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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운드 분들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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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되자, 진행요원이 소리쳐 그룹 사운드의 이름을 불렀다. 이서는 잔뜩 긴장한 채로 번뜩 일어선 다음 주위를 살짝 둘러보았다. 다음은 우리 차례라는 듯 바라보는 시선과, 긴장한 현아와 서하. 수연만 살짝 졸린 기색으로 멍하니 앞을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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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운드,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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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들어간 곳은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던 심사장. 심사위원들의 정면, 그들이 앉을 곳으로는 프로젝터 스크린을 통해 밴드의 영상이 나온다. 양 옆으로는 스피커가 몇조 설치되어 있고, 한쪽 구석에는 악기가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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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운드 일원이 마련된 의자에 앉자, 중앙에 있는 심사위원이 그렇게 서두를 던졌다. 느긋하게 이어지는 수연의 “네, 맞습니다.” 하는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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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명의 유래를 알 수 있을까요? 좀 익숙한 이름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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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이서 또한 그것이 궁금했다. 우리 밴드는 왜 이름이 그룹 사운드인가. 뭔가 익숙하지 않은 이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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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수연은 입을 떼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70년대 80년대에는 밴드(Band)를 두고 그룹 사운드(Group Sound)라고 부르기도 했죠. 거기에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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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확실히 복고풍 음악을 하는 만큼 밴드 이름 또한 복고풍으로 지은 감이 있다고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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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은 그렇게 말하고는, 프로젝트 스크린으로 영상을 재생했다. 강남역에서 예선 라이브를 위해서 했던 연주들. 우리의 EP에 들어가 있는 것도 많았지만, 수연이 즉흥적으로 “이거 쳐 보자” 라는 식으로 연습시켰던 것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Private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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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평가부터 바로 말씀드릴게요. 여러모로 조화가 안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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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는 왠지 [두둥!] 하는 효과음을 들은 것 같았다. 보통 방송 편집이라는게 다 그런 식 아닌가. 일단 임팩트 있는 그림을 만들고 시작을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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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따라가질 못해. 물론 다른 파트가 실력이 뒤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기타는 혼자서 이미 저 멀리로 튀어나가 있어요. 물론 본인은 그걸 알아서 자제하는 게 보이긴 하는데, 원래 송곳이라는 게 주머니에 넣어도 튀어나오기 마련이거든. 그래서 좀 그런 부분이 문제가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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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곡 위주로 공연을 한 것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네요. 본인들의 곡으로 공연이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이것도 아까 그거랑 연관이 있는 건데, 다른 파트들이 커버곡 해석에 있어서 좀 미흡한 면이 있다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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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쏟아지는 평가들. 이서는 조금 쭈그러드는 것을 느꼈다. 물론 수연에 비해서 우리가 좀 뒤떨어지는 면이 있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으니 좀 상처가 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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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은 이 정도로 하고. 장점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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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게 단점을 이야기를 해 줘야 하는데, 이게 찾기가 쉽지 않네 흫흫흐… 좀 어거지로 만든 게 있지.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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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같은 소리가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흘러나온다. 어거지로 만든 단점? 희망적인 이야기에 이서는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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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작곡 부분에서. 작곡이랑 작사 센스가 좋아요. 멜로디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앳모스피어를 만드는 능력. 편곡이라고 하죠. 좀 과한 면이 있지만 충분하고… 작사는 어, 곡에 딱 어울린다는 느낌. 라임 굽히는 것도 좋고 분위기도 만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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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력도 탄탄하고요. 제가 만약에 밴드 프로듀싱을 했다면, 이런 식으로 했을 것 같아요. 각 멤버 전부 다 기본기가 탄탄하게 잡혀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은 약간 화려한 거에 치중하는 면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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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이어지는 칭찬 세례. 작곡과 편곡 능력이 좋다, 테크닉적인 부분보다 기본기에 충실하려는 그런 게 엄청 마음에 든다 등. 이어지는 칭찬들의 끝에는, 당연히 나올 것 같았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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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거 안 들어볼 수가 없거든. 하수연 양! 심사 하면서 진짜 너무 듣고 싶었어요. 한 곡만 보여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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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떤 곡을 보여드려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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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좋아요, 아무거나. 마음에 가는 거 한번 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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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고심하던 수연은, 무대 한 쪽에 놓여 있는 기타에 다가갔다. 레스폴을 집어들려던 수연은, 멈칫하더니 옆에 있던 해괴한 기타를 집어들었다. 넥이 2개인, 붉은 색 깁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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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거 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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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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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무게에 휘청이더니, 괴물같은 형태의 기타를 잡고는 피크를 몇번 튕겨보았다. 