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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개 거지같다. 도대체 우리가 왜 이러고 있어야 되는 건지 모르겠네. 밴드로 평가받으려고 들어온 오디션인데 밴드를 해체하는 미션을 주면 어쩌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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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3라운드 촬영 방식과 룰에 대해서 고지하고 내려간 PD와, 그를 성토하는 밴드들 덕분에. Mystica도 마찬가지로 그런 분위기를 공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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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집단으로 항의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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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정재혁은 보컬이자 리더인 김승재에게 그렇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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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저번주에 다른 애들이 항의하러 갔는데, 그냥 어쩔 수 없다 뭐 그런 식으로 얼버무리고 넘긴 것 같더라. 항의해도 소용 없을 걸. 하차 하려는 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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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의 말에, 하차하기는 싫었는지 입을 다무는 재혁. 승재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미 촬영장에 발을 들여놨는데 뭘 어떻게 하겠는가. 입 다물고 촬영이나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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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알리는 스태프의 신호와 함께, 3라운드의 촬영이 시작된다. 첫 파트는 드래프트를 위한 각 밴드의 멤버들을 소개하는 부분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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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첫 밴드부터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쿠바미사일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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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적인 박수. 승재는 소개되는 밴드를 쳐다보았다. 18개 밴드 중 4강 10중 4약으로 나눠보자면 중위권의 상위권에 해당될만한 팀. 이름 답게 재즈, 특히 큐반 재즈를 지향하는 밴드로서… 베이스가 꽤나 잘 치는 것으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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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말대로 뽑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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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지 뭐. 룰이 이꼬라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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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관심없는 밴드들의 소개가 이어지는 와중에, 들려온 드럼의 물음. 승재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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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흔히들 보는 야구 신인 드래프트 방식이다. 18팀의 팀장이 각각 돌아가면서 사람을 뽑는다. 이 때 더이상 멤버가 필요치 않으면 뽑지 않겠다는 선언을 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세부적인 룰이 몇개 붙어 있긴 했지만 아무튼 대충 요약하면 저러한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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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야구의 경우 하위팀부터 순서대로 뽑도록 되어 있는데, 이 드래프트는 ‘2라운드의 관객 점수가 높았던 상위 팀’ 부터 순서대로 뽑도록 되어 있다. 즉 상위 팀일수록 더 좋은 멤버, 더 많은 멤버를 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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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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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공정해보이지 않는 룰이다. 하지만 피디는 이에 대해서 ‘억울하면 2라운드 성적 잘 뽑았어야지’ 라는 투의 대답을 했다. 그 탓에 다시 또 보이콧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밴드가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난리일 뿐. 실제로 실행에 옮긴 밴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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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2MAJO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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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약 중 하나. 애초에 패자부활전으로 올라온 밴드인 만큼, 그렇게 실력이 좋은 밴드는 아니다. 기획사 소속인만큼 밴드 개개인의 실력 자체는 나쁘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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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Muzaku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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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시작 당시에는 고평가를 받긴 했지만, 이제는 중위권으로 떨어진 밴드. 특히 리더의 카리스마에 상당히 의존하는 쪽이라, 이번 라운드에 생존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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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소개되는 밴드들 역시 비슷비슷하다. 생존경쟁을 뚫고 올라온 밴드들인 만큼 나름 실력도 있고 특색도 있는 밴드들이긴 하지만, 그다지 두각은 나타내지 못하는 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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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Mystica를 소개하겠습니다! 1라운드 4픽, 82점! 2라운드 2등, 94점!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죠! 팀장은… 보컬, 김승재! 기타, 정재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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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그들 자신인, Mystica가 소개된다. 밴드들의 박수에 승재는 손을 슬쩍 흔들어주고는 자리에 앉았다. 참가 밴드 중 친한 사람 몇몇이 자기를 뽑아달라는 어필을 하는 것이 보였다. 최소한 승재 자신에게 붙으면 멤버 점수는 얻을 수 있겠다는 계산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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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지지만 않으면 우리는 탈락 안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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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이라는 게 있을 수도 있긴 하지만, 승재는 Mystica의 멤버들에게는 그게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밴드원들은… 그가 일일히 뽑은 만큼, 각자가 꽤나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꽤나 좋은 점수를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 예측도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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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쟤들보단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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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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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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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고는, 그게 무슨 말인지 물어보는 멤버의 이야기에 입을 닫았다. ‘쟤들’의 소개 차례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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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음은! 1라운드 5픽! 2라운드는 16위라는 저조한 성적이지만, 레파차지에서 대결상대인 ‘울림 스톤즈’를 압도적인 격차로 꺾음으로써 다시 실력을 증명한! 