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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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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개 거지같다. 도대체 우리가 왜 이러고 있어야 되는 건지 모르겠네. 밴드로 평가받으려고 들어온 오디션인데 밴드를 해체하는 미션을 주면 어쩌자는 거야.”

촬영장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3라운드 촬영 방식과 룰에 대해서 고지하고 내려간 PD와, 그를 성토하는 밴드들 덕분에. Mystica도 마찬가지로 그런 분위기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거 진짜 집단으로 항의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기타, 정재혁은 보컬이자 리더인 김승재에게 그렇게 물었다.

“안 그래도 저번주에 다른 애들이 항의하러 갔는데, 그냥 어쩔 수 없다 뭐 그런 식으로 얼버무리고 넘긴 것 같더라. 항의해도 소용 없을 걸. 하차 하려는 게 아니면.”

승재의 말에, 하차하기는 싫었는지 입을 다무는 재혁. 승재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미 촬영장에 발을 들여놨는데 뭘 어떻게 하겠는가. 입 다물고 촬영이나 할 수 밖에.

시작을 알리는 스태프의 신호와 함께, 3라운드의 촬영이 시작된다. 첫 파트는 드래프트를 위한 각 밴드의 멤버들을 소개하는 부분이라고 했던가.

“자… 그럼! 첫 밴드부터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쿠바미사일위기]!”

의례적인 박수. 승재는 소개되는 밴드를 쳐다보았다. 18개 밴드 중 4강 10중 4약으로 나눠보자면 중위권의 상위권에 해당될만한 팀. 이름 답게 재즈, 특히 큐반 재즈를 지향하는 밴드로서… 베이스가 꽤나 잘 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때 그 말대로 뽑을 거에요?”

“그래야지 뭐. 룰이 이꼬라지인데.”

그다지 관심없는 밴드들의 소개가 이어지는 와중에, 들려온 드럼의 물음. 승재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요약하자면, 흔히들 보는 야구 신인 드래프트 방식이다. 18팀의 팀장이 각각 돌아가면서 사람을 뽑는다. 이 때 더이상 멤버가 필요치 않으면 뽑지 않겠다는 선언을 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세부적인 룰이 몇개 붙어 있긴 했지만 아무튼 대충 요약하면 저러한 룰.

문제는 야구의 경우 하위팀부터 순서대로 뽑도록 되어 있는데, 이 드래프트는 2라운드의 관객 점수가 높았던 상위 팀’ 부터 순서대로 뽑도록 되어 있다. 즉 상위 팀일수록 더 좋은 멤버, 더 많은 멤버를 뽑을 수 있다.

‘이게 맞냐?

전혀 공정해보이지 않는 룰이다. 하지만 피디는 이에 대해서 ‘억울하면 2라운드 성적 잘 뽑았어야지’ 라는 투의 대답을 했다. 그 탓에 다시 또 보이콧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밴드가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난리일 뿐. 실제로 실행에 옮긴 밴드는 없었다.

“다음은… 2MAJOR 입니다!!”

4약 중 하나. 애초에 패자부활전으로 올라온 밴드인 만큼, 그렇게 실력이 좋은 밴드는 아니다. 기획사 소속인만큼 밴드 개개인의 실력 자체는 나쁘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다음으로! Muzaku를 소개하겠습니다!”

오디션 시작 당시에는 고평가를 받긴 했지만, 이제는 중위권으로 떨어진 밴드. 특히 리더의 카리스마에 상당히 의존하는 쪽이라, 이번 라운드에 생존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였다.

그 다음으로 소개되는 밴드들 역시 비슷비슷하다. 생존경쟁을 뚫고 올라온 밴드들인 만큼 나름 실력도 있고 특색도 있는 밴드들이긴 하지만, 그다지 두각은 나타내지 못하는 팀들.

“다음으로…! Mystica를 소개하겠습니다! 1라운드 4픽, 82점! 2라운드 2등, 94점!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죠! 팀장은… 보컬, 김승재! 기타, 정재혁! …”

다음으로는 그들 자신인, Mystica가 소개된다. 밴드들의 박수에 승재는 손을 슬쩍 흔들어주고는 자리에 앉았다. 참가 밴드 중 친한 사람 몇몇이 자기를 뽑아달라는 어필을 하는 것이 보였다. 최소한 승재 자신에게 붙으면 멤버 점수는 얻을 수 있겠다는 계산인 걸까.

