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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휴식 가졌다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40분에 시작 할 테니까 그때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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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감독의 말에, 스태프들이 몸을 일으켰다. 명전은 커피를 쭈욱 빨아들이면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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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불란하게 촬영 준비를 하러 빠지는 사람들. 은근슬쩍 담배 피러 가는 사람들. 조금 있다 시작할 거니까 지금 나는 쉬어도 되겠지 하고 핸드폰을 보는 사람까지. 그냥 평범한 촬영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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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자꾸 긴장되네.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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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명전 뿐인 것 같았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3명이 전부 다 긴장이 되어서인지 얼굴이 살짝 파래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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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그렇게 긴장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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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긴장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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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인터뷰 찍는 거고, 어차피 조회수도 얼마 안 나올 텐데 뭘 그렇게까지 긴장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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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팩트를 제시했다. 2022년 밴드 파이오니어 TOP 6의 인터뷰 조회수는 2천회가 안 된다. 2023년? 1500회 가량. 그렇다면 2024년은? 뭐 비슷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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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명전은 굳이 이 인터뷰 왜 찍나 싶은 느낌이었다. 명전 본인의 채널에 올려도 저 조회수보다는 많이 나올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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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인터뷰를 찍을 이유가 있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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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대한 리뷰를 찍으면 어떠려나 싶었다. 뭐 저 인터뷰를 찍을 때 뭐 어땠고, 어떤 걸 물어봤고, 이거 말했는데 잘렸고, 이거 말했는데 이건 나갔고, 이건 좀 왜곡됐고… 그런 걸로 조회수 좀 뽑아먹고 그러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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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인터뷰 촬영 들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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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스태프의 신호. 잠시 다른 데 가서 뭔가 딴짓을 하고 있던 아이들이 착착착 의자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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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룹 사운드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리더 하수연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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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룹 사운드의 베이스 담당, 최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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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룹 사운드에서 키보드를 담당하고 있는, 정현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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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드럼의 유서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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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렇게 말하면 좀 오만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저는 왠지 저희가 뽑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왠지 느낌이?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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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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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들자고 했어요! 아니 사실, 저도 밴드를 막 하겠다! 이렇게 생각한 적은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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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나고 나서, 아. 아 뭐, 제가 좀 사고가 크게 난 적이 있습니다. 그 다음에 회복하고, 이제 기타를 들고 낙원에 갔는데 이서를 딱 만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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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친다는 거 하나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기타를 친다고 해서. 막 이야기 하다가, 다음날인가? 기타 한번 쳐달라고 했는데 진짜 완전 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잘 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이야기했죠. 어이 오마에! 나의 동료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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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뭘 믿고? 지금 와서 이야기하는 거지만 실력차도 엄청 났죠. 그때는 뭐, 사실 살짝 재능 좀 있는 취미반 1년 다닌 일반인 수준? 딱 그 정도. 그 뒤로 제가 사람 만들어 줬다고 봐야죠. 근데 웃긴 건, 그 다음에 이 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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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아니라 언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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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언니라고 해야 되나? 현아 언니? 서하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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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거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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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결성 1년만에 이런 자리에 올라오게 되어서 약간 얼떨떨하긴 한데요.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사고 한번 치고 싶습니다. 1등 꼭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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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분들 자신감 무엇?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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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라독스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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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분 진짜 외모 미쳤다 ㅠㅠㅠㅠㅠ 공연 어디가서 볼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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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홍대 파라독스 가면 매주 토요일에 공연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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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ㅋㅋ… 종로구에서 유명한 애였는데 ㅋㅋ~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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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뭔일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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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푸씨처럼씨발흘리기하지말고그냥말을해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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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켜ㅓㅓㅓㅓㅓ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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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 말대로 된거야? 저렇게 밴드 하자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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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거짓말을 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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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상을 보던 다인의 질문에, 명전은 그렇게 대답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키득대는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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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면 사고나고 회복하자마자 바로 기타 사러 갔다고? 도대체 기타에 얼마나 진심이었던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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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내가 좀 그러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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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기타 배운다 티도 안 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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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도 없고, 뭐 살짝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좋은 기억도 아니고. 이 참에 정신 차리고 기타나 쳐야겠다 싶어서, 그렇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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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렇게 타임라인을 정리했다. 실제로는 아니었지만, 이 아이들이 도와준다 해도 굳이 실제 있었던 일을 전부 다 이야기할 필요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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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비밀을 이야기하고, 그 비밀을 지켜달라고 하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진짜 비밀인 일은 애초부터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 법. 입 밖에 나가도 괜찮은 것만 이야기를 하고, 입 안에 있어야 하는 것은 입 안에 두는 것이 명전이 터득한 삶의 지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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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이건 말해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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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전에 내가 OST 참가한 곡이 있는데. 