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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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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 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당연하지만 소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문가의 끊임없는 설득에 수긍했다.

하지만 미심쩍음을 없앨 수는 없었다.

보호자, 엘리자베스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캐서린과 로빈과 카렘과 그의 손에 들려있는 밝은 붉은색 기름을 번갈아 보았다.

"아타니, 아니. 캐서린. 정말 이게 효과가 있는 게 맞나요?"

"음, 불안해하시는 건 이해합니다."

"붉은 마녀의 손가락에서 추출한 기름? 포션도 아니고?"

카렘은 무심코 엘리자베스의 추궁에 고개를 끄덕였다.

보호자의 의심은 정당했으니까.

붉은 마녀의 손가락.

최근 들어서 계층과 종족을 가리지 않고 콜던을 중심으로 아이스랜드 전역으로 잠식하듯이 유행을 뻗어나가고 있는 독초, 라고 알려졌던 작물.

하지만 식품으로 먹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포션으로 가공해서 먹이는 것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물질을 원료로 추출해서 먹인다니.

까놓고 말해서 투박했다.

대마법사의 처방이라고 하기엔 뭔가 굉장히 허술한 느낌이라고 할까.

"붉은 마녀의 손가락에서 그 성분과 기운을 추출한 기름. 원료라고 할 수 있겠군요. 포션은 없나요?"

"물론 그런 포션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공자만큼은 드물지만, 또 없는 경우는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하지만 지금 사용하기엔 시간도, 상황도 부족합니다. 아직 방한포션은 미완성. 차라리 원료를 먹이는 게 효과적입니다."

공자의 입에 데운 물을 흘려 넣는 시녀를 보던 캐서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엇보다도. 셋째 공자는 몸이 생각보다 약합니다."

"그건, 나와 그이의 아이인 로빈의 고질병. 아니, 체질이죠."

"그 나이 또래의 평범한 몸. 아니 이전 수준의 몸이었으면 포션을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테지만, 지금 상태로는 몸이 포션의 효과를 견디지 못합니다."

"아."

"물론 로빈 공자에게 특화된 포션도 못 만들 것은 아닙니다."

클리셰라면 클리세.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공들인 주문제작품이 양산형보다 품질도, 효과도 더 좋은 법. 하지만-

"아시다시피 특화 포션은-"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죠. 나도 들어봤어요."

"가능한 한 로빈 공자가 빨리 정신을 차리시기를 바라시겠죠?"

"그거야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당연하죠."

"그렇다면 문제없습니다. 다만-"

간신히 앞을 가로막는 벽 하나를 설득한 캐서린은 그대로 고개를 대각선 아래로 내렸다.

"꼬마. 지금 와서 묻는 거다만. 난 곱게 간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주문했는데?"

"이거 붉은 마녀의 손가락 기름이에요."

"내 질문은 변하지 않았다."

"로빈 공자님은 지금 정신도 못 차리고 계시죠?"

캐서린은 보면 모르냐는 듯한 눈빛으로 카렘을 응시했다.

그렇다면 소년이 말해줄 답은 하나였다.

"그렇다면 생 불마손보다는 이게 맞습니다."

캐서린의 계획은 생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갈아 죽처럼 만들어 먹일 생각이었고, 그걸 들은 카렘은 캐서린의 명령을 자기 맘대로 뜯어고쳤다.

정신 못 차리는 환자한테 고형물을 먹이기 이전에.

환자한테 불마손을 생으로 먹이겠다는 것은 대체 어디서 나온 매지컬 처방전이라는 말인가.

"그나저나 이거 엄청 매울 텐데요."

"일반적으로 한다면 먹는 것 이전에 모조리 뱉어버리겠지."

"당연하죠. 응? 일반적?"

"침대 옆 수납장 위에 그릇을 놓아라."

카렘은 순순히 그릇을 놓았다.

캐서린은 곧바로 마력을 손가락에 휘감아 가볍게 휘둘렀다.

마력이 흩어지며 술식을 형성. 그릇에 담겨있던 붉은 마녀의 손가락 기름을 붙잡아 허공으로 띄웠다.

