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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Sword Seeker).
마나를 엮어 검기를 뽑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검기에 자신의 심상을 담아내는 경지에 오른 이들. 그들이 펼치는 검술은 평범한 검술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소드 시커가 뽑아내는 검기에는 저마다의 형태와 성질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불길을 닮은 검기를, 또 누군가는 눈꽃과 같은 검기를 흩뿌린다. 같은 검술을 펼치더라도 그 검기의 형태에 따라 검에 베이는 범위도 영역도 달라지는 법이다.
검을 휘둘러 초목을 불태우고.
검을 휘둘러 저 멀리 떨어진 이를 베어 가른다.
인간과 초인의 간극, 그 사이에 서 있는 강자답게 그들이 휘두르는 검은 때로는 상식을 무시하기도 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촤아아아아아악!
나진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 어깻죽지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검을 온전히 받아냈다 생각했거늘, 터져 나오는 핏물에 나진이 이를 악물었다.
나진은 결코 약하지 않다.
소드 엑스퍼트 최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으며, 엑스퍼트 중에는 나진을 이길만한 상대가 없다. 육체 능력과 검기의 출력은 엑스퍼트를 넘어선 지 오래이며, 순간적인 판단력은 소드 시커를 데려와도 꿇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진은 소드 엑스퍼트다.
아직 소드 시커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모든 싸움이 경지에 의해 결판나진 않다고들 말하지만, 대부분의 싸움은 경지에 의해 결판난다. 쌓아온 강함의 수준이 다른 까닭이다.
촤악!
나진은 피가 터져 나오는 제 어깻죽지를 손으로 꾸욱, 누르며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검기를 뽑아낸 기사단장 그리핀이 서 있다.
그의 검 위로 넘실거리는 검기는 붉다.
적색의 검기는 날카롭게 가지를 뻗은, 가시나무와도 같은 형태를 띠고 있었다. 거리를 벌린 채 나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받아냈다고 생각했는데.’
검을 받아낸 순간, 뻗어나간 검기에 어깻죽지가 깊게 베였다. 형태가 고정된 검기를 뽑아내는 이들하고만 싸워왔던 나진이다. 그런 나진에게 형태가 변하는 검기는 낯선 것이었다.
···낯설지만 익숙해져야 하리라.
이건 서로의 목숨을 노리지 않는 훈련이 아닌, 실전이었고 목숨을 건 전투였으니까. 당연하게도 가만히 관찰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도주를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며 자신이 저자를 막아 세워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기사단장 그리핀을 디에타에게 보내지 않는다.
목적을 이룰 때까지 저자를 상대로 시간을 끈다.
그것이 나진에게 주어진 임무다. 그것을 머릿속에 새겨넣은 채 나진은 움직였다. 호흡을 가다듬고 나진이 검을 바로잡았다. 나진이 몸을 추슬렀을 땐, 이미 그리핀이 나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탁.
그가 앞으로 내디딘 것은 한 걸음이나, 나진은 어느새 코앞에 다가온 그리핀을 마주해야만 했다. 나진이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카가가가가가가각!
검기와 검기가 맞부딪친다. 엑스퍼트 내에서는 맞상대가 없을 정도로 성장한 나진이지만, 그리핀의 검기는 온전히 받아낼 수 없다. 밀도, 출력, 검기의 조직력 그 자체에서 밀렸으니까.
검을 받아낼 때마다 검기가 깎여나간다.
나진이 무너지려는 자세를 억지로 붙잡아도, 그리핀은 힘으로 나진의 자세를 무너트렸다. 그가 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나진의 몸이 크게 떨렸다.
쩌엉!
기어코 자세가 박살 난다.
검을 쥔 나진의 팔이 뒤로 휙 젖혀졌다. 검기의 반발력을 견디지 못한 까닭이다. 그리하여 훤히 드러난 나진의 몸통에 그리핀의 발차기가 작렬했다. 눈에 보였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쩌억.
각반과 군화로 무장한 발차기는 어지간한 둔기로 후려치는 것 이상의 충격을 만들어낸다. 삼켰던 숨이 한순간에 토해져 나오고, 나진의 눈이 크게 뜨였다. 몸이 뒤로 붕 떴다.
