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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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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홈에서 마법사의 탑은 까놓고 말해서 윈터홈 안에 있는 캐서린의 영지임과 동시에 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말은 출입하기 위해선 초대를 받거나 사전에 허락을 구할 필요가 있다는 뜻.

그렇지 않은 사람은 총 3개로 분류할 수 있다.

  1. 초대와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는 극히 일부 인원.

  2. 죽어도 아무도 뭐라 안 하는 침입자

  3. 허락이고 자시고 상황이 너무 급해 무작정 뛰어들어온 사람.

조금 전 캐서린의 식사를 방해한 시녀의 경우는 3번이었다.

윈터홈 본성의 층 하나를 기사와 병사들이 통째로 봉쇄하고 있었다.

"아, 최고 마법 고문. 오셨습니까."

"안쪽에서 엘리자베스 공작부인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캐서린은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카렘은 곧 왜 그렇게 시녀가 다급했고, 기사와 병사들이 층을 봉쇄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한겨울의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듯한 차가운 한기가 통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여름의 아이스랜드가 다른 지역의 가을만큼이나 서늘하다고 하지만 지금 층 전체에서 느껴지는 한기는 피부의 솜털을 뾰족하게 세울 만큼 차가운 겨울의 공기만큼이나 차가웠다.

명백히 이상 사태.

층의 중심으로 나아갈수록 공기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그리고 어느 기점으로 아예 성의 일부가 얼어붙은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과 함께 얼어붙은 병사와 시종들도 함께

그 앞에서 기사들에 의해 가로막힌 엘리자베스가 하얀 김을 내뿜으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아타니타스! 와줬군요!"

"공작부인. 대체 이건 어떤 상황인 겁니까?"

"나도 모르겠어요. 어제 저녁부터 로빈이 정신을 못차려서 간호하고 있었는데. 조금 전에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이렇게..."

엘리자베스는 혼란스러운 나머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캐서린은 층의 얼어붙은 마력을 확인했다.

마도구의 폭주, 혹은 저주는 제외.

윈터홈에 출입 되는 모든 마도구는 마탑의 확인을 거쳤다.

예외는 없으며, 그녀가 자리를 비운 동안에도 그러한 물건은 없었다.

설사 폭주한다고 해도 애초에 그런 불안정한 불량품이 윈터홈에 들어올 수 있을 리가. 하물며 이 윈터홈의 한 층의 일부를 통째로 얼어붙게 만든다니.

그렇다면 원인은 마도구가 아닐 확률이 높았다.

"셋째 공자님이 아프셨다고요?"

"몸은 얼어붙은 바위보다 차가운데, 계속 춥다고 하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그 재서야 캐서린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했다.

캐서린은 엘리자베스를 붙들고 있는 기사에게 물었다.

"로빈 공자는 어땠습니까."

"저희가 공작부인을 모시고 나올 때는 공작부인께서 설명하신 그대로였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터져서 다행인데."

"다행이라고요!?"

엘리자베스는 경악했다.

자식을 가진 부모에겐 부적절한 단어.

하지만 캐서린은 진심이었다.

"예. 공작부인. 지금이 겨울, 아니. 가을만 되었어도 로빈 공자는 이른 여행길에 올랐을 겁니다.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잠. 아타니타스! 아타니타스!"

뒤에서 기사들에게 붙잡힌 엘리자베스가 조급하게 그녀를 불렀다.

캐서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망설임 없이 얼어붙은 통로를 걸어나갔다.

지금 참사의 중심부.

안으로 들어갈수록 얼어붙은 시종과 시녀들은 점점 더 늘어만 갔다.

얼음 속에 갇혀있는 이들은 자기가 얼어붙은 줄도 모른 채 생동감 있게 자신이 하던 일과 행동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어떻게 공작부인은 멀쩡하셨던 겁니까?"

카렘은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얼음 속에 얼어붙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분위기 상 셋째 공자님이 이 일의 원인인 것 같은데. 기사님들도 멀쩡했다고 하고요."

"권세와 재력이 충분한 귀족 집안의 안방마님쯤 되면 호신용 마도구 몇 개는 항상 몸에 지니는 것이 당연하겠지."

"그렇다면 기사님들은?"

"그쪽들이야 마도구나 마력을 운용해서 이 상황에 저항을 할텐데에에. 잠깐."

지팡이로 땅을 짚으며 앞으로 나아가던 캐서린.

돌연 제자리에 우뚝 섰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획 돌려 뒤에서 쫓아오던 카렘을 바라보았다.

"뭐야. 넌 왜 따라온 거냐?"

