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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고 나서 카렘은 그동안 전생에서 보고 듣기만 했지 실재하지는 않았던 것에 나름 잘 적응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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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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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가장 가까이 있는 두 대마법사부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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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한 날 서로 마법을 쏴갈기면서도 용케 주변은 멀쩡하게 내버려 두는 두 사람은 에우로파의 마법사라면 모두 우러러보는 불로의 현자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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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을 빼도 찐따미가 철철 흘러넘치는 엘프 네크로맨서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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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마법사의 탑에 이젠 잔뜩 포진한 마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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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그동안 짬짬이 봤던 고블린, 슬라임, 아이스웜에 헌터 드레이크, 말하는 유사 거대 까마귀 몬스터와 그 외의 각종 몬스터의 박제와 부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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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몬스터가 무색해지는 실물 매머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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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곳에는 전생이라면 진작에 멸종했던 매머드마저 네 발로 대지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적응을 하지 않는 것이 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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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드워프니 엘프니 다크엘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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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매우 익숙한 종족들이 마음껏 이 세상을 거니는 것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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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렘은 드디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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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아직 적응하려면 멀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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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이이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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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의 앞니와 꼬리를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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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길! 몇 년 조용하더니만 슬슬 올 때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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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악한 석제 무기를 휘두르는 곰만 한 거대한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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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즐리 비버의 침공에 맞서 구출대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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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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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즐리 베어, 불곰 혹은 그보다 조금 더 큰 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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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즐리 비버라는 말 그대로 그리즐리 비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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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놈들이 석기를 휘두르고, 이빨로 물어뜯고, 꼬리로 후려치고, 몸으로 밀어붙이는 등 외견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식으로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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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 떼어놓고 보면 정말 하찮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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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결과 피와 살점, 뼈와 내장이 흩날리지만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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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이 과연 누구의 것인지는 굳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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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현실감이 들지 않는, 하찮은 동시에 어렸을 때 봤던 잔인한 플래시 애니매이션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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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에 섞여 있는 카렘에겐 익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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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떠올락 말락 하는 달콤한 냄새 때문에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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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 마법사들보다 돋보이는 것은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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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그리고 아이오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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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아이오나님! 연세도 많으신 분은 뒤로 빠지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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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동에서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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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에서도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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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던 것이 무색하게 고든은 구출대의 전력이 합류하자마자 그대로 반전해 몬스터 무리를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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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마스터의 칼이 휘둘러질 때마다 그리즐리 비버의 머리와 살점을 비롯한 생명이었던 증거들이 무참히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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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범인의 눈엔 보이지 않는 속도로 롱소드를 휘둘러 주변의 그리즐리 비버를 도륙내는 것도 모자라 위험에 빠진 다른 사람들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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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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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그저 빠르게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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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원툴인 카렘의 눈으로도 그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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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전의 실력자랑은 자랑이 아니라 고작 내숭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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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내숭을 좀 떨 수도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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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카렘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바로 옆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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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아압! 어림없는 소리! 노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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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타, 강타, 강타, 강타,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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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몸에 얼음으로 된 갑옷을 두른 아이오나의 두 손과 두 발이 그리즐리 비버를 마구잡이로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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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한기가 주변으로 파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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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위 전투에서 모름지기 기세란 중요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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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그 모습에 구출대 또한 불타는 사기로 그리즐리 비버에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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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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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즐리 비버는 하나를 죽이면 두 마리가 숲에서 몰려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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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술이라고는 포위섬멸진 말고는 잘 모르는 카렘의 눈으로도 이대로 가다간 크게 일이 벌어지겠단 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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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캐서린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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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이제 조금 위험한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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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확실히 밀리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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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나서 주셔야 할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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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수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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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지팡이를 쥐고 목책을 강하게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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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와 달콤한 냄새에 마비되어 있던 카렘의 코를 때아닌 한겨울의 공기가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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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추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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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것이 참을성 없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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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성 없는 어린애는 좀 떨어져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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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곧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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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서지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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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앞에 놓인 목책을 누가 턱 하니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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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으로 훌쩍 도망쳤던 자이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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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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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전력은 되도록 아끼는 게 낫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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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소드마스터 전력 또한 아끼는 게 당연한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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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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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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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있나. 리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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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무시냐. 어이!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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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무시당한 캐서린은 무심코 자이언트의 종아리를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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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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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아픈 건 캐서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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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위치가 안 좋았는지 소리가 매우 청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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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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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아타니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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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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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하하하하하! 자이언트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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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허겁지겁 목책 위로 올라온 리무스가 경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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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콰이어 리무스! 대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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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대는 어디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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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을 나가신 분들을 제외하고 모두 출진을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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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렇다면 시간을 끌어야겠군. 좋다! 승리의 구령을 외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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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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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는 족제비같이 날렵하게 훌쩍 목책 위로 올라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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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마스터.