단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쯤 되면 그년도 알고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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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이 사건에 개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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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에 멀린은 헛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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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이라고 변명하며 아랫것들을 치워버려도 모자랄 상황에 왜 이런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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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에게 싸움이라도 걸 생각인가? 고작 별 여덟 개를 가진, 종교 놀이에 빠진 얼간이가? 내가 아는 등대는 그만한 배짱이 있는 별이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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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의 말을 귀 기울이던 나진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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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 해야 할 일은 똑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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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야 할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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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를 제외하면 교단에는 소드 마스터급의 강자가 더 존재하지 않는다. 남은 것은 소드 시커에 비견되는 강자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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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이반도 말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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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소드 시커의 경지에 오르면 교단에서도 네 존재를 무시하진 못할 것이고, 협상에 응하게 될 거라고. 물론 상황이 좀 달라지긴 했지만 계획의 요점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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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의 경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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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린을 붙잡는 데 그치지 않고 그다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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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검기를 완전히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 과정을 거쳐야만 심상을 담기에 최적화된 형태의 검기를 가지게 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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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자신은 어느 위치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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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린에는 닿았으나 검기의 재구성을 이루지는 못했다. 완전한 소드 시커를 상대로는 밀린다. 카프만 테오시스와의 싸움처럼 요행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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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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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질리도록 널 찾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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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만은 분명 그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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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이들이 제 목을 노리고 덮쳐올 것이고, 때로는 다수와의 전투도 각오해야겠지. 그들 중에는 카프만과 같은, 혹은 카프만보다 강한 강자들 역시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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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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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의 경지에 올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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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더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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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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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등급 모험가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참 많았는데, 그중에는 개인 훈련실 역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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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길드의 관리하에 운영되는 개인 훈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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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등급 이상의 모험가만이 이용할 수 있는 이 훈련실은 설비가 어찌나 좋은지, 귀족가에 소속된 기사들도 탐낸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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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연하게도 남의 시선이나 기술의 유출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훈련할 수 있는 곳은 달리 찾기 어려운 법이다. 좋은 숲을 찾아냈더니, 며칠 뒤면 훈련 명소가 되어 사람이 붐비는 경우가 다반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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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적색 등급 이상의 모험가들은 개인 훈련실을 애용하곤 했는데, 그들은 훈련실의 문이 쭉 늘어선 휴게실 겸 복도에서 잡담을 나누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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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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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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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에 모인 모험가들의 시선은 어느 수련장 하나로 고정돼 있었다. 그들은 굳게 닫힌 문 하나를 힐끗거리며 잡담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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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저러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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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라니 이 친구야. 저러기를 벌써 일주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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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판에 상처가 가득한 중년의 모험가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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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새벽마다 훈련장 쓰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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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자네 용병단에 출근하기 전에 근육 좀 찢고 간다면서 그러길 벌써 몇 년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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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서 보통 새벽에 훈련장에 오면 내가 가장 첫 번째란 말일세? 한두 시간쯤 지나야 다른 놈들이 슬슬 오기 시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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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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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 일주일간 항상 저 청년이 먼저 와있더군. 저 훈련장에 항상 불이 켜져 있어. 언제는 한 시간 더 일찍 왔는데, 그때도 있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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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모험가의 말을 엿듣던 모험가 하나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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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친구가 밤에도 저러고 있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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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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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어찌나 쾅쾅 부숴대는지? 제가 바로 옆방 쓰는데 시끄러워 죽겠습니다. 뭘 그리 과격하게 휘둘러대는지 소리만 들어도 섬뜩해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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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가 대체 뭐길래, 하는 물음은 필요 없었다. 지금도 들려오고 있으니까. 굳게 닫힌 문의 너머에서 무언갈 부수고 쪼개는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방음 처리가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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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일주일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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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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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종 중에 독종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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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들이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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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역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강자들이고, 수련에 몰입한다는 게 무엇인지는 안다. 가끔 수련으로 머리를 비우고 싶은 날이 있으면 하루 이틀이고 수련장에 처박혀있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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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그걸 일주일 내내 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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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저리 과격하게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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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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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이라 했었지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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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적색 등급이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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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수련장을 쓰고 있는 청년의 이름을 모험가들은 곱씹었다. 근래 모험가 도시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청년이었으므로, 이반에 대해 모르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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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저 청년은 왜 저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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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 수련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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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거 아니겠습니까? 