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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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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테일러드 인디 록 페스티벌(BYTAILORED INDIE ROCK FESTIVAL).

뭔가 있어보이는 이름이지만, 실은 한국 메이저 락 밴드 중 손에 꼽을 만한 밴드인 테일러드(TAILORED)가 주최하는 페스티벌이라는 뜻이다. 규모는 4~5천여명 정도로 작고, 역사는 개최 8년차에 접어든… 홍대 인디씬 기반 락 페스티벌이다.

이 페스티벌이 다른 페스티벌과 차별화되는 점은 바로, 페스티벌에 박혀 있는 이름 답게 언제나 헤드라이너로는 테일러드가 서지만… 그 외에는 테일러드가 ‘직접’ 선택한 인디 밴드들이 선다는 것이다.

그 탓에, 바이테일러드를 통해서 공연 무대에 데뷔하게 되는 인디밴드도 있다. 그런 밴드들은 통칭 ‘테일러드픽’ 이야기를 들으며 순식간에 체급을 높여나가게 된다.

또한 2일차 헤드라이너는 테일러드로 고정이니… 올해의 1일차 헤드라이너는 누가 될 것인가, 즉 올해 테일러드가 선정한 최고의 인디 락밴드는 누구인가가 호사가들의 주목을 받는 포인트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름을 알리고 싶은 인디밴드라면 누구나 다 무대에 서고 싶은 페스티벌.

“야 그거 들었냐? 그 천안에 박민석. 부모님 상이 갑자기 났다는데.”

하지만 그런 페스티벌의 주최자들인 테일러드는, 상당한 위기를 맞이한 상황이었다.

“아니 어쩌다가. 이거 뭐 단체로 조문이라도 가야 하나?”

“그러게.”

“우리 정도면 얼마를 해 줘야 되는 거지?”

“장례식 안 가봐서 모르겠는데…” 같은 이야기나 하릴없이 늘어놓으며 술을 마시던 와중. 밴드의 베이스를 맡고 있는 한종현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외쳤다.

“근데 민석이 걔 배고픈 소크라테스 보컬 아니냐? 그럼 이번에 무대 못 서는 거 아냐?”

그 말에 순간 굳어버린 테일러드 멤버들. 밴드의 리더인 철연은, 자신부터 그것을 생각해야 됐다며 내심 자책을 했다. 하지만 누가 생각했든 무슨 상관인가. 일이 터졌으면 수습을 해야지.

“걔네 타임이 몇시지?”

“토요일 18시.”

통상적인 페스티벌들은 보통 12시1시부터 일정을 시작하고, 00시 자정에 일정을 마무리한다. 바이테일러드도 마찬가지로 13시부터 일정을 시작하고, 보통 3040분 공연하고 2~30분 정도 세팅을 하며 휴식을 하는 쪽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

그런 까닭에, 18시부터 19시 타임이면 꽤나 중량급인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녁 타임에 들어가는 팀이니까.

“대신 그쪽에 들어갈 팀이 있나?”

“글쎄…”

문제는, 테일러드의 깐깐한 안목에 의해 대부분의 밴드가 이미 걸러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른 타임의 밴드들을 밀어넣기에는, 뭔가 찜찜한 부분도 있었다. 상당히 고심해서 라인업을 짠 부분이었기에.

“걔들 체급 정도 되는 밴드 중에 섭외 안한 밴드들이 많긴 한데, 솔직히 좀 구려서 그런 애들은 부르고 싶지 않은데.”

“그렇긴 하지…”

철연은 담배를 입에 물며 생각했다. 매년 라인업을 짜는데 고생을 하는 편이지만, 특히나 올해는 고생이 심했다. 며칠 밤을 새우며 라인업에 대해서 고민을 했던 탓에.

그런데 그런 라인업을 손을 봐야 한단 말인가. 철연은 도대체 어떤 식으로 라인업을 조정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넣을 만한 밴드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타임에 넣고 싶은 밴드가 없다는 게 문제였으므로.

“좋은 밴드 없나.”

“있으면 이미 넣었겠지…”

멤버들과 그런 말을 주고받으며 철연은 소주를 한잔 입에 털어넣었다. 그 씁쓸한 맛에 입을 다시며 다시 잔에 소주를 채워넣다가, 철연은 갑자기 머릿속에 뭔가 생각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그 애들이 이번에 EP를 냈던가. 라이브도 하고.

음악은 상당히 좋았다. 요즘 유행하는 일본풍 락에, 서브컬쳐풍 해석을 곁들인 곡들.

