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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검의 교단에 입문해 볼 생각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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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크만이 건넨 제안 앞에 나진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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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는 가벼우나, 이것이 가볍게 던진 제안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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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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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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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앞에 서 있는 볼크만이란 사제가 특별한 걸 수도 있겠지만, 볼크만과 검을 나누며 나진은 교단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됐다. 눈앞의 사제에게선 순수한 열망이 느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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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기술을 베껴도, 그가 단련해 왔을 한평생을 한순간으로 일축해도, 볼크만은 조금도 꺼리지 않은 채 오히려 더 다양한 기술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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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것도 한번 베껴보라는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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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기술을 받아마신 입장에서 나진은 볼크만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일종의 경외심마저 느껴졌다. 열등감, 질투, 허무함··· 그러한 감상에 젖는 행위 자체가 손해라는 양 검(劍)에 몰입하는 볼크만의 모습은 존경할 만한 것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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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매력적인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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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교단의 모든 인물이 볼크만 같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검에 진심인 이들만이 모이는 곳이다. 뒷배경도, 출신도 따지지 않는 곳이니 입문한다면 보호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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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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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고민했고, 멀린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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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은 길잡이일 뿐 길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어떤 길을 걸을지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길을 걷는 이의 몫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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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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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안정적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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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놓인 잘 포장된 도로를 바라보던 나진은 이내 쓰게 웃었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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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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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길로는 자신이 바라는 곳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나진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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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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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볼크만에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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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교단에 속한 채, 벽을 보고 수련을 해 경지를 올리는 것은 쉽고 간단한 길. 하지만 나진은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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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이제 막 세상에 나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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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경험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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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경험하고 세상을 배워야만 더 넓은 곳으로 향할 수 있을 테니까. 쉽고 간단한 길이 아닌 거칠고 위험한 길을 걸어야만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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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왕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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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와 같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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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진이 걷고자 맹세한 길이었으므로. 나진이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볼크만은 나진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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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자네에겐 자네의 방식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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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을 거절해 실망한 눈치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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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왜인지 그럴 것 같았다는 양, 볼크만은 제 턱수염을 매만졌다. 그러다가 ‘아’ 하고 짧게 탄식을 내뱉고선 그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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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자네, 이 도시에 머무를 생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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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최소한 1년 정도는 머무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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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이 꽤 구체적이군. 목표하는 거라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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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고민 후 나진은 말했다. 포부를 밝히는 것쯤이야 남의 눈치를 안 봐도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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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각(白角) 등급에 오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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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각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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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도시 캄브리아의 정점. 소드 시커급의 강자들이 속한 등급이었다. 나진의 포부를 들은 볼크만은 이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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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청년은 이제 막 검게 물들인, 흑각의 명패를 쥔 초짜중에 초짜일 뿐이다. 그런 초짜가 고작 1년 만에 이 도시의 정점에 서겠노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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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황된 망상이었고, 모두가 비웃을 만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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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볼크만은 나진을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나진의 어깨를 투박한 손으로 툭툭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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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꿈은 크게 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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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청년에겐 재능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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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년 안에 백각 등급에 오르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청년이 이 도시의 정점에 오르는 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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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하니 소드 엑스퍼트에 근접한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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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를 뽑아내는 걸 보지 못해 확신을 하진 못하겠지만, 저 청년이 소드 시커에 오르기까지 얼마만큼의 세월이 필요할까? 그 기간을 가늠해 보다가 볼크만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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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에게 범인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멍청한 일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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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숨기고 있는 게 많은 것 같았으니까. 그 이름도, 나이도, 하물며 경지까지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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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쩍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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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야 아무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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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검에 진심인 청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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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크만은 나진과 검을 맞부딪치며 알 수 있었다. 검을 배우려는 자세는 진지했고, 자신의 재능에 안주하지 않고 한계까지 제 몸을 몰아붙이는 집념이 느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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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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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크만은 나진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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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그는 나진에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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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도움을 주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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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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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내 검을 시험할 자리를 찾아 이 도시에 찾아오곤 한다네. 