"오, 염동력인가요?"

"그래. 거기 시녀. 잠깐 옆으로 비켜라. 그리고 공자의 입을 벌려."

캐서린의 말대로 시녀가 재빨리 침대에서 자리를 옮겼다. 그 뒤에 놓여있던 그릇에 고인 물 조금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기름에 닿은 물방울은 이내 얇게 펼쳐져 기름을 빈틈없이 감쌌다.

"아, 저러면 그냥 생 불마손 죽이었어도 문제는 없었겠네요."

"뭐, 중요한 건 불마손이 가진 불의 마력과 기운이니."

물이 얇게 코팅된 불마손 기름이 캐서린의 손가락을 따라 기다란 꼬리를 남기며 살아있는 것처럼 허공을 유영했고, 잠시 후.

슈르르륵-!

시녀가 벌린 로빈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모습을 감췄다.

카렘은 무심코 이마를 찌푸렸다.

"이걸로 끝입니다. 공작부인."

"이, 이렇게 간단하게 끝이 난다고요?"

"조절하지 못하는 마력이 외부로 미치는 여파는 꼬마가 얻은 성물을 통해 안정시키고, 내적 문제는 조금 전에 위장에 때려박-실례. 직접 먹여드린 불마손 기름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공자는 곧 정신을 차릴 겁니다."

"그렇다면. 하아-"

한껏 긴장해있던 엘리자베스는 오만 감정을 담은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주변에 있던 시종과 시녀들 또한 같은 반응인 것은 마찬가지.

"다만 그 후가 문제인데."

"문제라니요. 이거보다 더 큰 문제가 남아있는 겁니까?"

카렘의 질문에 캐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엘리자베스와 눈을 마주쳤다.

"로빈 공자는 되도록 빠르게 마법사로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적어도 자신의 마력을 원활히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진."

"마법사. 말인가요?"

"로빈 공자는 마법사로서의 재능이 과하게 넘칩니다. 물론 부탑주인 올리비에나 저만큼은 아니긴 합니다."

카렘은 짜게 식은 눈으로 자신의 고용주를 응시했다.

스스로 자화자찬하다니 얼굴 가죽도 두꺼우셔라.

다른 시종 시녀도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카렘과 같은 생각이었다.

"뭐, 올리비에 그 노친네한테 떠넘기면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캐서린은 귀찮은 일은 남에게 떠맡기면 된다는 듯이, 로빈의 미래(임시)를 굴러들어온 돌에게 떠넘겼다.

"아니 잠깐만요. 아타니타스님."

"응? 뭐냐. 꼬마."

"지금 대화의 흐름은 아타니타스님이 스승이 되는 흐름이 아니었습니까?"

"난 남을 가르치는데 서툴러서 말이다. 게다가."

캐서린은 카렘 쪽으로 눈을 굴렸다.

그리고 카렘만 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작게 속삭였다.

"난 실전파라서 일단 무장만 쥐여주고 포획한 고블린, 슬라임따위한테 먼저 집어던지는 방식인데 그걸 저쪽한테 할 수는 없지"

"아."

"백작쯤만 돼도 그렇게 하겠는데 상대는 공작가의 자제란 말이지. 아니, 일반적으로 공작의 삼남 그 이하는 막 굴려도 상관은 없는데 펠윈터 가문은 이상할 정도로 훈훈하니. 이런 가문이 있을 줄이야."

부와 권력은 가족과도 나눌 수 없는 법.

수틀리면 직계 혈족 사이에서도 마차와 와인과 테라스 등으로 '자연사'하는 것이 현실. 카렘도 게임과 소설을 통해 그 점은 알았다.

하지만 펠윈터 가문은 카렘의 전생을 기준으로도 가정은 화목했다.

서로 죽이라고 프로그래밍 된 형제 남매사이는 양호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모든 것이 증명되었다.

하물며 윈터홈, 아니 적어도 콜던의 영지민과 귀족들은 펠윈터 가문에 대한 부동의 충성심을 유지하고 있었을 정도.

