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75 lines
16 KiB
Markdown
375 lines
16 KiB
Markdown
|
|
시간이 얼마 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
|
|
|
당연하지만 소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
|
|
|
하지만 전문가의 끊임없는 설득에 수긍했다.
|
|
|
|
하지만 미심쩍음을 없앨 수는 없었다.
|
|
|
|
보호자, 엘리자베스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캐서린과 로빈과 카렘과 그의 손에 들려있는 밝은 붉은색 기름을 번갈아 보았다.
|
|
|
|
"아타니, 아니. 캐서린. 정말 이게 효과가 있는 게 맞나요?"
|
|
|
|
"음, 불안해하시는 건 이해합니다."
|
|
|
|
"붉은 마녀의 손가락에서 추출한 기름? 포션도 아니고?"
|
|
|
|
카렘은 무심코 엘리자베스의 추궁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
보호자의 의심은 정당했으니까.
|
|
|
|
붉은 마녀의 손가락.
|
|
|
|
최근 들어서 계층과 종족을 가리지 않고 콜던을 중심으로 아이스랜드 전역으로 잠식하듯이 유행을 뻗어나가고 있는 독초, 라고 알려졌던 작물.
|
|
|
|
하지만 식품으로 먹는 것도 아니고.
|
|
|
|
하물며 포션으로 가공해서 먹이는 것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물질을 원료로 추출해서 먹인다니.
|
|
|
|
까놓고 말해서 투박했다.
|
|
|
|
대마법사의 처방이라고 하기엔 뭔가 굉장히 허술한 느낌이라고 할까.
|
|
|
|
"붉은 마녀의 손가락에서 그 성분과 기운을 추출한 기름. 원료라고 할 수 있겠군요. 포션은 없나요?"
|
|
|
|
"물론 그런 포션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공자만큼은 드물지만, 또 없는 경우는 아니니까요."
|
|
|
|
"그렇다면-"
|
|
|
|
"하지만 지금 사용하기엔 시간도, 상황도 부족합니다. 아직 방한포션은 미완성. 차라리 원료를 먹이는 게 효과적입니다."
|
|
|
|
공자의 입에 데운 물을 흘려 넣는 시녀를 보던 캐서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
"무엇보다도. 셋째 공자는 몸이 생각보다 약합니다."
|
|
|
|
"그건, 나와 그이의 아이인 로빈의 고질병. 아니, 체질이죠."
|
|
|
|
"그 나이 또래의 평범한 몸. 아니 이전 수준의 몸이었으면 포션을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테지만, 지금 상태로는 몸이 포션의 효과를 견디지 못합니다."
|
|
|
|
"아."
|
|
|
|
"물론 로빈 공자에게 특화된 포션도 못 만들 것은 아닙니다."
|
|
|
|
클리셰라면 클리세.
|
|
|
|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
|
|
|
공들인 주문제작품이 양산형보다 품질도, 효과도 더 좋은 법. 하지만-
|
|
|
|
"아시다시피 특화 포션은-"
|
|
|
|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죠. 나도 들어봤어요."
|
|
|
|
"가능한 한 로빈 공자가 빨리 정신을 차리시기를 바라시겠죠?"
|
|
|
|
"그거야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당연하죠."
|
|
|
|
"그렇다면 문제없습니다. 다만-"
|
|
|
|
간신히 앞을 가로막는 벽 하나를 설득한 캐서린은 그대로 고개를 대각선 아래로 내렸다.
|
|
|
|
"꼬마. 지금 와서 묻는 거다만. 난 곱게 간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주문했는데?"
|
|
|
|
"이거 붉은 마녀의 손가락 기름이에요."
|
|
|
|
"내 질문은 변하지 않았다."
|
|
|
|
"로빈 공자님은 지금 정신도 못 차리고 계시죠?"
|
|
|
|
캐서린은 보면 모르냐는 듯한 눈빛으로 카렘을 응시했다.
|
|
|
|
그렇다면 소년이 말해줄 답은 하나였다.
|
|
|
|
"그렇다면 생 불마손보다는 이게 맞습니다."
