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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홈에서 마법사의 탑은 까놓고 말해서 윈터홈 안에 있는 캐서린의 영지임과 동시에 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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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출입하기 위해선 초대를 받거나 사전에 허락을 구할 필요가 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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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은 사람은 총 3개로 분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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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대와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는 극히 일부 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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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죽어도 아무도 뭐라 안 하는 침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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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허락이고 자시고 상황이 너무 급해 무작정 뛰어들어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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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캐서린의 식사를 방해한 시녀의 경우는 3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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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홈 본성의 층 하나를 기사와 병사들이 통째로 봉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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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최고 마법 고문.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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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서 엘리자베스 공작부인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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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카렘은 곧 왜 그렇게 시녀가 다급했고, 기사와 병사들이 층을 봉쇄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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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듯한 차가운 한기가 통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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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아이스랜드가 다른 지역의 가을만큼이나 서늘하다고 하지만 지금 층 전체에서 느껴지는 한기는 피부의 솜털을 뾰족하게 세울 만큼 차가운 겨울의 공기만큼이나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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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히 이상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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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의 중심으로 나아갈수록 공기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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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 기점으로 아예 성의 일부가 얼어붙은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과 함께 얼어붙은 병사와 시종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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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에서 기사들에 의해 가로막힌 엘리자베스가 하얀 김을 내뿜으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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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니타스! 와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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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부인. 대체 이건 어떤 상황인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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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겠어요. 어제 저녁부터 로빈이 정신을 못차려서 간호하고 있었는데. 조금 전에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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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는 혼란스러운 나머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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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층의 얼어붙은 마력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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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구의 폭주, 혹은 저주는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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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홈에 출입 되는 모든 마도구는 마탑의 확인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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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는 없으며, 그녀가 자리를 비운 동안에도 그러한 물건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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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폭주한다고 해도 애초에 그런 불안정한 불량품이 윈터홈에 들어올 수 있을 리가. 하물며 이 윈터홈의 한 층의 일부를 통째로 얼어붙게 만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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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원인은 마도구가 아닐 확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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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공자님이 아프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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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얼어붙은 바위보다 차가운데, 계속 춥다고 하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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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재서야 캐서린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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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엘리자베스를 붙들고 있는 기사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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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공자는 어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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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공작부인을 모시고 나올 때는 공작부인께서 설명하신 그대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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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터져서 다행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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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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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는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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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가진 부모에겐 부적절한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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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캐서린은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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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공작부인. 지금이 겨울, 아니. 가을만 되었어도 로빈 공자는 이른 여행길에 올랐을 겁니다.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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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아타니타스! 아타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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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기사들에게 붙잡힌 엘리자베스가 조급하게 그녀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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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망설임 없이 얼어붙은 통로를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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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참사의 중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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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갈수록 얼어붙은 시종과 시녀들은 점점 더 늘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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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에 갇혀있는 이들은 자기가 얼어붙은 줄도 모른 채 생동감 있게 자신이 하던 일과 행동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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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공작부인은 멀쩡하셨던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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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얼음 속에 얼어붙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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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상 셋째 공자님이 이 일의 원인인 것 같은데. 기사님들도 멀쩡했다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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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와 재력이 충분한 귀족 집안의 안방마님쯤 되면 호신용 마도구 몇 개는 항상 몸에 지니는 것이 당연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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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사님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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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들이야 마도구나 마력을 운용해서 이 상황에 저항을 할텐데에에.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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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로 땅을 짚으며 앞으로 나아가던 캐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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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제자리에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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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획 돌려 뒤에서 쫓아오던 카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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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넌 왜 따라온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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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거기 있으라고 하지도 않으셨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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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내가 안 그랬다고? 아니 잠깐, 너 왜 멀쩡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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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럼 제가 저렇게 한겨울의 냉동 연어처럼 꽁꽁 얼어붙어야 한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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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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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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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캐서린은 당연하다는 듯이 칼 같은 어조로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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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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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혹여나 그동안 캐서린의 혀에 부리고 있던 수작질을 들킨 것인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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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캐서린이 이어서 하는 말에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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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마도구도, 장비도 없는 데다가 마력도 못 다루는 11살짜리 꼬마가 지금 대체 어떻게 이 상황에서 멀쩡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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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아니, 그걸 저한테 물으신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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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난처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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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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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캐서린도 같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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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모르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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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1살짜리 어린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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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전생의 나이를 포함한다 해도 40세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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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현생을 포함해 사기꾼은커녕 그에 근접한 무언가도 해본 적 없는 (거짓말이나 조금 한) 일반인이 그녀의 눈을 속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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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는 말은 카렘의 말은 정진 정명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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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당사자가 모르는 진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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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듯이 훑어본 캐서린의 시선이 카렘의 몸 한구석에 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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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오른쪽에 불룩 튀어나온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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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을 쓰기 시작하자 캐서린의 모든 감각이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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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오른쪽 주머니에 들어있는 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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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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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반사적으로 주머니 안에 있던 물건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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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캐서린은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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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구체를 이루는 얼음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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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간 세공에 힘쓴 드워프조차 구현하지 못할 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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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 느껴지는 경악스러울 정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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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신성력에 순간 캐서린은 강렬한 탐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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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부하의 물건을 강탈하는 것은 그녀 자신조차 감히 용납할 수 없는 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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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욕망을 억누른 캐서린은 경악과 부러움이 반반 담긴 시선으로 카렘의 손을 뚫어지라고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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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대체 그걸 어디서 주워다 얻은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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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펑거스비에 갔었을 때 주운 물건입니다. 