참가 밴드를 대상으로 한 ‘우승 가능성’ 설문조사 압도적 1위에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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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는 말을 쏟아내더니, 잠시 한 템포 쉬었다가 다시 외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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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oup Sound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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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소리와 함께, 4명의 여자아이들이 일어나 손을 흔든다. 4강 중 2위. 압도적인 실력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인 ‘하수연’을 필두로 하는 실력파 밴드, 그룹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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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분이 있는 참가 밴드들 사이에서는, “하수연픽이 되거나 그룹 사운드 애들 중 두명만 데려올 수 있어도 중간은 갈 법 하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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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밖에 없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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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운드는, 무슨 정신과 시간의 방에 갇혀 100년은 수련하고 온 것 같은 기타리스트 ‘하수연’은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애들 또한 범상치 않은 밴드였으며, 그 중 가장 큰 특징은… ‘기본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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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하기를, ‘기본기에 미친 선생이 몇달동안 1:1로 붙어서 지도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던가. 저 나잇대의 아이들이면 멋있는 연주라던가 기교 같은 것에 집착할 법 한데도 불구하고, 그룹 사운드의 아이들은 그런 부분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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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드럼 뽑을 거라고 했죠 1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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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유서하. 나랑 몇번 본 사이기도 하고, 드럼도 잘 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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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의 말에, “여고생이랑 아는 사이 미쳤네;” 같은 소리를 하는 밴드 멤버들. 승재는 피식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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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하가 원래 저 정도는 아니었다. “한 몇년 있으면 Mystica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같은 이야기를 하던 어린 애였는데. 저 밴드 들어가고 나서부터 뭔가 엄청 성장한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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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쟤들 미성년자인데 합숙 촬영은 어떻게 되는 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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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체험활동인가 뭔가 있다잖아. 알아서 했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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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는 그렇게 말하며 앞을 바라보았다. 합법적으로 학교를 빠질 수 있다니, 그가 학교를 다니던 시기와는 많이 달라지긴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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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식과 괴성, 아우성과 눈물. 수많은 감정이 오가던 드래프트가 종료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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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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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숙을 위해 마련된 연습장 중 한 군데에서, 명전과 드래프트로 픽 된 멤버들이 마주하고 있었다. 명전의 인사에 작게 박수를 치는 사람들. 명전은 그런 상대들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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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같이 방송을 해오긴 했지만… 서로 잘 모르니까. 인사부터 좀 나누려고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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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렇게 말하며 옆을 슬쩍 보았다. 돌고 있는 카메라. ‘수면이나 사생활을 극히 침해할 수 있는 곳 외에는 24시간 녹화한다’ 라고 했던가. 무슨 이런 식의 인권침해인가 싶지만… 아이돌 오디션은 다 이런 식이라니까 뭐. 그러려니 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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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베이스 윤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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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활한 목소리. 보이밴드 멤버 중 한명. 그다지 존재감은 없지만, 아무튼 기본기는 있는 편이다. 그렇게 기대할 건 없지만 그렇다고 어디 떨어질 구석은 없는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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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Mystica 황성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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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Mystica의 멤버, 황성민. 꽤나 괜찮은 실력이기에, 1픽으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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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WEKIDS 보컬, 태영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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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보이밴드 WEKIDS의 태영이라고 했던가. 명전도 보컬이 가능하긴 했지만, 경연곡으로 생각하고 있는 곡은 남자가 불러야 하는 곡이었기에 굳이 보컬을 뽑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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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타 정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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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리듬 기타. Muzaku의 멤버인가 하는 쪽이었는데, 약간 떠넘겨지듯이 받은 쪽이라 그다지 기대할 곳은 없었다. 