|
|
|
|
캐서린의 계획은 생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갈아 죽처럼 만들어 먹일 생각이었고, 그걸 들은 카렘은 캐서린의 명령을 자기 맘대로 뜯어고쳤다.
|
|
|
|
정신 못 차리는 환자한테 고형물을 먹이기 이전에.
|
|
|
|
환자한테 불마손을 생으로 먹이겠다는 것은 대체 어디서 나온 매지컬 처방전이라는 말인가.
|
|
|
|
"그나저나 이거 엄청 매울 텐데요."
|
|
|
|
"일반적으로 한다면 먹는 것 이전에 모조리 뱉어버리겠지."
|
|
|
|
"당연하죠. 응? 일반적?"
|
|
|
|
"침대 옆 수납장 위에 그릇을 놓아라."
|
|
|
|
카렘은 순순히 그릇을 놓았다.
|
|
|
|
캐서린은 곧바로 마력을 손가락에 휘감아 가볍게 휘둘렀다.
|
|
|
|
마력이 흩어지며 술식을 형성. 그릇에 담겨있던 붉은 마녀의 손가락 기름을 붙잡아 허공으로 띄웠다.
|
|
|
|
"오, 염동력인가요?"
|
|
|
|
"그래. 거기 시녀. 잠깐 옆으로 비켜라. 그리고 공자의 입을 벌려."
|
|
|
|
캐서린의 말대로 시녀가 재빨리 침대에서 자리를 옮겼다. 그 뒤에 놓여있던 그릇에 고인 물 조금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기름에 닿은 물방울은 이내 얇게 펼쳐져 기름을 빈틈없이 감쌌다.
|
|
|
|
"아, 저러면 그냥 생 불마손 죽이었어도 문제는 없었겠네요."
|
|
|
|
"뭐, 중요한 건 불마손이 가진 불의 마력과 기운이니."
|
|
|
|
물이 얇게 코팅된 불마손 기름이 캐서린의 손가락을 따라 기다란 꼬리를 남기며 살아있는 것처럼 허공을 유영했고, 잠시 후.
|
|
|
|
슈르르륵-!
|
|
|
|
시녀가 벌린 로빈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모습을 감췄다.
|
|
|
|
카렘은 무심코 이마를 찌푸렸다.
|
|
|
|
"이걸로 끝입니다. 공작부인."
|
|
|
|
"이, 이렇게 간단하게 끝이 난다고요?"
|
|
|
|
"조절하지 못하는 마력이 외부로 미치는 여파는 꼬마가 얻은 성물을 통해 안정시키고, 내적 문제는 조금 전에 위장에 때려박-실례. 직접 먹여드린 불마손 기름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공자는 곧 정신을 차릴 겁니다."
|
|
|
|
"그렇다면. 하아-"
|
|
|
|
한껏 긴장해있던 엘리자베스는 오만 감정을 담은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주변에 있던 시종과 시녀들 또한 같은 반응인 것은 마찬가지.
|
|
|
|
"다만 그 후가 문제인데."
|
|
|
|
"문제라니요. 이거보다 더 큰 문제가 남아있는 겁니까?"
|
|
|
|
카렘의 질문에 캐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
그리고 고개를 돌려 엘리자베스와 눈을 마주쳤다.
|
|
|
|
"로빈 공자는 되도록 빠르게 마법사로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적어도 자신의 마력을 원활히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진."
|
|
|
|
"마법사. 말인가요?"
|
|
|
|
"로빈 공자는 마법사로서의 재능이 과하게 넘칩니다. 물론 부탑주인 올리비에나 저만큼은 아니긴 합니다."
|
|
|
|
카렘은 짜게 식은 눈으로 자신의 고용주를 응시했다.
|
|
|
|
스스로 자화자찬하다니 얼굴 가죽도 두꺼우셔라.
|
|
|
|
다른 시종 시녀도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카렘과 같은 생각이었다.
|
|
|
|
"뭐, 올리비에 그 노친네한테 떠넘기면 문제는 없을 겁니다."