우리 이름은 아직 공개 안 되긴 했는데, 곧 있으면 공개가 될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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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런 게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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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선공개된 OST를 보여주었다. 그 제목을 보고 놀람을 금치 못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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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이거 진짜 나도 요즘 듣던 건데. 이걸 수연이 니가 만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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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게 아니고, 우리 밴드가 만든 거지. 편곡은 내가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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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거 막 틱톡에 유행하고 그런다니까. 나는 별 생각 없이 들었는데, 막 밴드 누구냐고 지랄났던데. 주현도 어그로 존나 끌고. 그런데 그게 너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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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휘석이 제시한 방향이 확실히 맞긴 했던 모양이다. 이런 평범한 아이들에게까지 밴드가 누구냐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할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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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디 가서 말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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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남았으니까 그래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그쪽에서도 이미 흘리고 있을 것 같고. 막 인터넷에 누구다 이러면서 어그로 끄는 거만 아니면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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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친구 잘 둔 덕에 이제 막 유명인 아는 척도 해보고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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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리를 하며 명전에게 치대던 아이들. 다인이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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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희 뭐 오프라인 공연 이런 건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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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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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티켓 좀 주라. 학교 애들 다 데리고 공연 갈게. 요즘 너 밴드한다는 이야기 돌면서 막 애들 엄청 궁금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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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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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라는 다인의 질문에, 명전은 “아무래도 전에 한 일이 있다보니까.” 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낄낄 웃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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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별로 신경도 안 쓸걸. 예전에야 그랬지만, 너 사과하고 다니고 나서는 이제 그런 애들도 없어. 아 신경 쓰는 애들 있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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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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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가 너 왜 그렇게 됐냐고 술빨고 담배피던 그 시절이 그립다고 막 전에 그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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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는 왜 그러지? 명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머리를 살짝 꼬았다. 이번주에 온라인 경연 촬영 하고, 그 다음주에 오프라인 경연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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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 공연할 것 같은데, 만약에 티켓 같은 거 나오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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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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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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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없어도, 온라인 경연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는 해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카메라 너머에서 관객이 평상시처럼 열렬히 응원을 하고 있다고 간주하고 공연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연의 열기가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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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무대를 내려왔다. 온라인 경연을 관람하고 있던 스태프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꽤나 열띤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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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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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운드 1등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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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들 중 몇몇이 난데없이 외친 괴성. 와르르 웃음이 쏟아진다. 스태프들 중에서도 팬이 생긴 것 같아, 명전은 기분이 약간 좋아졌다. 어디 누구든 팬이 생기는 건 기분 좋은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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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태프들을 지나 심사위원들 앞으로 갔을 때, 명전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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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운드 여러분들, 잠시 들어오시겠어요?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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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런 걸로 상당히 예민한 시기에요. 그래서 솔직히 말해서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은데, 우리가 정부랑 연계도 되다 보니까 여러분을 부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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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전에 추모 콘서트 건으로 명전과 친분이 조금 생긴… 꽤나 유명한 락 밴드의 리더였다. 그래도 저쪽에서 농 몇번은 던질만한 사이가 되었는데, 무게를 잡고 있는 것을 보면 좀 심각한 이야기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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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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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말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데, 하수연 양 관련해서 제보가 들어왔어요. 학교폭력 관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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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게 왔나. 명전은 머리칼을 쓸어올린 후, 아이들을 보았다. 불안해하는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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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에서도 뭐 소문 정도로 들었다… 이러면서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아무튼 요즘… 특히 연예계에서 관련 사건이 계속 터지고 있는 이 시국에, 학폭 관련해서는 예민할 수 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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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문 단계이고, 어찌됐든 당사자인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아서 소명 기회를 드리고자 하는데요. 혹시 관련해서 뭐 이야기 할 거라도 있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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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밴드 리더를 시작으로, 한두마디씩 꺼내놓는 이야기…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이야기였다. 소문만 듣고는 제재할 수 없으니, 소명 기회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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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에 응하면 어떻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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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저희 쪽에서도 조사를 좀 해봐야겠죠. 그리고 수연 양도 관련해서 증거 같은 게 있다면 제출을 해야 될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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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에게는, 이 때를 위해서 차곡차곡 모아온 것들이 있었다. 그걸 터트리면, 어떻게든 뭐 출전은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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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좀 되더라도, 어찌되었든 당장 가릴 수 없는 일이니까. 그렇다면 어떻게든 된다. 그게 좋다는 게 아니라, 한국이라는 사회가 그렇다. 아무튼 반대 의견이 있으면 ‘논쟁거리’로 취급하고 ‘피곤하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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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보다는 훨씬 안 좋은 환경이겠지. 하지만 감수해야 할 일이다. ‘하수연’의 삶을 살고 있는 한,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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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희 쪽에 피해자가 직접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보니까요. 저희도 뭐라 이야기를 하기 조심스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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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며 소명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려는 와중, 들려온 한 마디. [피해자가 직접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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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이거… 논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논란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수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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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머릿속에 뭔가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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