그 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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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카렘의 눈앞에 과거의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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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서 날아와 신의 머리를 후려치며 관통한 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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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머릿속의 진실을 이름 없는 여행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뒤틀며 소리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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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뭐냐. 이름 없는 여행자께서 선물을 주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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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나스트론드의 짐승의 어금니를 받았지. 꼬마. 너는 그때 무슨 씨앗 같은 것을 받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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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런데 돌아갈 때 이게 주머니에 이게 들어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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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넌 이게 어떤 물건인 줄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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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녹지 않는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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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얼빵한, 난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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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연한 카렘의 무구한 목소리가 캐서린을 기가 차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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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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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을 보거나 쓰지도 못하는 일반인이 어떻게 신성력을 감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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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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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그렇게 마음을 먹어도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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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의 손에 쥐어진 얼음 구체의 어지간한 신의 은혜가 깃들었다는 성물은 밑으로 깔아버릴 만큼 강렬한 신성력은 캐서린의 입을 다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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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지금 멀쩡한 이유가 그 얼음 구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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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런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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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것에 깃든 신성력이 꼬마. 네 몸이 주변의 깡깡 얼어붙은 일반인들처럼 되지 않도록 만들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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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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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으면 신에게 감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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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우선 그렇게 일축하고 다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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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타니타스님. 이건 대체 무슨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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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설명하길 원하지? 간단하게? 복잡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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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간단하게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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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공자는 적어도 마법사로서의 재능은 넘치는 것 같구나. 머리만 따라준다면 아주 강력한 마법사가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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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러면 지금 주변이 얼어붙은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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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처럼 얼음 마법에 특히나 재능이 있는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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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이 부족한 마법사가 자신의 마력을 통제하지 못 하는 일은 종종 있는 법. 아무튼, 윈터홈의 한 층이 통째로 동결한 것은 큰일이었지만,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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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인 로빈 공자를 정신 차리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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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을 통제하는 법을 가르쳐주면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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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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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오래 내버려 두면 통제를 잃은 자기 마력에 로빈이 몸을 다칠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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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 한기가 새어 나오는 방문을 거침없이 열어 재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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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으응. 추, 추워어... 엄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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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침대에 거대한 번데기처럼 이불에 둘둘 싸여있는 로빈 공자에게 다가갔다. 주변을 샅샅이 훑어본 그녀는 곧바로 이불을 풀어 재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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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우선 정신을 차리게 할 필요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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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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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만큼은 아니지만, 로빈 공자의 재능도 상당하군. 이만한 마력이라니.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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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뭐가 필요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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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네가 쥐고 있는 그 성물을 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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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손가락을 카렘쪽으로 향해 허공을 가볍게 휘갈겼다. 대마법사의 의지가 깃든 마력이 손가락 끝에 맺혀 마법이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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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의 몸을 무형의 기운이 덮고는 은은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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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네가 냉장실의 아이스크림처럼 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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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신기할 정도로 아무런 느낌이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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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당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이다. 인제 성물을 로빈 공자의 몸 위에 올려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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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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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얼음 구체를 곧바로 로빈 공자의 가슴팍 위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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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한 것처럼 창백하게 질려 벌벌 떨던 로빈 공자에게 변화는 극적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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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로빈 공자뿐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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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가 불어닥친 것처럼 차가운 한기가 얼음 구체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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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같은 보랏빛을 띠던 로빈 공자 또한 머리와 손끝에서부터 천천히 원래의 피부색을 되찾아서, 방 안의 얼음이 사라질 때쯤 원래대로 돌아온 로빈 공자가 이전보다는 한결 나은 상태로 호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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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방 바깥으로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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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었던 사람들도 정신을 차린 듯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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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니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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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응?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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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 얼어붙어 있던 사람들이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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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당연하지. 문제의 반을 해결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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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 응? 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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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턱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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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설원 한복판에서 동사한지 며칠은 지난 것 같았던 로빈은 이제 좀 살아있는 사람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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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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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보통은 마력을 억제하면 깨어나기 마련인데. 생각보다 몸에 무리가 간 모양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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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캐서린의 의견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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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조금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는 해도,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 앓는 로빈의 체온은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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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로빈 공자의 나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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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8살, 아니지 이제 9살일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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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러면 희석해도 포션을 쓰면 안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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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을 쓰면 안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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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과한 약효는 몸이 받쳐주지 않으면 독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러면 사제를 불러다 신성력,은 일을 미루는 꼴밖에 되지 않겠군. 마도구도 마찬가지. 뭔가 자연스러우면서도 간접적인, 불의 마력을 품은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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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불마손을 생으로라도 먹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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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의 전생, 가람일 적에 나름 유명한 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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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동원(藥食同源), 혹은 의식동원(醫食同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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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요약하면 직접 약을 먹기보다는 일상에서 세끼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곧 약이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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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카렘이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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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그걸 생으로 먹였다가는 불경죄로 감옥탑에 갇히더라도 할 말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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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거 생각보다 좋은 생각이다. 관점을 바꾸면 답이 나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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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마손을 생으로요? 전 농담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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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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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아타니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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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묵묵히 카렘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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