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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시간 정도 공연을 한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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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리 안내받은 일정에 대해서 떠올렸다. 공연을 촬영한 다음, 간단한 백그라운드 인터뷰 촬영 후에 오늘 일정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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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오후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하니, 오늘 밤에는 양껏 마실 수 있다. 그는 오늘은 어떤 메뉴를 먹을지 고민하며 카메라를 돌렸다. 다큐멘터리 촬영에 대한 고지를 받고 들어가는 관객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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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장한 관객들은 대부분이 놀라고 있었다. 그들이 입장하기도 전에 먼저 밴드들이 들어와 있으니 그런 것일까. 몇몇 관객들은 무대 쪽으로 내려가 밴드 멤버들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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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대신 한분씩만 올라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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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를 맡은 멤버의 말에 따라 줄을 서고, 한 명씩 올라가 멤버들과 사진을 찍어가는 광경은… 상당히 오랜 시간 카메라를 잡아 온 그에게도 꽤나 생소한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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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다들 철저하게 팬과 거리를 두고, 팬들에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을 일종의 전략으로 가져가는 애들도 있는데. 저렇게 거리감 없이 다가가는 것을 보면… 인디 기획사라서 택할 수 있는 전략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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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죄송하지만 이제 공연을 시작해야 해서. 혹시라도 지금 사진을 못 찍으신 분들은 나중에 줄을 서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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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시간이 되어, 기타를 맡은 멤버의 말에 따라 자리로 돌아가는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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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 라이브 컨셉은, 아무래도 이런 분위기인 만큼 다들 아셨겠지만… 조금 편안하게. 팬미팅과 콘서트의 중간쯤 되는. 그런 느낌으로 가려고 합니다. 실제로 공연 시간도 2시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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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아무래도 저희가 프리미엄 가입하신 분들에게 너무 소홀했던 부분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이런 식의 컨텐츠를 기획하게 되었는데, 어떠신가요 여러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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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요!” 라는 외침이 관객석에서 들려오는 가운데 웃는 밴드원들. 그는 카메라를 계속해서 돌리며 촬영을 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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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어가는 것]과 그 외 다른 몇몇 곡들이 공연된 후. 잠시 관객들과의 소통 시간인지, 밴드 멤버들은 악기를 옆에 두고 테이블에 앉았다. 스태프 중 한명이 질문을 할 사람을 모집하자, 순식간에 올라가는 손들. 그 중 한명에게 마이크가 건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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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안녕하세요! 저는 혹시, 어, 평소에 멤버 분들 뭐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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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뭐 하냐고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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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할 때 말고 말씀하시는 거죠? 저는 일단 애니메이션 보고! 아니면 옷 구경. 최신 애니메이션은 따라가지를 못해서, 완결난 거 위주로 보고 있어요! ‘던전 밥’, ‘수성의 마녀’ 같은 거. 넷플릭스에 올라온 거 위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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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는… 저는 요즘 과제밖에 안 해서… 사실 누가 막, 엄청 연습 시키는 바람에… 뭔가 다른 거, 할, 그, 시간이 없다… 고 해야 하나… 원래 평소에는요? 음… 트윗… SNS 같은 거 하고 있어요. 계정… 요? 못 가르쳐 드릴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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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 드럼 세션 하고. 재미있는 거 찾아다니는데요. 요즘엔 청바지에 빠져 있네요. 청바지라는 게 의외로 재미있거든요 볼 수록. 이게 연도마다, 그리고 형태마다 약간 레거시가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거든요. 혹시 그거 아시나? 일본의 청바지들은 대부분 다 리바이스 청바지를 베껴서 나온 거. 예를 들어서 EVISU같은 브랜드는, LEVIS에서 L을 빼고 U를 붙여서 만든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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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연습밖에 안 합니다. 연습 말고요? 작곡. 편곡. 운동. 그거 말고 뭐 하냐고? 따로 하는 거 없는데. 장난치지 말고? 진짜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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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자신의 삶을 사는 가운데, 뭔가 숙연해지는 대답을 하는 한 사람. 그 외에도 여러가지 질문이 오가는 가운데, 누군가가 수연에게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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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리더님에게 하나 여쭤보고 싶은데… 혹시 수연님의 플레이리스트가 있다면, 혹시 추천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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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도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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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귀를 살짝 기울였다.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서 들은 것이긴 하지만, [별이 되어가는 것]이나 [Plastic Nostalgia] 같은 음반에 수록된 음악들은, 그가 생각하는 ‘락 밴드’라는 그런 이미지에 맞지 않게 상당히 세련된 느낌이었다. 그런 음악을 만드는 밴드의 리더는 평소에 뭘 듣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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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지금 당장 떠오르는 음악, 음. 요즘 들은 걸로 하자면… 일단 Howling Wolf의 Smokestack Lightnin, Muddy Waters의 Mannish Boy라던가. Crossroads도 있긴 하지만 저는 Cream 버전을 더 좋아하고요. Eric Clapton의 Cocaine과 Tearing Us Apart, Breaking Point, Cream의 Wheel of Fire와 Disraeli Gears 앨범 전체… 그것 외에도 많긴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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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음악들은, 전혀 들어보지 못한 곡들이었다. 그래도 Eric Clapton의 이름 정도는 들어봤다고 해야 하나. 그 외에는 대부분 모르는 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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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옛날에 명곡이 엄청 많습니다. 제 음악도 대부분 거기에 근간을 두고 있고… 물론 이런 음악이 사실 지금 들으면 지루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할 수가 있는데. 전혀 아니거든요. 음악이라는 게 좋은 이유가, 예전의 것이라고 해서 전혀 식상하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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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정도껏이지, 60년 전 음악은 좀 너무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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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심정을 대변해주듯 옆에서 치고 들어오는 베이스. 하지만 수연은 흔들리지 않고 대답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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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엔 근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건물 같은 것도 봐라. 기초공사가 탄탄할수록 이제 제대로 된 건물이 지어지는 법이라고. 그냥 아무런 어? 감상도 그래. 탄탄하게 음악의 역사를, 그래 뭐. 블루스를 듣지는 않더라도 그런 락의 계보를, 팬분들은 안 들으셔도 되는데 너희들은 좀 들어봐야 되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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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멤버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그런 이야기. 저래도 되나 싶은 시점에, 수연은 계속 이어지려던 자신의 말을 끊고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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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뭐… 이제 다음 곡은 일단은 미발표곡인데요. 괜찮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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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의 우렁찬 “네!!”