하지만 잘 나지 않는 소리. 수연이 고개를 갸웃대는 사이, 스태프가 나와서 수연에게 뭔가를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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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튜닝이 안 되어 있다고 하네요. 장식용으로 가져다 놓은 거라고…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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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는 웃음 소리. “Stairway to heaven을 들었어야 하는데!” 하는 장발머리 심사위원의 탄식이 이어진다. 수연은 살짝 웃고는 레스폴을 집어 연주를 시작했다. 레스폴 특유의 강렬하고 중후한 기타 소리가 스피커에서 뿜어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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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for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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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에서 흔히 보이는 복잡하고 현란한 연주는 없다. 수연이 보여준 것은, 느긋한 발구름과 그에 따른 연주. 하지만 심사위원과 밴드원들, 진행 스태프마저도… 가볍게 박수를 치거나 발을 까딱이는 등, 심취한 듯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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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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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진짜 4DX 기술이 미쳤다니까. 아까 탱크 막 포탄 쏘는데 진동하는 거 느꼈어? 막 와장창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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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 현아의 주도로 보러 온 ‘걸즈 운드 판쩌’ 인가 뭔가 하는 애니메이션. 잘 아는 것 같은 둘은 열성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서하는 인터넷으로 뭔가 찾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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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기술 발전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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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본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는 잘 이해가 안 되었지만, 아무튼 기술 자체는 대단하다고 명전은 생각했다. 탱크의 움직임에 따라 좌석이 움직이고, 진동이 오는 등. 일종의 연동형 어트랙션을 탄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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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오아라이 한번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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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요?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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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라이는 왜? 이 애니메이션이랑 연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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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오아라이 배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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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을 내버려둔 채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 이번 여름에 오아라이를 가니 마니, 밴드 수익금으로 가면 진짜 좋겠다느니. 근데 미성년자가 혼자서 여행을 갈 수가 있나? 명전은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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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 너도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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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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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핸드폰을 들어 일정을 확인해보았다. 꽤나 가득 차 있는 세션 일정. 그래도 여름 휴가철에는 군데군데 비어 있는 것이 보였다. 명전은 일정을 대답해준 후, 기왕 인터넷을 킨 김에 커뮤니티를 뒤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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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베이전 라인업 얼굴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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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전반적으로 이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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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업 완전 미쳤다 이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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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사진 찍은거 ㅋㅋㅋㅋ 개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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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 귀여운데 이름 좀 가르쳐 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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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꽤나 기대를 하고 있는 분위기. 그 기대가 음악이 아니라는 건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명전은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주목을 받으면 어찌됐든 음악을 듣는 사람이 한두명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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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티저 영상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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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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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보이는 글에 명전은 홀린듯 영상을 눌러보았다. 흘러나오는 영상은, 밴드들의 연주와 심사위원들의 질책, 그리고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비웃음(추정)과 언뜻 흘러나가는 말싸움 장면. 그리고 그 뒤에 박히는 [Invasion from Seoul]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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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일들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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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는데. 다른 밴드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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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고개를 으쓱했다. 전혀 본 적 없는 장면들. 그런데 뭐 방송이 저러는 게 하루 이틀 일인가.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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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촬영분을 찍기 위해서 들른 곳은, 본격적인 촬영 스튜디오였다. 