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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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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오븐의 문을 열고 허리를 숙인 카렘을 쳐다보았다.

솔직히 기대감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블랙우드 마을에 있던 시간은 그야말로 잠깐이었다.

하지만 고든이 카렘에 관한 크고 작은 소문을 알아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때문에 약 1년간 무슨 짓을 벌였는지 굵직굵직한 업적은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콜던의 모든 남정네를 붉은 마녀의 손가락으로 굴복.

펠윈터의 일원과의 친분을 쌓고 공작성의 한구석을 차지하게 된 암중의 소년 권력자.

심지어 바다 건너 다크 엘프 사절단이 회유에 실패하고선 어떻게든 요리를 배우고자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고.

물론 고든은 충분히 걸려들어야 할 것은 걸렀다.

그렇지 않고서야 마지막 다크 엘프 운운은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어쩌면.

말이 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진짜로 맛있는 음식은 먹기 전에 냄새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카렘의 몸에 가려진 오븐 안쪽에선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올 것만 같은 훌륭한 냄새가 뜨거운 열기와 함께 피어오르고 있었다.

'설마 그 냄새가 이렇게까지 매혹적일 줄이야.'

그리즐리 비버의 냄새는 그냥 야생에서도 달콤하고 매혹적이었다.

그런데 가열했다고 이렇게까지 향이 폭발적으로 퍼져나갈 줄은.

그리고 카렘이 오븐 장갑에 낀 손으로 트레이를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음, 커스터드 타르트."

"전 에그 타르트라고 부르지만요. 어-"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는 말처럼 고든은 차가운 냉기를 흩뿌리는 커다란 아이스크림 그릇 옆에 놓인 에그 타르트가 가득 담긴 트레이를 내려다보았다.

까놓고 말해 타르트는 돈만 좀 있다면 가장 접하기 쉬운 디저트 중 하나.

때문에 고든은 도시에 들렀을 때 디저트 생각이 나면 가끔 타르트를 사 먹을 때가 있었으며 그 종류는 지역과 도시마다 무척 다양했다.

가장 기본적인 커스터드 필링을 넣은 커스터드/에그 타르트.

혹은 에그 타르트를 비롯해 하나 이상의 견과류 필링을 넣은 견과류 타르트, 신선하거나 절인 과일, 잼을 듬뿍 넣은 과일 타르트 등등.

하지만 돌고 돌아서 결국 순정이라는 말처럼 고든의 손길은 에그 타르트를 향해 움직였다.

먹음직스러운 진한 갈색으로 살짝 그을린 타르트 시트에 담긴 커스터드 필링은 본래 밝은 노란빛을 띠었을 터.

하지만 오븐의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낸 덕분인지 곳곳이 식어가는 마그마처럼 밝고 진한 갈색과 검은색으로 그을려 있었다.

거기에 위장을 자극하는 냄새까지?

"좋아. 더는 참을 수 없다. 먹는다?"

"어, 지금 뜨거워서 손- 어? 어어???"

"갓 구운 뜨거운 커스터드 타르트는 또 처음 먹어보는데."

저, 저저저저- 손이랑 입천장 다 까지겠다!...는데 멀쩡하네?

카렘의 걱정과는 달리 단검으로 냉큼 타르트를 뽑아낸 고든은 아직 식지도 않은 에그 타르트를 그대로 입안에 투척.

와작와작 씹어먹기 시작했다.

"와, 뜨겁지도 않은 건가."

"꼬마, 어이. 꼬마."

"아, 실례했습니다. 어느 것부터 드릴까요?"

"일단은 아이스크림부터."

하긴 전에도 펄펄 끓는 국물이나 고기를 그냥 먹었었지.

그때도 봤지만 참으로 경악스러운 광경이라고 카렘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카렘이 기억하는 연회의 기사들도 고든과 비슷했다.

아직 식지도 않아 뜨거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고깃덩이를 막 집어먹는 것이.

그냥 마력사용자는 다 저런 건가 싶어 카렘은 걱정을 접고 아이스크림을 동그랗게 성형하기 시작했다.

카렘의 생각대로, 입천장을 전부 벗겨버릴 것 같은 뜨거움은 고든에겐 기분좋은 열기로 다가왔다.

안 그래도 이전에 먹었던 것들은 진작에 꺼진 지 오래.

그동안 물 탄 와인으로 허기를 달래며 고든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참고 있었다.

그리고 고든의 기대는 보상받았다.

입안의 압력을 받아 타르트 시트는 밀도 높은 쿠키처럼 바삭바삭한 소리를 내며 단단하게 굳은 모래성처럼 부서졌다.