라는 함성 소리. 그는 옆의 스태프에게 반사적으로 “이거 찍어도 됩니까?” 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바로 뛰어올라가 밴드 멤버들에게 물어보는 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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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사인이 나오자마자, 그는 배터리를 갈았다. 혹시라도 신곡을 찍지 못하면 안 되니까. 중간에 다큐멘터리 홍보용으로 쓸 수도 있겠고. 그러는 사이 수연은 이때까지 쓰던 기타 말고 다른 것을 집어들었다. 노란색에 웬 악어 스티커가 붙어 있는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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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곡은, 정말 아무런 신호 없이 바로 시작되었다. 정확하게 같은 타이밍에 들어오는 악기들. 기타의 쫀득하고 경쾌한 사운드와 함께 다채롭게 이루어지는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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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한 사람이 여기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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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길이 바로 눈앞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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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걸 택할지도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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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하날 골라 길을 나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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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자체는, Group Sound가 [공중정원]이나 [별이 되어가는 것]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른 곡이다. 오히려 그 이전의, 어떤 음악인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히 오래된 것 같은… 락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그가 생각하기에는, 오히려 컨트리 같은 것에 가까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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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지고 허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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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폭풍이 몰아 닥칠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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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돌아가는 길은 저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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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을 감고라도 걸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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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듣기에는 편하다. 음악을 약간만 손보면, 약간 오래된 개인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듣기 좋은 음악 같은. 흥겹게 흥얼거릴 것 같은 그런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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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삶이 흐르고 번져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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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걷는 걸 멈출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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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눈 앞 길도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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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파편처럼 흩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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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길었으면 좋을 것 같은 곡인데. 어쿠스틱으로 쳐봐도 좋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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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곡을 흥얼거렸다. 귀가 즐거운, 발표만 되면 플레이리스트에 꼭 넣을 것 같은. 젊은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그와 같은 나이가 든 사람도 꽤나 즐겁게 들을 수 있을 법한 그런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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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연 이후, 투어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수도권에서 했었던 1천석 가량의 라이브 2번은 둘 다 매진되었고, 그 다음 충청권으로 들어와 했었던 700석 가량의 콘서트도 만석은 아니었지만 꽤나 사람이 들어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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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라고 하면 뭔가 엄청 시골 같은 느낌이었는데, 전혀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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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야. 지방도 사람 사는 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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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렇긴 한데… 뭔가 지방이라고 하면 좀, 좀 그런 느낌 아냐? 뭐 없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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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의 말에 그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뭐, 생각해보면 서울 바깥을 나가본 적 없고 서울 안에서만 살았으면 이럴 법 한가. ‘서명전’은 지방에도 많이 내려갔었고 산 속에서 살아본 경험도 있었기에 달랐지만, 과연 그 기억이 없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여주었을지는 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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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야기 혹시라도 바깥에 막 하시면 안 돼요. 요즘에 진짜 큰일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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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영의 우려 섞인 말에 이서는 밝게 알겠다는 말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는 차 바깥을 쳐다보았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 마냥 쏟아지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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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온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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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은 아니고 그냥 장마 아닌가… 나도 일기예보 안 봐서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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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행사는,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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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있나? 어차피 우리는 실내에서 공연 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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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그들은 다음 목적지로 달렸다. 내일 콘서트가 있으므로, 조금은 쉬어놔야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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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소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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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진 바깥. 닫아놓은 문으로도 들어오는 소리에, 그는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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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얼대는 말소리가 방문 근처에서 자고 있는 그에게 들려와 깬 것 같았다. 누군가가 통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여기 있는 세 명은 다 드러누워서 기절 상태니… 정유영 과장인가. 무슨 일이길래 안에서 사람 자는데 신경도 못 쓰고 저렇게 통화를 하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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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바람이라도 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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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인기척에 돌아보는 정유영 과장의 얼굴은, 정말로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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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났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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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어… 잠시, 잠시만요. 