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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SNS와 유튜브 채널, ‘White Room’ 유튜브 채널까지. ‘Group Sound’가 가진 소통창구는 꽤나 많은 편이었다. White Room 채널을 제외하면 딱히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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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X라고 부르긴 좀 그랬다)는 개설 이후 트윗 몇개만 올리고 끝. 공식 유튜브 채널은 개설만 되어 있다. 하수연의 개인 채널인 White Room은 그룹 사운드 관련 컨텐츠는 전혀 올라오지 않는 채널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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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들은 홍보를 할 생각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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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가 몇달동안 공연을 다니면서 본 밴드들은 공연이 끝난 후 홍보나, 관객과 친목질을 하는 식으로 밴드에 대한 어필을 계속 하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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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하면 그룹 사운드는, 공연 자체는 자주 하지만… 끝난 후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하고 싸인 몇번 해주고 사진 좀 찍은 다음 가버리는, 홍보 같은 거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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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그룹 사운드의 팬 1호로 정의하는 정아윤으로써는 도저히 참고 넘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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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아윤은 행동했다. ‘Group Sound Social Club’이라는 트위터를 만들고, ‘그룹 사운드 비공식 팬클럽’이라는 이름을 걸고. 카페도 만들어 이것저것 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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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활동을 계속 하다보니 어느새 사람들도 꽤 모인 상황이… 바로 지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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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파이오니어 상황 어떻게 되었는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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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연 너무 잘 나와서 홍보 돌리고 투표하러 갔더니 투표 목록에 그룹 사운드가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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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건지 잘 모르겠는데 설명해주실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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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최한테 문의해보니까 사퇴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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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헐??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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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개인사정이라고만 함 ㅠㅠ 안 알려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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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Top 6 온라인 경연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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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놓고 말해서 다른 밴드랑 우리 밴드랑 엄청 차이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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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사퇴 안했으면 거의 무조건 우승 각이던데 왜 자진사퇴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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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게요 무슨 이유로 사퇴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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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에 물어보신 분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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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SNS는 원래 잘 안하고 개인 채널도 최근 업로드/라이브 없고 공연도 담주에나 할 예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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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헉 무슨 일 생긴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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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의전화 제가 걸어서 심사위원분이랑 통화까지 해봤는데 개인사정이라고 알려줄 수가 없다네요; 밴드 쪽에서 밝히질 않기를 원했다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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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카페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은 대다수가 ‘상황을 알 수 없어서 답답하다’ 라는 글이었다. ‘카페장님은 혹시 모르시나요?’ 같은 글도 있었지만, 아윤이 알고 있었다면 알려줬지 그냥 자기 혼자 알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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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윤은 답답한 마음에 관련 영상이나 몇개 찾아보았다. 혹시 리플에 뭔가 적혀있지 않을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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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유튜브 영상을 뒤지던 와중 목격한 리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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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고 하수연 종로구에서 유명한 학폭러였음 ㅋㅋ 아마 그거때문에 사퇴한거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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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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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윤은 리더 하수연의 얼굴을 떠올렸다. 설마 그 애가 학폭? 얼굴이 이쁘긴 하지만 화장도 안 하고 다니는 애인데. 분위기로만 따지면 학폭은 하수연보다는 베이스인 최이서 쪽이 더 어울렸다. 화장도 화려하고, 덩치도 크고. 그런 느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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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설 자체는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아윤은 생각했다. 물론 믿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가 최초로 잡은 최애그룹이 학폭밴드라니 이 무슨 미친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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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으로 인터넷을 뒤져본 결과는 좀 참담했다. 최소한 지금은 몰라도 과거에는 ‘좀 놀았다’ 라는게 느껴지는 글들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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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은 별 문제 없을 수도 있는 거 아냐? 개과천선 했을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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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럴 가능성은 이제까지의 학폭 사례를 보면 상당히 희박했지만, 아윤은 넘치는 애정으로 그런 사례들을 다 무시하며 인터넷을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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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한승고 앞. 