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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이자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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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제 오랜 선배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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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자신과 같은 전장에 섰으나, 아탕가를 배반하고 신의 뜻에 귀의한 기사. 명예도 긍지도 버린 이가 감히 아탕가의 이름을 입에 담냐고 우짖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음을 이반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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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또한 아탕가의 기사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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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전의 그날 명예를 잃어버렸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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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으신 분께선 이 일을 최대한 빠르고, 조용하게 처리하길 원하시지. 당장은 별과 다른 교단들이 눈치채지 못했다곤 하나··· 언제까지 그러리란 법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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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베를로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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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촉박하단 뜻이다. 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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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반의 앞에 세 손가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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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주겠다. 그 안에 살려서 데리고 오던, 죽이던 내 앞에 끌고 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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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로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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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던 이반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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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무릎 꿇고 있을지언정, 외눈일지언정 이반의 눈동자에는 분명한 분노가 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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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은 별을 모시는 곳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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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할 기회를 준 적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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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별의 의지를 존중하고, 또한 지키는 것이 교단의 교리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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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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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로가 이반의 턱을 걷어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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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억, 하는 소리와 함께 이반의 고개가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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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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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로가 이반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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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정을 봐 배려해 주니 내가 우스워 보이나? 별의 뜻을 모독한 죄인이 교단의 기사에게 별의 뜻에 대해 되물어? 정신 차리게, 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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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다는 듯 베를로가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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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를 알아라. 내가 건넨 호의를 이런 식으로 짓밟으면 곤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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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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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이제야 눈높이가 좀 맞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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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고개를 숙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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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로는 고개를 든 채 이반을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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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성좌께서도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셨지. 성휘 교단의 주신이신 ‘만물을 비추는 등대’ 께서도 작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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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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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물으며 베를로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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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명백한 오류란 뜻이야. 등대께서도 알아차리지 못하셨다면 이건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는 거지.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일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 교단이 그분께 바치는 충(忠)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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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별을 고귀하고, 또 신성하게 여기는 것이 별을 모시는 교단의 덕목이라 하나··· 그 안에서도 우선순위는 분명히 존재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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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 만물을 비추는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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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휘(星輝) 교단의 주신 되시는 분의 별자리를 새긴 갑옷을 베를로가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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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말 안 한다. 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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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로가 이반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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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신 등대께 바친 나의 충(忠)에 걸고 맹세하지. 이 자리에서 자네에게 건넨 제안은 반드시 지켜진다. 이는 베를로 개인이 아닌 성휘 교단의 기사 베를로로서의 제안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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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와 긍지 대신 신을 선택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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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베를로가 자신의 신에 대한 충성심을 걸고 맹세했다. 베를로가 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맹세. 이를 거절한다면 당장 목이 잘릴 뿐임을 이반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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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에 넘치는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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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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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인 이마는 땅에 닿지 않았다. 그것이 이반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으나, 베를로가 이반의 뒤통수를 손으로 꾸욱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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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는 이렇게 표하는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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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의 이마가 땅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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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귓가에 베를로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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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움직여라. 내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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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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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으로 나온 이반은 연초를 꼬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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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불을 붙이고 숨을 깊게 들이켰다. 탁한 연기를 뱉어내는 이반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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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탕가로서의 복권을 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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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게 해준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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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탕가의 기사 베를로가 건넨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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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반도 알고 있다. 기사의 명예란 이딴 식으로 되찾을 수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이득과 손실을 따지며 권모술수가 뒤섞인 진흙탕에 뛰어들어 얻어낼 수 있는 것이라곤 더러운 권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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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자신이 바라는 게 아니다. 