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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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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운드 분들 들어오세요!”

차례가 되자, 진행요원이 소리쳐 그룹 사운드의 이름을 불렀다. 이서는 잔뜩 긴장한 채로 번뜩 일어선 다음 주위를 살짝 둘러보았다. 다음은 우리 차례라는 듯 바라보는 시선과, 긴장한 현아와 서하. 수연만 살짝 졸린 기색으로 멍하니 앞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룹 사운드, 맞죠?”

걸어 들어간 곳은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던 심사장. 심사위원들의 정면, 그들이 앉을 곳으로는 프로젝터 스크린을 통해 밴드의 영상이 나온다. 양 옆으로는 스피커가 몇조 설치되어 있고, 한쪽 구석에는 악기가 쌓여 있다.

그룹 사운드 일원이 마련된 의자에 앉자, 중앙에 있는 심사위원이 그렇게 서두를 던졌다. 느긋하게 이어지는 수연의 “네, 맞습니다.” 하는 대답.

“밴드 명의 유래를 알 수 있을까요? 좀 익숙한 이름이라서.”

그러게. 이서 또한 그것이 궁금했다. 우리 밴드는 왜 이름이 그룹 사운드인가. 뭔가 익숙하지 않은 이름인데.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수연은 입을 떼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70년대 80년대에는 밴드(Band)를 두고 그룹 사운드(Group Sound)라고 부르기도 했죠. 거기에서 따왔습니다.”

“그렇군요. 확실히 복고풍 음악을 하는 만큼 밴드 이름 또한 복고풍으로 지은 감이 있다고 보이네요.”

심사위원은 그렇게 말하고는, 프로젝트 스크린으로 영상을 재생했다. 강남역에서 예선 라이브를 위해서 했던 연주들. 우리의 EP에 들어가 있는 것도 많았지만, 수연이 즉흥적으로 “이거 쳐 보자” 라는 식으로 연습시켰던 것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Private girl.

“일단 평가부터 바로 말씀드릴게요. 여러모로 조화가 안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서는 왠지 [두둥!] 하는 효과음을 들은 것 같았다. 보통 방송 편집이라는게 다 그런 식 아닌가. 일단 임팩트 있는 그림을 만들고 시작을 하는 거지.

“기타를 따라가질 못해. 물론 다른 파트가 실력이 뒤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기타는 혼자서 이미 저 멀리로 튀어나가 있어요. 물론 본인은 그걸 알아서 자제하는 게 보이긴 하는데, 원래 송곳이라는 게 주머니에 넣어도 튀어나오기 마련이거든. 그래서 좀 그런 부분이 문제가 있지 않나.”

“커버곡 위주로 공연을 한 것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네요. 본인들의 곡으로 공연이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이것도 아까 그거랑 연관이 있는 건데, 다른 파트들이 커버곡 해석에 있어서 좀 미흡한 면이 있다 싶고.”

이윽고 쏟아지는 평가들. 이서는 조금 쭈그러드는 것을 느꼈다. 물론 수연에 비해서 우리가 좀 뒤떨어지는 면이 있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으니 좀 상처가 되긴 했다.

“단점은 이 정도로 하고. 장점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우리가 이게 단점을 이야기를 해 줘야 하는데, 이게 찾기가 쉽지 않네 흫흫흐… 좀 어거지로 만든 게 있지. 그죠?”

그렇지~ 같은 소리가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흘러나온다. 어거지로 만든 단점? 희망적인 이야기에 이서는 고개를 들었다.

“일단 자작곡 부분에서. 작곡이랑 작사 센스가 좋아요. 멜로디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앳모스피어를 만드는 능력. 편곡이라고 하죠. 좀 과한 면이 있지만 충분하고… 작사는 어, 곡에 딱 어울린다는 느낌. 라임 굽히는 것도 좋고 분위기도 만족하고.”

“연주력도 탄탄하고요. 제가 만약에 밴드 프로듀싱을 했다면, 이런 식으로 했을 것 같아요. 각 멤버 전부 다 기본기가 탄탄하게 잡혀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은 약간 화려한 거에 치중하는 면이 있거든.”

연신 이어지는 칭찬 세례. 작곡과 편곡 능력이 좋다, 테크닉적인 부분보다 기본기에 충실하려는 그런 게 엄청 마음에 든다 등. 이어지는 칭찬들의 끝에는, 당연히 나올 것 같았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이거 안 들어볼 수가 없거든. 하수연 양! 심사 하면서 진짜 너무 듣고 싶었어요. 한 곡만 보여줄 수 있나요?”

“어, 어떤 곡을 보여드려야 할지.”

“아무거나 좋아요, 아무거나. 마음에 가는 거 한번 쳐 주세요.”