그리고 속에서 습기를 고스란히 머금은, 촉촉한 쇼트브레드의 감촉이 입안에서 느껴졌다.

그와 함께 폭발하는 버터의 맛과 향이 폭발.

그대로 바그작! 씹자 화산에서 마그마가 터져 나오는 것처럼 커스터드 필링이 폭발.

버석버석거리는 바삭한 타르트 그릇 파편 사이로 파도같이 터져 나오는 부들부들한 필링을 온 입으로 느낀 고든은 순간 몸을 크게 떨었다.

트레이에 담긴 타르트의 크기는 해봤자 고작 주먹보다 조금 크거나 작은 수준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맛과 향은 결코 '고작'이 아니었다.

특히, 입안에서 시트가 부서지면서 필링과 함께 폭발한.

그 어떤 꽃보다도 강렬하고 매혹적인, 달콤한 바닐라의 향기.

다년간 용병 생활을 하며 당연하지만, 몬스터 또한 잔뜩 사냥한 고든은 생명체를 유혹하는 향, 페로몬을 흩뿌리는 몬스터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주로 식물형 몬스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사람의 형상을 한 식물형 몬스터인 알라우네.

뚱뚱한 풀에 나팔꽃 항아리처럼 생긴 네펜데스.

그 때문에 당혹스러운 경험을 여럿 겪었다.

그땐 실력이 지금 같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했다.

하지만, 한창 애새끼였을 때 이걸 먹었던 적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고든은 장담할 수 있었다.

비웃으면서 놈들의 면전에 칼을 박아 넣을 수도 있었겠다고.

"-뭐, 그땐 이만한 타르트를 살 돈도 없었으니 헛말인가."

"...어이 용병. 대체 그 조막만 한 타르트 하나로 뭘 그렇게 오래 먹는 거냐."

"쉿. 마법사님. 전 지금 여운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 여운이-"

"쉬이이이이이잇-"

눈을 감고 있던 고든은 앞이라도 보이는 것처럼 단숨에 트레이에서 타르트를 집어 입안에 던져넣고 천천히 씹었다.

"향이 확실히 매혹적이기는 한데 흠..."

"아이스크림 말고 타르트로 드릴까요?"

"아니, 일단은 아이스크림부터. 네가 그렇게 자랑하던 그리즐-"

카렘은 처음으로 캐서린을 위협적인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바닐라 향을 넣었는데도 별다른 향이 나지는 않는데?"

"아이스크림이잖아요."

캐서린은 카렘이 내민 숟가락을 미심쩍은 눈빛으로 봤다.

흰색에 가까운 노란색은 크림에 노른자를 혼합했기에 나타난 색상.

하지만 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점들.

마치 하얀 수프에 후추를 한 자밤 뿌려 섞은 것 같은 모양새.

저것들이 바로 캐서린의 총애하는 전속 요리사가 그렇게 강조하던 그리즐리 비버의 바닐라인 것은 분명했다.

아니, 사실 바닐라는 무슨 그냥 바짝 말려서 뭐시기 거시기 아 망할 카렘 요놈의 맹랑한 꼬맹이가?

별거 아니란 것도 스스로가 알면서도 부위가 부위여선지 캐서린은 묘한 꺼림칙함을 느꼈지만, 이내 스스로 별걸 다 꺼림칙하다고 느낀다니.

스스로 어이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더한 것도 다뤄봤으니까.

마법과 연금술, 주술의 매개물과 연금술 및 포션 제작 등등.

기상천외하고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는 만큼 그 재료도 기상천외하고 놀라운 것들이 많았다.

당연하겠지만, 일반인의 기준으로.

몬스터와 동물의 내장까지 사용하는데 고작 그리즐리 비버 바닐라에 꺼림칙함을 느끼다니.

그렇게 생각하니 캐서린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지 않았다.

그야 가공도 안 하고 말려서 가루 낸 물건을 그냥 쓰다니.

생각은 달라졌어도 심장과 가슴이 무거운 건 그대로였다.

'이건 뭐 나중에 요소만 추출하든가 해야지. 일단은.'

캐서린은 떨떠름하게 아이스크림을 내려다봤다.

이내 눈을 질끈 감고.

냠.

카렘이 내민 숟가락을 드디어 물었다.

번뜩.

얼음 마법의 대가인 캐서린답게 그녀는 종종, 아니 자주 마법사의 탑에서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고, 크림과 노른자를 넣은 아이스크림은 또한 그 안에 있었다.

하지만, 고작 향 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까지?

아니, 생각해보면 고작 향 하나가 아니었다.