‘내가 조지지만 않으면 우리는 탈락 안 할 것 같은데.

만약이라는 게 있을 수도 있긴 하지만, 승재는 Mystica의 멤버들에게는 그게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밴드원들은… 그가 일일히 뽑은 만큼, 각자가 꽤나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꽤나 좋은 점수를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 예측도 되었고.

“그래도 쟤들보단 못하겠지만.”

“네?”

“아니야.”

승재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고는, 그게 무슨 말인지 물어보는 멤버의 이야기에 입을 닫았다. ‘쟤들’의 소개 차례였으므로.

“이 다음은! 1라운드 5픽! 2라운드는 16위라는 저조한 성적이지만, 레파차지에서 대결상대인 ‘울림 스톤즈’를 압도적인 격차로 꺾음으로써 다시 실력을 증명한! 참가 밴드를 대상으로 한 ‘우승 가능성’ 설문조사 압도적 1위에 빛나는!!”

MC는 말을 쏟아내더니, 잠시 한 템포 쉬었다가 다시 외치기 시작했다.

“ Group Sound를 소개하겠습니다!!”

박수 소리와 함께, 4명의 여자아이들이 일어나 손을 흔든다. 4강 중 2위. 압도적인 실력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인 ‘하수연’을 필두로 하는 실력파 밴드, 그룹 사운드.

친분이 있는 참가 밴드들 사이에서는, “하수연픽이 되거나 그룹 사운드 애들 중 두명만 데려올 수 있어도 중간은 갈 법 하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

‘그럴 수 밖에 없긴 하지.

그룹 사운드는, 무슨 정신과 시간의 방에 갇혀 100년은 수련하고 온 것 같은 기타리스트 ‘하수연’은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애들 또한 범상치 않은 밴드였으며, 그 중 가장 큰 특징은… ‘기본기’였다.

누군가 말하기를, ‘기본기에 미친 선생이 몇달동안 1:1로 붙어서 지도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던가. 저 나잇대의 아이들이면 멋있는 연주라던가 기교 같은 것에 집착할 법 한데도 불구하고, 그룹 사운드의 아이들은 그런 부분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저기 드럼 뽑을 거라고 했죠 1픽으로?”

“응. 유서하. 나랑 몇번 본 사이기도 하고, 드럼도 잘 치니까.”

승재의 말에, “여고생이랑 아는 사이 미쳤네;” 같은 소리를 하는 밴드 멤버들. 승재는 피식 웃고 말았다.

하지만 서하가 원래 저 정도는 아니었다. “한 몇년 있으면 Mystica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같은 이야기를 하던 어린 애였는데. 저 밴드 들어가고 나서부터 뭔가 엄청 성장한 것 같은 느낌.

“근데 쟤들 미성년자인데 합숙 촬영은 어떻게 되는 거래요?”

“요즘 체험활동인가 뭔가 있다잖아. 알아서 했겠지 뭐.”

승재는 그렇게 말하며 앞을 바라보았다. 합법적으로 학교를 빠질 수 있다니, 그가 학교를 다니던 시기와는 많이 달라지긴 한 것 같았다.


탄식과 괴성, 아우성과 눈물. 수많은 감정이 오가던 드래프트가 종료되고.

“안녕하세요. 하수연입니다.”

합숙을 위해 마련된 연습장 중 한 군데에서, 명전과 드래프트로 픽 된 멤버들이 마주하고 있었다. 명전의 인사에 작게 박수를 치는 사람들. 명전은 그런 상대들을 응시했다.

“일단 같이 방송을 해오긴 했지만… 서로 잘 모르니까. 인사부터 좀 나누려고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명전은 그렇게 말하며 옆을 슬쩍 보았다. 돌고 있는 카메라. ‘수면이나 사생활을 극히 침해할 수 있는 곳 외에는 24시간 녹화한다’ 라고 했던가. 무슨 이런 식의 인권침해인가 싶지만… 아이돌 오디션은 다 이런 식이라니까 뭐. 그러려니 할 수 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베이스 윤지훈입니다!”

쾌활한 목소리. 보이밴드 멤버 중 한명. 그다지 존재감은 없지만, 아무튼 기본기는 있는 편이다. 그렇게 기대할 건 없지만 그렇다고 어디 떨어질 구석은 없는 실력.

“드럼, Mystica 황성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드럼. Mystica의 멤버, 황성민. 꽤나 괜찮은 실력이기에, 1픽으로 뽑았다.

