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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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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Rock!!”

이제는 너무 대중적이고 범용적이며, 그러므로 쓰는 것 자체가 좀 촌스러운 그런 문구.

하지만 철연은 거리낌없이 그런 문구를 외치며 머리를 신나게 흔들었다. 그 모습에 ‘새로운 멤버’에게 집중되었던 관심은 한순간에 식어버리고, 조금씩 달아오르는 열기가 그 사이를 메운다.

‘확실히 나이가 들긴 했어.

촌스럽다는 생각 안 해보나? 정화는 그런 생각을 하며 선배의 공연을 지켜보았다. 테일러드가 할 법한, 그리고 가장 잘 하는 정석적인 하드 록. 빡세고 신나게, 하지만 메탈의 경계선은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오늘도 너를 만나러-! 가아아아-!!”

‘락 스피릿’이 충만한 노래. 고성을 지르고,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며 뛰어다니고. 첫 곡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을 보면, 왜 테일러드가 ‘국민 밴드’ 칭호를 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

원치 않는데도 강제로 받고 있는 지치지 않는 에너지. 정화는 첫 곡부터 살짝 피곤함을 느끼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조금이라도 저 ‘열기’를 줄이고자. 그리고 그렇게 들은 연주에서 그녀는 살짝 위화감을 느꼈다.

‘이전 기타리스트의 연주 스타일이랑은… 완전 다른데?

테일러드의 이전 기타리스트는, 좋게 말하면 강렬하고 나쁘게 말하면 기름진 연주 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이었다. 라이프 스타일도 마찬가지로, 검은 머리를 기르고 가죽자켓을 고수하며 매일같이 “락 앤 롤!” 을 외치는… 레미 킬미스터처럼 살고 싶어했던 사람. 정화로서는 좋은 인상을 받긴 힘든 그런 부류.

하지만 지금 기타를 치고 있는 저 애… 여고생? 여대생? 은, 담백한 스타일의 연주를 선보이고 있었다.

담백하다 못해 건조한, 또는 퍽퍽한… 기계처럼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음을 내면서, 자신의 해석 같은 건 전혀 넣지 않는 컴퓨터와 같은 연주. 정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굳이 둘 중에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기름진 연주’를 고를 정도로.

‘하지만 이 곡에는, 저런 스타일이 어울려.

보컬을 위해 만들어졌기에, 기타가 나설 장소는 없는 곡.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여고생 기타리스트를 보며 정화는 상대방에 대한 마음 속 호감도를 살짝 상향 조정했다.

“연주 좋았습니다. 신곡이죠?”

“네! 신곡입니다. ‘너를 만나는 그 날’!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와~ 짝짝짝.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지고, 밴드원들은 겸연쩍은 듯 고개를 연신 숙여댄다. 김철연은 그런 광경을 보고 있다 입을 열었다.

“요즘 워낙 차트가 빡빡해서, 이게 올라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게요. ‘테일러드’ 라고 하면 이름값에 맞게 딱! 파파팍 치고 올라가줘야 하는데.”

“마님이 좀 도와주십쇼. 네?”

“마님은 무슨. 저는 그냥 뒷방 늙은이라고요. 저한테 뭔가를 기대하지 마세요.”

지연의 너스레에 웃는 관객들. 그리고는 조금의 대화가 오간다. 이번 앨범의 컨셉이라거나, 어떤 식의 노래를 쓰고 싶었다거나. 전적으로 음악 관련된 이야기들.

“아! 그리고. 제가 엄청 궁금한 게 있었어요. 저 분은 누구인가요?”

지연이 지목한 사람은, 가장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무표정으로 앉아 있는 여성 기타리스트였다. 그야말로 모두가 궁금해 할 질문.

“저희 기타리스트죠. 신입.”

“헉. 그럼 용성씨 그만둔건가요??”

“아뇨, 그건 아니고. 이번에 뭐 집안 일이 있다고 해가지고… 내가 마님한테 그렇게 스케줄 픽스 받은 다음, 그 다음 용성이가 일 있어서 빠진다고 했지 뭡니까. 원래라면 이렇게 되면 스케줄 바꿔야 되는게 맞는데. 제가 누굽니까. 의리의 남자 아닙니까? 그래서 결국 이렇게 세션을 데려왔다 이 말이지.”

“와… 여러분 의리의 남자에게 박수 한번 주세요!!”

환호성이 섞인 박수 소리. 그 이후 조금의 잡담이 이어지다, 바톤은 여성 기타리스트에게로 넘어갔다. 무표정 상태에서 마이크를 건네받은 후, 잠시 굳었다가, 표정이 복잡해졌다가… 이내 밝게 웃는 모습.

“안녕하세요! 밴드 ‘그룹 사운드’의 보컬이자 기타, 그리고 테일러드의 세션 기타리스트! 하수연이라고 합니다!”