|
|
|
|
그리고 캐서린은 귀찮은 일은 남에게 떠맡기면 된다는 듯이, 로빈의 미래(임시)를 굴러들어온 돌에게 떠넘겼다.
|
|
|
|
"아니 잠깐만요. 아타니타스님."
|
|
|
|
"응? 뭐냐. 꼬마."
|
|
|
|
"지금 대화의 흐름은 아타니타스님이 스승이 되는 흐름이 아니었습니까?"
|
|
|
|
"난 남을 가르치는데 서툴러서 말이다. 게다가."
|
|
|
|
캐서린은 카렘 쪽으로 눈을 굴렸다.
|
|
|
|
그리고 카렘만 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작게 속삭였다.
|
|
|
|
"난 실전파라서 일단 무장만 쥐여주고 포획한 고블린, 슬라임따위한테 먼저 집어던지는 방식인데 그걸 저쪽한테 할 수는 없지"
|
|
|
|
"아."
|
|
|
|
"백작쯤만 돼도 그렇게 하겠는데 상대는 공작가의 자제란 말이지. 아니, 일반적으로 공작의 삼남 그 이하는 막 굴려도 상관은 없는데 펠윈터 가문은 이상할 정도로 훈훈하니. 이런 가문이 있을 줄이야."
|
|
|
|
부와 권력은 가족과도 나눌 수 없는 법.
|
|
|
|
수틀리면 직계 혈족 사이에서도 마차와 와인과 테라스 등으로 '자연사'하는 것이 현실. 카렘도 게임과 소설을 통해 그 점은 알았다.
|
|
|
|
하지만 펠윈터 가문은 카렘의 전생을 기준으로도 가정은 화목했다.
|
|
|
|
서로 죽이라고 프로그래밍 된 형제 남매사이는 양호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모든 것이 증명되었다.
|
|
|
|
하물며 윈터홈, 아니 적어도 콜던의 영지민과 귀족들은 펠윈터 가문에 대한 부동의 충성심을 유지하고 있었을 정도.
|
|
|
|
"올리비에 공이면, 지난겨울에 오셨던 대마법사."
|
|
|
|
"예. 그 노친내라면 적어도 교육에 한해서는 저를 분명히 능가하니 로빈 공자에게 누구보다도 가장 적절한 가르침을 교육할 수 있습니다."
|
|
|
|
"아타니타스가 그렇게까지 장담하다니."
|
|
|
|
엘리자베스는 턱을 짚으며 고뇌하기 시작했다.
|
|
|
|
처음엔 떨떠름하게 생각했지만, 현자가 저렇게까지 말하면 분명 장담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
|
|
|
|
"뭐어, 생각만 해도 이가 갈리지만, 그 늙은이의 능력까지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말입니다."
|
|
|
|
"역시 생각보다는 사이가 좋으신 거 아닙니까?"
|
|
|
|
"다물어라."
|
|
|
|
끓어오르는 듯한 낮은 목소리에 카렘은 잽싸게 입을 다물고는 양 손바닥을 내보였다. 캐서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렘을 잠깐 째려보았다.
|
|
|
|
"물론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동안은 성물로 억누를 수 있을 겁니다."
|
|
|
|
"그러고 보니."
|
|
|
|
귀족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을 꼽는다고 하면,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엘리자베스가 생각하기에는 바로 안목이 제일 중요했다.
|
|
|
|
귀족이란 명령을 내리고 부리는 존재.
|
|
|
|
이를 위해선 부하의 능력을 제대로 가늠해야 하고, 물건과 영지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했다.
|
|
|
|
그런 엘리자베스의 안목이 침대에 누운 로빈. 그 위에서 이채를 발하는 성물은 그 외형 만으로도 범상치 않았다.
|
|
|
|
난데없이 성물이라 놀라기는 했지만. 로빈한테 도움이 되는 물건이니 값을-
|
|
|
|
"으.으으으-"
|
|
|
|
그 순간 방 안에 있던 모두의 고개가 소리의 진원지인 침대를 향했다. 성물을 배 위에 올려놓고는 죽은 듯이 잠만 자고 있던 로빈의 눈꺼풀과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
|
|
|
"로빈. 로빈! 정신을 차리렴. 로빈!"
