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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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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공식 SNS와 유튜브 채널, White Room 유튜브 채널까지. Group Sound가 가진 소통창구는 꽤나 많은 편이었다. White Room 채널을 제외하면 딱히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트위터(X라고 부르긴 좀 그랬다)는 개설 이후 트윗 몇개만 올리고 끝. 공식 유튜브 채널은 개설만 되어 있다. 하수연의 개인 채널인 White Room은 그룹 사운드 관련 컨텐츠는 전혀 올라오지 않는 채널이었고.

‘이 애들은 홍보를 할 생각이 없나?

아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가 몇달동안 공연을 다니면서 본 밴드들은 공연이 끝난 후 홍보나, 관객과 친목질을 하는 식으로 밴드에 대한 어필을 계속 하는 편이었다.

그에 비하면 그룹 사운드는, 공연 자체는 자주 하지만… 끝난 후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하고 싸인 몇번 해주고 사진 좀 찍은 다음 가버리는, 홍보 같은 거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느낌.

스스로를 그룹 사운드의 팬 1호로 정의하는 정아윤으로써는 도저히 참고 넘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아윤은 행동했다. Group Sound Social Club이라는 트위터를 만들고, ‘그룹 사운드 비공식 팬클럽’이라는 이름을 걸고. 카페도 만들어 이것저것 올리고.

그런 활동을 계속 하다보니 어느새 사람들도 꽤 모인 상황이… 바로 지금이었다.

[밴드 파이오니어 상황 어떻게 되었는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온라인 경연 너무 잘 나와서 홍보 돌리고 투표하러 갔더니 투표 목록에 그룹 사운드가 없더라고요.

어떻게 된건지 잘 모르겠는데 설명해주실분 ㅠㅠ

  • 주최한테 문의해보니까 사퇴했대요

ㄴ 헐?? 왜요

ㄴ 개인사정이라고만 함 ㅠㅠ 안 알려주려고 해요

[이번에 Top 6 온라인 경연 보니까]

까놓고 말해서 다른 밴드랑 우리 밴드랑 엄청 차이나던데

자진사퇴 안했으면 거의 무조건 우승 각이던데 왜 자진사퇴했지;;;

  • 그러게요 무슨 이유로 사퇴했는지;

  • 밴드에 물어보신 분 없나요?

ㄴ SNS는 원래 잘 안하고 개인 채널도 최근 업로드/라이브 없고 공연도 담주에나 할 예정이라;;

ㄴ 헉 무슨 일 생긴 거 아닐까요

  • 항의전화 제가 걸어서 심사위원분이랑 통화까지 해봤는데 개인사정이라고 알려줄 수가 없다네요; 밴드 쪽에서 밝히질 않기를 원했다고 ㅠ

팬카페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은 대다수가 ‘상황을 알 수 없어서 답답하다’ 라는 글이었다. ‘카페장님은 혹시 모르시나요? 같은 글도 있었지만, 아윤이 알고 있었다면 알려줬지 그냥 자기 혼자 알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아윤은 답답한 마음에 관련 영상이나 몇개 찾아보았다. 혹시 리플에 뭔가 적혀있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유튜브 영상을 뒤지던 와중 목격한 리플 하나.

  • 한승고 하수연 종로구에서 유명한 학폭러였음 ㅋㅋ 아마 그거때문에 사퇴한거같은데

“학폭…?”

아윤은 리더 하수연의 얼굴을 떠올렸다. 설마 그 애가 학폭? 얼굴이 이쁘긴 하지만 화장도 안 하고 다니는 애인데. 분위기로만 따지면 학폭은 하수연보다는 베이스인 최이서 쪽이 더 어울렸다. 화장도 화려하고, 덩치도 크고. 그런 느낌 아닌가.

하지만 가설 자체는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아윤은 생각했다. 물론 믿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가 최초로 잡은 최애그룹이 학폭밴드라니 이 무슨 미친 소리인가.

그런 생각으로 인터넷을 뒤져본 결과는 좀 참담했다. 최소한 지금은 몰라도 과거에는 ‘좀 놀았다’ 라는게 느껴지는 글들이 있었던 것이다.

‘근데 지금은 별 문제 없을 수도 있는 거 아냐? 개과천선 했을 수도 있지.

물론 그럴 가능성은 이제까지의 학폭 사례를 보면 상당히 희박했지만, 아윤은 넘치는 애정으로 그런 사례들을 다 무시하며 인터넷을 뒤졌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한승고 앞. 세상에서 제일 기 센 나이의 청소년들에게 쭈글쭈글해져가며 이리저리 말을 붙여보던 와중에…

“수연이는 왜 찾으세요?”

만난 사람은, 자신을 ‘박다인’이라고 칭하는 아이였다.


“잠시 쉬는 동안 이야기 좀 하자. 모여봐.”