팀장님 잠시만요. 제가 조금 있다 다시 전화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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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전화를 끊더니, 심호흡을 한번 하고 그를 바라보는 정유영 과장. 그 눈빛에 그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설마… 아니겠지. 설마 그와 관계된 건 아니겠지. 그는 왠지 손발이 저려오는 걸 느꼈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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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우리… 내일 콘서트장 못 쓴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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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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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와, 그는 순간적으로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런 문제가지고 그렇게 심각하게… 아니, 생각해보면 진짜 심각한 문제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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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왜 못 쓴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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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비 많이 왔잖아요. 거기 비가 새가지고, 지금 음향장비가 다 나갔대요. 수리하려면 며칠 걸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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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슨 콘서트 홀이 비가 샌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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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하게 소집된 회의. 고 팀장, 정 과장, ‘하수연’, 총무팀 박 대리, 다큐멘터리 팀에서 팀장 대리로 나온 이준호 작가까지(이런 상황까지 촬영을 해야 한다고 카메라를 가지고 나왔다). 최소한의 인원이 모인 상태에서,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도대체 어떻게 해먹으면 콘서트홀이 비가 샌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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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미 일어난 일이고, 지금은 대책을 강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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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홀 같은 건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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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요. 제일 근처에 있는 게 옆쪽 동네에 있는 건데 차타고 한시간은 가야 되고. 좌석도 여기보다 작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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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쪽 빌리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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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공무원이라서 지금 연락해봐야 안 받을 걸요. 받아도 스케줄이 비어있을지 아닐지도 모르고. 게다가 1시간 거리로 장소가 바뀌면, 그건 환불해줘야 하는 사유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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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무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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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비 온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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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팀 박 대리의 말에, 마른세수를 하는 고 팀장. 그는 머리를 살짝 꼬았다. 정상적인 공연은 애초에 불가능해보이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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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공연 같은걸로 하는 건 어때요? 그 홀에서 하면 되지 않나? 전기 안먹고 그렇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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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긴 한데… 그럴거면 애초에 어쿠스틱이 필요가 없죠. 배터리 돌려가지고 홀에서 쓰면 뭐, 아니다. 그만한 출력 내는 무선 앰프가 있나… 아무튼 가능하긴 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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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답에, 살짝 화색이 도는 고 팀장. 하지만 그런 기색을 끊고 들어오는 정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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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 저도 해 봤는데, 애초에 지금 홀 자체를 못 쓰는 상황이래요. 이게 조명도 안 되고, 물 샜으니까 좌석도 다 맛 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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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미치겠네. 공무원이라는 양반들이 시설 점검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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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을 쾅 쳐버리는 고경민. 정유영 과장이 ‘외부인 있는 데서 그런 식으로 하지 마라’ 같은 식의 눈치를 주는 사이, 총무팀의 박 대리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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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는 아무튼 정상적인 공연이 불가능해 보여서… 일단 환불은 무조건 진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괜히 어떻게든 다른 형태로 진행했다가 계약 불이행으로 걸려서 환불 맞으면 그게 더 골치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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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치겠네. 그럼 그냥 취소해주고 오늘은 공 친다음에, 다른 콘서트로 넘어가는 게 제일 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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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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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팀장의 말에 동의하는 다른 사람들. 고경민이 “사장님하고 통화 좀 해봐야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사라진 동안, 그는 머리를 쓸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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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뭐 할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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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 자체는 막을 길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서 콘서트를 벌이지 못하는 것 또한 좀 그렇다. 잘은 몰라도, 아무튼 여기도 만석(滿席, 자리가 다 참) 가까이 사람들이 찬 걸 보면 어찌됐든 기대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건데. 천재지변이라 한들, 그런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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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뭐 공연장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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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팔짱을 끼고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그는 시선을 느꼈다. 다큐 촬영팀의 이준호 작가. 딱히 별 생각 없이 쳐다본 것인지, 이내 시선을 돌리는 상대방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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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고 그는 갑자기 예전의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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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수의 콘서트를 돌 때의 일인데, 생각해보면 이 근처였고, 방송 나갔고… 거기가… 거기가 지붕이 있는 야외무대였던 것 같은데. 물 안 들어오는 상태에서 공연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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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하면 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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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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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환불해주고 그만인 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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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해결해주고 그 과정이 다큐로 나가면, 무조건 뜰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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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으로 인한 전액 환불. 하지만 그걸로도 모자라서 팬들을 위한 무료 콘서트까지. 당장은 손해볼지 몰라도, 나중으로 가면 엄청난 이득이 될 절호의 기회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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