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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오븐의 문을 열고 허리를 숙인 카렘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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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기대감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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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우드 마을에 있던 시간은 그야말로 잠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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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든이 카렘에 관한 크고 작은 소문을 알아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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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약 1년간 무슨 짓을 벌였는지 굵직굵직한 업적은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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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던의 모든 남정네를 붉은 마녀의 손가락으로 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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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윈터의 일원과의 친분을 쌓고 공작성의 한구석을 차지하게 된 암중의 소년 권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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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바다 건너 다크 엘프 사절단이 회유에 실패하고선 어떻게든 요리를 배우고자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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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든은 충분히 걸려들어야 할 것은 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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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고서야 마지막 다크 엘프 운운은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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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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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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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맛있는 음식은 먹기 전에 냄새만으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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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카렘의 몸에 가려진 오븐 안쪽에선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올 것만 같은 훌륭한 냄새가 뜨거운 열기와 함께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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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 냄새가 이렇게까지 매혹적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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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즐리 비버의 냄새는 그냥 야생에서도 달콤하고 매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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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열했다고 이렇게까지 향이 폭발적으로 퍼져나갈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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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렘이 오븐 장갑에 낀 손으로 트레이를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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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커스터드 타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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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에그 타르트라고 부르지만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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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는 말처럼 고든은 차가운 냉기를 흩뿌리는 커다란 아이스크림 그릇 옆에 놓인 에그 타르트가 가득 담긴 트레이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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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놓고 말해 타르트는 돈만 좀 있다면 가장 접하기 쉬운 디저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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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고든은 도시에 들렀을 때 디저트 생각이 나면 가끔 타르트를 사 먹을 때가 있었으며 그 종류는 지역과 도시마다 무척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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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인 커스터드 필링을 넣은 커스터드/에그 타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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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에그 타르트를 비롯해 하나 이상의 견과류 필링을 넣은 견과류 타르트, 신선하거나 절인 과일, 잼을 듬뿍 넣은 과일 타르트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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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돌고 돌아서 결국 순정이라는 말처럼 고든의 손길은 에그 타르트를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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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러운 진한 갈색으로 살짝 그을린 타르트 시트에 담긴 커스터드 필링은 본래 밝은 노란빛을 띠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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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븐의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낸 덕분인지 곳곳이 식어가는 마그마처럼 밝고 진한 갈색과 검은색으로 그을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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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위장을 자극하는 냄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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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더는 참을 수 없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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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지금 뜨거워서 손- 어? 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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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구운 뜨거운 커스터드 타르트는 또 처음 먹어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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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저저저- 손이랑 입천장 다 까지겠다!...는데 멀쩡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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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의 걱정과는 달리 단검으로 냉큼 타르트를 뽑아낸 고든은 아직 식지도 않은 에그 타르트를 그대로 입안에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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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작와작 씹어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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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뜨겁지도 않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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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어이.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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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실례했습니다. 어느 것부터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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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아이스크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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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전에도 펄펄 끓는 국물이나 고기를 그냥 먹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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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봤지만 참으로 경악스러운 광경이라고 카렘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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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카렘이 기억하는 연회의 기사들도 고든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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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식지도 않아 뜨거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고깃덩이를 막 집어먹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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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마력사용자는 다 저런 건가 싶어 카렘은 걱정을 접고 아이스크림을 동그랗게 성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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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의 생각대로, 입천장을 전부 벗겨버릴 것 같은 뜨거움은 고든에겐 기분좋은 열기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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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이전에 먹었던 것들은 진작에 꺼진 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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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물 탄 와인으로 허기를 달래며 고든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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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든의 기대는 보상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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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의 압력을 받아 타르트 시트는 밀도 높은 쿠키처럼 바삭바삭한 소리를 내며 단단하게 굳은 모래성처럼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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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속에서 습기를 고스란히 머금은, 촉촉한 쇼트브레드의 감촉이 입안에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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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폭발하는 버터의 맛과 향이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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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바그작! 씹자 화산에서 마그마가 터져 나오는 것처럼 커스터드 필링이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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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석버석거리는 바삭한 타르트 그릇 파편 사이로 파도같이 터져 나오는 부들부들한 필링을 온 입으로 느낀 고든은 순간 몸을 크게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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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에 담긴 타르트의 크기는 해봤자 고작 주먹보다 조금 크거나 작은 수준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맛과 향은 결코 '고작'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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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입안에서 시트가 부서지면서 필링과 함께 폭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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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꽃보다도 강렬하고 매혹적인, 달콤한 바닐라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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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년간 용병 생활을 하며 당연하지만, 몬스터 또한 잔뜩 사냥한 고든은 생명체를 유혹하는 향, 페로몬을 흩뿌리는 몬스터 또한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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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식물형 몬스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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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사람의 형상을 한 식물형 몬스터인 알라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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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풀에 나팔꽃 항아리처럼 생긴 네펜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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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당혹스러운 경험을 여럿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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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실력이 지금 같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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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창 애새끼였을 때 이걸 먹었던 적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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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장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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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으면서 놈들의 면전에 칼을 박아 넣을 수도 있었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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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땐 이만한 타르트를 살 돈도 없었으니 헛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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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용병. 대체 그 조막만 한 타르트 하나로 뭘 그렇게 오래 먹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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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마법사님. 전 지금 여운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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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여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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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이이이이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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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있던 고든은 앞이라도 보이는 것처럼 단숨에 트레이에서 타르트를 집어 입안에 던져넣고 천천히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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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확실히 매혹적이기는 한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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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말고 타르트로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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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일단은 아이스크림부터. 