그렇게 손에 넣은 명예는 이반에겐 무가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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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반이 베를로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당연한 욕구 때문이다. 삶에 대한 욕구. 이반은 오펜과 달리 아직 자신의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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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죽을 수 없다. 더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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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별빛이 닿지 않는 지하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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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명예도 잃은 반푼이 기사로서 이반은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살아남는다면 언젠가 또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이반은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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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을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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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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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순명료한 명제 아래 이반은 줄담배를 태웠다. 광석등의 어스름한 불빛 아래서 이반의 눈동자는 탁하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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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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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로서의 자신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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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질구질한 삶에 의미가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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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에 이반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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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라도 아직은 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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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제 목숨이 우선이다. 다가온 죽음 아래 인간은 어디까지고 이기적이고, 어디까지고 잔인해질 수 있다. 그것은 이반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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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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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선뜻 걸음을 떼지 못했다. 골목길에서 빠져나오는 오펜과 눈을 마주쳤으며, 그가 나진을 도왔음을 짐작했음에도 이반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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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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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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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연초를 꺼내 이반은 꼬나물었다.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뱉었다. 갑에 가득 찬 연초를 모두 태울 때까지 이반은 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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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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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사냥개, 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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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속한 이들은 기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근접한 자들이다. 검기를 뽑아내지 못할 뿐 마나를 다룸에 있어선 기사 못지않은 자들. 그들은 기사라기보단 차라리 레인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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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습, 암행, 추격, 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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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더러운 일들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바로 암부다. 이번 일이 새 나가지 않도록 금언(禁言)의 맹세를 한 이들은 흩어져서 소년을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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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뽑아냈다는 소년이 도망친 것은 하루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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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도시의 지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며, 1일의 시간이 소요됐음은 큰 격차이나··· 암부에 속한 이들은 그런 것쯤은 제약조차 되지 않으리라 여겼다. 제대로 된 훈련 한번 받지 못한 뒷골목의 소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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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검을 뽑았다는 특수성이 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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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말하자면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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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조우했을 시 소년이 성검을 사용한다면 그걸로 끝이었다. 터져 나온 빛을 발견한 순간 흩어져 있던 암부들이 모조리 그곳으로 모여들 테니까. 그러니 조우하고 전투를 유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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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판단하에 추격자들은 단독으로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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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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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을 죽인 채 좁은 골목길을 따라 움직이던 추격자 하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깊은 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으니까. 인기척을 따라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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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찍힌 것은 분명한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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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찍을만한 크기의 발자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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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을 따라 움직이던 추격자는 탁, 하고 골목길에 울려 퍼지는 발걸음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추격을 눈치챈 건가. 그가 땅을 박차고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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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거 달려서 도착한 곳에 있는 것이라곤 주인 없는 신발뿐이다. 위에서 아래를 향해 던진 듯한 신발. 그제야 추격자는 조금 전 울려 퍼진 소리의 정체를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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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은 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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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는 것은 자신의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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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가 급히 검을 뽑아 들며 위를 향해 휘둘렀다. 곤두서있던 감각 덕에 가능했던 대응. 검을 휘두른 순간 카앙! 소리를 내며 쇠붙이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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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뛰어내리며 추격자를 급습한 나진이, 미끄러지듯 바닥에 착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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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 내리깔린 어둠 속에서 소년의 노을빛 눈동자가 요사스레 빛났다. 섬뜩함을 느낀 추격자는 마나를 끌어올렸으며 감각을 곤두세웠다. 어둠 속에서 빛나던 눈동자가 흔들리기를 한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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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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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소년의 신형이 일순간 사라졌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칼날이 곧장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카앙, 하고 간신히 검을 쳐내며 추격자는 거리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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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지는 않지만 위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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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한둘 베어본 솜씨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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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를 다루는 이들과 같은 특출난 속도는 없었지만 성가셨다. 시야의 사각을 파고드는 솜씨가 제법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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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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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차며 추격자가 이번엔 소년을 향해 거리를 좁혔다. 일부러 큰 폭을 그리며 검을 휘둘러 소년이 뒤로 물러서게 만든 뒤, 그는 소맷자락에서 뽑아 든 암기를 투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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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의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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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시야에 익숙한 암부가 아니라면 눈으로 보는 것조차 어려운 비수다. 그것이 물러선 소년의 목을 꿰뚫는 미래가 그의 눈에 그려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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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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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날아오는 암기를 손으로 낚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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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을 어두운 지하도시에서 살아온 나진은, 당연하게도 어둠 속의 시야에 익숙하다. 