꽤나 거창한 무대가 세워져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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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시 한번 찍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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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걸이에도 뭔가 각이 보이는 건지, 네다섯 밴드 중 하나는 꼭 추가촬영이 들어가고 있다. 그냥 걷는 거 찍으면 안 되나 싶어도 그게 아닌 모양. 게다가 예선에 참가한 60개의 밴드를 모두 끌어모으는 것을 보면, 오늘 탈락자를 발표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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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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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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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중얼거림에 반응하는 이서. 눈망울을 커다랗게 하고 명전을 쳐다보는 걸 보면, 왜 잔인하다고 하는지 잘 모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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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에는 밴드 30팀만 올라간다고 했잖아. 그런데 60팀이 다 들어오고. 공연을 한다고 해도, 오늘 촬영시간 생각해 보면 절대 다는 못 할 거고. 그럼 여기 온 사람 중 반은, 탈락하는 모습만 찍으러 온 거라고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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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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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비즈니스 세계는 냉정하다지만 이렇게까지 냉정할 필요가 있나. 명전은 잠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어찌됐든 저 사람들은 선택을 한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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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촬영이 마무리되어가는 것이 보였다. 마치 콜로세움처럼, 60팀의 밴드가 수직 원형으로 앉아있는 모습은 장관 그 자체였다. 명전은 단지 이 그림 하나만을 위해서 이런 세트를 만든 걸까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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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네요. 뭔가 애니에서 볼 법한 그런 구도네요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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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의 소감과 함께, 걸어나온 방송 스태프. 안내되는 오늘의 촬영 일정은… 탈락 씬과 선발씬을 찍고, 다음 라운드의 방식 안내. 그 다음 각자 30팀 앞에서 10분 정도 공연을 하는 장면을 찍고 마칠거라고 한다. 촬영 시간은 16시간 정도라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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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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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 말에 손을 번쩍 들었다.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말을 하라며 손짓을 하는 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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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네명은 미성년자인데, 밤 10시 되면 퇴근해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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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기대하지 못한 질문에 터져나오는 웃음. 스태프는 멋쩍은 듯 “여쭤봐야 될 것 같지만, 아마 그럴 거에요.” 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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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모스크바 소셜 클럽] 또한… 탈락입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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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의 말과 함께 다시 한번 더 꺼지는, 밴드 앞의 전광판. [모스크바 소셜 클럽]이라고 불린 밴드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호명은 이어지지 않는다. 한 팀 한 팀 이름을 부르고, 스크린으로 심사 장면이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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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는 패턴을 알 것 같았다. 호평이 먼저 나오는 밴드는 거의 무조건 떨어진다. 혹평이 먼저 나오는 밴드는 거의 무조건 붙는다. 시청자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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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나온 밴드 또한 마찬가지로, 호평이 먼저 나와버렸다. [엘리안테]라고 했던가. 호평을 듣고 좋아하는 모습이었지만, 그 뒤로 나오는 혹평과 MC의 탈락 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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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30팀의 선발이 모두 끝났습니다. 선발된 30팀은 여정을 이어가겠죠.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떠나갈 30팀을 위해서! 박수 한번 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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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를 위로하는 박수. 하지만 여유있는 승자의 박수와 자신들을 위로하는 패자의 박수는 사운드와 방식부터 차이가 나고 있었다. 현아 또한 여유롭게 박수를 치며 옆을 슬쩍 보았다. 눈시울이 약간 붉어진 채 격렬하게 박수를 치는 이서와, 별 생각 없어 보이는 서하와 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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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본선! 이 시작되기 전… 광고 한번 듣고 가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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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근고여~ 하는 소리가 밴드 중간에서 튀어나온다. 그리고 안내에 따라 내려가는 나머지 30팀의 밴드. 탈락하지 않은 밴드 중 몇몇은 자리를 비우려고 하지만, 스태프의 제지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광고 멘트는 그냥 촬영용 멘트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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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여러분께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 화면을 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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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에 보이는 것은 살짝 복잡하게 그려진 PPT. 고개를 들이민다고 해서 잘 보일리도 없건만, 현아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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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진 것은, 30개의 밴드 마크 또는 이름. 그리고 위에 올라간 것은, 멘토 6팀의 이름. 각 멘토는 4개의 팀을 담당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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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다시 또 경쟁입니다! 여러분들의 공연, 그리고 다시 또 공연! 여러분들의 색깔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곡으로! 멘토의 픽을 받아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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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MC는 한 박자 쉬고는, 다시 큰 소리로 멘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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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라운드 공연은… 기존에 발표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곡으로 진행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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