세상에서 제일 기 센 나이의 청소년들에게 쭈글쭈글해져가며 이리저리 말을 붙여보던 와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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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는 왜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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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사람은, 자신을 ‘박다인’이라고 칭하는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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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는 동안 이야기 좀 하자. 모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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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의 말에, 이서와 아이들은 옹기종기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나 수연은 가방 쪽으로 가서 뭔가 주섬주섬하더니 에그타르트와 디저트 몇개를 꺼내와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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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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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먹으라고 사 왔어. 무슨 유명한 카페라던데 줄이 너무 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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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먹음직스러운 디저트들이 놓여 이서는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수연 앞에는 놓여 있지 않은 디저트. 이서는 수연에게 먹으라고 과자를 들이밀었지만, 수연은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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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많이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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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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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는 진짜 괜찮아. 그리고 일단 먹으면서 들어. 대충 기한 안에 연습 자체는 충분히 다 될 것 같거든. 애초에 보컬 위주 곡이고, 연주에 초점을 둔 그런 곡들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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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뭐 어려운 곡은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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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는 에그타르트를 우물거리면서 생각했다. 주현이라고 하면, 그래도 대 사재기 시대인 지금에도… 멜론 상위권에 자기 신곡을 올려놓을 수 있는 체급의 발라드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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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뭔가 곡도 엄청 어렵거나 숙달하기 힘들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전혀 달랐다. 모든 요소가 철저하게 보컬을 보조하게 만들어진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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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음이라던지 뭐 그런 것들이 많아서 일반 밴드라면 조금 어렵겠지만, 우리는 키보드가 있으니까 충분히 가능해. 현아가 수고해주면 좋겠고… 편곡을 더 해 보고, 안 되는 부분은 다른 세션 멤버 불러서 해결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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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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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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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의 질문에 수연은 머리를 살짝 꼬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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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평범하게 생각하면, 이대로 계속 연습하면 될 일이지만. 그 쪽에서 이야기를 하는 뉘앙스 같은 걸 보면, 이걸로는 분명 부족하다고 하면서 우리를 세션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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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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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한테 말하던 표정이라던가, 뭐 그 외에 이것저것… 들어보면 일이 늘어나서 귀찮은 게 아니라, 우리가 끼어든 거 자체를 안 좋아하는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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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는 수연의 걱정이 살짝 과한 것 아닐까 생각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마지막에 “문서로 남겨야죠.” 같이 막 훈계하던 것도 그렇고, 진짜 그런 의도였나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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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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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의 발단이 우리가 이번 OST 재즈 세션 서주는 게 어떨까? 시작된 거거든. 콘서트에서 세션을 서 주면 어떨까에서, 전체 세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같은 느낌으로. 근데 실무측에서 영 안좋아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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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이서는 살짝 눈을 돌려 고민하고 있는 수연의 얼굴을 보았다. 그쪽에서 요청을 해 온게 아니었단 건가. 수연이가 직접 발로 뛰어서 따온 일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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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뭉클해지는 느낌이었다. 수연이는 학교폭력이라는 누명, 아니 누명은 아닌가… 아무튼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서 이런 건수까지 가져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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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이전의 실패에 축 처져서… 의욕 없이 악기를 치며 ‘일 들어왔으면 그냥 해야지’ 하는 생각이나 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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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한 후, 이서는 일단 아무말이나 던져보기로 했다. 살짝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고, 밴드의 의욕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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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생각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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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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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뭐, 구체적인 건 아닌데… 우리가 단순하게 세션을 서 주는 걸 넘어서… 저쪽에서 얘들이랑 일하면 무조건 대박난다. 뭐 그런 생각을 심어주면 어떨까? 얘들 아니면 이거 해줄 사람 없다,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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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렇게 깊은 고민 없이 뱉은 말이었다. 막연히 그냥, 아무나 할 수 있는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에 수연은 뭔가 힌트를 얻은 듯 살짝 생각에 잠겼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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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한번 바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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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짝 읇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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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님. 