쐐엑, 하고 나진의 귓가에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몸이 공중에 뜬 채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소드 시커쯤 되면 그 육체 능력은 이미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해 있다. 엑스퍼트인 나진조차 발차기로 거구의 기사를 날려버리는데, 그 비슷한 일을 소드 시커인 그리핀이 못 할 리가 없다.
나진의 눈에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제 앞에 서 있던 그리핀의 모습이 멀어진다.
아니, 멀어지지 않는다. 발차기를 위해 쭉 뻗었던 다리를 그리핀이 땅에 내려찍었다. 그렇게 그리핀이 땅을 박찬 순간 멀어지던 그의 모습이 한순간에 가까워졌다. 떠밀려 날아가는 나진을 곧장 추격해 온 것이다.
‘미치겠군, 정말.’
나진이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있다간 베이고 만다. 나진이 공중에서 몸을 비틀었다. 다행히도 이곳은 숲속이었고, 날아가는 도중에도 붙잡을 만한 것이 있었다.
콱.
나진이 팔을 뻗어 제 옆을 스쳐 지나가는 나무의 줄기를 붙잡았다. 그대로 몸을 비틀어 추격해 온 그리핀이 휘두르는 검을 회피했다. 한 끗 차이로 나진에게 닿지 않은 검은, 나진이 붙잡고 있던 나무의 밑동을 깔끔하게 베어 갈랐다.
피해냈다고 쉴 틈은 없다. 밑동이 잘려 무너지는 나무. 나무를 박차며 나진이 그리핀의 검이 닿는 영역에서 벗어났다.
촤아아악, 미끄러지듯 땅에 착지한 나진은 숨을 골랐다. 얻어맞은 복부가 욱신거렸다. 갈비뼈가 한두 대 부러진 것 같기도 했다. 퉷, 하고 핏물 섞인 침을 뱉어내며 나진은 그리핀을 바라봤다.
쿠우우우웅!
나무가 바닥에 쓰러지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흙먼지를 걷어내며 걸어 나오는 그리핀의 눈동자는 나진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지친 기색은 조금도 없으며, 그 검에서 피어오르는 적색의 검기는 섬뜩하기 짝이 없다.
정말이지 괴물이 따로 없다.
베어도 베어도 몸을 재생하는 악마 기사보다, 눈앞의 기사가 나진에겐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신묘한 검술도, 현란한 묘기도, 특별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우직하게 검을 휘두르며 압박할 뿐이다.
그럼에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이게 소드 시커, 이게 자신이 아직 닿지 못한 경지에 오른 검사. 복부를 얻어맞은 탓에 고르지 못한 숨을 가다듬으며 나진이 검을 늘어트렸다.
‘지형을 이용하자.’
나무를 박차고 움직이자. 정면에서의 승부를 피하고 시야의 사각을 노리자. 자신보다 강자를 상대하는 방법을 나진은 얼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진이 움직이려는 순간이다.
쿵.
그리핀이 걸음을 내디뎠다.
땅이 뒤흔들렸다. 그가 두손으로 검을 붙잡은 채, 등 뒤로 검을 끌어당겼다. 적색의 검기가 요동치며 하나로 휘감겼다.
“···!”
나진이 눈을 부릅떴다.
직감이 경종을 울렸다. 한순간 나진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직감, 반응속도, 그리고 즉각적인 판단. 나진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허용량 이상의 마나를 몸에 받아들였다.
요동치는 마나가 몸의 내부에서 요동치며, 극심한 격통을 유발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은 움직여야 했다. 허용량 이상의 마나를 빨아들였기에, 나진은 땅을 박차고 크게 뛰어오를 수 있었다. 나진이 뛰어오른 순간 그리핀이 검을 휘둘렀고, 검에 맺힌 적색의 검기가 마치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우직, 우드드득··· 그리고 콰앙.
공중으로 도약한 나진이 눈을 크게 떴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보이는 것은, 마치 거인이 손아귀로 휩쓸기라도 한 듯 한쪽으로 모조리 치워져 있는 나무들이었다. 한번 검을 휘둘러 그리핀은 반경 스무 걸음 안팎의 나무를 모두 날려버린 것이다.