"예? 거기 있으라고 하지도 않으셨잖습니까?"

"뭐? 내가 안 그랬다고? 아니 잠깐, 너 왜 멀쩡하냐?"

"예? 그럼 제가 저렇게 한겨울의 냉동 연어처럼 꽁꽁 얼어붙어야 한다는 겁니까?"

카렘 경악.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가.

하지만 캐서린은 당연하다는 듯이 칼 같은 어조로 단언했다.

"그야 당연하지."

카렘은 혹여나 그동안 캐서린의 혀에 부리고 있던 수작질을 들킨 것인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캐서린이 이어서 하는 말에 안도했다.

"보호 마도구도, 장비도 없는 데다가 마력도 못 다루는 11살짜리 꼬마가 지금 대체 어떻게 이 상황에서 멀쩡한 거냐?!"

"휴우, 아니, 그걸 저한테 물으신다고 해도?"

카렘은 난처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진짜로 모르겠는데.

그리고 캐서린도 같은 생각을 했다.

'진짜로 모르는 것 같은데.'

고작 11살짜리 어린 꼬마.

설령 전생의 나이를 포함한다 해도 40세 미만.

전 현생을 포함해 사기꾼은커녕 그에 근접한 무언가도 해본 적 없는 (거짓말이나 조금 한) 일반인이 그녀의 눈을 속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카렘의 말은 정진 정명 진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당사자가 모르는 진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카렘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듯이 훑어본 캐서린의 시선이 카렘의 몸 한구석에 고정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오른쪽에 불룩 튀어나온 주머니.

신경을 쓰기 시작하자 캐서린의 모든 감각이 집중되었다.

"꼬마. 오른쪽 주머니에 들어있는 건 뭐냐?"

"어, 아. 아?"

카렘은 반사적으로 주머니 안에 있던 물건을 꺼냈다.

그리고 캐서린은 경악했다.

완벽한 구체를 이루는 얼음덩어리.

수백 년간 세공에 힘쓴 드워프조차 구현하지 못할 귀물.

그 속에서 느껴지는 경악스러울 정도의 힘.

압도적인 신성력에 순간 캐서린은 강렬한 탐욕을 느꼈다.

그렇다고 부하의 물건을 강탈하는 것은 그녀 자신조차 감히 용납할 수 없는 추태.

간신히 욕망을 억누른 캐서린은 경악과 부러움이 반반 담긴 시선으로 카렘의 손을 뚫어지라고 응시했다.

"...꼬마. 대체 그걸 어디서 주워다 얻은 거냐."

"저희 펑거스비에 갔었을 때 주운 물건입니다. 그 왜에-"

그 순간, 카렘의 눈앞에 과거의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창밖에서 날아와 신의 머리를 후려치며 관통한 우박.

카렘은 머릿속의 진실을 이름 없는 여행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뒤틀며 소리를 낮췄다.

"그 뭐냐. 이름 없는 여행자께서 선물을 주셨잖아요."

"그래. 나는 나스트론드의 짐승의 어금니를 받았지. 꼬마. 너는 그때 무슨 씨앗 같은 것을 받았었지?"

"예. 그런데 돌아갈 때 이게 주머니에 이게 들어있더군요."

"하! 넌 이게 어떤 물건인 줄은 아냐?"

"어, 녹지 않는 얼음?"

한없이 얼빵한, 난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는.

어쩌면 당연한 카렘의 무구한 목소리가 캐서린을 기가 차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해하기로 했다.

마력을 보거나 쓰지도 못하는 일반인이 어떻게 신성력을 감지할 수 있을까?

캐서린은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마음을 먹어도 말이지.

카렘의 손에 쥐어진 얼음 구체의 어지간한 신의 은혜가 깃들었다는 성물은 밑으로 깔아버릴 만큼 강렬한 신성력은 캐서린의 입을 다물게 했다.

"네가 지금 멀쩡한 이유가 그 얼음 구체 때문이다."

"어, 그런 겁니까?"

"그래. 그것에 깃든 신성력이 꼬마. 네 몸이 주변의 깡깡 얼어붙은 일반인들처럼 되지 않도록 만들고 있지."

"허어..."

"알았으면 신에게 감사해라."

캐서린은 우선 그렇게 일축하고 다시 움직였다.

"그래서, 아타니타스님. 이건 대체 무슨 일인가요?"

"어떻게 설명하길 원하지? 간단하게? 복잡하게?"

"음, 간단하게 부탁합니다."

"로빈 공자는 적어도 마법사로서의 재능은 넘치는 것 같구나. 머리만 따라준다면 아주 강력한 마법사가 되겠어."