“하수연? 어디에서 들어본 이름이네요.”

“아, 이 친구가 그 옆 방송국에. 그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

“우승자요~? 오… 완전 실력자분이시네… 아. 그 곡 들어본 것 같아요. 과오.”

“네. 맞습니… 맞아요. 과오는 저희 곡입니다에요.”

“다에요?”

듣도 보도 못한 어미에 지연이 궁금증을 표하는 사이, 인터뷰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묘하게 나이들은 것도 같고 묘하게 애늙은이 같고 묘하게 또 자기 나이인 것 같은 그런 아리송한 대답들. 꽤나 재미있는 반응에 지연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말을 시켜보았다.

“아 전에 들었던 것 같아. 학교폭…”

“죄송합니다!!”

이마가 땅에 닿을 만큼 푹 숙여지는 수연의 고개. 그런 뭔가 코믹한 반응에, 사람들은 오히려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마지막으로, 밴드 소개 한번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네! 저희 밴드 이름은 그룹 사운드입니다! 보컬이자 기타리스트는 저, 하수연입니다. 그리고 베이스이자 또 다른 보컬은, 저희 밴드의 최이서 양이 맡아주고 있습니다…에요…”


그런 식으로, 그 날의 방송은 무난하게 끝났다. ‘테일러드’도 무난하게 방송을 마치고, 그녀 또한 무난하게 방송을 마쳤다.

단지 의외였던 것은 테일러드의 ‘세션 기타리스트’였다. 첫 번째 곡에서 담백한 연주를 보여주었던 그녀는, 다른 곡에서는 정 반대의 연주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어떤 때는 자신감이 넘치고, 어떤 때는 감성적이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모든 스타일을 다 소화해낼 수 있다는 듯 자신감을 표출한 그녀.

꽤 잘하긴 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나이. 실제로도 고2라고 했던가. 그 나이대에 그 정도 성취도를 보여준 사람은 극히 드물다. 방송에 나오는 ‘천재 기타리스트’ 같은 사람들 정도는 되어야 그 정도의 수준에 오를 수 있겠지.

하지만 정화가 수연에 대해 기울인 관심은, 딱 그 정도였다.

그녀는 단지 생각했다. 수도 없이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배출되는 요즘 시대에, 저 정도 수준은 천재 중에서도 그냥 평범할 뿐. 그녀 또한 그렇지 않았는가. 영남권에서 가장 노래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그녀였지만, 천재 중의 천재만 모이는 연예계에서는 그냥 실력파 가수 1에 불과할 뿐이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수연에게 관심을 더이상 두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곳에 신경을 쓰기에는 너무나 바빴으므로.


“아, 저는 좀 힘드네요. 더 못하겠어요. 죄송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시죠. 돈은 계좌로 입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남기고는, 짐을 챙겨 나가버리는 세션 기타. 남아있는 것은 그가 건네주었던 계좌 정보 뿐이었다. 스태프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가운데, 정화는 무기력하게 그 쪽지를 주워들고는 돈을 입금해주었다.

“내가 무리한 요구를 했나?”

“어… 웬만하면 이렇게 말하기 싫은데. 좀 무리하긴 하셨죠.”

“… 왜? 그게 그렇게 힘들어?”

“힘드니까 다들 못 하는 거겠죠?”

처음에는 상냥하게 대해줬던 스태프도, 이제는 살짝 난감하다는 듯 대답을 했다.

물론 그녀 또한 그럴만 하다고 느끼긴 했다. 이번이 도대체 몇 번째인가. 난다긴다 하는 기타 세션을 다 불러다가 써보았지만, 결국 그녀가 원하는 느낌의 연주는 얻을 수가 없었다.

‘좀 필링 있는, 약간 그 공허한 느낌이 불면서도 살짝 살아있는 그런… 아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

‘원래 다들 그렇죠. 한번 쳐 볼게요.

‘아니 이런 느낌은 아닌데. 좀 더 슬프고…’

‘이거보다 더? 음…’

‘아 이거 설명을 못 하겠네. 조금 더 안될까요?

‘도대체 몇 번째인데요. 저는 못하겠습니다.

그런 식의 대화가 도대체 몇번이었던가. 세션 기타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선생님까지 모셔서 녹음을 해 봤지만, 그 선생님의 연주는 마음에 들다가도 다음 날 들어보면 또 묘하게 마음에 안 들어서 넣지 못했다. 그렇게 곡이 떠돌기 시작한 것이 벌써 3년이 넘어간다.

‘그 선생님 살아 계셨을 때 녹음을 떠 놨었어야 하는데.

정화는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수십년 전부터 기타를 쳐 오신, 기타 세션계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성함이 ‘서명전’이라고 했었던가.