그 말에 고심하던 수연은, 무대 한 쪽에 놓여 있는 기타에 다가갔다. 레스폴을 집어들려던 수연은, 멈칫하더니 옆에 있던 해괴한 기타를 집어들었다. 넥이 2개인, 붉은 색 깁슨.

“어… 그거 쓸 수 있어요?”

“네.”

살짝 무게에 휘청이더니, 괴물같은 형태의 기타를 잡고는 피크를 몇번 튕겨보았다. 하지만 잘 나지 않는 소리. 수연이 고개를 갸웃대는 사이, 스태프가 나와서 수연에게 뭔가를 속삭였다.

“이거 튜닝이 안 되어 있다고 하네요. 장식용으로 가져다 놓은 거라고… 아쉽습니다.”

터지는 웃음 소리. “Stairway to heaven을 들었어야 하는데!” 하는 장발머리 심사위원의 탄식이 이어진다. 수연은 살짝 웃고는 레스폴을 집어 연주를 시작했다. 레스폴 특유의 강렬하고 중후한 기타 소리가 스피커에서 뿜어져나왔다.

“Money for nothing!”

오디션에서 흔히 보이는 복잡하고 현란한 연주는 없다. 수연이 보여준 것은, 느긋한 발구름과 그에 따른 연주. 하지만 심사위원과 밴드원들, 진행 스태프마저도… 가볍게 박수를 치거나 발을 까딱이는 등, 심취한 듯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재밌었어요?”

“당연하지. 진짜 4DX 기술이 미쳤다니까. 아까 탱크 막 포탄 쏘는데 진동하는 거 느꼈어? 막 와장창 하고.”

쉬는 날. 현아의 주도로 보러 온 ‘걸즈 운드 판쩌’ 인가 뭔가 하는 애니메이션. 잘 아는 것 같은 둘은 열성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서하는 인터넷으로 뭔가 찾아보고 있었다.

‘세상 기술 발전이 참…’

방금 본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는 잘 이해가 안 되었지만, 아무튼 기술 자체는 대단하다고 명전은 생각했다. 탱크의 움직임에 따라 좌석이 움직이고, 진동이 오는 등. 일종의 연동형 어트랙션을 탄 것 같은 느낌.

“나 진짜 오아라이 한번 가고 싶어.”

“갈까요? 갈까요?”

“오아라이는 왜? 이 애니메이션이랑 연관 있나?”

“여기가 오아라이 배경이에요.”

명전을 내버려둔 채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 이번 여름에 오아라이를 가니 마니, 밴드 수익금으로 가면 진짜 좋겠다느니. 근데 미성년자가 혼자서 여행을 갈 수가 있나? 명전은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수연이 너도 갈 거야?”

“글쎄.”

명전은 핸드폰을 들어 일정을 확인해보았다. 꽤나 가득 차 있는 세션 일정. 그래도 여름 휴가철에는 군데군데 비어 있는 것이 보였다. 명전은 일정을 대답해준 후, 기왕 인터넷을 킨 김에 커뮤니티를 뒤져보았다.

[이번 인베이전 라인업 얼굴 ㄷㄷ]

[애들 전반적으로 이쁘네]

[라인업 완전 미쳤다 이거 봤어?]

[애들 사진 찍은거 ㅋㅋㅋㅋ 개웃겨]

[얘들 귀여운데 이름 좀 가르쳐 줄 사람?]

전반적으로 꽤나 기대를 하고 있는 분위기. 그 기대가 음악이 아니라는 건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명전은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주목을 받으면 어찌됐든 음악을 듣는 사람이 한두명은 있지 않겠는가.

[예선 티저 영상 떴다!!]

“응?”

그런 와중에 보이는 글에 명전은 홀린듯 영상을 눌러보았다. 흘러나오는 영상은, 밴드들의 연주와 심사위원들의 질책, 그리고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비웃음(추정)과 언뜻 흘러나가는 말싸움 장면. 그리고 그 뒤에 박히는 [Invasion from Seoul] 로고.

“저런 일들이 있었나?”

“모르겠는데. 다른 밴드 이야기인가?”

명전은 고개를 으쓱했다. 전혀 본 적 없는 장면들. 그런데 뭐 방송이 저러는 게 하루 이틀 일인가.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다음 촬영분을 찍기 위해서 들른 곳은, 본격적인 촬영 스튜디오였다. 꽤나 거창한 무대가 세워져 있는 곳.

“자, 다시 한번 찍을게요~”

걸음걸이에도 뭔가 각이 보이는 건지, 네다섯 밴드 중 하나는 꼭 추가촬영이 들어가고 있다. 그냥 걷는 거 찍으면 안 되나 싶어도 그게 아닌 모양. 게다가 예선에 참가한 60개의 밴드를 모두 끌어모으는 것을 보면, 오늘 탈락자를 발표할 셈인가.