곡만 특이하게 잘 쓰는 애들이라면 모르겠으나, 연주력 또한 기본기 탄탄한 3인방에 초월적인 실력을 가진 기타리스트가 있으니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

파라독스의 오너이자 철연도 아는 형인 강성민의 이야기에 의하면, 라이브 실력도 상당히 탁월하다고 했다. 심지어 그 ‘김수렬’ 아저씨도 보장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흠이라면 이전에 있었던 일… 하지만 그것은 철연이 나름대로 조사해본 결과 헛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그 외에는 라이브로 들고 나올 곡이 몇개 안 된다는 것이었는데… 이 부분은 뭐, 알아서 해결하라고 해야겠지. 커버곡을 연주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철연은 그렇게 결심하고,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요즘 보고 있는 애들이 있는데. 좀 경력이 없긴 하지만…”


철연의 제안을 듣고, 명전은 당장 답을 주지 못한 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의 첫 반응은 바로 의심이었다.

“무슨 페스티벌?”

“수연이 너 요즘 개그가 많이 늘은 것 같아.”

“어디서 속고 오신 거 아닌가요…”

죽음의 5단계 같은 거창한 과정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3명의 아이들은 각자 다 명전이 말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명전은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밴드 결성한지 1년도 안 됐는데 EP를 내자마자 멜론에 차트인을 하고, 이제는 페스티벌에 출연까지 한다니. 락 전성기 시절 밴드들이나 이럴 수 있겠지.

배철수의 말처럼, 락이 곧 음악이었던 시절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 뭐냐… 류진인가 뭔가 그 사람처럼 대형 기획사에서 나오는 보이밴드 정도나 가능한 일이고.

“진짜야?”

“내가 왜 이런 걸로 거짓말을 치겠니.”

거듭거듭 확인 질문을 한 뒤 바로 튀어나가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한 이서.

“바이테일러드면 진짜 큰 건데. 이까지 와버렸다는 게 실감이 안 나네.”

그리고 그런 이서를 두고 서하가 중얼거렸다. 살짝 복잡한 감정이 섞여있는 중얼거림.

“왜 그래?”

“예전에 나랑 음악하던 오빠들이 바이테일러드 나가고 싶다고 막 그러던게 생각나서. 다들 열심히 음악은 하는데, 결국 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런데 내가 나가게 되어버렸네 하며, 서하는 멋쩍게 웃었다. 그 말에 명전은 서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음에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노력을 보답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돌아오리라 믿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명전 또한 그러한 부류의 사람이었고.

쉽게 비웃을 수는 있다. “재능이 없는 사람들”이나 “애초에 안 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직접 본다면, 그런 말을 하기는 쉽지 않다.

아마 서하도 그런 것이겠지.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이 이렇게 기회를 얻어버리니 좋으면서도 뭔가 미묘한 느낌이 있을 것이다. 슬픈 감정 같은 것이.

“네가 노력해서 이뤄낸 일이니까, 그렇게 마음쓰지 마.”

“응?”

“그런 사람들이 안타깝긴 하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해.”

명전은 스스로가 그런 유형의 사람이었기에 잘 알았다. 분노, 좌절, 갈망. 나는 왜 저렇게 되지 못할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는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슬픔에 쓰러질지언정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의 이유를 남에게서 찾는 것. 처음이야 어렵지만 그 다음은 쉽다. 한번 두번 그렇게 남의 탓으로 돌리다 보면, 결국 자신에게 일어난 일은 전부 남에게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남을 망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도 망가지게 된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사람의 말로는 보통 2가지다. 마음이 꺾여 은퇴하거나, 아니면 끝도 없이 남을 비방하며 하찮은 인생을 살아가거나.

“그런가?”

“안타깝다고 해서 어떻게 할 거야. 만약 이 기회를 포기하고 남에게 줄 수 있다고 해도, 그럼 그 기회를 받지 못한 다른 사람은? 경쟁의 길을 걷기로 선택해버렸다면, 그런 감정은 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아.”

명전의 말에, 서하는 천장을 잠시 쳐다보았다. 생각에 빠진 느낌.

“그런데 참가를 하실 건가요?”

“솔직히 나는 좀 반대긴 한데.”

문득 들려오는 현아의 말에, 명전은 아무 생각 없이 답했다. 그러고 다시 서하를 보니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표정. 조금 전만 해도 “내가 이런 기회를 받아도 되는 건가?” 같은 소리 하지 않았나.

“왜… 왜 반대야?”

“아니 뭐 별다른 이유는 없고. EP니 뭐니 하면서 엄청나게 연습 달렸는데 페스티벌까지 참가하려면 다시 또 연습을 해야 하니까. 나는 상관 없지만, 너희들이 좀 쉬어야 하지 않을까? 현아 입시 일정도 있고 이것저것…”

“저는 입시 문제 해결했으니까 상관 없어요. 부모님이랑 이야기도 했고…”

그 말에 명전은 현아를 바라보았다. 이제 아주 밴드 쪽으로 가기로 작심을 한 건가. 어쩌면 저 선택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밴드는 이미 페스티벌까지 나갈 수 있는 수준이 되었는데, 예대 나왔다고 해서 피아노로 먹고 살기 쉬운 건 아니니까.

