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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오랜만에 돌아오는 것 같은 콜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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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이젠 집이라고 생각하는 도시의 광경을 보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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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왁, 저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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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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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옵시디언베리를 떠나면서 카렘이 봤던 온갖 종류의 언데드가 콜던 주변을 배회하며 다가오는 생자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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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직전이나 다름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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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던이 언데드에 위협을 받는 것 같은 상황에 카렘은 그동안 언데드에 익숙해진 것이 무색하게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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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아이스랜드에서의 생활은 환생하고 10년 동안의 고난을 겪은 보상이라는 듯이 매우 만족스러운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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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협받을 것 같았으니 소년이 공포에 떠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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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캐서린은 이를 별걸 다 본다는 표정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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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걸 다 걱정하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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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니, 지금 콜던이랑 그 주변에 언데드가 가득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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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리 걱정할 것 없다. 그동안 물리친 것도 있을뿐더러, 밖을 좀 더 자세히 봐라. 누구 하나 도망치는 사람도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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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하기 짝이 없는 캐서린의 말에 카렘은 천천히 움직이는 마차 바깥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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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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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콜던의 성벽 너머에선 병사들과 모험가들이 호위하는 농부들이 한창 땅을 갈고, 나무꾼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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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의 모험가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언데드를 사냥하고 전리품을 갈취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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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만이 언데드를 사냥하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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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 미처 빠져나와 멋모르고 다가오는 스켈레톤을 별걸 다 본다는 듯 가볍게 몽둥이로 머리를 날리고 있었고 나무꾼들도 좀비의 머리를 도끼로 쪼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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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무리? 드라우그 집단? 병사 이전에 모험가들이 경쟁적으로 보일 만큼 앞다투어 달려나가 깨부수고는 반쯤 썩은 장비를 갈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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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내가 아는 언데드 몬스터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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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넌 깡촌이래도 킹스랜드 출신이었지? 그러면 언데드를 볼 일도 없으니 그렇게 오해를 할 만도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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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에 오해할만한 껀덕지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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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요약하자면 자연 발생한 언데드는 약하고, 누가 의도적으로 제작한 언데드는 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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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사람이 기른 과일은 자연산보다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요상한 말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아니, 이게 틀린 말은 아닌데. 비유가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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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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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라면 모름지기 원한을 품고 죽음에서 돌아와 산자의 생명력을 갈구하는 몬스터 아니었던가? 클리세대로라면 자연산(?) 제철 언데드가 더욱 강할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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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몇몇은 조건을 맞추지 않으면 퇴치하는 것이 불가능한 죽음을 거부하는 몬스터 카테고리를 무슨 가을철의 메뚜기떼처럼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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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생각해보니 그동안 오는 길에 만났던 언데드 무리는 하나같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던가? 뭔가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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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오랜만에 느끼는 인지 부조화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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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을 쓰다듬으며 바깥을 보던 올리비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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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틀린 비유도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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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방금 뭐라고 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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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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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는 수염 끄트머리를 비비 꼬며 관자놀이를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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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매우 복잡한 설명을 어린아이에게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고민하는 늙은 선생과도 같은 모습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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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렇게 말하면 되겠구나. 어린 시종이 요리를 배울 때, 아무것도 없이 재료와 도구만 쥔 시종이 요리를 잘할까? 아니면 현직 요리사가 붙어 관리 감독하는 시종이 요리를 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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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후자가 더 잘하겠죠? 아무래도 요령과 교육을 보고 배울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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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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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로 자연산 언데드는 그런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자연 발생해 영양과 교육이 부족한 저급 몬스터고, 누군가의 손길에 되살아난 몬스터는 모든 것이 풍족한 금수저 언데드라는 소린가?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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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걸 고려해도 아이스랜드에서 자연 발생하는 언데드가 다른 지역의 놈들보다 비교적 약하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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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이스랜드가 척박해서 농작물처럼 언데드도 비실비실하다. 뭐 이런 말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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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매우 정확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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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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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언데드는 걸어 다니는 식물이란 소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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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캐서린을 보며 눈만 끔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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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생명이 살기 힘든 척박한 곳인 아이스랜드에서 피와 생명을 갈구하는 언데드가 되살아나봤자 멀쩡한 상태일리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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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저것들은 굶주린 상태란 말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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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뭐, 사람이나 짐승 몇몇 습격하면 원래대로 돌아오겠지만, 그래 봤자 하급 언데드지. 준비만 하면 너도 쓰러트릴 수 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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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그건 좀 과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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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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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마법사와 요리사, 집요정이 탄 마차가 왁자지껄한 동안에도 행렬은 다가오는 언데드를 마법적, 물리적으로 갈아버리며 콜던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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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자리를 비운 공간은 금방 더러워지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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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어도 물을 마시는 듯한 봄철 아이스랜드의 습기를 생각하면 지금 마법사의 탑 내부의 상황은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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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창문을 열자마자 봄의 아이스랜드의 습기를 먹고 담요같이 뽀얗게 내려앉은 먼지 위를 먼지 덩어리가 회전초처럼 굴러다니며 크기를 키울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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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위, 바닥, 선반을 가릴 것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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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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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탑은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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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마법사의 탑 전담 일꾼 메리가 청소하는 것만큼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1층 입구부터 눈에 보이는 범위는 전부 사람이 청소하는 범위 내에서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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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층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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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았냐고? 마법사의 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메리는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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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악스러운 현실에 개탄하는 집요정 메리가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는 사이 캐서린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턱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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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탑을 비운 지 제법 시간이 됐는데, 생각보다 깨끗한데. 