오히려 ‘트롤’이나 안 하면 만족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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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난감한 미션이긴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합숙기간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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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터져나오는 박수. 그리고 돌아오는 어색한 분위기. 명전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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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합숙기간이 있다 한들 급조된 밴드기도 하고. 이런저런 걸 맞춰보기도 힘들 것 같기도 하고. 애초에 주어진 미션도 많은 걸 요구하는 건 아닌 것 같으니… 빠르게 곡부터 정하고 넘어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각자 의견부터 들어보려고 하는데… 혹시 의견 있으신 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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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션은 자유곡 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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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밴드 오디션에서 밴드 찢기’ 라는 해괴한 일을 벌이고서 또 다시 ‘선정곡 경연’이라던가 ‘작곡’, ‘편곡’ 미션이라던가 ‘장르별 경연’ 같은 미션을 주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의 악랄한 의도 또한 잘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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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이 새끼들이 경연곡을 무조건 다수결 합의를 해서 결정하라고 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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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 합의가 되지 않으면 경연곡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통보. 밴드를 찢어놓고 찢겨진 밴드에서 의견 싸움이 날 수 밖에 없는 ‘다수결 합의’를 해 오라는 발상에, 명전은 정말 탄복밖에 할 수 없었다. 미쳤다 미쳤다 말은 들었지만 방송가 놈들이 이 정도로 시청률에 미쳤는지는 몰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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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딱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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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사운드 강한 곡을 했으면 하는데요. 강렬한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곡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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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와 드럼의 이야기. 명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자기 의견은 없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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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하수연 리더님이 보컬 비중이 낮은 곡을 주로 하셔가지고. 보컬이 있는 곡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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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원하시는 곡은 없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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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떠오르는 곡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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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좋은 신호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곡이 있었으니까. 이대로 리듬 기타까지 별 생각이 없으면, 명전의 생각대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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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따로 하고 싶은 곡이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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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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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듬 기타는 생각이 있는 듯 보였다. 명전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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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nde Redhead의 The One I Love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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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어떤 곡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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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명을 듣고 멍하니 질문을 하는 보컬. 명전은 이마를 짚었다. 나름 괜찮은 곡인 건 이해를 하겠는데, 과연 이 구성에서 할만한 곡인가. 임팩트를 남길 수 있을만한 곡은 아니다. 편곡도 꽤나 많이 필요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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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곡인 건 아는데… 지금 저희 구성에는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데요. 사운드도 그렇게 강한 곡도 아니고. 원곡도 여자 보컬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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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요. 안 어울린다고 하시지만 충분히 어울릴 것 같아요. 그쪽 보컬도 하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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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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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을 해보려고 했지만, 영 비협조적인 태도인 리듬 기타. 명전은 살짝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연에 가져올 곡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본인도 알 텐데, 도대체 왜 저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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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불만이라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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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뭐, 일단 절차는 따라야 한다. 어차피 혼자서 저렇게 뻗대고 있어봐야 소용 없으니까. 계속 비협조적이면 스태프한테 말해서 제외시켜달라고 하면 되는 일인데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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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곡을 말하면, 동의할 수 밖에 없을 테니까. 명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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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가 생각하고 있는 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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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연에는 무조건 어울릴 수 밖에 없는, 클래식 중의 클래식이자… 명전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곡 중 하나. 아니, 가장 자신있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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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m의 White Ro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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