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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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우지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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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는 그대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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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책 일부가 반동에 부서지면서 그리즐리 비버를 향해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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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자이언트의 손엔 거인이 휘두를 법한 거대한 양날 도끼가 잡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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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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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출대를 공격하던 그리즐리 비버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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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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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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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기세 죽이지 않고 그리즐리 비버를 반으로 쪼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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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동에 대지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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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인간의 형상을 한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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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왜 구출대의 대장인 자이언트가 없어도 구출대가 굴러가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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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드마스터와 구출대의 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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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병대의 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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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그리즐리 비버 무리는 참혹하게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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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는 종료되기까지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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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축하한 구출대는 그리고 목표였던 아이오나와 호위대, 그 은인인 고든과 용병 무리로부터 짐작하던 생각이 확실하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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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즐리 비버의 대규모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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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렘의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스랜드 토박이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귀찮음 반에 환호 반이 섞인 복잡미묘한 반응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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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렘은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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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즐리 비버는 비버답게 강, 호수에 댐을 짓고 사는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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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댐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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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연하게도 아이스랜드 사람들의 상당수가 벌목으로 먹고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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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필요 자원과 활동 반경이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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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었다면 어떻게 좋게좋게 타협의 여지라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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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즐리 비버는 비버같은 외형과는 달리 엄연히 몬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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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와 타협의 여지 따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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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피해가 발생하면 모험가들이 토벌하고 그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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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었으면 모두가 행복할 결말이었겠지만, 아이스랜드에선 몇 년에 한 번씩 그리즐리 비버의 개체 수가 폭발해 대규모 토벌 의뢰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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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우드 마을에 도착한 구출대는 아이오나 구출이라는 목표를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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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즐리 비버 대규모 발생을 확인하고는 알프레드에게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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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출대는 곧 모험가 길드와 연계하여 토벌대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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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블랙우드 마을은 이전보다 한층 더 시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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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씨. 이거 보면 볼수록 적응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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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놈들 모피가 따뜻한 남쪽에서는 제대로 먹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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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감이 이렇게 뻣뻣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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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무두질을 거치면 되는 문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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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물. 즉, 가죽을 벗기고 뼈를 바르는 모험가들과 적당히 스몰토킹하며 카렘은 그리즐리 비버를 자세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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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까 전부 뼈만 바르던데. 고기는 안 먹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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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과 살이 잔뜩 오른 가을이라면 모를까. 봄, 여름의 그리즐리 비버의 고기는 맛이 형편없습니다. 맹수나 몬스터조차 굶주린 게 아니면 쳐다도 보지 않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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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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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아닌 그리즐리 비버의 고기는 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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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그리고 감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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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렇게 보니 또 별로 귀엽진 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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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봤을 때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거대한 버전으로 가까이서 보니 귀엽다기보다는 징그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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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의 귀여운 점이라 하면 북실북실한 몸과 동글동글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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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몸에 비해 한없이 짤막한 네 다리와 노를 닮은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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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버전으로 보자 귀여웠던 점들이 모조리 빛이 바래버리고 말았다. 곰같이 귀엽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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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주기적으로 대량 발생한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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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메뚜기 떼 같은 느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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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 떼? 딱히 틀린 말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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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목소리에 카렘은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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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구출대의 귀인이자 펠윈터 가문의 은인, 한창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인기 만점이었을 고든이 지친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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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천재 요리사 카렘! 이런 누추한 곳에서 이렇게까지 귀하신 분을 친히 보게 될 줄이야! 전에 봤을 때보다 키도 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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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사람 부끄럽게 만드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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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 뛰어난 요리실력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하! 여기저기서 들어보니 콜던에서도 보통 날뛴 게 아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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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참. 이런 대놓고 하는 칭찬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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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무안한 마음에 말을 얼버무리면서 화제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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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 달콤한 냄새는 그리즐리 비버 때문에 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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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편이지. 덕분에 놈들의 기습을 알아차리는 건 쉬운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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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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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라는 단어와 정말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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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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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를 짓는 몬스터이니 당연하게도 전술을 사용할 줄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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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조악하게나마 무기를 만들고, 사용할 줄 아는 머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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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중에 도구를 사용하는 놈들이 얼마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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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얘네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놈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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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게 어디서 나는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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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리즐리 비버한테서 나는 거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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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따라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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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렘이 고든을 따라 도착한 곳은 갈무리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 죽은 그리즐리 비버 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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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그중 하나를 발로 걷어차 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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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그리즐리 비버 하나가 철퍼덕 배를 까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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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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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고 매혹적이며 달콤한 향기가 한층 더 강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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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발! 신이시여! 고든의 수상한 취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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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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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알을 말하는 게 아니면 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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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게 그 원인이라고. 원인! 네가 알려달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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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긴가민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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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민하는사이 실눈 사이로 보이는 혐오스러운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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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그러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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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맡아보라는 듯이 연신 그리즐리 비버를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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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라 진한 향긋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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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징그러워하고 있어? 그래 봤자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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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알인 거 알겠으니까요! 그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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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 그래. 뭐라더라.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는 냄새라고 하던가. 아니, 그 반대라고 했던가? 여튼. 사향같은 물건이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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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다처제니, 댐이 장난 아니라느니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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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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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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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가리던 손을 떼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드러누워진 몬스터의 고간 사이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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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바닐라 냄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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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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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바닐라가 한창 금값이나 다름없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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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값싼 대체품과 질 좋은 모피를 찾던 이들에 의해 비버가 멸종위기종으로 전락했던 적이 있다는 진위여부가 의심되는 정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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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의 말린 그것이 바닐라와 향이 똑같다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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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리즐리 비버의 덩치에 걸맞게 그 크기도 굉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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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까 해물탕 먹을 때도 정소는 멀쩡하게 먹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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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거부감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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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그 익숙하기 짝이 없는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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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의 눈빛은 소드마스터 고든조차 흠칫하고 한발 물러설 정도로 박력 있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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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네가 그렇게 관심을 보이던 건 돈이랑 요리밖에 없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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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이제 충분한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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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이상한 말인데. 어쨌든, 왜. 저걸 먹을 생각이라도 들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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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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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농담으로 한 건데. 설마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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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고든을 지긋이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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