"올리비에 공이면, 지난겨울에 오셨던 대마법사."

"예. 그 노친내라면 적어도 교육에 한해서는 저를 분명히 능가하니 로빈 공자에게 누구보다도 가장 적절한 가르침을 교육할 수 있습니다."

"아타니타스가 그렇게까지 장담하다니."

엘리자베스는 턱을 짚으며 고뇌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떨떠름하게 생각했지만, 현자가 저렇게까지 말하면 분명 장담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

"뭐어, 생각만 해도 이가 갈리지만, 그 늙은이의 능력까지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말입니다."

"역시 생각보다는 사이가 좋으신 거 아닙니까?"

"다물어라."

끓어오르는 듯한 낮은 목소리에 카렘은 잽싸게 입을 다물고는 양 손바닥을 내보였다. 캐서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렘을 잠깐 째려보았다.

"물론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동안은 성물로 억누를 수 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귀족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을 꼽는다고 하면,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엘리자베스가 생각하기에는 바로 안목이 제일 중요했다.

귀족이란 명령을 내리고 부리는 존재.

이를 위해선 부하의 능력을 제대로 가늠해야 하고, 물건과 영지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했다.

그런 엘리자베스의 안목이 침대에 누운 로빈. 그 위에서 이채를 발하는 성물은 그 외형 만으로도 범상치 않았다.

난데없이 성물이라 놀라기는 했지만. 로빈한테 도움이 되는 물건이니 값을-

"으.으으으-"

그 순간 방 안에 있던 모두의 고개가 소리의 진원지인 침대를 향했다. 성물을 배 위에 올려놓고는 죽은 듯이 잠만 자고 있던 로빈의 눈꺼풀과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로빈. 로빈! 정신을 차리렴. 로빈!"

엘리자베스는 곧바로 침대에 앉아 흥분과 안도, 기쁨이 뒤섞인 목소리로 로빈의 머리맡을 받쳤다.

"므, 므으."

"물? 거기! 물을 가져-"

"므애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

희번뜩. 벌떡! 화르륵.

누워있던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튀어 오르듯이 일어난 로빈이 비명을 지르며 침대 전체를 불태울 듯한 화염을 뿜어내듯이 내뱉었다.

"아타나타타님!?"

"이런 미친!?"

카렘이 당황해서 이상하게 부른 자기 이름을 정정할 틈도 없이 캐서린은 반사적으로 지팡이를 찍어 보호막을 펼쳤다.

로빈 공자의 상태로 혼란스러웠던 성의 분위기는 로빈 공자가 정신을 차린 것으로 금방 진정되었다.

그 소식에 앞뒤 제쳐두고 알프레드와 고드윈, 윌리엄, 알리시아 등등이 잔뜩 달려와 순식간에 왁자지껄하게 변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리비에는 캐서린의 추천을 받은 엘리자베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아들이 정말로 위험했다는 사실과 그런 아들이 휘하의 두 대마법사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 밑 정도는 된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보상과 각종 하사품을 넘치도록 선사했다.

그리고 이는 로빈에게 성물을 대여한 카렘 또한 마찬가지.

"오 씨발 신들이시여."

말끔하게 청소된 마법사의 탑 주방 테이블.

카렘이 신성한 것을 만지는 느낌으로 쓰다듬는 물건은 받침대가 붙어있어 눕힐 수 있는 성인의 상반신만 한 나무 배럴이었다.

룬문자로 도배된 정체불명의 고급스러운 나무 외피.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물건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그런 물건이 맞았다.

아무렴 눈앞의 마법 배럴은 카렘이 펠윈터 가문의 보물고에서 탐내던 것 중 순위를 다투는 물건.

풍요의 떡갈나무통.

이른바 내용물의 시간을 100배 가속시키는, 캐서린&메리 왈 100배 마법통.

"꼬마야. 그게 그렇게 좋냐?"

"주군. 저의 마음은 지금 이루어 말할 수 없을 만큼 들떴습니다."

