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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Sword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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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를 엮어 검기를 뽑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검기에 자신의 심상을 담아내는 경지에 오른 이들. 그들이 펼치는 검술은 평범한 검술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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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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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가 뽑아내는 검기에는 저마다의 형태와 성질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불길을 닮은 검기를, 또 누군가는 눈꽃과 같은 검기를 흩뿌린다. 같은 검술을 펼치더라도 그 검기의 형태에 따라 검에 베이는 범위도 영역도 달라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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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휘둘러 초목을 불태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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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휘둘러 저 멀리 떨어진 이를 베어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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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초인의 간극, 그 사이에 서 있는 강자답게 그들이 휘두르는 검은 때로는 상식을 무시하기도 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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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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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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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깻죽지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검을 온전히 받아냈다 생각했거늘, 터져 나오는 핏물에 나진이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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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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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결코 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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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엑스퍼트 최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으며, 엑스퍼트 중에는 나진을 이길만한 상대가 없다. 육체 능력과 검기의 출력은 엑스퍼트를 넘어선 지 오래이며, 순간적인 판단력은 소드 시커를 데려와도 꿇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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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럼에도 나진은 소드 엑스퍼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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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소드 시커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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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싸움이 경지에 의해 결판나진 않다고들 말하지만, 대부분의 싸움은 경지에 의해 결판난다. 쌓아온 강함의 수준이 다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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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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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피가 터져 나오는 제 어깻죽지를 손으로 꾸욱, 누르며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검기를 뽑아낸 기사단장 그리핀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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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검 위로 넘실거리는 검기는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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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의 검기는 날카롭게 가지를 뻗은, 가시나무와도 같은 형태를 띠고 있었다. 거리를 벌린 채 나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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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냈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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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받아낸 순간, 뻗어나간 검기에 어깻죽지가 깊게 베였다. 형태가 고정된 검기를 뽑아내는 이들하고만 싸워왔던 나진이다. 그런 나진에게 형태가 변하는 검기는 낯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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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익숙해져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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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서로의 목숨을 노리지 않는 훈련이 아닌, 실전이었고 목숨을 건 전투였으니까. 당연하게도 가만히 관찰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도주를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며 자신이 저자를 막아 세워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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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그리핀을 디에타에게 보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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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을 이룰 때까지 저자를 상대로 시간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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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진에게 주어진 임무다. 그것을 머릿속에 새겨넣은 채 나진은 움직였다. 호흡을 가다듬고 나진이 검을 바로잡았다. 나진이 몸을 추슬렀을 땐, 이미 그리핀이 나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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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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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앞으로 내디딘 것은 한 걸음이나, 나진은 어느새 코앞에 다가온 그리핀을 마주해야만 했다. 나진이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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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가가가가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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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와 검기가 맞부딪친다. 엑스퍼트 내에서는 맞상대가 없을 정도로 성장한 나진이지만, 그리핀의 검기는 온전히 받아낼 수 없다. 밀도, 출력, 검기의 조직력 그 자체에서 밀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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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받아낼 때마다 검기가 깎여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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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무너지려는 자세를 억지로 붙잡아도, 그리핀은 힘으로 나진의 자세를 무너트렸다. 그가 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나진의 몸이 크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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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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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자세가 박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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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쥔 나진의 팔이 뒤로 휙 젖혀졌다. 검기의 반발력을 견디지 못한 까닭이다. 그리하여 훤히 드러난 나진의 몸통에 그리핀의 발차기가 작렬했다. 눈에 보였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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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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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반과 군화로 무장한 발차기는 어지간한 둔기로 후려치는 것 이상의 충격을 만들어낸다. 삼켰던 숨이 한순간에 토해져 나오고, 나진의 눈이 크게 뜨였다. 몸이 뒤로 붕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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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엑, 하고 나진의 귓가에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몸이 공중에 뜬 채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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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쯤 되면 그 육체 능력은 이미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해 있다. 엑스퍼트인 나진조차 발차기로 거구의 기사를 날려버리는데, 그 비슷한 일을 소드 시커인 그리핀이 못 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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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눈에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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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앞에 서 있던 그리핀의 모습이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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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멀어지지 않는다. 발차기를 위해 쭉 뻗었던 다리를 그리핀이 땅에 내려찍었다. 그렇게 그리핀이 땅을 박찬 순간 멀어지던 그의 모습이 한순간에 가까워졌다. 떠밀려 날아가는 나진을 곧장 추격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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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군,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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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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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있다간 베이고 만다. 나진이 공중에서 몸을 비틀었다. 다행히도 이곳은 숲속이었고, 날아가는 도중에도 붙잡을 만한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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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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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팔을 뻗어 제 옆을 스쳐 지나가는 나무의 줄기를 붙잡았다. 그대로 몸을 비틀어 추격해 온 그리핀이 휘두르는 검을 회피했다. 한 끗 차이로 나진에게 닿지 않은 검은, 나진이 붙잡고 있던 나무의 밑동을 깔끔하게 베어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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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냈다고 쉴 틈은 없다. 밑동이 잘려 무너지는 나무. 