‘미친.’
한순간 신체를 강화해 뛰어오르지 않았다면, 완전히 박살 난 저 나무들과 같은 신세가 됐을 것이다. 나무가 모조리 박살 나 만들어진 공터에 착지한 나진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
그 중심에 선 그리핀은 침묵을 유지한 채 나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나진은 알 수 있었다.
도망칠 곳은 없다.
숨을 곳도 없다.
이곳이 네게 유리한 무대라고 생각했다면, 그 생각을 버려라.
여태껏 나진이 애용하던 잡기술도, 지형을 활용한 움직임도, 시야의 사각으로 파고드는 기술도, 눈앞의 남자에겐 통하지 않는다. 경지의 차이란 그 모든 것을 감안하고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단 뜻이었으니.
‘역시, 이길 수는 없다.’
엑스칼리버를 뽑아내면 몰라도, 뽑지 않고선 이길 수 없다. 정말로 궁지에 몰린다면 뽑아야 하겠지만 아직 거기까지 나진은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을 끄는 거라면 가능해.’
이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진의 본래 목적은 시간을 끄는 것이다. 관문에 디에타가 도달해 초대장을 보인다면··· 이곳으로 후작가의 기사들이 달려올 테니까. 거기까지만 버티면 자신의 승리다.
그러니 생각해라.
끊임없이 사고해라.
그리핀의 걸음에 맞춰 나진이 움직였다. 그리핀이 검을 들어 올린 순간, 나진이 제 몸을 가속했다. 거리를 좁히며 그리핀이 검을 완전히 휘둘러지기 전에 나진의 검이 그리핀의 검면을 후려쳤다.
카아아아아앙!
굉음 사이로 그리핀과 나진이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위화감을 느낀 까닭이다. 눈앞의 상대는 엑스퍼트임이 틀림없지만, 저 움직임은 결코 엑스퍼트의 것이 아니었으니.
위화감은 거기서 그치질 않는다.
그리핀이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나진은 먼저 움직였고, 그 움직임을 간파하기라도 하는 듯 끈질기게 빈틈을 찌르고 들어온다. 그 칼날이 위협적이진 않지만 성가시단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것은.
쩌억!
청년이 보이는 순간적인 판단력.
그리핀이 뒤로 밀려났다. 그 가슴팍을 가린 갑주가 찌그러져 있었다. 코앞까지 파고든 나진이 팔꿈치로 갑옷을 찍은 것이다. 갑옷을 찍어 뒤로 밀어내며, 거리를 확보해 검을 휘두른다.
동작과 동작 간의 연계가 부드럽다.
제 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나진의 검을 바라보며 그리핀은 놀라움을 느꼈다. 그 순간에 파고들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리핀이 검을 휘둘러 나진의 칼날을 쳐냈다.
‘그만한 일격을 보고도 달려든다라.’
일대를 날려버린 일격.
그런 일격을 보고도 거리를 좁혀오는 것은, 보통 담력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그 기술을 의식하며 거리를 벌린 채 눈치를 보는 게 정상인의 판단이며, 그리핀이 유도하고자 한 움직임이다.
거리를 벌리면, 큰 범위를 휩쓸 수 있는 자신이 계속해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 기술에도 겁먹지 않고 대뜸 거리를 좁혀오는 청년의 움직임은, 그리핀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자 또한 최선의 판단이기도 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빈틈을 노리며 찔러든다면 큰 기술을 쓸 수 없으니.
‘대응할 수는 있으나, 놓치는 순간 치명적인 칼날이 된다.’
분명 자신보다 약자를 상대하고 있거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음을 그리핀은 인정했다. 오랜 세월 검을 휘둘러온 자신과 비교해도 저 청년의 판단력은 조금도 꿀리지 않았다. 오히려 반응속도와 판단력만큼은 자신보다 위에 있다.
가볍게 볼 상대가 아니다.
그러므로.
가볍게 상대해선 죽일 수 없다.
그리핀은 눈앞의 청년에게 경의를 담아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 이상 시간이 끌리는 것은 그로서도 원치 않는 상황이었으니.