아무렴 아무리 맛없는 포션이라도 일단 냄새만 없으면 그럭저럭 숨 참아가면서 먹을 정도는 되었으니까.

그렇지만.

"으으으으으음."

캐서린은 무심코 감탄을 섞어 비음을 내쉬었다.

카렘은 보란 듯이 미소를 지어 보였고, 거기에 캐서린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감촉.

혀에 닿자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하며 입안을 코팅하는 차갑고 부드러운 감각은 매우 익숙했다.

오히려 별다른 불순물이 없는 탓에 크림의 부드러움이 더욱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거기서부터였다.

바닐라가 자신을 뽐내기 시작한 것은.

따뜻한 체온으로 아이스크림이 조금 달궈졌고, 냉기에 억제되어 있던 바닐라가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겨울과 봄을 밀어내고 여름이 찾아왔던 것처럼.

향긋한 바닐라의 달콤한 향기가 캐서린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폐부, 목구멍, 코와 입에서 산들바람처럼 쓸고 지나갔다.

하지만 아직 아이스크림이 품은 겨울의 냉기는 이에 대해 저항.

아이스크림은 조금씩 녹아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녹아 지나가면서 달콤한 맛이 품고 있던 바닐라의 향이 단순히 입이 아닌, 코와 목을 통해서도 느껴졌다.

음식은, 요리는 맛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는 말처럼.

맛과 일치하는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촉감.

그리즐리 비버의 그것만 아니면 참 좋을 텐데.

"설마 화장품 재료 따위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어때요. 이것도 붉마손처럼 통하겠죠?"

"그 매운 가루처럼 위, 아래 가릴 것 없이 퍼지기는 힘들겠군."

카렘은 캐서린의 입이 가만히 있자 눈치껏 재빨리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한술 또 떠서 내밀었다.

그래도 한 번 물꼬를 터서 그런지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거부감이 덜했다.

하읍.

"으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겠지."

"뭐, 한 번에 한정된 분량밖에 구하지 못하니까요."

"다만 향신료를 제법 쓸 수 있는 중산층 이상으로 한정한다면 대유행할 거다."

맹세하건대 캐서린은 장담할 수 있었다.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부와 계급에 상관없이 유행을 끌어냈다면, 이것은 중산층 그 이상에서 자신의 부를 과시할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옛날에 후추가 귀할 때처럼.

크림과 달걀이 부의 상징이던 옛 아이스랜드처럼.

"하!"

돌연 캐서린은 감탄사를 내질렀다.

"마법사님? 갑자기 머리라도 아프십니까?"

"뭐지? 어이 용병. 오랜만에 봤다고 시비거냐?"

"아니아니, 거 참. 성격도 급하셔라. 차가운 거 잔뜩 먹었다가 두통이라도 왔냐고 묻는 겁니다."

"하, 난 얼음 마법의 대가다. 그런 두통은 걸리고 싶어도 안 걸려."

캐서린은 별걸 다 물어보냐는 듯 고든을 흘겨보았다.

"아타니타스님의 그거라고 생각하시면 되죠. 그그그...뭐더라. 아 그래. 종족 특성이요. 종족 특성."

"트롤의 재생력이나, 오우거의 맷집 같은 느낌인데?"

"네. 딱 그런 느낌이요. 대마법사나 소드마스터 등등은 저 같은 일반인과는 뭔가 좀 다른 특별한 특이성 같은 게 있으니까요."

카렘은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 모습에 캐서린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카렘을 흘겼다.

별다른 생각은 없었지만, 종족 특성이라니.

까놓고 말해서 싼 티가 나서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대마법사로서 쌓은 힘을 그렇게 줄여 말하다니.

학술 도서에 상세하게 기록된 몬스터의 항목 같은 느낌이었다.

평소였다면 언어 선택을 좀 잘 골라서 하라고 주의시키며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겠지만, 캐서린은 오늘은 봐주기로 했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앞에 두고 성질을 부릴 수야 있나.

그럴 시간이 아까웠다.

"아."

"음? 아타니타스님. 뭔가 마음에 안 드시는 점이라도?"

"아니.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런 건 하나도 없는. 그래. 아이스크림의 가장 '기본'이 될 수 있는 물건이다. 그만큼 완벽에 가까워."

"그렇다면-"

"조금 더 마족이나 할 법한 발상이 떠올랐다."

캐서린은 손가락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에그타르트를 차례대로 가리켰다.

"꼬마. 이걸 저것과 같이 먹으면 어떻겠냐?"

전율.

카렘은 이마를 탁 쳤다.

"햐, 그 생각을 못 했네."

자료첨부

-에그 타르트-

-바닐라 아이스크림-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