나무를 박차며 나진이 그리핀의 검이 닿는 영역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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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악, 미끄러지듯 땅에 착지한 나진은 숨을 골랐다. 얻어맞은 복부가 욱신거렸다. 갈비뼈가 한두 대 부러진 것 같기도 했다. 퉷, 하고 핏물 섞인 침을 뱉어내며 나진은 그리핀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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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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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바닥에 쓰러지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흙먼지를 걷어내며 걸어 나오는 그리핀의 눈동자는 나진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지친 기색은 조금도 없으며, 그 검에서 피어오르는 적색의 검기는 섬뜩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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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괴물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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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도 베어도 몸을 재생하는 악마 기사보다, 눈앞의 기사가 나진에겐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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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한 검술도, 현란한 묘기도, 특별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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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직하게 검을 휘두르며 압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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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이게 소드 시커, 이게 자신이 아직 닿지 못한 경지에 오른 검사. 복부를 얻어맞은 탓에 고르지 못한 숨을 가다듬으며 나진이 검을 늘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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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을 이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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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박차고 움직이자. 정면에서의 승부를 피하고 시야의 사각을 노리자. 자신보다 강자를 상대하는 방법을 나진은 얼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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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진이 움직이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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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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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이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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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뒤흔들렸다. 그가 두손으로 검을 붙잡은 채, 등 뒤로 검을 끌어당겼다. 적색의 검기가 요동치며 하나로 휘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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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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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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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이 경종을 울렸다. 한순간 나진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직감, 반응속도, 그리고 즉각적인 판단. 나진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허용량 이상의 마나를 몸에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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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마나가 몸의 내부에서 요동치며, 극심한 격통을 유발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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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움직여야 했다. 허용량 이상의 마나를 빨아들였기에, 나진은 땅을 박차고 크게 뛰어오를 수 있었다. 나진이 뛰어오른 순간 그리핀이 검을 휘둘렀고, 검에 맺힌 적색의 검기가 마치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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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 우드드득··· 그리고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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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으로 도약한 나진이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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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를 내려다보면 보이는 것은, 마치 거인이 손아귀로 휩쓸기라도 한 듯 한쪽으로 모조리 치워져 있는 나무들이었다. 한번 검을 휘둘러 그리핀은 반경 스무 걸음 안팎의 나무를 모두 날려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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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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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신체를 강화해 뛰어오르지 않았다면, 완전히 박살 난 저 나무들과 같은 신세가 됐을 것이다. 나무가 모조리 박살 나 만들어진 공터에 착지한 나진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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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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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에 선 그리핀은 침묵을 유지한 채 나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나진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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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칠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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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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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네게 유리한 무대라고 생각했다면, 그 생각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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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나진이 애용하던 잡기술도, 지형을 활용한 움직임도, 시야의 사각으로 파고드는 기술도, 눈앞의 남자에겐 통하지 않는다. 경지의 차이란 그 모든 것을 감안하고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단 뜻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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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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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를 뽑아내면 몰라도, 뽑지 않고선 이길 수 없다. 정말로 궁지에 몰린다면 뽑아야 하겠지만 아직 거기까지 나진은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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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을 끄는 거라면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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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진의 본래 목적은 시간을 끄는 것이다. 관문에 디에타가 도달해 초대장을 보인다면··· 이곳으로 후작가의 기사들이 달려올 테니까. 거기까지만 버티면 자신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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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생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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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사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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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의 걸음에 맞춰 나진이 움직였다. 그리핀이 검을 들어 올린 순간, 나진이 제 몸을 가속했다. 거리를 좁히며 그리핀이 검을 완전히 휘둘러지기 전에 나진의 검이 그리핀의 검면을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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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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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 사이로 그리핀과 나진이 시선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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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위화감을 느낀 까닭이다. 눈앞의 상대는 엑스퍼트임이 틀림없지만, 저 움직임은 결코 엑스퍼트의 것이 아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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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감은 거기서 그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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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이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나진은 먼저 움직였고, 그 움직임을 간파하기라도 하는 듯 끈질기게 빈틈을 찌르고 들어온다. 그 칼날이 위협적이진 않지만 성가시단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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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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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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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보이는 순간적인 판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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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이 뒤로 밀려났다. 그 가슴팍을 가린 갑주가 찌그러져 있었다. 코앞까지 파고든 나진이 팔꿈치로 갑옷을 찍은 것이다. 갑옷을 찍어 뒤로 밀어내며, 거리를 확보해 검을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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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과 동작 간의 연계가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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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나진의 검을 바라보며 그리핀은 놀라움을 느꼈다. 