후작가의 관문을 향해 디에타는 달렸다.
어쩌면 달리다, 라는 표현은 틀렸을지도 모른다. 디에타는 움직이지 않는 한쪽 발목을 질질 끌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으니까. 그 속도는 느리고 자세는 어정쩡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걸음을 내딛는 디에타의 얼굴을 본다면, 그녀에게 재촉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식은땀을 흘리고 이를 악문 채 디에타는 최선을 다해 걷고 있었다.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발이 땅에 끌릴 때마다 등줄기를 타고 아릿한 고통이 느껴졌다. 회복됐다곤 하나, 남은 한쪽 다리도 그리 멀쩡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걸었다.
어쩌면, 달렸다.
등 뒤에서 들려오던 검이 맞부딪치는 소리도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디에타는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문 채 걸음을 재촉했다. 제 몸을 연신 채찍질했다.
나진이 싸우고 있다.
목숨을 걸고 기사단장과 검을 맞부딪치며 시간을 끌고 있었다. 그 노력에 디에타는 답해야만 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놓지 않고, 약속을 지키려 한 나진의 노력이 디에타는 무의미하지 않길 바랐다.
자신이 일찍 도착할수록 나진이 살아남을 확률 역시 높아질 것이다. 그 사실을 곱씹으며 디에타는 온 힘을 다해 걸음을 내디뎠다.
‘제발 죽지 마요.’
디에타는 속으로 그리 중얼거렸다.
마음을 터놓은 남자.
호감··· 아니, 그 이상의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사람이다. 그 사람이 죽지 않기를 디에타는 바랐다.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나진과 다시 한번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으니까.
“읏!”
돌뿌리에 걸려 디에타가 바닥을 굴렀다.
그러나, 이내 나무를 붙잡고 바로 일어선 그녀가 절뚝이며 관문을 향해 걸었다. 숲을 빠져나와 관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디에타는 달렸다.
어렸을 적 공작가의 별장에서 도망치던 그때처럼, 온 힘을 다해 관문을 향해 달렸다.
소드 시커는 자신에게 맞는 검술을 익힌다.
제 검기의 형태, 검기에 담긴 심상, 검기의 특수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검술. 소드 시커는 그런 검술을 찾은 다음 검술에 검기를 접목해 자신만의 기술을 만들곤 했다.
그리핀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아르베니아 공작가의 기사단장이었고, 오스만 공작의 첫 번째 검이었다. 오스만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기사인 그리핀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시커의 경지에 오른 그리핀이 자신에게 맞는 검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그리핀이 손에 넣은 검술은.
본래, 제국의 중추에서 보관 중인 비전 검술.
전쟁 영웅 ‘아르타 트리가디언’의 검술이다.
악마와 이교도들에게서 성목(聖木)을 지키기 위해 검을 휘둘렀던 영웅의 검술. 가시나무의 심상이 새겨진 그리핀의 검에 그보다 더 어울리는 검술은 없었다. 그렇게 수십 년의 세월 간 그리핀은 검술을 갈고 닦았다.
···본래대로라면, 기사가 아닌 어중이떠중이 모험가에게 보일만한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그리핀은 눈앞의 상대를 인정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갈고닦은 검술을 펼쳤다. 들어 올린 발을 그리핀이 땅을 향해 내려찍었다.
내디딘 발은 땅에 내린 거목의 뿌리다.
땅을 디디고선 육신은 거목의 줄기다.
들어 올린 검은 하늘을 향해 뻗은 거목의 가지다.
그리핀의 검에 맺힌 붉은 색의 검기가 가시나무처럼 사방으로 뻗어져 나갔다. 심상을 담아낸 검기와, 검술이 접목됐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은 오직 그리핀만의 기술이다. 그 기술을 마주한 나진은 상황에 어울리지도 않게 웃음을 흘렸다.
소드 시커의 검술. 그 검술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으니까. 나진은 제 망막에 그리핀의 체내에서 움직이는 마나를 아로새겼다. 물론 당장 모방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하지만.
그렇다 해서 손을 놓고만은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저 거목을 닮은 검기에 휩쓸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