최근에 거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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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만 그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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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각 등급의 모험가, 카프만 테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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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죽음이 공표되고 캄브리아가 소란스러운 가운데, 그와 같은 임무에 뛰어들었던 이반은 일주일이 넘어가도록 훈련실에 처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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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만의 죽음으로부터 무언가 큰 영향을 받았노라고, 모험가들은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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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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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쑥덕이고 있자니 수련실의 문이 열렸다. 화악, 하고 열풍이 밀려드는 가운데 나진이 수련실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땀방울을 닦아내며 나진은 텅 빈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곤 도로 수련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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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과정에서 모험가들은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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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문틈의 너머를. 나진의 수련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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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검흔(劍痕)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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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검을 휘두른 흔적이 훈련실을 뒤덮고 있었다. 천장에, 벽에, 땅에, 그리고 표적이 되는 중앙 벽은 아예 크게 파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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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마다 관리인들이 청소와 복구작업을 한단 사실을 떠올리자면, 그리고 중앙 벽이 단단하기로 유명한 광석으로 지어졌음을 감안하면 과연 놀라운 일이었다. 모험가들은 할 말을 잃은 채 잠시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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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누군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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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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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부정하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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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문 너머로 바라본 풍경은, 최소한 제정신인 사람이 만들어낼 것 같은 풍경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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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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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12시를 넘긴 심야가 되어서야 나진은 훈련실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걸음을 옮기는 나진은 생각했다. 가볍게 식사를 하고, 잠깐 눈만 붙였다가 다시 나가면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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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독백을 엿듣던 멀린이 못 참고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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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좀 해. 언제까지 이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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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에 올라야 할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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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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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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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급한 건 알겠는데, 이건 도움이 안 되잖아. 그렇게 무식하게 단련한다고 해서 닿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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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도움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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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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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를 하는 와중, 멀린과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나진은 제 온 신경을 한없이 날카롭게 곤두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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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가 온다면 곧장 대응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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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실은 물론이고 잠을 잘 때조차 검을 품에 안고 있으니··· 사실상 제대로 된 휴식을 하고 있지 않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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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시에서 막 나왔을 때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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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풀어졌던 경계심이, 오히려 그때보다 더 솟구친 것을 보며 멀린은 혀를 찼다. 이래서야 망가지고 말 텐데. 하지만 이는 하루 이틀 사이에 고칠 수 있는 버릇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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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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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시에서 나고 자란 소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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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버려진 이들이 떨어지는 지하도시에서도, 다시 버려진 아이들이 사는 골목길에서 자라온 사냥개의 본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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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의 사냥개로 일할 때도 그랬다. 사소한 실수. 목숨의 위험. 다가오는 죽음. 그런 것들을 경험할 때마다 나진은 병적일 정도로 제 몸을 혹사시켜 감각을 날카롭게 곤두세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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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자신을 살아남게 해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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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강자에게서 승리하게 만들어주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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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마주했던 그 강렬한 경험들은 나진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잠시 잊고 있을 순 있더라도 놓지는 못하는 것이다. 지금 나진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기억들을 보며 멀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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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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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진은 검을 품에 안은 채 눈을 붙였고, 이른 새벽 눈을 뜨자마자 곧장 훈련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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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안 뜬 새벽부터 바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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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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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 새벽녘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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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한번 보기 참 힘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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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실 앞에 놓인 벤치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깊게 눌러썼던 로브를 벗었다. 옅은 갈색의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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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가끔은 좀 먼저 찾아오면 얼마나 좋아요? 제가 잘 다녀오시라고 말했잖아요? 그럼 돌아왔을 때, 잘 다녀왔다는 인사 정도는 하러 와도 괜찮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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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툴대며 그녀가 바닥에 깔린 낙엽을 잘근잘근 밟으며 걸어왔다. 그렇게 나진의 앞에 선 그녀가, 샛노란 눈동자를 게슴츠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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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요? 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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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속삭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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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새벽부터 무슨 일입니까? 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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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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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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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꼭 별일이 있어야 들리나요. 우리가 그렇게 막연한 사이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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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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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 아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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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진의 팔을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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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어디 좀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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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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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좀 가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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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억지로 나진의 팔을 잡아끌었다. 쉽게 내칠 수 있음에도, 나진은 그리하지 못했다. 그렇게 끌려간 곳에는 마차가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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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의 앞에서 디에타가 제 검지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배배 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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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신청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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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말하고도 부끄러웠는지,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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