자주는 아니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찾아오지. 그때마다 자네의 검을 봐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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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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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의 검술 스승이 되어주겠단 이야길세. 뭐, 이미 오늘 밑천까지 탈탈 털린 것 같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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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크만이 쓰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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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검기를 뽑게 되면 이야기가 또 달라지지. 검기를 사용한 검술은 아직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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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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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머뭇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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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해주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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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자신에게 형편이 좋은 이야기였으므로. 그래서야 볼크만이 득 볼 것이 없지 않은가. 그런 나진의 눈빛에 볼크만은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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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검의 계율을 다 알고 있는 것 아니었나? 설마 내게 검투를 걸 때 쓸만한 계율만 외운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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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끔한 나진이 시선을 살짝 내린 가운데, 볼크만은 웃음을 흘렸다. 나진이 얄팍한 수로 자신을 검투에 끌어들였음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알고 있었음에도 거부할 이유가 없기에 검을 나눴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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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계율에는 이런 문장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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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크만이 제 칼자루를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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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을 구하는데 높고 낮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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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불세출의 천재든, 뒷골목의 부랑배든,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이든··· 상대가 검을 들고 있다면 그들에게서 배울 것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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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와의 대련은 내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었어. 덕분에 검이 더 날카로워진 기분이군. 그러니, 오히려 내가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입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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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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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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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크만이 건넨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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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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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말일세. 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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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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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검술 스승을 얻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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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의 기사들이 저런 애들을 참 좋아했지. 특히 베디비어가 저런 애들 보면 아주 환장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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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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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있다나 뭐라나. 하나에 몰두해서 미쳐 사는 애들을 보면 가슴이 들끓는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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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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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짧게 숨을 내뱉곤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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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좀 괜찮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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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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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왜. 볼크만인가 하는 사제 놈 제안을 거절한 거 말야. 그거 좀 괜찮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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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나진의 모습에 멀린이 멋쩍은 듯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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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속으로 말한 거 있잖아. 어렵고 험한 길이 가치가 있다고. 그 부분 좀 괜찮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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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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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속으로 중얼거리는 말은 거의 다 들려. 그러니까 내 험담 할 생각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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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험한 마법사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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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린다니까? 너 진짜 죽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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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의 으름장에 나진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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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멀린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진은 길드의 창구에 들어섰다. 오크의 목이 담긴 자루를 제출하고 의뢰 완수금을 수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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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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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의 창구에 놓인 마도구에 명패를 끼워넣자 숫자가 올라가며 정보가 갱신됐다. 마도구를 조작하니 지금까지 나진이 수행한 의뢰 목록이 쭉 올라왔다. 아직은 별 볼 것 없는 잡심부름만 가득한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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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제대로 된 의뢰를 받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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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등급을 올리긴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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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을 올려야 더 높은 수준의 의뢰를 받을 수 있고, 다양한 것을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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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자. 청. 녹. 적.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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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등급으로 분류된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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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다음 목표인 자색으로 등급을 올리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의뢰를 하나둘 쌓아가다 보면 금방 올릴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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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천천히 갈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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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갖췄다. 마나 연공법과 검술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으며, 이 도시가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지도 얼추 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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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됐다, 라고 나진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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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힘을 숨길 생각은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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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의뢰들을 받아 가며 안주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결국 지금의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경험이니까. 실전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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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와 백금색의 검기는 숨긴다 쳐도, 검기의 편린 정도는 뽑아내도 괜찮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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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등급의 의뢰를 받을 수 있음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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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나진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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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의뢰야 그냥 받을 수 있겠지만, 용병과 모험가도 결국엔 신뢰로 먹고사는 직업이다. 어느 정도 실적이 쌓여야 제대로 된 의뢰를 받을 수 있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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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의 나진에겐 실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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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검기의 편린을 보여준다 해도 실적이 없으니 중요한 의뢰를 맡겨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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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찾아보면 하나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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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진이 길드의 창구에서 의뢰 목록을 살펴보고 있을 무렵이다.