내가 없는 사이에 시종들이 청소를-하진 않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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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당연하죠. 제가 요리사로 들어와 주방을 차지할 때만 해도 경기를 일으켰는데. 지금 이쪽 상태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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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마네킹처럼 제자리에 굳은 메리를 툭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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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나머지 근육까지 굳어버렸는지 손엔 딱딱한 감촉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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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그런데 대체 어느 간 큰 사람이 집요정의 일거리를 건드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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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이러면 짐은 직접 옮겨야 하겠군. 뭐, 별로 들 것도 없으니 상관은 없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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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는 마법사의 탑 입구에 시종들이 허리춤까지 쌓아놓고 간 짐에서 자기 보따리 하나만을 챙겨 안쪽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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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어떻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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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오늘 비는 안 올 것 같은데...뭐, 정신을 차리면 알아서 옮기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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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러면 혹시 모르니까 젖으면 안 되는 물건만 챙겨서 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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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비스와 옵시디언베리의 요리사들과 교류하면서 받은 결과물은 거의 다 출발하기 전에 단단히 밀봉했으니, 카렘이 챙길 것은 말린 다시마가 잔뜩 들어간 자루 하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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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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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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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카렘에게 손을 가볍게 휘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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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곧바로 자기 자신보다 거대한 자루를 짊어지고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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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래 봤자 부피가 한없이 줄어든 다시마로 가득했을 뿐이었으니 카렘의 몸으로도 드는 것엔 무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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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입구에서 봤던 것처럼 카렘이 식료품 창고로 향하는 동안 본 탑 내부는 메리가 메일같이 쓸고 닦을 때와는 다르게 현실적인 깨끗함과 더러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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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곳은 나름대로 깨끗하지만, 모서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청소가 덜 된 것처럼 조금 더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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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진짜로 시종들이 들어와서 치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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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했지만 카렘은 말도 안 된다고 단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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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성 내부에 자리한 시설 이전에 한 명도 아니고, 무려 두 명의 대마법사가 머무르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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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당연히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금하는 보안 마법과 장치 같은 것은 설치되어 있다고 말했으며 이는 올리비에가 들어오고 나서 더욱 강화됐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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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떤 마법과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진 카렘도 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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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궁금하지도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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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침입자가 어떻게 될지는 궁금해지긴 한데. 뭐, 나중에 물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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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탑의 상황처럼 주방도 나름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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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도 카렘이 출장을 나갔을 때와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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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갈 때 들고 갔던 몇몇 식기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모두 제자리에 얌전하게 모셔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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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반 안쪽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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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쪽은 장기간 자리를 비운다기에 카렘이 미리 정리한 덕분에 들어있는 물건 자체가 별로 없었다. 있어 봐야 소금 정도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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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없으니-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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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게 뭐야. 육포 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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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곧바로 발에 밟힌 원인을 만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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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게 굳었지만 크기가 작아 밟힌 바싹 마른 양념 근섬유, 육포의 흔적이 엄지와 중지를 비빌 때마다 그 안에서 굴러다니며 바닥에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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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작은 조각, 부스러기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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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복도를 따라 한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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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뭐, 침입자?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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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 카렘은 주방에서 호신용 프라이팬을 들고 헨젤과 그레텔 남매가 된 기분으로 육포 가루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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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성듬성 떨어진 흔적 끝에 도달한 곳은 다름 아닌 식료품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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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내가 건빵 종류 몇 개는 그냥 내버려 두고 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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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말고도 카렘은 장기 보존이 가능한 육포나 뿌리채소, 향신료 따위도 그냥 내버려 두고 갔던 사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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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쥐인가? 지금 와서 별로 무섭지는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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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이었다면 여자같이 높은 데시벨의 비명을 지르며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칠 자신이 있었지만, 환생하고 나서는 카렘에게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된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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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쥐를 먹냐고? 벌레로 일주일을 버티면 생각이 달라질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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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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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조심스럽게 창고 문을 열자 습기가 낀 경첩의 마찰 소리가 작지만 길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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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재료로 가득했던 평상시와 달리 지금의 창고 내부는 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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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앞서 말했듯이 카렘이 손수 치웠으니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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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또다시 앞서 말했듯 아주 완벽히 빈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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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입구에서 정면 가장 안쪽에 보이는 육포 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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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리자 각종 뿌리 채소와 말린 채소가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고 창고 안쪽으로 들어서자 한데 모아둔 건빵 자루에 누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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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하게도 돌만큼 딱딱해졌을 빵을 들고 갉아먹던 로브를 둘러싼 인영이 고개를 돌렸고 카렘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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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로브 안쪽엔 미형의 엘프 여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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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와 비슷하지만 조금 못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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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에 금색 머리는 푸석푸석하고 눈가는 다크서클로 찌들어 있긴 했지만, 둥근 강아지 같은 눈매와 지친 듯 아래로 쳐진 뾰족 귀, 그리고 주근깨가 약간의 귀여움을 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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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지기 아우게르와는 확실히 다른 이목구비와 외형의 엘프 여인은 기어코 그 딱딱한 빵을 갉아 먹었는지 양 볼이 불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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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의 창으로 찌를 듯한 시선과 마주친 여자 엘프는 눈가를 떨다가 입안의 내용물을 꿀꺽 삼키고는 입꼬리를 떨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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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에 시들긴 했지만, 확실히 엘프답게 한 떨기의 꽃 같은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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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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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단전에 힘을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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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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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아아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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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야! 얘, 얘도 참! 침입자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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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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