"오, 그러면 지금 주변이 얼어붙은 이게...?"

"그래. 나처럼 얼음 마법에 특히나 재능이 있는 모양이야."

훈련이 부족한 마법사가 자신의 마력을 통제하지 못 하는 일은 종종 있는 법. 아무튼, 윈터홈의 한 층이 통째로 동결한 것은 큰일이었지만,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원인인 로빈 공자를 정신 차리게 하고.

마력을 통제하는 법을 가르쳐주면 되는 일.

하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이를 오래 내버려 두면 통제를 잃은 자기 마력에 로빈이 몸을 다칠 것은 분명했다.

캐서린이 한기가 새어 나오는 방문을 거침없이 열어 재꼈다.

"끄으으응. 추, 추워어... 엄마아..."

캐서린은 침대에 거대한 번데기처럼 이불에 둘둘 싸여있는 로빈 공자에게 다가갔다. 주변을 샅샅이 훑어본 그녀는 곧바로 이불을 풀어 재꼈다.

"음, 우선 정신을 차리게 할 필요가 있는데."

"뭔가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래. 나만큼은 아니지만, 로빈 공자의 재능도 상당하군. 이만한 마력이라니. 꼬마."

"네. 뭐가 필요하십니까?"

"지금 네가 쥐고 있는 그 성물을 빌려야겠다."

캐서린은 손가락을 카렘쪽으로 향해 허공을 가볍게 휘갈겼다. 대마법사의 의지가 깃든 마력이 손가락 끝에 맺혀 마법이 발동.

카렘의 몸을 무형의 기운이 덮고는 은은하게 빛났다.

"이러면 네가 냉장실의 아이스크림처럼 되진 않겠지."

"오, 신기할 정도로 아무런 느낌이 없는데요."

"원래 당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이다. 인제 성물을 로빈 공자의 몸 위에 올려놔라."

"네. 알겠습니다."

카렘은 얼음 구체를 곧바로 로빈 공자의 가슴팍 위에 놓았다.

동사한 것처럼 창백하게 질려 벌벌 떨던 로빈 공자에게 변화는 극적으로 나타났다.

아니, 로빈 공자뿐만이 아니었다.

눈보라가 불어닥친 것처럼 차가운 한기가 얼음 구체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시체 같은 보랏빛을 띠던 로빈 공자 또한 머리와 손끝에서부터 천천히 원래의 피부색을 되찾아서, 방 안의 얼음이 사라질 때쯤 원래대로 돌아온 로빈 공자가 이전보다는 한결 나은 상태로 호흡했다.

카렘은 방 바깥으로 귀를 기울였다.

얼어붙었던 사람들도 정신을 차린 듯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타니타스님?"

"음. 응? 뭐냐."

"바깥에 얼어붙어 있던 사람들이 정신을-"

"그거야 당연하지. 문제의 반을 해결했으니까."

"그렇습. 응? 반이요?"

캐서린은 턱짓했다.

한밤중의 설원 한복판에서 동사한지 며칠은 지난 것 같았던 로빈은 이제 좀 살아있는 사람다워 보였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래. 보통은 마력을 억제하면 깨어나기 마련인데. 생각보다 몸에 무리가 간 모양이로군."

카렘은 캐서린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야 조금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는 해도,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 앓는 로빈의 체온은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꼬마. 로빈 공자의 나이가?"

"어 8살, 아니지 이제 9살일껄요?"

"흠, 그러면 희석해도 포션을 쓰면 안 되겠군."

"포션을 쓰면 안된다고요?"

"그래. 과한 약효는 몸이 받쳐주지 않으면 독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러면 사제를 불러다 신성력,은 일을 미루는 꼴밖에 되지 않겠군. 마도구도 마찬가지. 뭔가 자연스러우면서도 간접적인, 불의 마력을 품은 무언가..."

"뭐, 불마손을 생으로라도 먹일까요?"

카렘의 전생, 가람일 적에 나름 유명한 말이 있었다.

약식동원(藥食同源), 혹은 의식동원(醫食同源)

대충 요약하면 직접 약을 먹기보다는 일상에서 세끼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곧 약이라는 의미.

물론 카렘이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야 그걸 생으로 먹였다가는 불경죄로 감옥탑에 갇히더라도 할 말이 없는데.

"오, 그거 생각보다 좋은 생각이다. 관점을 바꾸면 답이 나오는군."

"불마손을 생으로요? 전 농담이었는데요."

"....."

"어...아타니타스님?"

캐서린은 묵묵히 카렘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