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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색은 별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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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밤하늘에 찬란히 빛나는 별들은 순백과 금빛이 뒤섞인 백금색이요, 별의 검이라 불리는 엑스칼리버 역시 백금색의 검날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백금색에서 사람들은 별을 떠올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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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색은 별을 상징하며, 또한 신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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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밤하늘의 성좌들은 하나같이 위대한 존재이며, 별들을 모시는 교단 역시 별빛을 신성시했다. 그러므로 별빛을 닮은 백금색은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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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닮았으며 신성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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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징적인 요소 덕에 백금은 이곳저곳에 쓰이곤 했다. 성휘 교단의 등대에, 제국의 중심에 위치한 백금탑에, 제국의 황실을 상징하는 문양에, 그리고 숱한 귀중한 것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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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쓰이지 못한 곳 역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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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연료 삼아 태워내는 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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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의 마나, 서클, 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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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이들이 백금을 동경했으나, 그 어떤 마법사도, 그 어떤 검사도 백금색의 불길을 피워올리진 못했다. 그것은 인류 역사상 오직 단 한 명에게만 허락된 색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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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웅 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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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 대영웅만이 백금의 불길을 소유했다. 오직 아서만이 백금의 검기를 다룰 수 있었다. 그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며, 아서의 사후 수백 년간 단 하나의 반례도 나오지 않아 진리로 굳혀진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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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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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리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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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베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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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제 앞에서 타오르는 나진의 검기를 보았다. 제 두 눈동자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저것은 분명 백금색을 품고 있다. 너무나도 선명한 백금의 검기 앞에 파우베가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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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임. 헛것.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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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가능성이 그녀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의 직감이 모든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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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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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베가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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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설령 그 백금의 검기가 맞다 한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뿐이란 사실을 그녀는 안다. 지금 와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려봐야 자신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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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등 위로 떠오른 사환(四環), 네 개의 서클이 거칠게 회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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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에 준비된 매개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 파우베의 서클은 주문을 토해낼 준비를 마쳤다. 요동치는 제 마나를 느끼며 파우베는 억지로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결국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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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상대를 죽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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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자신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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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의 검기를 두른 나진을 향해 파우베가 지팡이의 끝을 겨누었다. 그녀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문이며, 공방에 가득한 매개를 통해 강화된 주문의 위력은··· 가히 5서클에 필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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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서클 주문, 망자의 굶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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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끝에서 파동이 인다. 방사형으로 퍼져나간 파동을 따라 망자들의 손아귀가 솟구쳤다. 솟아난 손아귀는 닿는 것들을 할퀴고, 오염시키고 바스러트리며 끝내는 자신과 같은 망자로 만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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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썩어 문드러진 망자는 결코 굶주림을 해소할 수 없기에, 단지 영원히 허기에 헐떡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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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렬한 사념, 시체와 산 제물들의 영혼 울림을 매개로 삼은 ‘망자의 굶주림’의 위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교단의 세례를 받지 않았다면 저 손아귀에 닿는 순간 살갗이 썩어 문드러지며··· 끝내는 망자가 되어 바스러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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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드드드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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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가득 메운 채 다가오는 망자의 손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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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피할 곳은 없다. 파우베가 발현한 주문을 바라보며 나진은 혀를 내둘렀다. 확실히, 4서클 주문쯤 되면 그 효과가 위협적이긴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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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그렇겠지. 4서클부턴 공성 병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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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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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저런 주문을 쓰게 둬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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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수준의 싸움에선 4서클 주문을 쓰는 순간 결판이 난 거나 다름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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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멀린의 말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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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인 마법사가 저것과 비슷한 위력의 주문을 발현했다면, 치명상을 각오해야 했을 테니까. 피할 곳을 주지 않고 광범위하게 밀려드는 주문은 나진이 보기에도 위협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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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의 전투는 이런 느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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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며 나진은 가만히 자세를 잡았다. 어찌 보면 궁지에 몰린 상황임에도 그 호흡과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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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4서클 주문이 위협적인 건 ‘통상적인’ 주문이 상대일 때의 이야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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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상대는 흑마법사였고, 으레 흑마법사들이 그렇듯 파우베의 주문은 정도(正道)에 속하지 않으며 이치를 더럽히는 종류의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라고 나진은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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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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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높게 끌며 나진이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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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서지 않은 채, 나진은 망자의 손아귀들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뻗어온 손아귀가 나진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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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나진의 검이 망자의 손을 베어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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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베의 눈이 크게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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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베어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무언가 달랐다. 