그 애들 세션으로 쓸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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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사님의 이야기도 있었으니 써야 되지 않을까요. 밴드 사운드는 한번쯤 써보고 싶기도 했고, 모든 콘서트를 다 쓰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서울콘에만 쓰면 된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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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의 말에, 살짝 표정이 굳어지는 직원. 주현은 대답 대신 씩 웃고는 직원에게 가서 일 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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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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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직원 또한 주현과 오래 일한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주현과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오년 이상 같이 일해온 사람들이었다. 그런 만큼 일처리도 빠르고 깔끔했으며, 콘서트라던지 앨범이라던지 그런 일들이 대부분 주현에 딱 맞게 이루어지는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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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만큼 너무 고여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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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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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신들의 업무 루틴이 깨지니 부정적일 수 밖에 없긴 하겠지. 몇년 동안 잘 유지된, 스케줄이 딱딱 들어맞던 업무가 갑자기 들어온 애들 때문에 일그러진다고 생각하면 주현도 좀 불쾌감이 들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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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태프들은 그 불쾌감 이상으로 그 밴드 아이들을 배척하고 있었다. “실력이 없을 것 같은데.” 라거나 “요즘 밴드 쓰는 콘서트가 어딨어? 그냥 흘러간 유행이지….” 같은 말을 일부러 주현에게 흘리곤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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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고이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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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은 회사 내에서 자신의 팀이 받고 있는 평판을 떠올렸다. 자기들끼리는 잘 놀지만 신입은 절대 적응 못하는 팀이라던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는데… 이번 일을 보고 나서는 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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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으로 가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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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와중, 반대편 복도에서 들려오는 퉁명스러운 목소리. 그리고 타박타박거리는 발소리들. 밴드를 하는 아이들이 도착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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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정말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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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은 저 애들에게서 받았던 OST 곡, [만남이 끝나기 전에]를 떠올렸다. 쫀득쫀득하고 간질간질하면서도 살짝 긴장감이 느껴지는 재즈풍 밴드 곡. 매일 발라드만 불렀던 주현에게 꽤나 신선한 자극이 되어주었던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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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곡 외에는 이전의 곡들과 다 똑같겠지. 애초에 세션 밴드를 서는 입장으로 온 애들이니까. 그는 약한 아쉬움을 느끼며 연습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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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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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연주가 끝나고, 아주 미약한 박수가 살짝 들려왔다. 주현은 ‘아이고…’ 라는 생각을 하며, 박수를 크게 쳐주었다. 그러자 따라서 들어오는 박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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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잘 했어요. 확실히 밴드곡이다보니까 이게 그냥 MR이랑 느낌이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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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지금 우리 콘서트 환경에 안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밴드 여러분들이 열심히 하신 건 알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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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이 칭찬의 의도로 꺼낸 말을, 갑자기 가로채서 이상한 방향으로 돌려버리는 무대 담당. 그 말을 받아, 몇명의 직원들이 서로 “아 좀 아닌 것 같아.” 라던지 “굳이 이거 바꿀 필요 있어? 이전이 나은 것 같은데.” 같은 이야기를 주현이 들을 수 있는 음량으로 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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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좀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해 보자고요. 계속 MR만 하니까. 밴드로 바꾸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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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환경이 그렇지 않아요, 주현님. 지금 저희는 MR 최적화 환경이고. 밴드 들어온다 하면 세팅부터 다 바뀌는데, 그렇다고 해서 막 좋아질 것 같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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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기 싫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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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뭔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냥 일을 늘리고 싶지 않아하는? 기존에서 굳이 더 잘할 필요 있나? 같은 의도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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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의 콘서트 팀은 매년 업무를 개선해나가고 있었다. 영상이라던지 무대효과라던지 많은 부분에서.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원한 방향으로써의 발전일 뿐. 이 사람들에게 밴드는 그들이 안주하고 있는 환경 자체를 바꿔버리는 그런 느낌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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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은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까지 반대를 하는데, 주현이 뭐라 밀어붙일 명분은 없다. 물론 공연이나 기타 이런저런 것에 있어 결정권은 가수에게 있긴 하다. 그러나 주현에게는, 스태프들을 다 척져가면서까지 저 밴드 아이들의 손을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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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사님한텐 그냥 혼나지. 어차피 내가 주력 상품인데, 혼내도 얼마나 혼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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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며 미안하다고 입을 열려던 주현은, 동작 하나에 입이 막혔다. 절묘한 타이밍에 올려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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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곡만 들어주시고, 그 다음 결정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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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옆에 세워놓은 다른 기타를 잡고 튕기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들은 멜로디지만, 확연히 다른 연주. 주현이 주력으로 삼는 멜로딕하고 글루미한 발라드보다 훨씬 더 내려가는 느낌의, 구슬픈 연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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