수연의 말에, 이서와 아이들은 옹기종기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나 수연은 가방 쪽으로 가서 뭔가 주섬주섬하더니 에그타르트와 디저트 몇개를 꺼내와 늘어놓았다.

“와! 이거 뭐임?”

“너희들 먹으라고 사 왔어. 무슨 유명한 카페라던데 줄이 너무 길더라.”

상당히 먹음직스러운 디저트들이 놓여 이서는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수연 앞에는 놓여 있지 않은 디저트. 이서는 수연에게 먹으라고 과자를 들이밀었지만, 수연은 손을 흔들었다.

“너희들 많이 먹어.”

“아니 그래도…”

“아니, 나는 진짜 괜찮아. 그리고 일단 먹으면서 들어. 대충 기한 안에 연습 자체는 충분히 다 될 것 같거든. 애초에 보컬 위주 곡이고, 연주에 초점을 둔 그런 곡들이 아니니까.”

‘확실히 뭐 어려운 곡은 없었지.

이서는 에그타르트를 우물거리면서 생각했다. 주현이라고 하면, 그래도 대 사재기 시대인 지금에도… 멜론 상위권에 자기 신곡을 올려놓을 수 있는 체급의 발라드 가수.

그런 만큼 뭔가 곡도 엄청 어렵거나 숙달하기 힘들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전혀 달랐다. 모든 요소가 철저하게 보컬을 보조하게 만들어진 그런 느낌.

“효과음이라던지 뭐 그런 것들이 많아서 일반 밴드라면 조금 어렵겠지만, 우리는 키보드가 있으니까 충분히 가능해. 현아가 수고해주면 좋겠고… 편곡을 더 해 보고, 안 되는 부분은 다른 세션 멤버 불러서 해결하는 수 밖에.”

“그럼 이걸로 끝?”

“글쎄.”

이서의 질문에 수연은 머리를 살짝 꼬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그냥 평범하게 생각하면, 이대로 계속 연습하면 될 일이지만. 그 쪽에서 이야기를 하는 뉘앙스 같은 걸 보면, 이걸로는 분명 부족하다고 하면서 우리를 세션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단 말이지.”

“그럴… 까요?”

“그때 우리한테 말하던 표정이라던가, 뭐 그 외에 이것저것… 들어보면 일이 늘어나서 귀찮은 게 아니라, 우리가 끼어든 거 자체를 안 좋아하는 것 같던데.”

이서는 수연의 걱정이 살짝 과한 것 아닐까 생각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마지막에 “문서로 남겨야죠.” 같이 막 훈계하던 것도 그렇고, 진짜 그런 의도였나 싶기도 했다.

“그럼 어떻게 해?”

“이 일의 발단이 우리가 이번 OST 재즈 세션 서주는 게 어떨까? 시작된 거거든. 콘서트에서 세션을 서 주면 어떨까에서, 전체 세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같은 느낌으로. 근데 실무측에서 영 안좋아한단 말이지….”

그런가. 이서는 살짝 눈을 돌려 고민하고 있는 수연의 얼굴을 보았다. 그쪽에서 요청을 해 온게 아니었단 건가. 수연이가 직접 발로 뛰어서 따온 일이었다니.

뭔가 뭉클해지는 느낌이었다. 수연이는 학교폭력이라는 누명, 아니 누명은 아닌가… 아무튼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서 이런 건수까지 가져왔는데.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이전의 실패에 축 처져서… 의욕 없이 악기를 치며 ‘일 들어왔으면 그냥 해야지’ 하는 생각이나 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한 후, 이서는 일단 아무말이나 던져보기로 했다. 살짝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고, 밴드의 의욕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나! 나 생각 있는데.”

“뭔데?”

“그 뭐, 구체적인 건 아닌데… 우리가 단순하게 세션을 서 주는 걸 넘어서… 저쪽에서 얘들이랑 일하면 무조건 대박난다. 뭐 그런 생각을 심어주면 어떨까? 얘들 아니면 이거 해줄 사람 없다, 그런 느낌.”

솔직히 그렇게 깊은 고민 없이 뱉은 말이었다. 막연히 그냥, 아무나 할 수 있는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에 수연은 뭔가 힌트를 얻은 듯 살짝 생각에 잠겼다가…

“장르를 한번 바꿔볼까.”

그렇게 살짝 읇조렸다.


“주현님. 그 애들 세션으로 쓸 건가요?”

“뭐, 이사님의 이야기도 있었으니 써야 되지 않을까요. 밴드 사운드는 한번쯤 써보고 싶기도 했고, 모든 콘서트를 다 쓰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서울콘에만 쓰면 된다잖아요.”