|
|
|
|
엘리자베스는 곧바로 침대에 앉아 흥분과 안도, 기쁨이 뒤섞인 목소리로 로빈의 머리맡을 받쳤다.
|
|
|
|
"므, 므으."
|
|
|
|
"물? 거기! 물을 가져-"
|
|
|
|
"므애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
|
|
|
|
희번뜩. 벌떡! 화르륵.
|
|
|
|
누워있던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튀어 오르듯이 일어난 로빈이 비명을 지르며 침대 전체를 불태울 듯한 화염을 뿜어내듯이 내뱉었다.
|
|
|
|
"아타나타타님!?"
|
|
|
|
"이런 미친!?"
|
|
|
|
카렘이 당황해서 이상하게 부른 자기 이름을 정정할 틈도 없이 캐서린은 반사적으로 지팡이를 찍어 보호막을 펼쳤다.
|
|
|
|
*
|
|
|
|
*
|
|
|
|
*
|
|
|
|
로빈 공자의 상태로 혼란스러웠던 성의 분위기는 로빈 공자가 정신을 차린 것으로 금방 진정되었다.
|
|
|
|
그 소식에 앞뒤 제쳐두고 알프레드와 고드윈, 윌리엄, 알리시아 등등이 잔뜩 달려와 순식간에 왁자지껄하게 변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리비에는 캐서린의 추천을 받은 엘리자베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
|
|
|
아들이 정말로 위험했다는 사실과 그런 아들이 휘하의 두 대마법사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 밑 정도는 된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보상과 각종 하사품을 넘치도록 선사했다.
|
|
|
|
그리고 이는 로빈에게 성물을 대여한 카렘 또한 마찬가지.
|
|
|
|
"오 씨발 신들이시여."
|
|
|
|
말끔하게 청소된 마법사의 탑 주방 테이블.
|
|
|
|
카렘이 신성한 것을 만지는 느낌으로 쓰다듬는 물건은 받침대가 붙어있어 눕힐 수 있는 성인의 상반신만 한 나무 배럴이었다.
|
|
|
|
룬문자로 도배된 정체불명의 고급스러운 나무 외피.
|
|
|
|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물건처럼 보였다.
|
|
|
|
실제로도 그런 물건이 맞았다.
|
|
|
|
아무렴 눈앞의 마법 배럴은 카렘이 펠윈터 가문의 보물고에서 탐내던 것 중 순위를 다투는 물건.
|
|
|
|
풍요의 떡갈나무통.
|
|
|
|
이른바 내용물의 시간을 100배 가속시키는, 캐서린&메리 왈 100배 마법통.
|
|
|
|
"꼬마야. 그게 그렇게 좋냐?"
|
|
|
|
"주군. 저의 마음은 지금 이루어 말할 수 없을 만큼 들떴습니다."
|
|
|
|
"그런 고급스러운 어휘는 또 어디에서 배웠냐."
|
|
|
|
"그만큼 기쁘다는 겁니다."
|
|
|
|
카렘은 한없이 진지한 표정과 전혀 그러지 못한 움직임으로 캐서린에게 답했다.
|
|
|
|
"그렇게 좋았으면 펠윈터의 거짓말이 아니라 풍요의 떡갈나무통을 골랐으면 됬을 것을."
|
|
|
|
"계약자. 카렘 후배가 그때 막상 이걸 골랐어도 나중에 식칼을 손에 넣는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
|
|
|
"하긴 보물고에서 나올 때랑 지금 모습을 비교하면 별 차이 없는 그 나이 또래의 그 모습이긴 하다만."
|
|
|
|
캐서린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메리의 의견에 동의했다.
|
|
|
|
그리고 계약자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은 메리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을 했다.
|
|
|
|
"그래서 카렘 후배."
|
|
|
|
"흐흐흐흐. 네? 뭡니까?"