“안녕하세요! WEKIDS 보컬, 태영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보컬. 보이밴드 WEKIDS의 태영이라고 했던가. 명전도 보컬이 가능하긴 했지만, 경연곡으로 생각하고 있는 곡은 남자가 불러야 하는 곡이었기에 굳이 보컬을 뽑을 수 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기타 정재훈입니다.”

마지막으로 리듬 기타. Muzaku의 멤버인가 하는 쪽이었는데, 약간 떠넘겨지듯이 받은 쪽이라 그다지 기대할 곳은 없었다. 오히려 ‘트롤’이나 안 하면 만족할 정도.

“좀 난감한 미션이긴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합숙기간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다시 터져나오는 박수. 그리고 돌아오는 어색한 분위기. 명전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합숙기간이 있다 한들 급조된 밴드기도 하고. 이런저런 걸 맞춰보기도 힘들 것 같기도 하고. 애초에 주어진 미션도 많은 걸 요구하는 건 아닌 것 같으니… 빠르게 곡부터 정하고 넘어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각자 의견부터 들어보려고 하는데… 혹시 의견 있으신 분 있을까요.”

이번 미션은 자유곡 경연.

명전은 ‘밴드 오디션에서 밴드 찢기’ 라는 해괴한 일을 벌이고서 또 다시 ‘선정곡 경연’이라던가 ‘작곡’, ‘편곡’ 미션이라던가 ‘장르별 경연’ 같은 미션을 주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의 악랄한 의도 또한 잘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새끼들이 경연곡을 무조건 다수결 합의를 해서 결정하라고 했기 때문이지.

다수결 합의가 되지 않으면 경연곡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통보. 밴드를 찢어놓고 찢겨진 밴드에서 의견 싸움이 날 수 밖에 없는 ‘다수결 합의’를 해 오라는 발상에, 명전은 정말 탄복밖에 할 수 없었다. 미쳤다 미쳤다 말은 들었지만 방송가 놈들이 이 정도로 시청률에 미쳤는지는 몰랐기에.

“저는… 딱히 없습니다.”

“좀 사운드 강한 곡을 했으면 하는데요. 강렬한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곡으로요.”

베이스와 드럼의 이야기. 명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자기 의견은 없다 이거지.

“저는… 그, 하수연 리더님이 보컬 비중이 낮은 곡을 주로 하셔가지고. 보컬이 있는 곡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따로 원하시는 곡은 없으시구요?”

“당장 떠오르는 곡은 없습니다.”

명전은 좋은 신호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곡이 있었으니까. 이대로 리듬 기타까지 별 생각이 없으면, 명전의 생각대로 하면 된다.

“저는 따로 하고 싶은 곡이 있는데요.”

“… 어떤 건가요?”

하지만 리듬 기타는 생각이 있는 듯 보였다. 명전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모습.

“Blonde Redhead의 The One I Love요.”

“… 그게 어떤 곡이죠?”

곡명을 듣고 멍하니 질문을 하는 보컬. 명전은 이마를 짚었다. 나름 괜찮은 곡인 건 이해를 하겠는데, 과연 이 구성에서 할만한 곡인가. 임팩트를 남길 수 있을만한 곡은 아니다. 편곡도 꽤나 많이 필요할 것이고.

“좋은 곡인 건 아는데… 지금 저희 구성에는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데요. 사운드도 그렇게 강한 곡도 아니고. 원곡도 여자 보컬이고.”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요. 안 어울린다고 하시지만 충분히 어울릴 것 같아요. 그쪽 보컬도 하시잖아요.”

“글쎄요…”

설득을 해보려고 했지만, 영 비협조적인 태도인 리듬 기타. 명전은 살짝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연에 가져올 곡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본인도 알 텐데, 도대체 왜 저럴까.

‘뭐 불만이라도 있나.

하지만 뭐, 일단 절차는 따라야 한다. 어차피 혼자서 저렇게 뻗대고 있어봐야 소용 없으니까. 계속 비협조적이면 스태프한테 말해서 제외시켜달라고 하면 되는 일인데다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곡을 말하면, 동의할 수 밖에 없을 테니까. 명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일단 제가 생각하고 있는 곡은…”

이런 경연에는 무조건 어울릴 수 밖에 없는, 클래식 중의 클래식이자… 명전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곡 중 하나. 아니, 가장 자신있는 곡.

“Cream의 White Room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