그 순간에 파고들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리핀이 검을 휘둘러 나진의 칼날을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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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한 일격을 보고도 달려든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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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를 날려버린 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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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격을 보고도 거리를 좁혀오는 것은, 보통 담력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그 기술을 의식하며 거리를 벌린 채 눈치를 보는 게 정상인의 판단이며, 그리핀이 유도하고자 한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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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벌리면, 큰 범위를 휩쓸 수 있는 자신이 계속해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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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기술에도 겁먹지 않고 대뜸 거리를 좁혀오는 청년의 움직임은, 그리핀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자 또한 최선의 판단이기도 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빈틈을 노리며 찔러든다면 큰 기술을 쓸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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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할 수는 있으나, 놓치는 순간 치명적인 칼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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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자신보다 약자를 상대하고 있거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음을 그리핀은 인정했다. 오랜 세월 검을 휘둘러온 자신과 비교해도 저 청년의 판단력은 조금도 꿀리지 않았다. 오히려 반응속도와 판단력만큼은 자신보다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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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볼 상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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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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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상대해선 죽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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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은 눈앞의 청년에게 경의를 담아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 이상 시간이 끌리는 것은 그로서도 원치 않는 상황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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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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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가의 관문을 향해 디에타는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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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달리다, 라는 표현은 틀렸을지도 모른다. 디에타는 움직이지 않는 한쪽 발목을 질질 끌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으니까. 그 속도는 느리고 자세는 어정쩡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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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걸음을 내딛는 디에타의 얼굴을 본다면, 그녀에게 재촉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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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땀을 흘리고 이를 악문 채 디에타는 최선을 다해 걷고 있었다.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발이 땅에 끌릴 때마다 등줄기를 타고 아릿한 고통이 느껴졌다. 회복됐다곤 하나, 남은 한쪽 다리도 그리 멀쩡한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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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녀는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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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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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서 들려오던 검이 맞부딪치는 소리도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디에타는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문 채 걸음을 재촉했다. 제 몸을 연신 채찍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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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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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 기사단장과 검을 맞부딪치며 시간을 끌고 있었다. 그 노력에 디에타는 답해야만 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놓지 않고, 약속을 지키려 한 나진의 노력이 디에타는 무의미하지 않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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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일찍 도착할수록 나진이 살아남을 확률 역시 높아질 것이다. 그 사실을 곱씹으며 디에타는 온 힘을 다해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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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죽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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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는 속으로 그리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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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터놓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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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 아니, 그 이상의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사람이다. 그 사람이 죽지 않기를 디에타는 바랐다.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나진과 다시 한번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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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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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뿌리에 걸려 디에타가 바닥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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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내 나무를 붙잡고 바로 일어선 그녀가 절뚝이며 관문을 향해 걸었다. 숲을 빠져나와 관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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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는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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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공작가의 별장에서 도망치던 그때처럼, 온 힘을 다해 관문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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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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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는 자신에게 맞는 검술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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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검기의 형태, 검기에 담긴 심상, 검기의 특수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검술. 소드 시커는 그런 검술을 찾은 다음 검술에 검기를 접목해 자신만의 기술을 만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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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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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르베니아 공작가의 기사단장이었고, 오스만 공작의 첫 번째 검이었다. 오스만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기사인 그리핀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시커의 경지에 오른 그리핀이 자신에게 맞는 검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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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리핀이 손에 넣은 검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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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제국의 중추에서 보관 중인 비전 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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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영웅 ‘아르타 트리가디언’의 검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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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이교도들에게서 성목(聖木)을 지키기 위해 검을 휘둘렀던 영웅의 검술. 가시나무의 심상이 새겨진 그리핀의 검에 그보다 더 어울리는 검술은 없었다. 그렇게 수십 년의 세월 간 그리핀은 검술을 갈고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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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대로라면, 기사가 아닌 어중이떠중이 모험가에게 보일만한 기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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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리핀은 눈앞의 상대를 인정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갈고닦은 검술을 펼쳤다. 들어 올린 발을 그리핀이 땅을 향해 내려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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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디딘 발은 땅에 내린 거목의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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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디디고선 육신은 거목의 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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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올린 검은 하늘을 향해 뻗은 거목의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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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의 검에 맺힌 붉은 색의 검기가 가시나무처럼 사방으로 뻗어져 나갔다. 심상을 담아낸 검기와, 검술이 접목됐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은 오직 그리핀만의 기술이다. 그 기술을 마주한 나진은 상황에 어울리지도 않게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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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의 검술. 그 검술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으니까. 나진은 제 망막에 그리핀의 체내에서 움직이는 마나를 아로새겼다. 물론 당장 모방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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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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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해서 손을 놓고만은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저 거목을 닮은 검기에 휩쓸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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