"그런 고급스러운 어휘는 또 어디에서 배웠냐."

"그만큼 기쁘다는 겁니다."

카렘은 한없이 진지한 표정과 전혀 그러지 못한 움직임으로 캐서린에게 답했다.

"그렇게 좋았으면 펠윈터의 거짓말이 아니라 풍요의 떡갈나무통을 골랐으면 됬을 것을."

"계약자. 카렘 후배가 그때 막상 이걸 골랐어도 나중에 식칼을 손에 넣는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하긴 보물고에서 나올 때랑 지금 모습을 비교하면 별 차이 없는 그 나이 또래의 그 모습이긴 하다만."

캐서린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메리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리고 계약자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은 메리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을 했다.

"그래서 카렘 후배."

"흐흐흐흐. 네? 뭡니까?"

"그 100배 마법통으로 뭘 만들려고 합니까? 맥주? 와인?"

"먹고 싶을 때마다 김치를 담글 겁니다."

그리고 캐서린과 메리는 구겨진 종이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두 주종이 그러거나 말거나 카렘은 그저 정성껏 나무통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사실 김치보다는 간장을 만들고 싶었단 말이지.'

손이 많이 가고 각종 재료가 필요해서 그렇지 막상 김치는 만드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래 걸린다면 김장철에 최소 수십 포기씩 담글 때나 그러는 것이다.

하지만 간장. 간장만큼은 어떻게 하기 힘들었다.

그야 당연하지. 아무리 취미로 요리를 전력으로 한다 해도 누가 0에서부터 간장을 만들까. 그냥 근처 마트나 가게에 가서 사고 말지.

카렘이 간장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세 가지.

재료가 물에 소금, 메주라는 것.

항아리에 넣고 오래 묵힌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액체는 간장, 메주는 된장이 된다는 것뿐이었다.

이마저도 카렘은 일반인치고는 많이 아는 것이었다.

전문 셰프였다면 메주를 만드는 과학적 원리 같은 것도 알지도 몰랐겠지만, 카렘은 거기까지 각 잡고 인생을 요리에 바치지는 않았었다.

'메주는 뭐 삶은 콩을 으깨서 뭉쳐 볏짚에 싼다는데. 뭐로 대체할 수 있는가?'

이제 넘치는 게 돈이고, 공간이고, 시간이니 실험할 가치는 있었다.

물론 카렘은 메주고 간장이고 숙성시킬 때 가룸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은 잊고 있었다.

"그런데 아타니타스님. 셋째 공자님이랑 올리비에님은 저래도 되는 겁니까?"

"응? 뭐가 문제라는 거냐."

"아니, 두 분이 방 안에 틀어박힌 지 벌써 며칠이나 됐잖습니까."

카렘은 고개를 들어 주방의 천장 위에 있을 올리비에의 집무실 겸 연구실을 바라보았다.

"걱정이 되는 게 당연하죠. 얼마나 됐더라."

"이제 3일, 아니지. 4일째입니다."

"4일. 대체 얼마나 위험한 일을 하고 있길래 나흘 동안 출입 금지라는 겁니까?"

메리는 고민조차 없이 양어깨를 으쓱했다.

그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압도적인 무관심이 느껴졌다.

"글쎄요. 2인분의 식사는 끼니마다 깔끔하게 비어서 나오긴 합니다."

"하긴, 지금 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다면 슬슬 끝날 때가 됐지."

"계약자는 두 사람이 뭘 하는지 아는 겁니까?"

"그야 내가 해봤으니까 알지."

캐서린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기왕 말 나온 김에 보러 갈 테냐?"

"방 주인의 허락도 없었는데 그래도 됩니까?"

"내가 이 탑의 주인이다."

즉, 내가 못갈 곳은 없다는 발언. 마침 할 일도 딱히 없었던 카렘은 캐서린, 메리와 함께 탑의 최상층, 그 밑에 있는 올리비에의 방으로 향했다.

카가가가각!

"어."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날아드는, 성인 머리만한 십 수 개의 금속 정육면체.

카렘은 곧바로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