‘내가 한 사람 살린 것일지도…’

아니,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일지도 모르지. 아무튼 명전은 그렇게 생각했다.


바이테일러드 인디 락 페스티벌 @BTLRDFESOFFCIAL ・ 1시간

1일차 18:00 ~ 19:00 공연 예정이었던 [배고픈 소크라테스] 밴드는 밴드 내부 사정으로 인해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안타깝게도 이번 페스티벌에 불참하게 되었습니다.

바이테일러드 인디 락 페스티벌 @BTLRDFESOFFCIAL ・ 1시간

이로 인해 비게 된 1일차 18:00 ~ 19:00 타임의 공연은 최근 데뷔한 인디밴드 [Group Sound]로 대체됨을 알려드립니다.

(그룹 사운드 EP 링크)

(그룹 사운드 공연 링크)

[바이테일러드 인디 록 페스티벌] 트위터에 올라온 두개의 트윗. 그 트윗의 여파는, 한국 인디씬에 크지는 않더라도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바이테일러드 뭐냐 이거?]

(공식 트윗 2개)

그룹사운드가 씨발 누군데?

민석이햄 어디갔냐고!!!!!

  • ????

  • ㄹㅇ임이거?시발

  • 아니 듣는곡없는데 소크라테스 하나만 보고 예매했더만 ㅅㅂ뭐고

[그룹사운드가 누구인지 알아보자.avi]

(라이브 공연 저열하게 딴 영상.avi)

(이서의 가슴이 크게 흔들리는 영상.avi)

이정도면 된거같다

  • (이궈궈던~ 콘)

  • 온몸승부임?

  • 아니 무슨 젖흔드는거 원툴인애들임? ㅅㅂ 김철연 이새끼한테 접대해줬음?

  • 아오 철연햄 씨발

[오늘 바이테일러드 공연 예매했는데 ㅠㅠ]

(공식 트윗)

소크라테스 좋아해서 엄청 기대했는데 ㅠㅠ 얘들 뭐야? 웬 여자애들 4명 밴드가 있음? 제이락임? 하…

  • 노래는 좋은데

ㄴ 아니 노래좋은건 알겠는데 왜 소크라테스를 밀고 들어오는건데?

  • 안들어봤지만 솔직히 얼굴이쁜거보면 그냥 얼굴믿고 들어오는애들같아

ㄴ 테일러드가 직접 선정했을텐데 그런 일이 일어나겠음? 생각좀;

ㄴ 그럼 2020년에 물병사건은 왜 일어났는데 ㅋㅋ 테일러드라고 다맞는거아님 정신차려

  • 근데 들어봤는데 노래 진짜 좋은데?

ㄴ 솔직히 별로인데 뭔소리임?

ㄴ 타이틀곡 말고 들어보면 좋아; 영어제목인 곡 듣고 놀랬음 진짜

그룹 사운드의 곡이 록/메탈 차트에 진입했다 한들 그것은 타이틀곡인 [그 거리를 뛰어넘어]가 이뤄낸 성과다.

그리고 [그 거리를 뛰어넘어]는, 인디 씬 리스너들의 화력을 받아 차트에 진입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갓반인’들의 선택을 받아 차트에 진입한 곡. 게다가 힙스터를 자처하는 인디 씬 리스너들이라면 반드시 싫어할 수 밖에 없는, 평범하게 사랑과 청춘을 노래하는 곡이었다.

그러므로 그룹 사운드가 받은 반대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이때까지 바이테일러드 페스티벌의 공식 계정이 받았던 리트윗 횟수 1위의 기록을 가볍게 깨 버렸을 정도.

그리고 그 대부분은 불평이나 욕이었다. [이게 말이 됨?], [이상한 애들 말고 제대로 된 애들 데려오세요.], [하… 여자애들 데려와서 뭘 하겠다고 ㅡㅡ], [난 진짜 락알못인데 더 알못인 사람들 데려오는 것 같다] 등등.

그들의 대부분은 그룹 사운드의 노래를 들어보지 않았으며, 들어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는 그들에 대해서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욕부터 했다.

그게 말이 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원래 악플러라는 집단이 그렇다. 말도 안되는 행동을 태연하게 저지르면서 “나를 이렇게 만든 너희가 잘못된거다”라는 소리를 하는 자들만이 악플러가 될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마치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것 마냥 바이테일러드 주최측과 그룹 사운드는 잠잠했다. 그러는 사이, 페스티벌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