|
|
|
|
"그 100배 마법통으로 뭘 만들려고 합니까? 맥주? 와인?"
|
|
|
|
"먹고 싶을 때마다 김치를 담글 겁니다."
|
|
|
|
그리고 캐서린과 메리는 구겨진 종이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
|
|
|
두 주종이 그러거나 말거나 카렘은 그저 정성껏 나무통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
|
|
|
'사실 김치보다는 간장을 만들고 싶었단 말이지.'
|
|
|
|
손이 많이 가고 각종 재료가 필요해서 그렇지 막상 김치는 만드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래 걸린다면 김장철에 최소 수십 포기씩 담글 때나 그러는 것이다.
|
|
|
|
하지만 간장. 간장만큼은 어떻게 하기 힘들었다.
|
|
|
|
그야 당연하지. 아무리 취미로 요리를 전력으로 한다 해도 누가 0에서부터 간장을 만들까. 그냥 근처 마트나 가게에 가서 사고 말지.
|
|
|
|
카렘이 간장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세 가지.
|
|
|
|
재료가 물에 소금, 메주라는 것.
|
|
|
|
항아리에 넣고 오래 묵힌다는 것.
|
|
|
|
그리고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액체는 간장, 메주는 된장이 된다는 것뿐이었다.
|
|
|
|
이마저도 카렘은 일반인치고는 많이 아는 것이었다.
|
|
|
|
전문 셰프였다면 메주를 만드는 과학적 원리 같은 것도 알지도 몰랐겠지만, 카렘은 거기까지 각 잡고 인생을 요리에 바치지는 않았었다.
|
|
|
|
'메주는 뭐 삶은 콩을 으깨서 뭉쳐 볏짚에 싼다는데. 뭐로 대체할 수 있는가?'
|
|
|
|
이제 넘치는 게 돈이고, 공간이고, 시간이니 실험할 가치는 있었다.
|
|
|
|
물론 카렘은 메주고 간장이고 숙성시킬 때 가룸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은 잊고 있었다.
|
|
|
|
"그런데 아타니타스님. 셋째 공자님이랑 올리비에님은 저래도 되는 겁니까?"
|
|
|
|
"응? 뭐가 문제라는 거냐."
|
|
|
|
"아니, 두 분이 방 안에 틀어박힌 지 벌써 며칠이나 됐잖습니까."
|
|
|
|
카렘은 고개를 들어 주방의 천장 위에 있을 올리비에의 집무실 겸 연구실을 바라보았다.
|
|
|
|
"걱정이 되는 게 당연하죠. 얼마나 됐더라."
|
|
|
|
"이제 3일, 아니지. 4일째입니다."
|
|
|
|
"4일. 대체 얼마나 위험한 일을 하고 있길래 나흘 동안 출입 금지라는 겁니까?"
|
|
|
|
메리는 고민조차 없이 양어깨를 으쓱했다.
|
|
|
|
그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압도적인 무관심이 느껴졌다.
|
|
|
|
"글쎄요. 2인분의 식사는 끼니마다 깔끔하게 비어서 나오긴 합니다."
|
|
|
|
"하긴, 지금 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다면 슬슬 끝날 때가 됐지."
|
|
|
|
"계약자는 두 사람이 뭘 하는지 아는 겁니까?"
|
|
|
|
"그야 내가 해봤으니까 알지."
|
|
|
|
캐서린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
|
|
|
"기왕 말 나온 김에 보러 갈 테냐?"
|
|
|
|
"방 주인의 허락도 없었는데 그래도 됩니까?"
|
|
|
|
"내가 이 탑의 주인이다."
|
|
|
|
즉, 내가 못갈 곳은 없다는 발언. 마침 할 일도 딱히 없었던 카렘은 캐서린, 메리와 함께 탑의 최상층, 그 밑에 있는 올리비에의 방으로 향했다.
|
|
|
|
카가가가각!
|
|
|
|
"어."
|
|
|
|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날아드는, 성인 머리만한 십 수 개의 금속 정육면체.
|
|
|
|
카렘은 곧바로 후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