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 나진에게 다가와 툭툭, 하고 나진의 어깨를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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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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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익숙한 얼굴의 소녀가 서 있었다. 풀어헤쳐 놓았던 저번과는 달리, 한 갈래로 정갈하게 묶어 내린 연갈색의 머리칼. 그리고 번들거리는 샛노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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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또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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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 상회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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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 아르베니아가 나진을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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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하니 괜찮은 의뢰를 찾고 계시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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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제 가슴팍에 달아둔 명패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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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에서 공인한, 이 도시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는 거대 상단의 상단주. 첫 만남에서야 몰랐지만 지금의 나진은 안다. 눈앞의 소녀가 이 도시에서 얼마만큼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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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거래 하나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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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주섬주섬 장갑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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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나진에게 맨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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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거절 안 하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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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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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교단의 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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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교단으로 복귀한 볼크만은 짐을 풀어놓고선 곧장 수련실로 향했다.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머릿속으로 나진과의 검투를 몇번이고 복기했던 볼크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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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휘두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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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 불면 사라질 것 같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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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깨달음을 당장 몸에 새겨넣고자 볼크만은 수련실로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늦은 밤, 아무도 없는 수련실에서 볼크만은 한동안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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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도시 캄브리아에서 마주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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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청년에게 기연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청년 역시 볼크만에게 기연이었다. 청년과 나눈 검투 덕에 자신의 검이 그리는 궤적이 훨씬 정교해졌음을 볼크만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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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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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족스레 검을 휘두르고 땀방울을 닦아내고 있을 무렵이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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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자마자 수련이라니. 자네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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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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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크만이 뒤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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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거늘, 그곳엔 자신의 오랜 친우가 서 있었다. 마흔 줄인 자신의 또래이지만 겉보기엔 20대라 해도 믿을만한 검사. 그가 제 턱을 매만지며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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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 더 날카로워졌군? 깨달음이라도 얻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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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하며 그가 손에 쥔 술병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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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하자는 뜻이었다. 수련장에서 술병을 깠다간 고위 사제들에게 한소리 들을 게 뻔했지만, 볼크만은 웃음을 흘리며 그가 건넨 술잔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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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사제들조차 술잔을 흔드는 저 사내에겐 한마디도 꺼낼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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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를 잡아 깨달음을 얻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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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좋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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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네. 내가 캄브리아에서 어떤 청년을 만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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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을 기울이며 볼크만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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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대로라면 캄브리아에서 만난 청년에 대해 누군가에게 이야기 해줄 생각은 없었다. 청년이 가진 재능은 위험한 것이었고, 누군가는 그 재능을 시기하고 강제로 청년을 교단에 입문시키려 할 수도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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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눈앞의 사내에게만큼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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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위인이 아님을 알고 있을뿐더러, 누군가의 재능을 시기할 만큼 그릇이 작은 사내도 아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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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청년이었어. 말하기엔 이십 후반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십대로 보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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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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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밑천을 다 털렸지 뭔가? 내가 한평생 단련해 온 검술을 눈앞에서 베껴가는데 어이가 없더군. 크게 될 청년이야. 배움에 대한 의지도 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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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크만의 말에 사내는 흥미롭다는 듯 귀를 기울였다. 술잔을 기울이며 그가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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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흥미롭군. 자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보통내기가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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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안다. 제 오랜 친우인 볼크만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볼크만은 무언갈 과장하는 법 없이 담백하게 검을 휘두르는 사제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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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마다 찾아간다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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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생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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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에 그 도시에 들를 땐 나도 동행하도록 하지. 한 번쯤은 그 청년을 봐보고 싶으니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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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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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도시 캄브리아, 한때 나도 거쳐 갔던 장소이지 않은가. 오랜만에 방문해도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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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열린 수련실의 창문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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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게 펼쳐진 밤하늘에서 여섯 개의 별이 반짝였다. 그것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사내가 지닌, 오직 그만을 위해 빛나는 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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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교단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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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최연소 소드 마스터의 자리에 오른, 검의 교단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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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또 모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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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별을 지닌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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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劍聖), 카론은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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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청년이 내게도 기연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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