“잔인하네.”

“응?”

명전의 중얼거림에 반응하는 이서. 눈망울을 커다랗게 하고 명전을 쳐다보는 걸 보면, 왜 잔인하다고 하는지 잘 모르는 듯 했다.

“본선에는 밴드 30팀만 올라간다고 했잖아. 그런데 60팀이 다 들어오고. 공연을 한다고 해도, 오늘 촬영시간 생각해 보면 절대 다는 못 할 거고. 그럼 여기 온 사람 중 반은, 탈락하는 모습만 찍으러 온 거라고 봐야지.”

“그러네.”

쇼비즈니스 세계는 냉정하다지만 이렇게까지 냉정할 필요가 있나. 명전은 잠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어찌됐든 저 사람들은 선택을 한 셈이니까.

그런 가운데 촬영이 마무리되어가는 것이 보였다. 마치 콜로세움처럼, 60팀의 밴드가 수직 원형으로 앉아있는 모습은 장관 그 자체였다. 명전은 단지 이 그림 하나만을 위해서 이런 세트를 만든 걸까 하고 생각했다.

“멋지네요. 뭔가 애니에서 볼 법한 그런 구도네요 이거.”

현아의 소감과 함께, 걸어나온 방송 스태프. 안내되는 오늘의 촬영 일정은… 탈락 씬과 선발씬을 찍고, 다음 라운드의 방식 안내. 그 다음 각자 30팀 앞에서 10분 정도 공연을 하는 장면을 찍고 마칠거라고 한다. 촬영 시간은 16시간 정도라고 하는데.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명전은 그 말에 손을 번쩍 들었다.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말을 하라며 손짓을 하는 스태프.

“저희 네명은 미성년자인데, 밤 10시 되면 퇴근해도 됩니까?”

전혀 기대하지 못한 질문에 터져나오는 웃음. 스태프는 멋쩍은 듯 “여쭤봐야 될 것 같지만, 아마 그럴 거에요.” 라고 대답했다.


“그러므로 [모스크바 소셜 클럽] 또한… 탈락입니다. 죄송합니다.”

MC의 말과 함께 다시 한번 더 꺼지는, 밴드 앞의 전광판. [모스크바 소셜 클럽]이라고 불린 밴드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호명은 이어지지 않는다. 한 팀 한 팀 이름을 부르고, 스크린으로 심사 장면이 재생된다.

현아는 패턴을 알 것 같았다. 호평이 먼저 나오는 밴드는 거의 무조건 떨어진다. 혹평이 먼저 나오는 밴드는 거의 무조건 붙는다. 시청자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일까.

이번에 나온 밴드 또한 마찬가지로, 호평이 먼저 나와버렸다. [엘리안테]라고 했던가. 호평을 듣고 좋아하는 모습이었지만, 그 뒤로 나오는 혹평과 MC의 탈락 멘트.

“이렇게 30팀의 선발이 모두 끝났습니다. 선발된 30팀은 여정을 이어가겠죠.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떠나갈 30팀을 위해서! 박수 한번 쳐 주시기 바랍니다!”

패자를 위로하는 박수. 하지만 여유있는 승자의 박수와 자신들을 위로하는 패자의 박수는 사운드와 방식부터 차이가 나고 있었다. 현아 또한 여유롭게 박수를 치며 옆을 슬쩍 보았다. 눈시울이 약간 붉어진 채 격렬하게 박수를 치는 이서와, 별 생각 없어 보이는 서하와 수연.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본선! 이 시작되기 전… 광고 한번 듣고 가시겠습니다!”

뭔 근고여~ 하는 소리가 밴드 중간에서 튀어나온다. 그리고 안내에 따라 내려가는 나머지 30팀의 밴드. 탈락하지 않은 밴드 중 몇몇은 자리를 비우려고 하지만, 스태프의 제지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광고 멘트는 그냥 촬영용 멘트였던 것일까.

“그리고 이제 여러분께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 화면을 봐주십시오!”

스크린 속에 보이는 것은 살짝 복잡하게 그려진 PPT. 고개를 들이민다고 해서 잘 보일리도 없건만, 현아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려진 것은, 30개의 밴드 마크 또는 이름. 그리고 위에 올라간 것은, 멘토 6팀의 이름. 각 멘토는 4개의 팀을 담당하며…

“이제부터는 다시 또 경쟁입니다! 여러분들의 공연, 그리고 다시 또 공연! 여러분들의 색깔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곡으로! 멘토의 픽을 받아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MC는 한 박자 쉬고는, 다시 큰 소리로 멘트를 외쳤다.

“단! 1라운드 공연은… 기존에 발표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곡으로 진행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