낚아챈 암기를 추격자를 향해 투척하며 나진이 땅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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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을 숨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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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순간, 한순간만 빠르게 움직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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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방심을 만들고 빈틈을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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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이 소년의 몸에 깃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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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소년의 몸이 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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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추격자가 암기를 쳐낸 순간 나진은 이미 추격자의 코앞까지 파고들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속도에 추격자의 반응이 늦어졌고, 그 틈을 나진은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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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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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의 팔이 잘렸다. 그가 눈을 부릅뜨며 하나 남은 팔로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나진의 손아귀가 추격자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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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를 잡았으면 놓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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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의 가르침대로 나진은 추격자의 손목을 움켜쥔 채 잡아당겼다. 잡아당겨 자세를 무너트리며 검을 휘둘러 목을 그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축 늘어진 추격자의 시체를 나진은 자신이 갈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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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인 오펜에게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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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자국은 좋은 미끼가 된다는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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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것들을 남김없이 써먹으며 나진은 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뒤쫓는 추격자의 수가 꽤 있었으며, 곧장 목적지로 향해선 위험함을 나진은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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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를 들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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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으로 몰려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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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당분간은 배회하는 척하자. 목적지가 없이 이곳저곳 숨어드는 것처럼. 그러기 위해선 추격자를 하나 더 잡아 죽일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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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은 빨라야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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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은 그보다 더 빨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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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 타기를 하는 심정으로 나진은 골목길을 박차고 달렸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선 안됐다. 그것이 오펜과 이반이 전해준 가르침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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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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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근방에 있던 추격자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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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와 추격자 사이에 놓인 거리가 일정하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 점을 확인한 나진은, 거리가 충분히 멀어질 때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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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부의 추격자들은 자신들이 사냥감을 쫓는 사냥꾼이라 생각했을 테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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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추격자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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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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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이 당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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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도주한 지 하루하고도 절반이 지났을 무렵, 보고를 들은 베를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확인된 건 넷이지만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암부의 보고는 베를로를 놀라게 할만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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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되지 못했다곤 하나, 암부에 속한 추격자들은 절대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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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이런 지하도시에서 제대로 된 교육도 못 받은 소년이 상대할 만한 존재는 아니다. 입수한 정보에서 소년이 이반의 사냥개라 불리며 조직의 처형인의 일을 맡아왔단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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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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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이는데 능하다는 정도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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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에 익숙함과 기습 등, 요행으로 하나쯤은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넷이나 죽였단 것은 요행으로 치부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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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암부들의 시체가 발견된 위치를 보건대, 이는 소년이 도망치며 자신을 쫓아오는 추격자를 상대한 게 아니라 직접 찾아가 죽였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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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애새끼를 다 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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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당하는 상황에서, 추격자를 사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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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어 베를로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엑스칼리버를 뽑았다길래 재능이 있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이는 재능이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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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갈무리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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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에 휘둘리는 애송이의 범주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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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충분히 거리가 좁혀지거나, 소년이 엑스칼리버를 뽑아낸다면 그 빛을 보고 움직이려 했지만 이젠 자신도 움직여야 하리라. 자리에서 일어선 베를로가 부하에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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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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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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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문밖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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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로 경을 뵙고 싶다는 이가 있습니다. 스스로를 용병이라 소개한 자인데, 적당한 값만 치러주신다면 일을 돕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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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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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이곳에 떨어지기 전에 용병단의 단장을 하던 인물인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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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용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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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권력을 따라 움직이기에 그 무엇보다 다루기 쉬운 칼날. 베를로가 턱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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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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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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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술에 찌든 사내.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인상의 사내가 베를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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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오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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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실 일이 있다면 말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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