주현의 말에, 살짝 표정이 굳어지는 직원. 주현은 대답 대신 씩 웃고는 직원에게 가서 일 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피곤하네…’

저 직원 또한 주현과 오래 일한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주현과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오년 이상 같이 일해온 사람들이었다. 그런 만큼 일처리도 빠르고 깔끔했으며, 콘서트라던지 앨범이라던지 그런 일들이 대부분 주현에 딱 맞게 이루어지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만큼 너무 고여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번 일도 그렇지.

물론 자신들의 업무 루틴이 깨지니 부정적일 수 밖에 없긴 하겠지. 몇년 동안 잘 유지된, 스케줄이 딱딱 들어맞던 업무가 갑자기 들어온 애들 때문에 일그러진다고 생각하면 주현도 좀 불쾌감이 들긴 했다.

하지만 스태프들은 그 불쾌감 이상으로 그 밴드 아이들을 배척하고 있었다. “실력이 없을 것 같은데.” 라거나 “요즘 밴드 쓰는 콘서트가 어딨어? 그냥 흘러간 유행이지….” 같은 말을 일부러 주현에게 흘리곤 했으니까.

‘너무 고이긴 했어.

주현은 회사 내에서 자신의 팀이 받고 있는 평판을 떠올렸다. 자기들끼리는 잘 놀지만 신입은 절대 적응 못하는 팀이라던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는데… 이번 일을 보고 나서는 좀 알 것 같았다.

“저쪽으로 가시면 돼요.”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와중, 반대편 복도에서 들려오는 퉁명스러운 목소리. 그리고 타박타박거리는 발소리들. 밴드를 하는 아이들이 도착한 것 같았다.

‘노래 정말 좋았지…’

주현은 저 애들에게서 받았던 OST 곡, [만남이 끝나기 전에]를 떠올렸다. 쫀득쫀득하고 간질간질하면서도 살짝 긴장감이 느껴지는 재즈풍 밴드 곡. 매일 발라드만 불렀던 주현에게 꽤나 신선한 자극이 되어주었던 곡.

그 곡 외에는 이전의 곡들과 다 똑같겠지. 애초에 세션 밴드를 서는 입장으로 온 애들이니까. 그는 약한 아쉬움을 느끼며 연습실로 들어갔다.

“이 정도입니다.”

곡 연주가 끝나고, 아주 미약한 박수가 살짝 들려왔다. 주현은 ‘아이고…’ 라는 생각을 하며, 박수를 크게 쳐주었다. 그러자 따라서 들어오는 박수들.

“괜찮아요. 잘 했어요. 확실히 밴드곡이다보니까 이게 그냥 MR이랑 느낌이 다르네.”

“그러다보니 지금 우리 콘서트 환경에 안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밴드 여러분들이 열심히 하신 건 알겠는데…”

주현이 칭찬의 의도로 꺼낸 말을, 갑자기 가로채서 이상한 방향으로 돌려버리는 무대 담당. 그 말을 받아, 몇명의 직원들이 서로 “아 좀 아닌 것 같아.” 라던지 “굳이 이거 바꿀 필요 있어? 이전이 나은 것 같은데.” 같은 이야기를 주현이 들을 수 있는 음량으로 해댄다.

“아니, 좀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해 보자고요. 계속 MR만 하니까. 밴드로 바꾸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저희 환경이 그렇지 않아요, 주현님. 지금 저희는 MR 최적화 환경이고. 밴드 들어온다 하면 세팅부터 다 바뀌는데, 그렇다고 해서 막 좋아질 것 같지 않아요.”

‘일 하기 싫은 건가?

그는 뭔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냥 일을 늘리고 싶지 않아하는? 기존에서 굳이 더 잘할 필요 있나? 같은 의도가 느껴졌다.

물론 그의 콘서트 팀은 매년 업무를 개선해나가고 있었다. 영상이라던지 무대효과라던지 많은 부분에서.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원한 방향으로써의 발전일 뿐. 이 사람들에게 밴드는 그들이 안주하고 있는 환경 자체를 바꿔버리는 그런 느낌인 걸까.

주현은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까지 반대를 하는데, 주현이 뭐라 밀어붙일 명분은 없다. 물론 공연이나 기타 이런저런 것에 있어 결정권은 가수에게 있긴 하다. 그러나 주현에게는, 스태프들을 다 척져가면서까지 저 밴드 아이들의 손을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뭐 이사님한텐 그냥 혼나지. 어차피 내가 주력 상품인데, 혼내도 얼마나 혼내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미안하다고 입을 열려던 주현은, 동작 하나에 입이 막혔다. 절묘한 타이밍에 올려진 손.

“한곡만 들어주시고, 그 다음 결정하시죠.”

수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옆에 세워놓은 다른 기타를 잡고 튕기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들은 멜로디지만, 확연히 다른 연주. 주현이 주력으로 삼는 멜로딕하고 글루미한 발라드보다 훨씬 더 내려가는 느낌의, 구슬픈 연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