성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에 최대한 미뤘다가 세션을 맡기려고 했는데. 1년 쯤 전에 연락을 해 봤더니,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정화는 믿었던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고 생각했다.

“누나.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로 했으면, 이제 그냥 포기할 줄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완벽이라는 게 어딨겠어요.”

“… 글쎄. 한 2년 전이었다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는데… 이미 늦었어. 이까지 왔는데, 여기서 포기하는 게 더 미친 짓이야.”

매니저의 이야기에, 정화는 그렇게 뇌까렸다. 별 생각 없이 만들기 시작했던 곡이지만, 그녀는 이 곡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수많은 것들을 배웠고 수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렇게 자신의 역사가 덕지덕지 붙은 곡을, 마음에 단 하나도 들지 않는 요소를 넣어서 발매할 수는 없었다.

“하… 모르겠다. 일단 그 선배 봤던 김에, 한번 세션 소개해달라고 이야기나 해 봐야겠어. 아니면 진짜 내가 기타를 배우는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 중얼거림에 농담하지 말라는 매니저의 말을 무시하며, 그녀는 철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은 통화음 이후 연결되는 전화.

“선배님.”

“어~ 왠일이야. 그때 뭐 있었니?”

짤막하게 인사를 나누고, 그녀는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몇년동안 묵혀놓은 곡이 있는데, 그 곡 세션을 구해야 한다. 이미 쓸만한 사람들은 다 써봤고, 안 써본 사람은 ‘서명전’ 선생님 뿐이다. 돌아가셨지만.

“음… 그럼 걔 써봐. 걔.”

“걔가 누구…죠?”

“그 내가 이번에 데려왔던 애.”

“네? 그 여자애요?”

무의식적으로 나간 장난치냐는 듯한 정화의 어조. 조금 화가 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연은 허허 웃으면서 대답했다.

“걔가 서명전 선생님 제자야. 마지막 제자.”

“…네?”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키웠던 친구가 걔라고. 완전 천재야. 오죽하면 기타도 물려줬겠냐. 걔가 들고 있는 그 기타가 서명전 선생님 유품일 정도인데.”

그 뒤로도 철연은 몇 가지를 설명해주었다. 기타를 배운지 이제 2년 되어가는 아이라느니. 아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안 알려주고 싶어한다느니. 세션 여부는 그 애한테 달린 것이지 네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느니.

가만 듣기에는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테일러드의 리더 ‘김철연’이었던데다가… 그가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기에, 정화는 압도되는 느낌을 받으며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소개 해 줄수는 있어. 나도 솔직히 그 애 데려다 쓰는 데 경쟁자 생기면 좀 아깝긴 하지만. 안 그래도 이번에 까여가지고 슬픈데.”

“네? 까였다고요?”

“그래. 이 ‘테일러드’의 리더, 김철연의 세션 제안이 까였다 그 말이야. 그것도 투어 밴드 마스터를 제안했는데! 이유가 뭐냐? 공부하느라 바쁘시단다. 그런 애라니까.”

‘공부하느라 바빠?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한국 기타리스트 중 어느 누가 테일러드의 투어 세션 밴드 마스터 자리를 마다하겠는가. 거기 들어가면, 세션 불러줄 곳이 진짜 수도 없이 많이 생길 것이 분명한데. 그녀가 만약 상대방이었다면, 학교고 뭐고 다 빼고 들어갔을 그런 자리다.

하지만 ‘하수연’은 그런 자리를 거절했다고 했다. 단지 자신이 공부하고 학교 다니느라 바쁘다는 이야기로. 그릇이 큰 것인지, 아니면 어려서 잘 모르는 것인지 모를 이야기였다.

이어지던 전화가 끝난 후, 정화는 컴퓨터를 켜 유튜브를 열었다. “확신이 안 생기면, 유튜브에서 ‘그룹 사운드’랑… ‘서명전 추모공연’, ‘인베이전 2024. 또 뭐냐. ‘바이테일러드 2024 같은 걸 찾아봐. 그럼 알 수 있을 걸.” 이라고 이야기하던 철연의 충고를 듣고서.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러는 거야.

그 날, 그녀가 들었던 ‘하수연’의 실력은… 그냥 한마디로 말해서 잘한다, 그 수준에 불과했다. 밴드 기타리스트로서의 정석, 그 정도.

하지만 철연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그게 아닌 것 같았다. 훨씬 더 다재다능한 능력을 가졌다는 이야기인데, 그녀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다.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물리적으로.

기타를 완전 처음 배우면서, 1년만에 방송에서 보여주었던 그 기량으로 올라가는 것… 그 조차 엄청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게 진짜 가능한가? 무슨 솔방울로 수류탄 만들어서 던지는 소리도 아니고.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영상 하나를 틀었다. 하수연의 이름이 나와 있는 영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