네가 그렇게 자랑하던 그리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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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처음으로 캐서린을 위협적인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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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향을 넣었는데도 별다른 향이 나지는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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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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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카렘이 내민 숟가락을 미심쩍은 눈빛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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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에 가까운 노란색은 크림에 노른자를 혼합했기에 나타난 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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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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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하얀 수프에 후추를 한 자밤 뿌려 섞은 것 같은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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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들이 바로 캐서린의 총애하는 전속 요리사가 그렇게 강조하던 그리즐리 비버의 바닐라인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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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실 바닐라는 무슨 그냥 바짝 말려서 뭐시기 거시기 아 망할 카렘 요놈의 맹랑한 꼬맹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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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니란 것도 스스로가 알면서도 부위가 부위여선지 캐서린은 묘한 꺼림칙함을 느꼈지만, 이내 스스로 별걸 다 꺼림칙하다고 느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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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어이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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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더한 것도 다뤄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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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과 연금술, 주술의 매개물과 연금술 및 포션 제작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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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하고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는 만큼 그 재료도 기상천외하고 놀라운 것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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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겠지만, 일반인의 기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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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와 동물의 내장까지 사용하는데 고작 그리즐리 비버 바닐라에 꺼림칙함을 느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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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니 캐서린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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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가공도 안 하고 말려서 가루 낸 물건을 그냥 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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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달라졌어도 심장과 가슴이 무거운 건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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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나중에 요소만 추출하든가 해야지. 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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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떨떠름하게 아이스크림을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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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눈을 질끈 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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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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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내민 숟가락을 드디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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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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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마법의 대가인 캐서린답게 그녀는 종종, 아니 자주 마법사의 탑에서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고, 크림과 노른자를 넣은 아이스크림은 또한 그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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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작 향 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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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생각해보면 고작 향 하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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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아무리 맛없는 포션이라도 일단 냄새만 없으면 그럭저럭 숨 참아가면서 먹을 정도는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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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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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으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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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무심코 감탄을 섞어 비음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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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보란 듯이 미소를 지어 보였고, 거기에 캐서린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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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감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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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에 닿자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하며 입안을 코팅하는 차갑고 부드러운 감각은 매우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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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별다른 불순물이 없는 탓에 크림의 부드러움이 더욱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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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기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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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가 자신을 뽐내기 시작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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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체온으로 아이스크림이 조금 달궈졌고, 냉기에 억제되어 있던 바닐라가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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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겨울과 봄을 밀어내고 여름이 찾아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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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바닐라의 달콤한 향기가 캐서린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폐부, 목구멍, 코와 입에서 산들바람처럼 쓸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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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아이스크림이 품은 겨울의 냉기는 이에 대해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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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은 조금씩 녹아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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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녹아 지나가면서 달콤한 맛이 품고 있던 바닐라의 향이 단순히 입이 아닌, 코와 목을 통해서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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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요리는 맛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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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일치하는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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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즐리 비버의 그것만 아니면 참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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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화장품 재료 따위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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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이것도 붉마손처럼 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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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매운 가루처럼 위, 아래 가릴 것 없이 퍼지기는 힘들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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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캐서린의 입이 가만히 있자 눈치껏 재빨리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한술 또 떠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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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 번 물꼬를 터서 그런지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거부감이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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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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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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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한 번에 한정된 분량밖에 구하지 못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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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향신료를 제법 쓸 수 있는 중산층 이상으로 한정한다면 대유행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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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세하건대 캐서린은 장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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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부와 계급에 상관없이 유행을 끌어냈다면, 이것은 중산층 그 이상에서 자신의 부를 과시할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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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후추가 귀할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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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과 달걀이 부의 상징이던 옛 아이스랜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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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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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캐서린은 감탄사를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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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님? 갑자기 머리라도 아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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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어이 용병. 오랜만에 봤다고 시비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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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아니, 거 참. 성격도 급하셔라. 차가운 거 잔뜩 먹었다가 두통이라도 왔냐고 묻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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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난 얼음 마법의 대가다. 그런 두통은 걸리고 싶어도 안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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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별걸 다 물어보냐는 듯 고든을 흘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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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니타스님의 그거라고 생각하시면 되죠. 그그그...뭐더라. 아 그래. 종족 특성이요. 종족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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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의 재생력이나, 오우거의 맷집 같은 느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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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딱 그런 느낌이요. 대마법사나 소드마스터 등등은 저 같은 일반인과는 뭔가 좀 다른 특별한 특이성 같은 게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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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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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캐서린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카렘을 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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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생각은 없었지만, 종족 특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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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놓고 말해서 싼 티가 나서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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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로서 쌓은 힘을 그렇게 줄여 말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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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도서에 상세하게 기록된 몬스터의 항목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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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였다면 언어 선택을 좀 잘 골라서 하라고 주의시키며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겠지만, 캐서린은 오늘은 봐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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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앞에 두고 성질을 부릴 수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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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시간이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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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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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타니타스님. 뭔가 마음에 안 드시는 점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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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런 건 하나도 없는. 그래. 아이스크림의 가장 '기본'이 될 수 있는 물건이다. 그만큼 완벽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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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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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마족이나 할 법한 발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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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손가락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에그타르트를 차례대로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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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이걸 저것과 같이 먹으면 어떻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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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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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이마를 탁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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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그 생각을 못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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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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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타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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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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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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