백금의 검기에 닿은 손아귀들이 불에 타들어 가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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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이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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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들어 간다. 주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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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손아귀들이 나진의 검에 잘림과 동시에 별빛에 타들어 갔다. 백금의 검기가 닿은 곳마다 그림자가 물러나듯 손아귀들이 바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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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색은 별을 상징하며, 또한 신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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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오직 아서만이 소유했던 백금색의 검기는 용살의 검, 별의 검 등등 숱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악마들 사이에선 이렇게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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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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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한 것을 불태운다. 절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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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사이하고 사특한 것들을 심판한다. 악마의 살갗을 불태우고 재생을 방해하며, 오염된 마나를 뿌리부터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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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상성이란 이야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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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멀린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녀로서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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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진의 백금색 검기를 처음 보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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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설마 싶었고, 확실하진 않았기에 검기의 성질이 드러나는 소드 시커 때 다시 확인하겠다며 멀린은 제 판단을 유예했었다. 그리고 나진이 시커의 경지에 근접한 지금··· 멀린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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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의 편린을 담았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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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성되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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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별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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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들이 두려워하며, 마녀와 용이 증오하고, 떨어진 별들이 저주하는 별의 검기. 나진의 검에 피어오르는 검기는 아서의 것과 같은 종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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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를 뽑았기에 저런 검기를 가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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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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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가 소망한 별이, 그렸던 별이 아서의 별이기에 저런 검기를 가지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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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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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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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연하게 빛나는 나진의 별을 바라보며 멀린은 쓰게 웃었다. 나진의 검을 휘감은 별빛은 아서의 것과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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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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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이 잘려 나간다. 손아귀들이 타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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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베의 시선이 흔들렸으며, 앞으로 쭉 뻗은 파우베의 지팡이 역시 흔들리고 있었다. 파우베는 지금 이 순간 공포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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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서클 주문이 난도질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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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발현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주문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잘려 나가고 있다. 나진이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손들이 무더기로 쓸려나갔고, 나진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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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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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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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별빛에 타들어가 재로 사위는 손아귀들이 이것이 현실임을 파우베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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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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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려 퍼지는 것은 섬뜩한 절삭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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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메아리치는 것은 치이이익, 하고 잘려 나간 것들이 타들어 가는 소리. 망자를 불태우며 별빛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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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면, 그 많던 손아귀들이 모조리 잘려 나가고 없다. 앞으로 쭉 뻗은 지팡이 끝에선 바닥난 마나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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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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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서 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4서클 주문을 정면에서 박살 내며 거리를 좁힌 나진이, 기어코 파우베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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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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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검을 휘둘렀다. 휘두른 검이 파우베의 지팡이를 베었다. 지팡이를 베어 가르며 솟구친 검이 비스듬하게 떨어졌다. 떨어진 칼날이 파우베가 두른 장막을 부드럽게 베어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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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은, 척력은,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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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을 베며 파고든 검이 파우베의 목에 닿았다. 어둠 속에서도 처연하게 빛나는 백금색의 검기. 그것이 파우베가 마지막으로 본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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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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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한 목표를 꿈꾸던 흑마법사의 최후는 초라했다. 잘려 나간 목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고꾸라지는 파우베의 시체를 내버려둔 채, 나진은 길게 숨을 내뱉었다.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탈력감이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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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힘들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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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소드 시커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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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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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가 심상을 담기에 적합한 형태로 변하지도 않았는데, 거기에 무턱대고 심상을 불어넣는 데 무리가 없을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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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의 중얼거림을 흘려들으며 나진은 칼끝을 가볍게 털곤 납검했다. 확실히, 아직 시커의 경지엔 오르지 못했기에 심상을 담은 검기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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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검기보다 몇 배는 더 짧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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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별을 담은 검기보다, 백금색의 별을 담은 검기가 곱절은 빠르게 바닥났다. 아직은 감당하기 어려운 힘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나진은 주변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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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쁜 곳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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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 이 도시에서 무언갈 계획했다던 케팔론의 공방. 그 공방의 풍경을 시야에 담은 나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비위가 좋은 나진조차도 속이 울렁거리는 걸 참을 수 없는 ‘물건’들이 놓여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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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흑마법사들은 수백 년이 흘러도 하는 짓이 변함이 없네. 기분 나쁜 건 여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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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 역시 진저리난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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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위로 올라가서 따로 보고해야겠다고, 나진은 생각했다. 도시의 지하에 이런 게 남아있어서 좋을 건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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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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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숨을 내뱉으며 나진이 몸에 박힌 뼈 말뚝을 뽑아냈다. 파우치에서 꺼낸 외상용 포션을 상처 부위에 뿌리곤, 디에타 상단의 마크가 붙여진 포션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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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품들로만 골라 담았나 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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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효과가 벌써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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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파우베의 시체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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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으니까. 시체를 끌고 들어왔던 통로를 찾아 나진이 걸음을 옮겼다. 위로 향하는 통로. 문은 굳게 닫혀있었지만, 파우베의 얼굴을 몇 번 가져다 대니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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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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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문의 바깥으로 걸음을 내디딘 나진이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자신을 향해 쇠뇌를 겨누고 있는 카프만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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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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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 바깥으로 나온 나진이 카프만과 시선을 마주했다. 쇠뇌를 겨누고 있던 카프만은, 이내 쇠뇌를 내리곤 나진을 향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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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베가 나올 줄 알았더니, 네가 나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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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맡는다 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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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허세인 줄 알았지. 몸에 구멍 뻥뻥 뚫려있는데 사환의 흑마법사한테 달려드는 미친놈이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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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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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만이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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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진이 끌고 온 파우베의 시체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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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긴 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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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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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대단한 놈일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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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싸우는 게 뭐 별것이 있겠습니까. 달려들어서 베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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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참 담백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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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만이 길게, 아주 길게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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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덕분에 일이 쉽게 됐다. 파우베가 빠지니 남은 놈들 처리하기도 쉬웠고. 저기 보이지? 몸에 구멍 뚫어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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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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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을 보고하러 가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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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만이 제 목덜미를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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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가렵다는 것처럼. 그렇게 말끝을 흐리던 카프만이 나진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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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내가 물어봤던 거, 기억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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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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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암부냐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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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곤 있습니다. 대답이 필요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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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대답하지 않아도 됐다 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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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혼잣말이라고 카프만이 대답을 듣지 않았던 질문이다. 카프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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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없지. 보다 보니 아닌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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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뜻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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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암부는 너처럼 싸우진 않거든. 그것과 별개론 암부와 관련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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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고개를 끄덕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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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만은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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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시 아트만. 거긴 요즘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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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외의 인물에게서 들린, 예상외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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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사고가 한순간 정지했다.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이유. 눈앞의 사내가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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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끝에 나진이 내린 결론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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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적인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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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파우베의 시체를 놓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검을 뽑아 드는 과정까지 걸린 시간은··· 나진이 평소에 판단을 내리는 시간보다 1초 늦어 있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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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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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그럴 것 같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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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을 빼앗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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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새끼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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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몸에 화살이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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